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지다 /박은율 링거병 매달고 집에 온 지 하루 너는 다시 실려 나가고 수국꽃 이울도록 돌아오지 않는다 바퀴벌레처럼 빠르게 증식되는 불안 시간이 느리게 발효되는 항아리들 묵직하게 늘어선 장독대 쐐기풀 무성한 마당, 온종일 네 그림자 어른거린다 이따금 다급히 울다 제풀에 잦아드는 전화벨 소리 낡은 처마 밑 왕거미줄에 맹렬히 파들거리던 한 마리 나비 마침내 고요해진다 바람도 없는데 저절로 여닫히는 대문 썰물 지듯 빠져나가는 저녁놀 -박은율 시집 『절반의 침묵』/민음사 이른 아침 부산한 어른들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잠에서 깼을 때 할아버지는 병원차에 실려 갔다. 막연하게 불안은 증식하고 하루 종일 할아버지의 그림자는 눈앞을 왔다갔다 어른거렸다. 간간이 시내에 다녀온 동네 어른들이 할아버지 소식을 물어오고 전화벨이 울려 누군가 검은 수화기를 들었던 것 같기도 했다. 그 이후 썰물처럼 모두 빠져나간 집에 혼자 남아 할아버지 소식보다는 엄마를 기다렸던 것 같기도 한데 그 잦아들던 전화벨 소리가 할아버지의 사망소식을 전했던 것 같았다. 할아버지는 영영 집안에 발 들이지 않았다. 새총을 만들어주고 바람개비 만들어 입김으로 돌려주던 할아버지의 죽음이 그렇게 고요했다. /
아침 저녁으로는 벌써 선선한 기운이 파고든다. 사람의 마음은 간사 하다고 했던가. 선풍기와 에어컨을 멀리하고 잠자리에선 나도 모르게 이불 자락을 끌어 당긴다. 더위에 지치고 땀 흘리던 지난 여름의 기억도 요즘 같으면 아득한 옛날처럼 느껴진다. 오늘처럼 9월의 초입으로 접어들면 우리 시야에 자주 들어오는 푸른 가을 하늘이 더욱 생각나고 생각속에 잠기면 이유 없이 기분 또한 좋아진다. ‘삼월이 좋다해도 구시월만 못하리라. / 봉봉이 단풍이요 골골마다 국화로다. / 아마도 놀기 좋기는 구시월인가 하노라’. 추석을 보듬고 단풍이 수놓는 이 계절을, 옛사람들은 구월이 수확의 시기라 이렇게 노래했나보다. 추석은 이렇듯 언제나 가을의 중심에 있다. 올해는 하늘에서 찬 기운이 내린다는 백로와 추석이 겹쳤다. 그리고 코앞이다. 이번에도 벌써부터 한바탕 귀성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추석표 예매로 분위기는 이미 열흘전부터 들썩 거렸지만. 이런 전쟁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생각하면 그래도 난 행복하다. 적어도 고향엔 가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그러면서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앞으로 30-40년 후에도 귀성전쟁이 있을까 없을까. 지금과 같은 귀성은 아마도 한 세대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따뜻한 정을 나누고, 오곡백과로 상을 차려 조상께 예를 올리는 일 년 중 가장 넉넉하고, 풍요로운 날이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명절, 그 행복을 잃지 않기 위해 반드시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게 바로 나와 가족의 행복을 위한 가스안전이다. 최근 5년간 추석 연휴 동안 13건의 가스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사용자 취급부주의사고가 7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가장 즐거워야 할 날 사소한 부주의 등으로 인한 안타까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고 했다. 평소 가스안전에 대한 관심과 실천을 잊지 않는다면 가스사고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사고 예방을 위해 추석 연휴 꼭 지켜야 할 가스안전 수칙을 몇 가지 알아보자. 우선, 귀향길에 오르기 전 가정 내 가스레인지 콕과 중간밸브, 메인밸브(LP가스는 용기 밸브)를 잠가야 한다. 연휴 중에는 음식 준비 등으로 평소보다 가스기기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미리 가스시설을 점검하고 사용하는 것이 필수다. 또한, 연로하신 부모님의 안전을 위해 고향집의 낡은 가스용품
