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들은 별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편의시설들이지만 장애인들에게는 높고 험한 산, 급류가 흐르는 강이다. 장애인들은 분명 우리사회의 구성원인데도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없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도 접근이 어렵다. 사소한 부분까지 보다 더 각별한 보살핌이 필요하지만 이 사회는 아직도 장애인들에게 친절하지 않다. 차별은 지금 이 시간 우리나라 곳곳에 존재한다. 장애인에게만 국한된 불편이 아니다. 어린이·노인·임산부 등 ‘일시적 장애인’들은 시설물 이용, 이동 등에 불편을 느끼고 있다. 이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Barrial Free)을 만드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과제다. 그래서 제도화한 것이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다. 이 제도는 2015년 법제화, 공공건축물에 대한 BF인증이 의무화됐다. 2015년 개정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에 따라 시군에서 신축하는 공공건물은 장애인 등이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의무적으로 한국장애인개발원 등으로부터 계획·설계·시공·관리 여부 등 BF 인증을 받아야 한다. 장애인등편의법 제10조의2제
새해 극장가는 영화 '노량'으로 뜨겁다. 임진왜란을 종결하면서 적탄에 쓰러지는 이순신 장군과 병사들을 본다. 7년 전쟁의 피해는 참혹하다. 다시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지금 한반도에는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2023년 12월 노동당중앙위 8기 9차 전원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북남관계는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전쟁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 더 이상 한국을 '대화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지 않겠다. 종전 ‘우리민족 제일주의’는 ‘우리국가 제일주의’로 대체하고,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하겠다"고 하였다. 남북관계는 다시 얼어붙었다. 그동안 우리의 대북기조는 ‘하나의 민족’ 위에 세워져 왔다. 한민족공동체, 분단체제, 통일은 대박이라는 것이 모두 그러하다. 1991년 9월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1991.12.13.)에서도 남북한 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된 ‘특수관계’라고 규정하였다. 그러나 최근 남한 사회에서도 두 개의 국가를 인정하자는 소리가 고개를 든다. “북한과 헤어질 결심을 해야 평화가 온다”는 것이다. 199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중소·벤처기업 투자 육성을 위해 추진하는 ‘경기도 G-펀드’의 2023년 신규 조성액이 3178억 원을 돌파해 단년도 최대 규모를 달성하는 등 기대 이상으로 순항 중이다. 편드 조성이 빠르다는 것은 높은 신뢰와 기대치를 정확하게 반영한다. 창업이나 기업 운영에서 자금은 인체의 혈액에 비유된다. ‘경기도 G-펀드’가 효율적 투자에 허점이 없도록 충실하게 운용돼 지역 경제 도약의 소중한 마중물 사명을 다해주길 기대한다. 2026년까지 1조 원을 조성할 계획으로 지난해 2월 23일 비전 선포 및 협약식을 열고 출발한 ‘경기도 G-펀드’는 도내 중소·벤처기업의 투자 기회를 넓히는 투자 마중물 용도로 조성하는 펀드(투자조합)다. 경기도는 지난해 스타트업, 스케일업, 경기북부 균형발전, 미래성장 분야로 나눠 펀드를 조성했다. 달성된 4개 분야 펀드 조성액 3178억 원은 당초 목표인 1200억 원의 약 2.6배이자 단일 연도로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스타트업 펀드(1~3호)는 1370억 원 조성됐다. 자금난을 겪는 창업기업을 중점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스케일업 펀드는 500억 원이 조성됐다. 연구개발(R&D)·설비 확장 등…
