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이 만발한 오월이다.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계절이 온 것이다. 화려한 외출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아름다운 이 봄 속에 서있을 나를 상상하게 되고 오랜만에 거울 앞에 선다. 주름이 잡혀오는 얼굴엔 나를 지켜온 굳은 근육들이 근심스런 모습으로 나를 향해 서 있다. 틀에 박힌 일상 속에서 과묵하게 변형된 얼굴을 보면서 가랑잎만 봐도 깔깔거리던 시절을 떠올린다. 부딪쳐오는 모든 것들이 왜 그렇게 재미있고 즐거웠던지. 매일 만나는 친구들 얼굴만 봐도 왜 함박웃음이 터져 나왔는지, 힘들고 어려운 시절, 양말 뒤꿈치가 터져 하얗게 살이 나온 걸 보면서도 왜 그렇게 우스웠던지, 종일 동무들과 놀다가 코 묻은 얼굴로 먼지투성이가 되어 대문을 들어서는 아이를 보면서 배를 쥐고 얼마나 웃었던지. 아이를 등에 업고 한 손엔 큰아이 손을 잡고 새참을 머리에 이고 논밭을 가며 아이들과 웃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빙그레 미소를 짓게 된다. 참으로 웃음이 흔하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과 별반 달라진 것도 없는 지금, 크게 맘껏 웃어 본 날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언젠가의 일이다. 운전을 하다가 피곤이 몰려와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눈을 붙인 일이 있다. 잠시 눈을 감고 있다가 눈을…
세월호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전국이 온통 선거다. 카네이션을 건네줄 제자도, 받아줄 스승도 없는 이런 비극적인 스승의 날은 두번 다시 없어야 한다고 울먹이는 목소리가 6·4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 등록 첫날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다. 아직도 팽목항에서 기약 없는 아들과 딸,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무너지는 마음을 다잡고 있고, ‘적막의 도시’로 변한 안산은 언제 깨어날지 쉽사리 기약하기 어렵다. 국민을, 그리고 그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대한민국을 꿈꾼다는 것이 이토록 힘든 일이던가. 전 세계를 충격과 경악으로 몰아넣은 그 파렴치함과 뻔뻔함으로 점철된 잔인한 ‘인재(人災)’ 세월호 참사 속에 5천만 국민들이 한줄기 희망에 의지해 그 많은 밤들을 뜬눈으로 지새울 때 또다시 찾아든 사람이 만든 재앙들은 그저 몸서리를 치게 할 뿐이었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가 노래가사에서 현실로 나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다시 4일간이나 계속된 그들의 태만이 지하철사고로 소스라치게 하더니 14일에 벌어진 수원 도심 한복판을 관통하는 원천리천의 범람 역시 인재라는 사실만 새삼스레 기억될 뿐이
힘든 일을 하여도 대접받지 못하는 노비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화’가 치밀었을 것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한자가 ‘화’를 의미하는 노(怒)라고 한다. 종을 이르는 노(奴)와 마음(心)이 합쳐졌으니 분(忿·성질)이 나지 않았겠는가. ‘화내는 것’을 다른 말로 분노(憤怒·忿怒)라고도 하는 이유다. ‘화나다’와 같은 의미로 쓰이는 ‘부아가 나다’라는 말이 있다. 부아란 순수 우리말로 허파를 의미한다. 우리는 어떤 일이 옳지 못하다고 느꼈을 때 분노한다. 때문에 분노 표출은 부당한 대우에 항거하는 매우 정당한 행위라고 믿곤 한다. 사람들이 분노를 표출한 이후에 감정적으로 후련함을 느끼는 것도 어떤 면에서는 자신이 할 일을 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마음 속 분노를 모두 분출하면 신경증이 좋아진다고 하여 한때 ‘카타르시스 치료법’이 ‘화’를 다스리는 방법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오래전 일이지만 미국에서는 ‘상사 목조르기(Choking Strangler Boss)’라는 장난감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사람모양 인형인 이 장난감은 왼손을 누르면 ‘아파도 야근을 해야 해!’라는 비아냥거리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목을 조르면 두 눈이 튀어나오고 팔 다리를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비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 이성부 「우리들의 양식」 민음사 1974년 9월 그렇게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한없이 메마른 가지는 물기라고는 흔적조차 없이 겨울을 지키며 숨죽여 있다가 언 눈물 녹여 마신 물기를 밖으로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보송보송한 솜털로 제 몸을 감추고 있던 목련이 드디어 입을 여는 구나 알아보자. 성급하게 커다란 이파리를 바람에 툭툭 제 무릎 아래로 내려놓고 있다. 연분홍 진달래 점점이 박히고 개나리 종알종알 지저귀는 봄, 그래 봄은 왔다. 팍팍하고 물기 없어 메마른 삶, 무거운 어깨 떨치고 가라고 환한 빛을 켜 칙칙한 발 앞을 비춰주는 봄이다. 연초록 싱그러운…
학교폭력 사건이 접수돼 가해 학생을 조사하는 과정에 학생 부모로부터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우리 애에게 전과가 남는 건가요”라는 질문이다. 또 있다. 학교폭력 사건 피해 학생에게 피해 내용의 진술을 듣고 나면 피해학생의 부모로부터도 들여오는 소리도 있다. “우리 애에게 난 상처는 어떻게 해요.” 여기서 일컫는 상처는 신체적인 상처에 그치지 않고 정신적인 상처도 포괄되는 질문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들이 함께하는 가정의 달, 5월이어서 그럴까. 어느 때보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더 뼈아프게 느껴진다.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가슴 저미는 일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약 시간이 되돌려진다면 무엇을 먼저 하게 될까. 우선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예방하는 일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 사건은 말할 것도 없고 학교폭력도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피해학생이나 가해학생 모두가 불행해진다. 피해학생에게는 씻을 수 없는 심신의 상처가 남게 되고 그 부모와 가족도 상처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다. 가해학생에게는 수사경력
