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법도 법이다.’와 같은 법언(法諺·법 관련 격언)만 해도 으스스한데, ‘법 위의 법’이라는 헌법(憲法)이 있단다. 계엄-탄핵 사태에 어문학적으로 헌법을 톺아보자. 요즘은 ‘군사경찰’이지만, 예전에 헌병(憲兵)이라면 높고 낮은 계급의 장병들이 괜히 떨었다. 물론 그 이름은 왜놈들 치하의 찌꺼기(잔재)였다.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법재판소에 울려 퍼진 선언, 국민과의 약속을 헌 신발짝 삼은 권력에게 저 위엄은 추상이었다. 그래서 또 떠올리게 되는 장면이다. 헌재는 헌법을 다룬다. 헌병의 ‘헌’도 그 憲자다. 썩었다 싶으면 가을 서릿발처럼 대통령도 패대기치는 ‘어마무시’한 헌재의 시간이 다시 왔다. 다음은 헌법의 (사전적) 의미다. - 국가 통치체제 기초에 관한 근본 법규의 총체. 국가의 법의 체계적 기초로서 국가 조직, 구성 및 작용에 관한 근본법이며 타 법률이나 명령으로써 변경할 수 없는 최고 법규다... 憲자의 고대로부터의 뜻은 ‘법규(法規)’ 보다는 보배우는(보고배우는) ‘모범’에 가까웠다. 배우고 따라야 할 ‘길의 이치’ 즉 도리(道理)의 개념으로 생성(生成)돼 쓰였다(고 본다). 오늘날 憲의 훈(訓)과 음(音)은 ‘법 헌’이다. 法의 한 가
또다시 을사년(乙巳年)이다. 1785년 조선의 대기근, 1905년 대한제국 외교권 강탈, 1965년 대한민국과 일본국 수교 등 을사년마다 국가미래의 변곡점(inflection point)이 있었다. 우연인가 필연인가. 21세기 첫을사년이 “을씨년스럽”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먼저 우리 자신이 누군지를 알아야 한다. 우리는 한국사람이다. 태어난 때와 장소는 달라도 배달민족의 후예다. 부모와 성은 달라도 고유문화와 전통을 이어받은 역사적 존재다. 반만 년 전부터 동북아에 터 잡아 살면서 때로는 대륙으로 때로는 해양으로 들고나며 선진문물을 주고받은 사람들의 자녀다. 여러 왕조의 흥망성쇠에도 예의(禮義)를 잃지 않았고, 법(法)과 무(武)보다 덕(德)을 소중히 한 민족이다. 이런 토양에서 위민(爲民)·애민(愛民)·여민(與民)을 실천한 성군(聖君) 세종(世宗. 1397-1450)이 나왔다. 조상들은 지정학적으로 대륙과 해양, 유목과 정착, 농경과 상업 등이 뒤섞이는 오묘한 땅에 나라를 건국했다. 이(異)민족의 지배를 받거나 이(異)문화에 휩쓸린 때도 있었지만 독립국의 자유민으로 대대로 살았다. 3·1운동과 기미(己未)독립선언(1919) 이후 임시의정원과 임시
부동산 사업가 출신의 ‘워싱턴 정계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년 만에 화려하게 귀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새로운 미국 우선주의의 시대’를 선언했다. 가뜩이나 국내 정치 불안정이 깊어진 시점이다. 4년 만에 다시 무대에 등장한 지구촌 최대 강골 지도자의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 앞에 우리는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변해야 살아남는다. 급변하는 상황에 영리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나라의 운명이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2017년부터 4년간 제45대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DC의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중앙 원형홀)에서 47대 대통령으로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트럼프는 취임사에서 “미국의 황금기는 이제 시작”이라며 집권 1기 취임사와 마찬가지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다시 국정 철학으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우리는 세계에서 본 적 없는 가장 강력한 군대를 건설할 것”이라면서도 대외 군사개입을 자제하는 ‘트럼프판 신고립주의’를 선언했다. 트럼프는 “내 가장 자랑스러운 유산은 피스메이커(평화중재자)이자 통합자일 것”이라고도 했다. 백악관 개편된 홈페이
[ 경기신문 = 황기홍 기자 ]
지난 2024년은 유례없는 폭염, 가뭄, 홍수, 태풍 등 기상이변으로 인해 지구촌은 무척 힘든 한 해를 보냈다. 피해 규모도 커서 유엔기후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기금의 구체적 제도화를 뒷받침하는 기반이 되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여름도 역대급의 폭염과 관측 이래 최장의 열대야로 기후 위기가 어떤 것인지를 체험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대체로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한 관점은 갈등하는 상반된 두 가지 논쟁으로 설명해 볼 수 있겠다. 기후 위기론과 기후 음모론이 그것이다. 우선 기후 위기가 지구를 종말로 몰아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곧 기후 위기론자들의 핵심 논리다. 이들은 경제발전보다 환경보호가 우선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산업 발전과는 대치점에 서 있다. 선진국에서도 다소의 논란이 있지만 개발도상국들은 ‘죽느냐 사느냐’라고 하는 경계에 처해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대표되는 이산화탄소가 줄어들지 않는 한 지구는 금세기 안에 종말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21세기 접어들어 세계적인 흐름을 조성하며 UNFCCC를 통해 기후 위기를 둘러싼 세계 기구와 각국 정부의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의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젠슨 황은 지난 1월 6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인공지능(AI) 로봇의 대중화가 챗GPT처럼 시작되었다”라면서 ‘피지컬 AI시대’를 선포하였으며 AI 로봇개발 플랫폼인 코스모스를 공개하여 관심을 끌었다. 