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엔 1학년을 담임했다. 초등학교 1학년이란, 무슨 볼일들인지 고물고물 끝없이 기어 다니는 개미들 같고, 뱅글뱅글 맴도는 앙증맞고 야단스런 풍뎅이 같은가 하면, 팔랑거리며 날아다녀봤자 잡히는 순간 가루로 바스러질 나비 같았다. 그런 것들에게 아침자습은 무슨… 교장이 쳐다보거나말거나 교감이 잔소리를 하거나말거나 아침부터 함께 놀았고, 엄마들이 와서 투정을 하거나말거나 공부는 하는 둥 마는 둥 수업시간에도 번갈아 무릎에 앉힌 채 세월을 보냈다. 고것들은 받아쓰기를 시켜도 서로서로 보여주며 사이좋게 지내는 걸 과시했고, 글자를 채 익히지 못한 친구를 찾아다니며 일일이 정답을 확인해주는 열성을 보였다. 그 개미·풍뎅이·나비 중에 남루하기 짝이 없는 어느 교회 집사 부부의 아들 녀석도 들어 있었는데, 녀석은 주제에 내 무릎을 전용(專用)으로 쓰고 싶어 했다. 그해 겨울 전근을 가게 되었고, 이듬해 어느 날 그 학교를 찾아갔을 때, 아이들은 변함없이 나를 반겨주었는데, 녀석만은 인사도 하지 못한 채 펑펑 눈물만 쏟았다. 썰물처럼 아이들이 다 돌아간 뒤에도 떠나질 못했고, 마침내 한마디 말도 못한 채 흐느끼다 돌아갔을 때 누가 귀띔
지난 주말 인기드라마 ‘정도전’에서 문하시중(門下侍中)으로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이인임이 숨을 거뒀다.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으로 나라의 모든 정치를 총괄했지만 결국 또 다른 정치논리에 희생돼 비운을 맞은 것이다. 그 중심에는 조선(朝鮮) 건국의 주역 정도전(鄭道傳)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사실 고려시대 말 문하시중의 권한은 드라마와 달랐다. 권한이 매우 미약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6조의 장관과 역할이 거의 비슷했다. 다만 그들의 수장으로서 문서를 최종적으로 처리하는 역할만 달랐다. 때문에 국사를 제대로 이끌지도 못했다. 그래서인지 정도전은 조선 건국 초기 재상의 권한을 강화해야 나라가 잘 다스려진다는 논리를 강하게 폈다. 정도전은 ‘재상론(宰相論)’에서 “재상이란 위로는 왕을 보필하고, 아래로는 백관을 통솔하며 만민을 다스리는 사람”이라 규정하고 ‘권한’을 이렇게 강조했다. “재상은 왕을 실질적으로 대행하는 사람이다. 정치를 잘못해 변고가 일어날 경우, 왕 혼자 책임지는 게 아니다. 재상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 재상은 하늘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재상의 자리는 이처럼 막중하다. 따라서 정권은 하루라도 재상에게 있지 않
세월호 참사에 대해 책임을 지고 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전격적으로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정 총리는 세월호 참사 발생 12일째인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의를 밝혔다. 정 총리의 입장에서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사고초기 대응과 수습과정에서 나타난 숱한 문제들에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아마도 사퇴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시기가 문제였다. 아직도 실종자를 찾지 못한 가족의 절규에 잠을 못 이루었다는 그의 심정에서 사퇴 결심을 읽을 수 있다. 나아가 박근혜 정부가 안고 있는 국정운영의 난맥상에 대해 책임을 진 것으로도 보인다. 청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진작 책임지고 물러나고자 했으나 사고 수습이 급선무이고 사고 수습과 대책 마련이 책임 있는 자세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자리를 지키는 것은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해 사고 직후부터 사퇴를 결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사고를 통해 우리 사회 곳곳에 다양한 비리와 잘못된 관행들이 오랫동안 뿌리박혀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게다가 정부와 공직사회의 계속되는 혼선 등 무능하고 안일한 긴급대응 태세를 여지없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성남FC 감독을 맡으면서 화려하게 돌아온 노장 박종환 감독이 또다시 폭행 논란에 휘말려 감독직을 자진사퇴했다. 박 전 감독은 지난 16일 성균관대와의 연습경기 도중 성남 김성준과 신인 김남건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구단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16일 오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과 성균관대의 연습경기 중 박종환 감독이 미드필더 김성준과 신인 김남건의 안면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렸다’는 내용의 글이 실림으로써 표면화됐다. 성남 자체 조사결과 ‘신체적 접촉’이 확인됐다. 본보 보도(17일자 18면)에 의하면 박 전 감독은 구단 조사에서 “해당 선수들에 대한 신체적인 접촉을 한 점을 인정하고 해당 선수에게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을 했다”며 “구단의 제재 조치에 무조건 따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두 선수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잘 하라는 의미로 이마에 꿀밤을 1∼2대씩 때렸을 뿐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논란이 일면서 22일 ‘선수들의 경기력을 독려하기 위함이었지만, 적절하지 않은 행동임을 인정하고, 해당 선수들과 그 가족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며 모든 책임을 진다’며 자진사퇴했다. 그러나 그는 사퇴…
