조선시대 성균관에서 수학하던 양반 자제들은 일정기간 공부를 한 뒤 졸업식을 통해 조정에 출사했다. 그때 고과에 합격한 유생(儒生)들에게는 왕이 직접 불러 제법 큰 잔에 술을 가득 부어 하사하곤 했다. 그러면 유생들은 그 술잔을 돌려 마시면서 군신(君臣)간의 결속과 동창(同窓)간 우의를 다지는 행사를 거행했다고 한다. 그리고 졸업식이 끝날 즈음 재학 중 입었던 푸른 제복을 찢는 파청금(破靑襟)이란 의식을 치렀다고 하는데 현재의 졸업식 후 교복 찢기는 여기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밀가루 세례는 일제 강점기에 새로 도입된 일본식 교복에 대한 모종의 저항 심리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당시 일본은 한국 학생에게도 군복과 비슷한 제복을 착용하게 하자 졸업과 동시에 독립에 대한 염원을 담아 교복에 하얀 밀가루를 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재학생대표, 졸업생대표가 번갈아 나와 송사와 답사를 하는 방식의 졸업식이 일반적이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라는 재학생들이 부르는 졸업식 노래 1절이 끝나면,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라고 부르는 졸업생들의 2절이 이어지고, 곧
오리에 이어 닭까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말을 거치면서 전국적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AI는 마침내 경기도내 시화호로 번졌다. 전북에서 처음 발생했던 AI가 잠시 주춤하는가 했더니만 서해안을 타고 올라온 것이다. 방역 당국이 초비상 상태다. 농가와 국민들의 불안도 이루 말할 수 없다. 농림수산식품부에 의하면 지난 24일 시화호 일대에서 채취한 철새 분변에서 AI ‘H5N8형’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AI가 경기지역에 북상했다고 밝혀 이제 수도권까지 진입한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AI의 확산을 막기 위해 27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12시간 동안 경기도와 충청남북도·대전광역시·세종특별자치시에 걸쳐 ‘일시 이동중지 명령’(Standstill)을 발동했다. 경기·강원·충청권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동중지 명령이 발동되면 축산 종사자와 차량은 이동중지 명령이 해제될 때까지 가금류 축산농장 또는 축산 관련 작업장에 들어가거나 나가는 것이 일체 금지된다. 경기도를 비롯한 도내 각 지자체도 비상이 걸리기는 마찬가지다. 경기
일제강점과 해방공간의 혼란, 그리고 이어진 민족상잔의 참혹한 6·25 전쟁과 분단의 고착화로 인한 상흔은 오늘날까지 깊은 상처가 되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분단의 최대 피해자인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혈육을 만나지도 못한 채 한을 품고 세상을 떠나고 있다. 저승에 가서나 혈육들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부모 자식, 부부, 형제자매의 애틋한 정한을 어찌 저승에 가서야 푼단 말인가. 하지만 이산가족들은 점점 고령화 되어간다. 죽기 전에 한번 보고 손이라도 잡아봤으면 한이 없겠다는 게 이들의 간절한 소원이지만 이젠 시간이 별로 없다. 상봉신청자로 등록한 12만9천264명 가운데 이미 절반가량인 5만7천784명이 사망했다. 또 현재까지 살아있는 신청자 가운데 약 53%가 80대 이상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간절한 그리움 속에서 한을 품은 채 눈을 감는 이들이 있다. 이 세상 마지막으로 가족 상봉을 하고 싶다는 이들의 간절한 소망을 외면하는 것은 비인도적 행위다. 지난해 9월로 예정됐던 상봉행사가 북한의 거부로 무산됐을 때 실의에 빠진 이산가족들의 반응을 기억한다면 남북 당국은 조건을 달지 말고, 정치적인 의도와 관련 없이 남북 이산가족상봉을 위해 적극 나서야
