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수원에 산다. 인구 115만의 전국 최대 기초지자체인 수원시는 내 고향이다. 40년을 넘게 살아온 고향은 말 그대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지만 아직도 변함없이 수도권의 한 변방이다. 경기도의 도청 소재지라고는 하지만 말 그대로 서울에 치이면서 인천의 상전벽해를 지켜본 사람들에게 수원은 차별의 산물 그 자체다. 대부분의 수원시민들이 그렇듯이 1997년 울산광역시의 탄생과 맞물려 수원도 광역시가 될 거란 기대는 정치논리에 사그라졌지만, 그래도 한줄기 희망의 빛은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후 15년 넘게 흐른 지금 수원의 공무원 1인당 주민수는 428명으로 213명인 울산의 배가 넘는다. 당연히 등본 한 장 떼기 위해 관공서에 가도 눈치 보며 줄서서 기다려야 하고, 민원에 대한 대답이 늦어도 일에 치이는 공무원들이 차마 안쓰러워 그냥 묵묵부답으로 참는 게 다반사다. 그래도 수원사람들은 참 양반이다. 한번쯤 떼도 쓰고 이렇게 해 달라 할만도 한데 순진하게 또 ‘인센티브’라는 말에 수원·오산·화성 통합에 기대를 걸었다가 정치적 이기심과 결과만 통보받은 여론조사결과에 통합이 물 건너가도 또다시 꾹 참는다. 그리고 중앙정부도
수원을 연고로 하는 프로축구팀 ‘수원 삼성블루윙즈’에 볼거리가 추가됐다. 지난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북한 국가대표팀으로 출전한 ‘인민 루니’ 정대세 선수가 입단해서다. 그는 단단한 체구에 파괴력 있는 돌파와 득점력으로 일본 J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그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정대세는 지난 월드컵에서는 경기 직전 북한국가가 흘러나오자 뜨거운 눈물을 흘려 주목을 끌었다. 그 해 9월에는 미국거주 한국인 유학생들이 그의 눈물을 주제로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화제가 됐다. 이 작품은 “평화를 가장 잘 전하는 동영상”이라는 평가 속에 미국의 권위 있는 인터넷 잡지 ‘와이어드’가 주최한 대회에서 대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정대세라는 이름에는 한국과 북한, 그리고 일본이라는 3개국의 흔적이 혼재돼 있다. 늘 웃는 정겨운 얼굴이어서 그늘이 없어 보이지만 일본에서 태어난 외국인이라는 차별을 이겨내야 했다. 또 남한국적이었음에도 조총련계 학교에 다니면서 겪은 정체성 혼란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정대세는 그런 혼돈을 뚫고 월드컵에 출전한 세계적인 축구선수로 어릴 적 꿈을 실현했다. 어린 시절부터 장래 꿈을 쓰라면 ‘조선 축구국가대표’라고 적었다는 정대
작년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34개 OECD국가 중 32위라는 소식을 들었다.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불황의 깊은 골로 인해 꽁꽁 언 서민들의 마음은 겨울철 쌓인 눈처럼 좀체 녹지 않는 듯하다. 이렇듯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에도 이웃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이 있어 소개하려 한다. 남양주시 별내면 소재 한 부동산에는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규칙이 있다. 그것은 부동산 중개수수료의 5%를 계약자 명의로 기부하는 규칙이다. 작년 한 해 이런 방식으로 기부된 금액만 66만5천원이었다. 이 부동산에서 거래를 하면 예외 없이 누구나 자동으로 기부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화도읍에는 월 1회 짜장면을 1천원씩 판매하는 행사로 마련된 금액을 기부하는 중국요리집이 있다. 손님들은 싼값에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좋고, 판매대금은 이웃돕기에 사용되니 더 좋다. 배를 두드리며 문을 나서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한 식당은 외식하기 어려운 형편의 이웃을 초청해 월 1회 외식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매월 1일에 발생한 수익금의 10%를 기부하기도 한다. 그 옆 동네에 있는 한 치과는 임플란트 치료비의 3%를
