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제약사가 반품 의약품의 유통기한을 변조해 재판매 해오다 적발됐다.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가 파악한 이 업체의 변조 의약품 수만 해도 100여 가지에 이르고 액수도 4억4천만원어치가 넘는다. 이 업체는 2003년부터 10년 간 이런 ‘재포장’ 판매를 해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 2005년에 반품된 약품의 제조일자를 최근으로 고친 사례가 적발됐다. 제약공장 내에 비밀창고를 만들고, 반품된 약품을 쌓아 두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살균처리도 하지 않은 상태로 새 통에 담아 새 날짜를 찍어 출고하는 식이었다니 괘씸하기 짝이 없다. 의약품은 전문적인 영역이라 소비자는 생명과 건강을 제약사, 병의원, 약국에 맡겨야 하는 을 중의 을일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을 악용하는 관련자는 가장 무거운 죄로 처벌해도 시원치 않다. 반품된 의약품을 이렇게 재유통 시킨 업체가 과연 이곳뿐이었는지 의심스럽다. 설령 이곳만 그랬다고 할지라도 해당 의약품을 취급한 병의원과 약국 어느 곳에서도 그동안 신고가 없었다는 점도 한숨이 나온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를 적발해내지 못했다는 사실은 심각하다. 식약처는 지난해 이 업체를 현장 실사하고도 불법행위를 알아채지 못 했다. 제도적으로
세계문화유산은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되어야 할 현저한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일람표에 등재된 문화재다. 우리나라엔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창덕궁 ▲수원 화성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 ▲조선왕릉 ▲한국의 역사마을:하회와 양동 등 9곳의 문화유산이 있으며 자연유산으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등이 있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 가운데 국내의 세계문화유산을 모두 꿰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니, 절반이라도 외우고 있는 이는 드물다. 2010년 문화재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 중 절반 정도가 국내에 있는 세계유산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좀 더 나아졌겠지만 이것이 우리국민들의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이다. 그런데 국민들뿐만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의 경우도 이보다 낫지는 않다. 지금 세계문화유산 주변에는 정비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는 노후불량 건물들이 많다. 이로 인한 문화유산의 경관 저해와 이미지 훼손이 심각하다. 그런데다 주변은 개발제한으로 슬럼화 됐다. 그렇지만 주변 정비와 문화재 보수·복원에는 막대한 사업비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감당하기는 어렵다. 그