즐거움에만 빠져 살아가다보면 자칫 이름을 흐리게 할 뿐 아니라 결국에 낭패를 맛보는 수가 있다. 고전에 ‘快樂은 고통의 어머니, 그는 시간이라는 아버지를 맞아들여 哀情이라는 자식을 낳는다’라 하였는데 쾌락의 長短에 따라 哀情의 결과는 길고도 짧아진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懷(회)는 즐겁게만 살자는 것을 말하고 安(안)이란 편안하게 살자는 것을 말한다. 중국 고전 左傳에는 重耳(중이)라는 이가 있었는데 여러 나라를 떠돌아 다니면서 망명생활을 하다가 齊나라 환공에게 의탁하여 지내는 중에 그 나라 여자와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이후 그는 그 생활이 마음에 들어 자기 나라로 돌아갈 생각조차 잊고 있었는데 똑똑한 부인은 重耳가 자기나라로 돌아가서 벼슬길에 오르기를 원하며 늘 간청했다. 부인은 ‘당신은 한 나라의 公子입니다. 잠깐 사정이 어려운 관계로 이곳에 오셨지만 이제 고국으로 돌아가 그 나라를 위해 보답을 하셔야 하는데 한낱 아녀자의 정에 끌리어 사실려고 하니 진정 부끄럽지도 않으신가요. 이렇게 현실에만 만족해서 어찌 큰 뜻을 이루 겠느냐’고 하였다. 그래도 태도가 변하지 않자 부인은 중이를 술에 흠뻑 취하게 하여 수레에 태워 제나라를 떠나게 하였다. 얼마 후 술에
우리나라 고유명절인 추석이 1주 앞으로 다가왔다. 명절연휴가 시작되면 수많은 시민들이 고향을 찾느라 고속도로 등 주요도로는 귀성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고도 비일비재 발생해 소방서 출동벨은 쉴새없이 울려 되지만 신속한 현장 출동은 그리 쉽지 않다. 귀성차량으로 꽉 막힌 도로는 소방차의 성난 싸이렌과 경적을 아무리 울려도 뚫릴 줄 모른다. 남의 일이라 무관심한 시민과 긴급차량을 피양방법을 몰라 안절부절 못하는 운전자들 속에서 소방차의 공허한 울림만 계속된다. 최근 종영된 SBS 리얼 버라이어티 ‘심장이 뛴다’ 프로그램에서 ‘모세의 기적’이라는 소방차 길터주기 메시지가 온 국민에게 전달하면서 한참 관심을 모았다. 이 프로그램에서 골든타임의 중요성과 소방차 길터주기에 대한 홍보로 일선에서 일하는 소방관들의 답답한 마음을 대변해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운전자들이 소방차 길터주기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모르기에 그에 대한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자 한다. 우선 싸이렌을 울리며 주행하는 소방차(구급차) 등을 발견했다면 어디선가 재난사고가 발생했고 긴급히 현장으로 출동하고 있다는…
경기도문화의전당 법인화 10주년 주역 10인 릴레이 인터뷰 최 성 태 경기팝스앙상블 총무 ‘소수 정예’ 경기도문화의전당 산하 5개 예술단체 중 막내격으로 지난 1999년 경기도립팝스오케스트라 리듬앙상블로 출발한 경기팝스앙상블(이하 ‘팝스’)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다. 원영조 단장을 필두로 트럼본, 트럼펫, 베이스기타, 드럼, 건반 등 7명의 연주자가 활동하고 있는 경기팝스앙상블은 매혹적인 선율과 파워풀한 리듬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장르의 퓨전 음악으로 매년 초청의뢰와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도내 곳곳을 찾고 있다. “새로운 단장을 맞아 경기팝스앙상블이 진화하고 있다. 올해는 나의 세번째 터닝포인트.” 올해 8년차로 팝스의 총무를 맡고 있는 드러머 최성태 총무를 만났다. 원영조 단장·연주자 7명 팝스 구성 드러머 8년차… 팝스 총무로 활동 인생의 전환점들 고교시절 친구들 밴드공연 보고 충격 부모 반대 무릅쓰고 음악인의 길 선택 20대 음악적 성장·금전적 고민하다 28살 대학입학… 2007년 팝스 입단 성장하는 경기팝스 문화 불모지 &ls
경기도민은행 설립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남경필 지사의 핵심공약이었던 도민은행 설립은 최근 실국장과 경기개발연구원 관계자들이 모여 논의한 가운데 본격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사실 경기도민은행의 설립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중소기업대출 확대로 지역경제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반면, 시중은행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부실을 키우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관심의 초점인 것이다. 