소풍 /박병두 갓바위로 소풍 가면 술래잡기, 보물찾기를 하다가 비를 맞아 젖은 도시락 먹으며 우정을 키웠다. 교련복을 입고 행군하여 우황리 앞바다에 도착하면 무거운 혁대 벗고 수통의 꼭지 열어 바닷바람을 맞고 땀을 식혔다. 부글부글 국물이 끓는 포장마차에서 떠나간 여인의 이름을 부르면서 우리는 사연을 키우고 추억을 남겼다. 곤곤한 술기운들로 무서운 화학선생님 곁으로 소주잔 건네면, 봄날의 소풍은 만점이 되었다. 이별하고 싶지 않은 그리운 것들이여, 공룡화석이 남아 있는 그곳은 지금은 관광지가 되어 서울사람들을 불러모은다. 기러기들이 떼를 이루던 우황리 해변 그곳으로 소풍 가고 싶다. -리토피아 겨울호에서 소풍 가는 날이 기다려지던 시절도 있었다. 만국기 휘날리는 교정에서의 운동회도 추억 중의 추억이지만 먼 들길 산길 걸어 걸어서 계절의 자연 속으로 뛰어드는 소풍도 나름대로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온갖 장사꾼들이 동행하여 모처럼 마음껏 군것질을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였으니 어린 마음에 그보다 더 좋은 날이 또 있으랴. 다 자란 후에 그 시절 소풍지를 돌아보면 대부분은 씁쓸하다. 특히 어린이들이 줄어들어 시골이 피폐해지면서 문 닫은 초등학교도 있는 판이니…
우리사회에서 재벌은 ‘외계인’이다. 재벌은 1960년대 이후 외국차관과 수입물자 배정 등의 특혜로 탄생했다. 이후에도 각종 특혜를 받으며 공룡으로 성장한 재벌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치외법권’을 누리는 ‘귀족’으로 변신했다. 이제는 정치권을 향해 “정권은 유한하지만 재벌은 영원하다”는 말로 협박마저 서슴지 않는다. 특히 태어날 때부터 재벌인 오너 2세와 3세들의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5공자’, ‘7공자’로 불리며 자기들끼리 이너서클을 만들어 연예인과의 염문, 해외도박, 마약 등으로 수많은 물의를 일으켰다. 단지 핏줄 때문에 오너 자리에 앉아 손가락 하나로 직원들의 생사를 가르고, 검은 장갑을 낀 채 아들을 때린 이를 납치해 폭력을 휘둘렀다. 심지어 직원을 몽둥이로 패고는 ‘매값’이라며 수천만원의 수표를 쥐어주는 태생적 한계를 보였다. 오너 2, 3세는 태어나면서부터 은수저를 물고 나와 거칠 것 없는 인생을 살아온 탓인지 자신과 타인에 대한 잣대가 다르다. 세상은 능력 있는 사람이 우대받고, 법은 공평하게 집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단, 자신들은 제외하고. 요즘 법원 때문에 재벌 오너들이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비싼 변호사를 선임하면 웬만한 문제는 ‘경제에 기
渡易水 역수를 건너며 -荊軻형가 風蕭蕭兮易水寒(풍소소혜역수한) 바람은 쓸쓸하고 역수(易水)는 차구나 壯士一去兮不復還(장사일거혜불부환) 대장부 한번 떠나면 다시 오지 않으리 探虎穴兮入蛟宮(탐호혈혜입교궁) 호랑이 굴을 찾아서 이무기 궁으로 들어가네 仰天噓氣成白虹(앙천허기성백홍) 하늘을 우러른 외침이 흰 무지개를 이루었구나 형가는 협객이나 자객의 대명사로 불린다. 자기를 믿어주는 이를 위해 목숨을 불사하는 충의의 상징이기도 하다. 연나라 사람으로 진시황을 암살하고자 태자 단의 부탁으로 장도에 오를 때 읊은 시이다. 얼마나 비장했으면 곡을 듣는 이들의 머리카락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겠는가. 끝내 암살에 실패하고 죽임을 당했다. 두 다리가 잘리고도 비수를 던졌으나 기둥에 박히고 만다. 형가라는 이름은 현대인들이 함부로 입에 올리기도 두려운 이름이 되었다. 살아 그런 친구 하나 만나거나 그런 이의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조길성 시인