겨울철새의 비극 정부는 지난 17일 전북 고창군 동림저수지에서 발생한 가창오리 수십마리의 폐사와 관련하여 가창오리를 비롯한 철새가 원인이라고 규정하고 경남 창원의 주남저수지를 비롯한 철새도래지에 대해 전국적인 출입통제 조치를 내렸다. 아니나 다를까 매년 반복되는 재앙에 대한 대책은 AI가 발생한 모든 지역의 반경 3㎞ 이내에 있는 모든 닭과 오리 등의 가금류에 대한 즉각적인 살처분 결정과 긴급방역 조치, 철새도래지에 대한 방역작업이다. 또한, 명확하게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각지의 철새도래지에 방역소독을 진행하며 철새를 쫓아내며 더 재앙을 야기하고 있다. 이미 경기, 충남·북, 세종, 대전 지역을 대상으로 닭·오리 농장 종사자와 사료·가축 운반차량의 이동을 금지하는 ‘일시이동중지(Standstill) 명령’을 발동했다. 烏飛梨落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로 협력기구’(EAAFP)는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LPAI)는 야생조류에서 자연적으로 발생되지만, H5N8 같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는 일반적으로 좁은 공간의 비자연친화적 환경에서 자라는 가금류한테
論語(논어)에는 ‘군자는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원망하지 않는다(人不知而不?)’고 하였다. 지금 남이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면서 자기를 어떻게든 알려 사회에 드러내기 위해서 열심히 하는 것은 인간이나 기업이나 다를 바 없다. 그것은 경쟁사회 속에서는 당연시 된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경쟁 속에서도 원칙이나 규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 공자의 견해다. 공자는 활쏘기 방식으로의 경쟁이어야 한다는 것. 활쏘기 경쟁은 양보하며 차례에 오르고 경쟁에서 진 자는 벌주를 마심으로써 진정 패배를 인정하는 멋진 경기 중에 경기라 할 수 있다. 禮記(예기)에 보면 ‘활쏘기는 인의 길이다(射者仁之道也), 활쏘기는 자기 자신에게서 바른 것을 구한다(射求正諸己), 몸을 바르게 한 후에 쏜다(己正而後發), 만약 쏴서 맞추지 못하면 곧 이긴 사람을 원망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반성한다(發而不中則不怨勝己者反求諸己已矣)’고 하였다. 공자는 활 쏘는 사람은 군자와 같음이 있으니 정곡을 잃었을 때 돌이켜 반성하여 그 몸에서 원인을 찾기 때문이다(射有似乎君子失諸正鵠反求諸其身)라 했다. 소위 군자답지 못한 사람들이 군자인양 행세하는 것은 예삿일은 아니
/박가을 질긴 웃음이다 빗줄기를 넘나들며 가슴 속에 비수를 숨겨 두었다 허탈한 비애 젖은 외투도 숨을 멈췄다 잠깐, 빗속을 거닐던 가슴이 불타올랐다 여름은 서러움에 목 놓아 웃는 거다 볕은 뚝뚝 땀방울로 얼룩져 소스라치게 불던 바람이다 뭇 사내도 바람 따라 스치며 떠난 여름이다. 창백하다. 계절을 나타내는 말들인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순우리말이다. 봄은 ‘보다, 바라봄’을, 가을은 ‘갈다’를, 겨울은 ‘겨우살이’를 뜻한다. 그리고 여름은 ‘열리다, 열림’을 뜻하며, 여름이 되면 제법 꼴을 갖춘 제각각의 곡식들이 사람 손을 바쁘게 하기도 하고, 하늘 아래 어디서도 주고받는 마음만 있으면 연명 못할 일이 없는 계절이다. 그런데 이 시에서 여름은 허탈함과 서러움, 창백함의 계절이다. 풍요와 결실의 계절인 가을에도 배고픔에 시달리는 이들이 있듯이, 여름에도 외롭고 쓸쓸한 이들이 있게 마련인데, 기왕이면 주고받는 마음으로 가득한 여름을 만끽하는 게 어떨까.…