남 지사 주재의 회의에서도 찬반의견과 함께 재원 조달 방안, 수익성, 금융권 반대, 지역경제 발전 및 서민금융안전망 조성 등 다양한 의견이 개진된 것은 이 때문이다. 어떻든 경기도민은행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가기로 결정해 설립에는 시동을 건 셈이다. 남지사는 후보시절부터 IMF 외환위기 당시 한미은행에 팔려버린 경기은행을 다시 설립해 경기도의 자존심을 되찾아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많은 경기도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서민중심의 은행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힌 이래 구체적인 설립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그래서 경기도민들과 중소기업 경영자, 그리고 소상공인들의 기대가 크다. 경기도민은행이 설립되면 지역 소득의 역외유
“공무원들이 꼼짝 못하는 이 좋은 시의원을 왜 이제야 했는지 모르겠다.” 이 말은 용인시 한 공무원이 밝힌 모 시의원의 발언이다. 참 기가 막힌다. 어째서 ‘지방의회 무용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지 달리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 이 공무원은 그 시의원의 발언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자격미달 시의원들의 망언과 추태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당장 인터넷 포털에서 ‘지방의원 시의원 추태’를 입력해보라. 참으로 다양하고 민망한 추태시리즈들이 줄줄이 검색될 것이다. 아마도 끝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물론 모든 지방의원들이 그렇지는 않다. 지방의원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키고 지역주민을 위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많은 지방의원들이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면서 주민이 주인이 되는 지방자치시대를 열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론 주민의 대표로서 자질이 의심스러운 의원들이 많다. ‘지방의원 행동강령’이 있으면 뭐하나. 일부 지방의원들은 의원직이 무슨 대단한 감투인줄 안다. 집행부 견제나 예산심의를 무기로 공무원들 위에 군림하려고 한다. 지방의원직을 권력이라고 착각해 안하무인의 파렴치한 행동을 하고 다닌다. 딱하고 딱한 일이다. 최근 용인시의…
지난 8월27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이 확정·발표되었다. 정부는 사적연금 확대의 필요성을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의 짧은 가입기간과 낮은 소득대체율로 노후소득보장이 불충분하기 때문이라는 근거를 제시했다. 그러나 공적연금의 제도적 문제가 발생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보장성 강화를 통해 공적 소득보장을 건실하게 만드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이자 기능일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국가가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에 대한 강화대책은 마련하지 않은 채 사적연금을 마치 최우선 해결책인 냥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공적연금은 국가가 관장하는 제도로서 공법에 의해 권리가 보장되며, 사회적 위험 및 생애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구성원 전체가 사회보험을 통해 위험을 예방하고 대응한다. 이에 계급 간, 계층 간, 세대 간 연대가 제도를 통해 구현됨으로써 재분배효과를 제고시킬 수 있다. 반면 사적연금은 계약의 주체가 민간 금융회사나 보험회사와 같은 개인사업체가 되기 때문에 개인 간 계약에 기반을 둔 민법체계에 따른다. 이에 사적연금은 사회적·경제적 재분배가 발생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