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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권력의 속성-김정은 운명은…

 

중국 청나라 4대 강희제는 61년이라는 제위 기간만큼이나 많은 35명의 아들을 낳았다. 그중 24명의 이름이 윤(胤)자로 시작한다. 맏아들이란 뜻이니 모두 장자같이 행동하라는 의미이리다. 황태자는 장자 윤제였다. 그는 책봉과 폐위를 반복하다가 차자 윤잉에게 넘어간 후 세상을 떠났다. 윤잉도 폐위되었고 이후 형제들 간의 암투는 격화되었다. 1722년 강희제가 죽었다. 대권은 4자 윤진에게 돌아갔다. 그가 5대 옹정제이다. 그에게는 학자라는 찬사 외에 ‘냉철하고 잔인한 독재자’라는 닉네임이 붙어 다닌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강희제는 원래 14자 윤제에게 대권을 넘겨주려 하였는데, ‘傳位十四子’에서 十을 于로 바꾸어 윤제가 4자 윤진으로 바뀌었다는 음모이다. 한문에는 이러한 경우에 于보다는 於를 쓰는 것이 어법에 맞는다. 그럼에도 이 소문은 끊임없이 옹정제를 괴롭혔다.

그는 황위에 오르자 자신에게 도전했던 8자 윤사에게 40항의 죄목을 들어 유폐시키고 ‘아기나’라 부르게 하였다. 아기나는 만주어로 ‘개’라는 뜻이다. 그는 별칭답게 처참하게 죽었다. 9자 윤당에게는 28항의 죄목을 들어 역시 유폐시키고 ‘사스헤(돼지)’라 부르도록 했다. 그도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옹정제의 생모는 만주 황기사람 우야씨로 그의 동복(同腹) 형제가 14자 윤제이다. 그는 어릴 적부터 이복형제들과 잘 어울렸다. 이것이 미웠던지 옹정제는 윤제에게 강희제의 무덤 지키는 일을 시킴으로써 사실상 유폐시켰다. 윤제는 건륭제 즉위 후에야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근자에 만주족의 고향 랴오닝성에서 옹정제 ‘황위 찬탈’의 진실을 밝혀줄 강희제의 유서가 발견되었다. “넷째 아들은 인품이 남다르고 생각이 깊어 대권을 이을 만하다”고 만주어와 몽골어로도 쓰여 있다. 진실이 이러했건만 권력의 속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일화이다.

권력은 부모도 죽인다. 로마의 폭군 네로는 권력을 나누려는 모친 아그리피나를 모질게 독살하였다. 수양제는 부친 문제와 형을 독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력은 자식도 죽인다. 인조는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다가 천주교를 신봉했다는 이유로 장자 소현세자와 임신한 며느리 강씨를 잔인하게 독살하였다. 영조가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참혹하게 살해한 것은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당나라 3대 고종의 후비였던 측천무후는 대권을 잡기 위해 자신의 친아들을 포함한 세 아들을 독살하였다. 스스로 제위에 올라 나라 이름을 주(周)라 바꾸고 뤄양(洛陽)으로 천도하여 15년간 다스림으로써 중국 역사 유일의 여제가 되었다. 중국 삼국시대 이후 서진 시기 사마염의 후손 8명 혈육들의 피바람이 난무한 권력쟁탈전을 ‘8황의 난’이라 하나니, 권력 앞에서 혈육은 남만도 못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단적인 예이다.

30세 김정은의 후견인은 고모부 장성택이라 한다. 위의 예를 보면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권력이라 할 수 있다. 고모 김경희의 위독설이 계속 나오는데 그의 사망 후 장성택은 어떠한 선택을 할지 알 수 없다.

김일성 빨치산 동지의 후예들, 곧 태자당은 김정은을 언제까지 받들 수 있을까. 현재까지는 김일성의 위대한(?) 그림자가 표면적으로는 위력을 발휘하는 듯하다. 혹시 김정은이 얼굴마담은 아닌지 궁금하다. 사실이라면 얼굴마담은 언제까지 갈까. 이후의 북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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