지난주 나로호 로켓이 과학위성을 탑재하고 엄청난 불기둥을 내뿜으며 창공을 총알같이 날았다. 그 커다란 덩치가 강력한 힘으로 솟구치는 비행은 오, 쾌재(快哉)였다. 제반 사회적 이슈가 그저 그렇고 뭐 신나는 일도 별로 없는데, 그날만은 속도감을 눈으로 확인하니 너무나 시원시원하였다. 마의 9분을 비행하여 고도 300km에 과학위성을 올려놓았다. 수평거리로는 2천km 이상을 날아갔다니 눈 깜빡하는 사이 세상이 변했다는 옛날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했다. 성공했다. 그 위성은 지구를 하루에 10번 정도 공전한다고 했는가? 태양전지판 날개를 달고 우주를 날고 있는 ‘에리다누스 새’다. 과학의 힘은 참으로 놀랍다. 세상은 그렇게 지구촌화되었다. 글로벌시대다. 물론 선진국은 제반 시스템이 우리보다 한참 앞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것을 우리가 전수받으려면 별 수 없이 한참이나 지나야 받을 수 있다. 선발 선진국과 후발국의 차이점이겠다. 그래서 우리의 인재들이 선진국에 가서 여러 가지 문물을 배우고 돌아와 우리의 형편을 혁신하려 한다. 혁신해야 산다. 30년 전 1980년대엔 자가용 보급이 미미할 때였다. 당시 2륜차 오토바이의 인기는 대단하였다. 자
그리스신화에 보면 아들딸 낳는 대로 뱃속에 다시 넣어 과보호 하는 크로노스 신이 있다. 그래서 과보호를 크로노스 콤플렉스라 하여 로마클럽은 ‘문명 붕괴의 문명병’으로 경고까지 하고 있다. 자녀 과잉보호는 심각한 사회문제 소위 ‘헬리콥터 부모’라고 불리는 현대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지나친 과보호는 많은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금의 우리나라 부모들은 어쩌면 이러한 크로노스 신과 같이 자신의 자녀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필자는 이러한 과잉보호가 현재 한반도의 가장 심한 환부가 아닌가 싶다. 그토록 극기민속(克己民俗)이 발달한 나라였는데 말이다. 옛날 서울의 어머니들은 아들이 열 살이 되면 삼각산(三角山) 백운대를 오르게 하여 그 정상의 아슬아슬한 뜀바위(決斷岩)를 함성을 지르면서 뛰어넘게 하여 고통과 위험과 겁을 이겨내는 정신력을 길러 주었다고 한다. 문헌에 의하면 안평대군도 이 백운대에 올라 뜀바위를 뛰어넘었고, 수양대군은 그 이웃에 있는 노적봉에 올라 담력을 길렀다고 한다. 왕실에서도 과보호는 없었던 것 같다. 시골에도 극기민속이 꽤 다양하게 퍼져 있었다. 열 살이 되면 일종의 소년집회소라
국회의원과 광역·기초의회 의원의 해외연수는 필요한가? 우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평범한 시민도 견문을 넓힐수록 안목이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면, 국민과 시민의 대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시대에 걸맞게 의정을 펴려면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날수록 좋다. 그래야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한 상상력도 향상될 수 있다. 모든 시민이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 왜 이들의 해외연수에 국민들의 질타가 쏟아지는가? 그 이유를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외면하는 의원은 대표의 자격이 없는 후안무치한 자들이라 욕을 먹어도 싸다. 경기도의회가 5일 본회의에 상정된 ‘경기도의회 의원 공무국외여행에 관한 조례안’을 부결시켰다. 지금까지 툭 하면 불거졌던 관광여행, 골프여행, 게이쇼 관람여행 논란을 일소하고 앞으로는 제대로 된 해외연수를 해보도록 하자는 소박한 제안마저 짓밟은 것이다. 조례안은 이미 운영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외부심사위원 구성 비율과 심의의결 기준 등에서 원안보다 크게 후퇴한 상태였다. 이조차도 못 받아들이겠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조례안이 왜 발의됐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의원은 자치와 민주주의의 걸림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에서 당선됐다고 다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