엔비디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이 핵심기술로 부상하면서 AI 반도체 세계시장을 80% 이상 점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올해 1월 3일 시총은 3조 5,380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엔비디아는 한국 기업과도 밀접하다. SK하이닉스는 TSMC와 손잡고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와 똑같은 혁신가인 젠슨 황의 말 한마디 파괴력은 크다. 그는 산업변화 흐름을 잘 읽고 있다. 세상은 이미 로봇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AI 반도체도 챗GPT 중심에서 AI 로봇 시대로 이전되고 있다. 이는 AI 반도체 기술이 언어모델 중심에서 피지컬 기능 쪽으로 급속하게 발전한다는 뜻이다. 엔비디아는 AI 개발 프로그램인 쿠다(CUDA)를 오픈소스하여 AI 반도체 시장을 제패했으며 이제 코스모스 무료 제공을 통해 로봇 대중화를 앞당기려고 한다. 쿠다
경기도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올해 1분기에 총 11조 원 집행 등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신속 집행 목표를 설정하고 공공부문 지출 확대에 나섰다. 대통령 탄핵 시국 등 해를 넘기며 깊어지고 있는 정치적 불안정과 국내외 경제 상황 악화에 따른 민생의 피폐가 척박한 환경을 형성하고 있다. 경기도가 절박한 상황에 맞춰서 예산을 공격적으로 집행하기로 한 것은 적절한 판단이다. ‘선택과 집중’의 지혜를 발휘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어내길 기대한다. 도는 2025년 상반기 신속 집행 목표를 65%, 약 20조 원으로 상향(정부안 64%)했다. 특히 1분기에 35%, 약 11조 원 집중 집행으로 저소득층,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지원은 물론 민생경제 회복과 경기활성화사업에 우선 지원해 도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신속 집행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시·군 재원으로 활용되는 조정교부금을 조기에 교부하고, 1분기 신속 집행 우수 7개 시군에 특별조정교부금 총 65억 원을 인센티브로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건설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비 50억 원 이상 대규모 공공 투자사업 중점 관리를 위해서는 경기도 신속 집행 추진단에 공공 SOC 추진반을 신설한다. 경기도가 전국 지
한국의 정치상황에 가려서 그렇지 프랑스의 시국도 엄청나게 시끄러운 모양이다. 지난 해 마크 롱이 낙점한 중도 우파 성향의 미셸 바르니에 총리를 트로츠키 주의자 출신의 극좌 장 뤽 멜랑숑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대표가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과 담합해 불신임안을 성사시켜 몰아 낸 것이다. 이들은 마크 롱 대통령의 퇴진까지 몰아 붙였지만 마크 롱은 다시 중도 우파인 프랑수아 바이루를 임명해 고비를 넘겼다. 나치즘을 옹호하는 마린 르 팽의 국민연합에 왜 사회주의자인 멜랑숑이 협조하는지, 이쯤되면 뭐가 뭔지 모르게 되는 상황이다. 정치는 늘, ‘앞단의 이야기들을 복잡하게 만들어’ 전체 이야기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 프랑스 경제난이 대중들의 불만을 고조 시키고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것이 모두 이민자 탓, 자국의 노동권을 훼손시킨 탓이라는 식의 마린 르 팽의 주장은 ‘앞 단을 흐리게 하는’ 선동일 뿐이다. 프랑스 경제난의 본질은 신자유주의 노선으로 치닫고 있는 세계 자본주의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신자유주의 노선은 자국 우선주의로 강화되고 있으며 미국의 새 대통령 트럼프가 보란 듯이 그걸 실현하려 하고 있다. 이민자 억제, 계층 계급에 대한 차별적 경제 정책
다들 여행을 간다. 침대에 편히 누워 세상 온갖 정보를 접하고 경험할 수 있는 현시대에도, 여행 인구는 늘고 있다. 필자 또한 여행을 좋아한다. 길고 짧은 일정, 국내외 할 것 없이 떠나고 싶다는 갈망이 가슴속에 늘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갈망은 어김없이 여행지에서의 만족감으로 이어지며 여행이 끝나는 것을 아쉬워한다. 우리는 왜 이렇게 여행을 좋아할까? 도대체 무엇이 사람들을 여행길로 이끄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피의 행위일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를 느끼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또 다른 이유로는 낯선 환경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은 호기심과 모험심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여행은 해야 할 일을 잠시나마 하지 않아도 되는 ‘휴식’의 개념에서 사랑받는 것 같다. 여행이란, 결국 우리에게 ‘지금은 괜찮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라고 다독여주는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남들도 그러하듯(아마도) 좋아하는 만큼, 자주 가지는 못한다. 잘 생각해 보면, 좋아하는 행동과 그 행동을 하는 빈도수가 일치하지 않다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운동을 좋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