슬픔을 무한으로 연장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개인이나 사회나 인간의 삶은 언제나 참기 어려운 아픔을 안고 역사를 이어간다. 아픔을 자신의 몫으로 떠안은 사람들에게 그 아픔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지워지지도 잊을 수도 없는 것이게 마련이지만…, 인간들은 그것으로 삶을 끝내지 않는다. 아니 끝내서는 안 된다. 만일 그것이 아픔에 대한 유일한 대안이라면 “산다”라는 사실뿐 아니라 “아프다”라는 사실조차 아무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이제 이 사회가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실종자 수색의 연장과 선박인양 여부를 결정하고 수개월에 걸쳐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다. 사고 책임을 져야할 기업에 대한 민·형사상의 절차가 진행될 것이고 보상 합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관련 공직자들에 대한 문책도 있을 것이고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몇 가지 조치들이 따르겠지만 사건 처리의 직접적인 과정은 아니다. 마침 지방선거가 목전이어서 여·야 간에 얼마간의 정치적인 멱살잡이도 예상되지만 이 또한 이 사건의 필요적인 처리 절차
한반도가 통일되려면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북한에 대해 모르고 지나 온 시간이 반세기나 됐다. 앞으로 통일을 위해 정치·사회·문화적 차이 등에 대해 소통(대화)으로 극복해 나가야 한다. 특히 폐쇄돼 있는 북한의 사회제도는 많은 이질감이 내재하고 있어 초기에 극복하는 게 통일의 지름길일 것이다. 2013년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실시한 통일의식조사에서 ‘통일이 필요하다’는 질문에 50대 이상은 62.7%, 20대는 40.4%로 연령이 낮을수록 통일에 대한 인식이 낮아졌다. 정부는 1988년에서 2008년까지 북한에 대규모 지원을 했지만 북한주민의 마음을 열진 못했다. 또 대북지원을 둘러싼 정치권갈등과 보수·진보 간 이념전쟁으로 현재까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제협약(ICCPR)이 규정한 북한의 인권기준을 보면 모든 부문에서 인권실태는 억압적 상황이라고 했다. 북한은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집단주의를 바람직한 가치관으로 보고 있다. 또 경제는 기본적으로 사회주의적 소유제도의 토대를 둔 계획경제체제다. 북한의 ‘사회주의적 소유제도’란 생산수단과…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꼴불견 1순위인 운전자 행위는 운전 중 피우던 담배꽁초를 창밖으로 던지는 사람이었다.우리 국민들에겐 정작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 기초질서 지키기가 아닌가 묻고 싶다. 서울 근교의 지방도로 국도를 지나다 보면 행락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봉투가 여기저기 떨어져 있고 남이 안 본다는 확실한 믿음? 속에 차 밖으로 던지는 온갖 쓰레기에 지역주민들은 격분한다. 음식쓰레기는 물론 망가진 가전제품까지 요즘은 휴일과 밤 시간을 이용해 버린다고 하니 서울 근교에 쓰레기 매립장이나 혐오시설 건립을 반대하는 현상을 지역 이기주의만으로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먹을 것도 다 싸오면서 갈 때는 쓰레기만 버리고 간다는 원주민들의 푸념 속에서 서울 행락객을 보는 지역주민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요즘 정치개혁이니 규제개혁이니 하며 우리사회를 밝고 투명하게 하자는 움직임이 한창이다.이 사회를 변혁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일이 이 시대에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줄 숙제인 것처럼 몸에 배인 질서의식 하나만이라도 정착되길 바란다.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있다.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주먹 쥐고 외치며 한번에…
IT 리뷰 삼성전자 갤럭시S5 이달 초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S5’(4G LTE)를 사용해봤다. 갤럭시 S4가 출시된지 1년만에, 갤럭시 노트3가 출시된지 7개월만에 등장한 플래그십 제품이다.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모델은 상반기에는 일반 갤럭시 모델이, 하반기에는 노트 모델이 출시되고 있다. 갤럭시 S시리즈는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2억대 이상 판매되며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이번 제품의 캐치프레이즈는 ‘당신의 새로운 감각’. 여기서 말하는 감각은 하드웨어적·소프트웨어적 변화를 최대한 줄이면서 모바일폰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도록 만들어진 것을 의미한다. 과연 모바일폰 본연의 기능을 얼마만큼 부각시켰는지 그 느낌을 적는다. | 도움주신 분 | 삼성전자(www.samsung.com/sec) 다나와(www.danawa.com) 크롬 테두리· USB 포트에 덮개 국제규격 방수·방진 기능 첫 탑재 후면 커버 ‘차별화’ 그립감 좋아 1600만 화소 아이소셀 방식 카메라 밝고 풍부한 색감 표현 ‘기대 이상’ 세계 최초 ‘다운로드
나라 전체가 그렇지만 특히 사고 당사자들은 지금 이른바 ‘멘붕(멘탈 붕괴)상태’다.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그들과 직·간접적 관련이 없는 안산시민들도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며 말이 없어졌다. 평소 흥청거리던 밤거리는 조용하다. 안산 중앙역 앞거리 등 시내 곳곳엔 실종된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시민들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그 가운데 안산 중앙역 앞 희망의 줄에 설치된 글귀가 가슴을 찌르고 눈물샘을 자극한다. ‘어두운 곳에 있게 해서 미안해. 부디 무사히 돌아와 줘. 수학여행 끝났으니까 어서와.’ 그렇다. 이 땅의 어른들은 그저 미안하고 부끄러울 뿐이다. 수학여행이 끝났어도 돌아오지 못하는 아이들, 차갑고 어두운 바닷물 속에서 애타게 가족과 친구를 그리워하고 있을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우리는 모두 죄인일 뿐이다. 사고가 났지만 신속히 구조하지 못했다. 제일 먼저 승객들을 챙겼어야 할 선장을 비롯한 선박직 선원들은 승객보다 제일 먼저 안전하게 탈출했다. 오히려 나이어린 임시직 여성승무원이 자신의 구명조끼를 학생에게 주는 등 끝까지 승객들을 챙기다 희생됐다. 젊은 여교사는 아이들을 탈출시키고 자신은 끝내 물에 갇혔다. 사고 발생 후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