최근 각종 미디어에서는 소방관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들이 생겨나면서 기존 이미지에 더욱 친근해진 ‘소방’이 되고 있다. 그러한 결과 ‘모세의 기적’이란 캠페인을 통해 어느 정도 ‘소방차 길 비켜주기’가 기존보다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먼저 주택가 골목길에서 현장 활동을 할 때 정차되어 있는 소방차가 보이면 우회하길 당부한다. 여유가 있다면 시민들이 불편하지 않게 차량을 정차하고 싶지만, 주·정차량 사이로 소방차 한대 겨우 지나다니는 그 곳에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도 긴급 활동 중에 차 빼달라고 경적을 울리며 험한 말까지 일삼는 일부 시민들이 있다. 활동 중에 다시 나가 차량을 이동시키고 대응하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다음으로는 소화전 인근에 주·정차를 삼가주길 바란다. 소화전 주변 5m 이내에 주·정차를 하면 단속 대상이 되고 실제로 각 소방서에서 주기적으로 단속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개의 시민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하면 제한된 수량으로 방수작업을 한다. 그러
6·4지방선거가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인물 위주로 지역을 위해서 헌신 봉사할 수 있는 후보자를 선출하여야 한다. 지방자치는 정당이 지향하는 정책이 아닌 지역주민이 바라는 사업을 충실하게 추진해갈 수 있는 후보자 선출이 중요하다. 공명정대한 선거가 이루어져야 하며 위법자는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 16일까지 선관위에 정식 후보 등록을 마치고 20일간의 공식 선거운동을 한다. 이번 선거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지역 안전문제의 이슈가 전면에 떠오르고 있다. 해가 갈수록 선거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국민이 늘어나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투표율이 저조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권자는 적극적인 투표를 통해서 올바른 일꾼을 선출하여야 마땅하다. 이번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인해 조용한 선거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제 지방선거가 정당정치의 놀음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주민들의 논의를 통해서 올바른 후보자를 선출하여야 된다. 세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인천시와 경기도의 단체장선거도 정책이행 능력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선출하여야 할 것이다. 지방선거가 그 지역의 축제가 되어 주민이 화합하고 토론에 참여하는 형태로 변화돼야 한다.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이력과 경력을 논의
결국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산업재해 피해자 측에 공식 사과하고 요구사항을 전격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삼성의 태도 변화를 환영한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1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질환으로 투병중이거나 사망한 직원들의 가족과 심상정 의원 측에서 4월9일 제안한 것에 대해 전향적으로 수용하고, 당사자와 가족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행스런 일이다. 이에 따라 사태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특히 지난 4월 9일 유가족과, 관련단체인 반올림, 심 의원 측이 제안한 제3의 중재기구 제안을 수용하고 중재기구에서 보상기준과 대상 등 필요한 내용을 정하면 그에 따르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그동안 피해 당사자 및 가족의 아픔과 어려움에 대해 소홀했다며 진작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점을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그동안 다수의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투병하는 등 삼성전자의 백혈병 산업재해에 대한 비난과 분노가 국민들 사이에 뜨겁게 일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산업재해 판정을 극도로 꺼렸다. 기업이미지 때문이다.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는 2007년…
오늘은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꼭 한 달째 되는 날이다. 우리는 한국 현대사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역사적 사건을 지금 경험하고 있다. 해방 이후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단일 사건에 이렇게 온 국민들이 슬퍼하면서 분노하고, 절망한 때가 있었던가? 세월호가 침몰하는데 선원으로서의 기본적인 책임을 망각하고 탈출한 선장과 선원, 침몰하는 세월호 가까이 가서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배 속의 어린 학생과 시민들을 구조하지 못한 해양경찰, 취약한 해상구조 구난 체계, 시간이 지나면서 밝혀지고 있는 기업과 관료사회의 문제에 분노하고 슬퍼하고 실망하고 있는 것이다. 20세기 시스템 운영되는 한국 사회 21세기에 한국사회는 대전환기에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는 이를 깨달지 못하고 20세기 사회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 왔다. 19세기, 20세기 한국사회는 근대 국민국가 건설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다. 19세기 말 한국 역사는 외세의 침략을 막아야 한다는 과제 달성에 실패하여 식민지로 전락하였다. 그러나 20세기 전반 한국인들은 독립을 위해 피나는 투쟁을 하였고, 그 결과 독립을 쟁취하였다. 20세기 후반 한국사회는 민주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