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최문자 진정한 지옥이란 미지근한 물이 너무 오래 흐르는 것 시는 월요일은 모든 것인 듯 화요일엔 모든 것이 아닌 듯 들쥐처럼 멀리 지나가는 월요일 화요일 진정으로 너를 찾아오는 수요일은 꽃말 있는 꽃이 되려는 중 히말라야에서 들었다 뿌리에서 올라오는 꽝꽝 얼린 꽃말 월요일 화요일 보내 놓고 수요일은 히말라야의 꽃말이 필요하다 - 최문자 시집 <사과 사이사이 새>민음사 2012 그래, 내세의 지옥이 유황불처럼 화끈하다면, 현세의 진정한 지옥은 그저 미지근한 삶이 아니겠는가. 한 주간의 생애가 월요일로부터 출발한다고 믿는 이들에게는 월요일이 모든 것이 되리라만, 단 하루의 고단함으로 화요일은 이내 모든 것이 아닌 것처럼 되어 버리지. 아, 그때 찾아오는 수요일은 꽃 한 송이 피울 수 없는 꽝꽝 얼어버린 황량한 지평으로 보일 거야. 동결(凍結)의 땅 저 깊숙한 곳으로부터 올라오는 뿌리의 숨줄기가 보인다면, 그 줄기를 따라 물이 오른다면, 그래서 그 수맥을 따라 피어나는 꽃이 있다면, 40여년 시와 신앙과 선생으로 살며 수요일마다 미지근하거나 아예 얼어붙은 사람들의 가슴을 녹이는 수맥이 되어 살아있음의 꽃말을 퍼 올리고 있는 시인의 모성이 참으로
여기, 한 스승이 있다. 그는 정일근, 정호승, 박덕규, 이문재, 권혁웅, 권성훈, 문태준, 신철규 등 100여명의 한국 대표 문인들을 길러냈다. 문학의 꿈을 키우며 그를 스쳐간 후학들은 하늘의 별만큼 헤아리기 힘들다. 마침내 그는 스승 조지훈 시인의 고려대 연구실을 이어받아 창작과 연구로 보낸 4반세기를 정리하고 고향, 수원으로 돌아온다. 치인(痴人) 최동호 시인 이야기다. 치인은 ‘어리석고 못난 사람’이란 뜻이다. 조계종 제3교구 신흥사 회주 설악 무산 스님이 시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그에게 지어준 아호(雅號)다. 53년만의 귀향이다. 회귀성 어류인 연어는 4년 동안 4만5천여㎞의 긴 여정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다는데, 53년이면 그가 걸어온 영혼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가늠이 안 된다. 그 세월동안 한번도 고향, 수원을 잊은 적이 없다고 그는 고백한다. 남창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해가 지도록 동무들과 뛰어놀던 기억은 어제처럼 생생하다. 해거름 뒤로 “저녁밥 먹어야지~” 하시던 ‘엄마 목소리’도 여전하다. “어린 시절 부모님 손을 잡고 남창초등학교에 왔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학교 여기저기를 보여주시며 즐거워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은 흡사 초등학생 시절로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육으로 MB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근거한 ‘진로·직업교육’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이런 진단은 학생 개개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 문화와 체질은 고려치 않고 북유럽 및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새 정부가 들어선 지금에도 갈팡질팡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우리 체질에 맞는 진로·직업교육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현 실태를 철저히 분석하고 문제점을 해결한 후 서양의 제도를 접목했어야 했다. 올바른 진로와 직업교육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상호 협력하는 상황 속에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각 부처 및 기관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어, 자존심 대결을 하면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상호 협력하려하지 않는 부처 및 기관들의 의식구조로는 지금의 진로·직업교육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부처 간, 기관 간 협력관계가 가장 잘 이루어진 곳이 독일이다. 협력은 첫 출발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정부는 이런 협력적 체제 구축은 하지 않은 채 전 정권이 밀어붙였던 진로·직업교
인천시의회가 다음 주에 국립 인천대에 대한 국비지원 건의안을 결의하기로 했다. 인천대가 국립대 법인으로 전환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국비를 한 푼도 못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회 예결특위에서 올 추경에 편성을 약속했던 최소한의 지원마저 지난 4월 삭감됐다. 국립대가 되면 교육환경이 크게 향상되고, 학비도 대폭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던 학생들의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다. 학생들은 지난 6월 12일 4천500명이 서명한 국비지원 청원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 말이 청원서지 학생들과 인천시민의 분노가 담긴 항의문이다. 현재 국립 인천대 송도캠퍼스는 비좁기 짝이 없다. 인천대와 인천전문대가 통합돼 학생수가 크게 늘어나고, 4개 단과대학 14개 학과가 새로 생겨났다. 내년까지 강의동 3개를 더 지어야 하고, 후년까지는 3개 동이 더 필요하다. 현재 인천대 학생 1인당 건물 면적은 17㎡로 전국 대학 평균 25㎡에 훨씬 못 미친다. 이런 상황인데도 국회는 해당 상임위에서 통과시킨 송도 캠퍼스 강의동 증축비 85억원조차 전액 삭감했다. 이처럼 국비 지원이 전혀 없기 때문에 국립 인천대의 빚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대로라면 국립 인천대는 5년 후에 1천5