최근에 되새겨볼 만한 두 가지 일이 있었다. 외고와 국제고 등에서 해외 유학반 담당교사를 수년 간 했던 친구와 오랜만에 만났는데, 얼마 전에 사표를 냈다는 것이다. 많은 이유가 있지만 꿈이 없는 아이들을 보는 게 힘든 점 중에 하나라는 것이다. 해외 유학을 계획하는 아이들에게 꿈이 없을 리가 있냐고 반문하자,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꿈이 없는 아이들이 안타깝게도 많다는 것이다. 친구는, 꿈이 있지만 형편이 어렵고 정보가 부족한 아이들의 진학 지도를 하는 새로운 일을 계획 중에 있었다. 친구와 오랜만에 가슴 뛰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 하나는, 혼자 발달장애 아들을 키우고 있는 지인과의 대화이다. 중학교 3학년 나이가 된 아들은 최근에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어렸을 때는 허리디스크로 쩔쩔 매는 엄마, 그리고 위암수술을 크게 받은 할아버지를 보고 고쳐 주겠다고 하더니, 요즘은 여자 친구가 아프면 고쳐 주겠다는 걸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 엄마는, 실제로 아들이 의사가 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지만 ‘꿈깨!’라고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아들이 의사가 되고 싶다고 할 때, 실제로 의사가 될 수 있는지는 그녀에게 중요하지 않다는…
윤흥길은 <장마>라는 소설로 주목받은 바 있다. <장마>는 나(동만)의 시각을 통해 한국전쟁 당시에 한 가족이 국군(외삼촌)과 빨갱이(삼촌)로 갈리면서 생기게 된 갈등을 해소한 작품이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느 날 ‘나’의 집에 국군인 외삼촌의 전사 소식이 전해진다. 이에 외할머니와 어머니는 정신적인 충격을 받게 되고, 외할머니는 삼촌이 숨어 있는 건지산을 향해 “빨갱이는 다 죽으라”고 저주를 퍼붓는다. 이로 인해 사돈 사이인 할머니와 외할머니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그리고 아들의 돌아오기를 바라던 할머니는 용하다는 무당의 말을 믿고 삼촌이 돌아온다고 확신하며 삼촌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그러나 무당이 삼촌이 돌아올 거라고 말한 그날이 되었지만 삼촌은 나타나지 않고 구렁이가 나타난다. 구렁이를 목격한 할머니는 졸도하고, 외할머니는 구렁이가 삼촌의 현신이라고 믿으며 할머니를 대신하여 구렁이를 잘 배웅한다. 졸도에서 깨어난 할머니는 외할머니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두 할머니는 자식을 잃은 어머니가 된 자신들의 처지를 서로 위로하며 화해하게 된다. 그리고 지루하던 장마도 끝난다. 소설…
지퍼 /박후기 나는 밤마다 지퍼를 열고 몸만 빠져나오고 혀는 아무 때나 지퍼를 열고 몸 밖으로 빠져나온다 이 악물고 살아라, 죽기 전 아버지가 말했다 출처-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 / 2009 / 창작과 비평사 자본의 확대재생산에 복무하는 온갖 종류의 직업들, 그 사이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오염된 폐수들, 인간중심적 기계문명 속에서 우리는 매일 매일 몸의 지퍼를 열고 닫는다. 몸속에 들어있던 말들이 폐수처럼 쏟아져 나올 때가 많다. 범람하고 있는 말들이 서로에게 상처로 남을 때가 많다. ‘몸’의 은유는 ‘말’이다. ‘말’의 은유는 몸을 움직이게 하는 ‘마음’이다. ‘마음’이 전하는 말들이 비수로 남는 일들이 매일 매일 많아진다. ‘이 악물고 살아’야 할 일들이 많아진다. /권오영 시인
중국 청나라 4대 강희제는 61년이라는 제위 기간만큼이나 많은 35명의 아들을 낳았다. 그중 24명의 이름이 윤(胤)자로 시작한다. 맏아들이란 뜻이니 모두 장자같이 행동하라는 의미이리다. 황태자는 장자 윤제였다. 그는 책봉과 폐위를 반복하다가 차자 윤잉에게 넘어간 후 세상을 떠났다. 윤잉도 폐위되었고 이후 형제들 간의 암투는 격화되었다. 1722년 강희제가 죽었다. 대권은 4자 윤진에게 돌아갔다. 그가 5대 옹정제이다. 그에게는 학자라는 찬사 외에 ‘냉철하고 잔인한 독재자’라는 닉네임이 붙어 다닌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강희제는 원래 14자 윤제에게 대권을 넘겨주려 하였는데, ‘傳位十四子’에서 十을 于로 바꾸어 윤제가 4자 윤진으로 바뀌었다는 음모이다. 한문에는 이러한 경우에 于보다는 於를 쓰는 것이 어법에 맞는다. 그럼에도 이 소문은 끊임없이 옹정제를 괴롭혔다. 그는 황위에 오르자 자신에게 도전했던 8자 윤사에게 40항의 죄목을 들어 유폐시키고 ‘아기나’라 부르게 하였다. 아기나는 만주어로 ‘개’라는 뜻이다. 그는 별칭답게 처참하게 죽었다. 9자 윤당에게는 28항의 죄