밤새 눈이 내린 날 아침에 보이는 풍경은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 같다. 욕심껏 눈을 지고 어깨가 축 늘어진 소나무로 가득한 산은 일 년 내내 입는 검푸른 옷을 버리고 모처럼 하얀 옷으로 갈아입는다. 좁다란 들길에 강아지풀이나 쑥부쟁이 같은 이미 말라 죽은 잡초의 초라한 몰골에 이르기까지 눈꽃이 핀다. 선인들도 눈을 아름다운 꽃이라 여겨 육출화(六出花)라 불렀다고 한다. 예전에 숫눈을 밟고 걸을 때마다 뽀드득 거리는 소리가 신기해서 몇 번을 멈춰 서서 유심히 보기도 하고 일부러 발에 힘을 주고 꼭 눌러 밟기도 했다. 친구들과 어울려 손가락 끝으로 바둑이 발자국을 만들고 울음소리를 흉내 내기도 하고, 두 주먹을 쥐고 소발자국을 만들면 소처럼 네 발로 걸어 다니는 소처럼 걷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도 싫증이 나면 발꿈치를 꼭 붙이고 깡충깡충 뛰면 파란 바탕에 흰색으로 그린 유엔 깃발에서 본 적이 있는 월계수 잎이 생겨나기도 하고 한쪽 발로 동그랗게 발자국을 새기면 국화꽃이 탐스럽게 피었다. 그 자리에 벌러덩 드러누워 몸의 윤곽이 새겨지면 눈 사진 찍었다고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눈싸움을 하다가 신발이고 옷이고 눈 투성이가 되어 뭉친 눈을 한 덩이씩 먹으면 왜 그
글로벌 경제사회의 어려움 속에 젊은이들이 취업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적은 일자리에 취업 희망자들이 몰려들어 경쟁이 심각하다. 100대 1이 넘는 공무원과 대기업의 경쟁률은 취업자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된다. 경영자는 치열한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긍정적인 노동조건을 우선시한다. 임금, 노동자의식, 기업지원정책 등이 원만할 때에 국내외 기업가들이 투자하게 된다. 지나친 노동파업과 임금인상 등으로 인해 노사갈등이 심각한 우리의 현실은 기업가들이 투자를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등지로 돌리고 있다. 기업구조 변화와 고학력에 따른 적응력 부족과 사회 환경의 부적응도 문제다. 33만명의 청년실업자들은 오늘도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 정부는 고용률 목표달성을 위해 11조원을 투여했지만 청년 고용률은 39.7%에 불과하다. 새로운 일자리보다 사라지는 일자리가 많은 빠른 사회변동은 고용시간조정과 가정근무 등 다양한 일터 확장을 요구하고 있다. 날로 늘어나는 고령자들이 젊은이들과 취업경쟁을 벌이고 있음도 커다란 부담이다.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공무원을 비롯한 대기업과 공기업, 금융권 등 비교적 안정적이고 높은 연봉의 일자리 선호에서 탈피해 개성과 적성에 맞는 분야의…
언제부터 설날에 떡국을 먹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조선 후기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동국세시기’ 등 문헌에 따르면 정조차례와 세찬에 없어서는 안 될 음식으로 기록된 것으로 보아 적어도 조선시대부터라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흰 떡국을 먹는 의미에 대해선 경건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으며 무병장수와 풍요를 기원하는 데 있다고 한다. 이런 떡국을 끓이는 육수의 종류는 따로 정해진 게 없다. 시대와 계층, 지역에 따라 다양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선시대부터 ‘맑은 장국’을 쓰는 게 기본이라는 점만은 분명했던 것 같다. 맑은 장국은 ‘육수를 맑게 우려내 간장으로 간을 한 국물’을 의미한다. 그 재료로는 조선왕조 이전부터 고급으로 쳤던 꿩고기를 최상으로 여겨졌다. 옛날 사람들은 꿩을 ‘하늘닭’이라 해서 상서로운 새로 여겼기 때문이다. <원행을묘정리의궤>에도 정조 때 혜경궁 홍씨에게 올린 떡국의 육수가 꿩고기를 끓여낸 것이라고 기록돼 있을 정도다. 그러나 꿩은 야생동물로 잡기가 힘들고 가격이 높았기 때문에 닭고기로 국물을 내기도 했다. ‘꿩 대신 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