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이맘때쯤,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었다. 일제의 치하에서 고통 받고 억눌려 지내던 조선인들에게 ‘각시탈’을 쓴 영웅이 나타나, 위로와 희망을 준다는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였다.
나는 평소 드라마를 즐겨 보지도 않고 공부하는 수험생의 입장에서 일분일초가 아까울 때였지만, 때마침 방영되던 그 드라마는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상을 통해 당시를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애환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고, 우리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마음을 더욱더 키워갈 수 있었다.
우연이었을까. 보훈공무원이 되어서 내가 처음으로 맡은 업무 중에 하나가 바로 독립유공자와 그 유가족 분들을 예우하는 일이었다. 공무원으로서 어떤 일이든 중요하지 않은 일이 없겠지만, 나는 내가 맡은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되었고 또한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무척 감사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국민을 최고로 예우하는 것이야말로 그 공훈에 대한 보답을 하는 것, 즉 보훈이며 또한 그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애국심을 함양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보훈은 대한민국의 과거·현재·미래입니다’라는 문구처럼 과거 우리 보훈대상자들의 희생과 공헌이 헛되지 않도록 그분들을 예우하고 지원하는 정책을 넘어 이제는 국민의 나라사랑정신을 함양하기 위한 체계적인 제도를 마련하는 것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
6월은 현충일이 있고, 6·25전쟁과 제2연평해전이 일어났던 ‘호국보훈의 달’이다. 아직까지도 일부 사람들은 정부기념일이나 국경일을 그저 하루 쉬는 날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보훈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가까운 데에서부터 출발한다. 돌아오는 현충일에는 경건한 마음으로 가족과 함께 근처의 현충시설을 찾아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며 의미 있게 하루를 보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