지명 얘기 또 해야겠다. 사람에게 이름이 있듯 땅에도 이름이 있다. 우리가 부르기 어렵고, 듣기에 거북하고, 뜻마저 좋지 않은 이름을 가졌으면 어떻게 할까? 대부분 법원의 개명 신청을 선택한다. 인지상정이다. 일제 강점기 민족말살정책인 창씨개명이 좋은 사례다. 광복과 함께 일본에 빼앗겼던 자신의 이름을 대부분 되찾았다. 한데 지명은 다르다. 생겨날 당시의 지형, 역사, 경제생활, 행정제도 등 유래를 담고 있어야 할 우리 지명에 아직도 일본식 지명이 버젓이 존재한다. 수원시 일왕(日旺)저수지가 좋은 사례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 지방행정구역을 통폐합하면서 황(凰), 왕(旺) 등 그들이 선호하는 한자로 바꿨다. 전자가 천황의 이미지를 심기 위한 것이라면, 후자는 일본(日)의 왕(王)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일왕저수지는 후자에 해당한다. 덩달아 저수지 인근의 삼거리 이름도 일왕이라는 이정표를 달고 있다. 현재 시청사 내 홍보관 지도에도 일왕저수지로 표기돼 있다. 본래 이름은 뭘까. 수원시와 수원문화원이 1999년 발간한 수원지명총람에는 언급이 없다. 단지 송죽동 안내지도에 저수지 이름으로 표시돼 있고, 송죽(松竹)의 한글이름인 솔대를 설명하는 내용에 ‘일
의사를 상징하는 것 중 청진기만큼 강력한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의사 하면 곧 청진기며 청진기 없는 의사는 생각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만큼 의사와 청진기는 불가분(不可分)의 관계다. 청진기는 주로 심장과 폐에서 나는 소리를 듣는 의료기구다. 청진기가 없었던 18세기에는 이런 소리를 들으려면 의사가 환자의 몸에 직접 귀를 대고 청진을 해야 했다. 청진은 그리스 시대에 히포크라테스가 환자의 몸에 자기의 귀를 대어 체내의 음을 직접 청취한 데서 비롯된 방법이다. 그러나 여성 환자의 경우 청진부위가 매우 민감한 부분으로, 벗은 가슴에 직접 귀를 대야 하는 의사들은 진료 때마다 난처함을 겪기 일쑤였다. 흉곽내과의 창시자로 알려진 프랑스 의사 르네 라에네크(1781~1826)는 1816년 어느 날 놀이터에서 어린아이들이 긴 막대기의 양끝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으며 놀고 있는 것을 보고 무릎을 쳤다. 이에 영감을 받은 그는 병원으로 돌아와 바로 종이를 둥글게 말아서 환자의 가슴에 댔고 심장소리를 명확하게 들을 수 있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3년 후 1819년 길이가 9인치(22Cm), 직경이 1인치(2.5Cm)인 대롱 청진기를 개발해 흉부의학의 역사에 혁
■ ‘과천축제’ 25일 팡파르 풀잎이 한결 선선해진 바람에 ‘이젠 좀 살 것 같다’며 몸을 살랑살랑 흔들어댄다. 그 풀잎에 사뿐히 내려앉은 고추잠자리도 그네를 타며 한낮의 한가로움을 즐긴다. 높고 푸른 하늘을 머리에 인 관악산은 그 자태가 도도하고 무더위를 가르고 요란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던 매미는 그 울음이 그쳤다. 밤은 토실토실 잘도 여물어 장터에 얼굴을 뾰족이 내밀었다. 번다한 일상생활을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과천축제는 한낮에도 바람결이 제법 시원해졌다고 느껴지는 딱 이맘때 나비처럼 날아와 시민 품으로 살포시 안긴다. 연륜을 더할수록 농익은 맛이 나는 과천축제가 오는 25일부터 29일까지 열린다. 제17회 과천축제에 초대받은 극단들이 어떤 작품을 들고 거리란 공간에 펼쳐놓아 시민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안겨줄지 개막에 앞서 알아본다. 국내 공식 참가작 올해 국내작은 13개 작품 중 9개가 초연이란 점과 한국배우가 동시 출연해 이해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지지리 궁상’은 남자 무용수들이 부산 특유의 거친 질감과 역동성으로 인생을 논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