가진 사람들은 뭐 걱정이 덜하겠지만 서민층에서 가장 고민하는 것 중의 하나는 자녀들의 혼사다. 혼인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있는 사람들이야 비용을 좀 더 들이더라도 특급 호텔에서 하객들에게 좋은 음식을 대접하며 체면치레를 하겠지만 서민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예식장 대여비와 피로연, 예식 촬영, 의상 대여, 메이크업 등 예식에 필요한 서비스를 경제적인 선에서 해결하려고 이곳저곳으로 알아보러 다닌다. 그러다가 시청이나 구청 등 관공서 시설이나, 향교, 마을회관, 성당, 교회, 사찰 등에서 혼인식을 올리기도 한다. 경기도청에서도 지난해 9월부터 ‘건전한 결혼문화 정착’을 위해 무료 예식장 사업을 한다. 그런데 시행 10개월째 사실상 단 1건도 이용자가 없어 개점휴업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본보 2일자 2면) 거참, 이상도 하다. 무료 예식장이라는데 왜 사용자가 없을까? 당연히 이유가 있다. 결혼식 장소만 무료일 뿐이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용 상담 및 스튜디오 촬영, 피로연 등의 가격이 시중의 예식업체와 비슷한 수준으로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경기도가 지정한 업체들도 대부분 서울에 있다니 경기도청이 소재하고 있는 수원의 예식
이제 7월이다. 노천명 시인이 5월을 가리켜 계절의 여왕이라고 명명했거니와 7월은 일 년 중 신록이 가장 푸르름을 자랑하는 계절이다. 7월을 가장 유명하게 만든 시인은 이육사이다. 그의 대표작 <청포도>의 모두(冒頭)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때문이다. 이육사의 고향 경북 안동의 원촌리에는 지금도 시구처럼 청포도가 열린다. 퇴계 선생의 14대손으로, 태어나고 자란 고택(古宅)은 안동 다목적댐 공사로 수몰되었지만, 그의 시는 고향을 생각하게 한다. 바로 밑의 동생 원조는 북으로 갔고 전쟁 당시 서울에 와서 문인들을 월북시켰는데, 전쟁 후 미제국주의자 스파이라는 죄목으로 처형당했기에 그는 죽어가면서 얼마나 고향을 그리워했을까. 우리 문학사에서 고향을 가장 실감나게 그린 시인은 역시 정지용이며, 박인수와 이동원이 듀엣으로 불러 더욱 유명해진 시 <향수>가 그것이다. 다섯 연의 후렴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배어 있다. 그런데 그의 또 다른 시 <고향>에는 고향에 대한 실망감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오랜만에 찾아온 고향에는 아는 사람이
최근 남편이 가사에 쏟는 시간이 늘면서 프렌디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프렌디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친구(friend)’와 ‘아빠(daddy)’를 합성한 단어다. 아이와 친구처럼 지내는 아빠를 뜻한다. 이런 프렌디족(族)이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최근 모 TV방송의 인기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남자들이 육아 전면에 나서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아빠 효과(the effects of father)’에 대한 관심의 증가다. 아빠의 양육 참여도가 높을수록 유아의 자아 존중감과 사회성, 도덕성이 크게 좋아진다는 게 효과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이유는 딴 데 있다. 여성 경제인구의 증가다.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육아 역할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마미트랩(mommy trap·엄마의 덫)도 있다. 직장 여성이 엄마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업무·승진·경력개발 등에서 단절을 경험하는 일을 덫(trap)에 비유한 말이다. 다시 말해 여성이…
시집 출간기념회 겸 간단한 식사 자리에 참석했다. 어떤 작품집일까 궁금함과 설렘으로 모임장소에 도착했다. 기대와는 달리 참석 인원도 적었고 분위기 또한 무거웠다. 막 인쇄소에서 책을 받아왔는데 표지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출판사의 문제인지, 인쇄소의 문제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바코드가 누락되었고, 한두 군데 오류도 보였다. 황당한 실수가 생기다 보니 출간에 대한 기쁨보다는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이 시급한 터라 시집 출간에 관여한 사람들은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 시인 한 분이 담배를 피워도 되냐는 질문에 식당 주인은 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지금은 다른 손님이 없으니 조금만 피우라고 마지못한 허락을 했다. 그 순간 한쪽 벽면을 보니 금연구역이라고 빨간 글씨가 적혀 있었다. 순간 나는 왜 그것이 흡연구역이라고 읽혔을까. 담배를 피워 문 맞은편 자리의 시인에게 저기 금연구역인데요 하고 선심을 베풀 듯 말했다. 내가 가리키는 곳을 힐끔 쳐다보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담배를 쭉 빨아들였다. 순간 얼마나 황당하고 난처하든지.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흡연구역이니 부담 없이 피워도 되겠다는 뜻을 전달하고 싶었는데 결국엔 금연구역이니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격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김순천 혼곤한 낮잠에서 깨어 창문을 여니 태양이 서산을 넘는다 잠깐이었건만 세상은 어느새 어둑한 저녁을 맞고 있다 인생도 그러한가 한눈 판 동안 세월은 저만치 물러앉았으니 문득 문득 터 잡지 못한 아쉬움에 가슴 패는 한숨소리 커져 가고 찰나를 살면서도 영원을 노래하는 속절없음에 낯빛만 석양처럼 붉다 우리는 유한하고도 비가역적인 시간 속에 살고 있다. 비가역성은 반응이 한쪽으로만 일어나고 다시 그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 것을 일컫는데, 우리의 인생은 비가역성을 띠고 있으므로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다. 그로 인해 돌아보면 항상 아쉬움이 남게 마련이다. 이러한 성질은 우리를 매우 불만족스럽게 하지만 소중한 교훈을 준다. 찰나의 순간을 소중히 살아야 한다는 일깨움을 주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서로 사랑하며 행복을 만끽하자. 돌아서서 후회 없는 인생을 위해. /박병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