북한산 등산길에서 자주 보던 소나무가 있었어요. 바위들 틈에서 자란 그 나무는 수령은 꽤 된 듯 여겨졌지만 척박한 환경 탓인지 키가 2미터도 채 못 되었지요. 어느 해인가 그 소나무를 무심히 살피다가 아래쪽에 달린 엄청나게 많은 솔방울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어요. 그 전과도 달랐고, 근처 다른 소나무하고도 전혀 달랐거든요. 나무의 영양 상태가 꽤 나쁜 편이었어요. 어느 해인가 지인의 농장에서 이상한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고추밭을 돌아보다가 지인이 말했어요. “이 고추들 좀 봐. 내가 요즘 바빠서 물 주기를 소홀했더니 아래쪽으로 수두룩하게 고추를 달았어. 하찮은 생물도 종족 보존의 본능은 강한가 봐. 척박해지니까 새끼들을 이렇게 많이 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생률이 0.72명으로 떨어지면서 세계적 관심거리가 됐죠.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Ross Douthat)는 얼마 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한국의 급격한 출산율 저하를 놓고 “중세유럽에서 흑사병이 창궐했을 당시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한 바 있어요. 이대로라면 ‘지방소멸’은 불 보듯 뻔하고, ‘국가소멸’까지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지구촌의 인구는 매초 4.3명이 출생하
우리 헌법은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다. 의회가 내각을 구성하는, 즉 의회 권력을 장악해야 행정 권력도 장악할 수 있는 내각제는 권력의 융합이 특징이다. 반면 의회 권력과 행정 권력이 각각 독립한 대통령제에서 권력은 분산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통령제는 다소 변형되어 입법부 구성원, 즉 국회의원이 내각에 참여하기도 한다. 대통령과 의회는 모두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된 권력이다. 국민으로부터 정당성을 부여받은 두 권력을 칭해 이원적 정통성이라 한다. 정당성을 부여받은 두 권력이 서로 다른 정당에 속하는 경우(여소야대) 국정의 운영이 교착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다. 반면 두 권력이 같은 정당에 속한다면(여대야소) 견제의 기능이 약화되어 행정부의 독주가 우려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국정이 마비되거나 행정부 독재로 나아가는 최악에 이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통령과 의회 모두 서로를 견제할 수 있는 현명한 장치가 마련되어있기 때문이다. 거부권은 대통령이 의회를 견제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다. 의회가 입법권을 통해 대통령의 권한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면 대통령은 해당 법률을 거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절대적인 거부권은 아니다. 의회가 거부권의 행사로 재의…
정치학을 강의하는 선생으로 2023년 가장 기쁜 소식은 영화 ‘서울의 봄’의 성공이다. 수업에서 민주주의를 설명하는 것보다 한 편의 영화 효과가 엄청났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학생들도 열광하고 질문이 쏟아졌다. 고마운 일이다. 서울의 봄과 비슷한 일이 남미의 칠레에서도 발생했다. 1970년 칠레는 살바도르 아옌데 후보를 선택함으로 세계 최초의 혁명이 아닌 선거로 사회주의 국가를 탄생시켰다. 아옌데는 만성적인 칠레의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주력 산업인 구리 광산과 은행을 국유화했고 부자들의 토지 소유를 규제했다. 공공재산 확보, 남녀동일임금제, 전국민 기초생활임금제, 어린이 무상급식 등으로 사회주의 정책을 실현해 나가자 미국과 다국적 기업은 방치하지 않았다. 미국은 보유하고 있던 구리를 세계시장에 대량 방출함으로써 국제 구리가격을 폭락시켰고 노조에 잠입한 프락치들은 노동자들의 파업을 유도했다. 특히 안데스산맥을 끼고 있어서 철도보다 트럭 운송이 주류였던 칠레에서 트럭기사노조의 파업은 치명타였다. 드디어 1973년 박정희를 존경했던 참모총장 피노체트는 미국의 지원으로 쿠데타로 대통령 궁을 공격했다. 경호원들에게 아옌데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희들은 떠나라
구리시의회가 방정환문학상 시상식 예산 28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고 한다. 최근 경기신문 보도(‘구리시·문화재단, 백경현 공약 발목 잡기에 발끈’)에 따르면 시의회는 지난 해 제331회 제2회 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2024년 구리시에서 개최될 제34회 방정환문학상 시상식 예산을 모두 삭감, 행사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방정환문학상 시상식에 대한 담당 공무원의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것이 삭감이유였단다. 구리시와 구리시문화재단에서는 ‘백경현 시장 공약사업에 대한 발목 잡기’ ‘시장의 공적이나 업적을 깎아내리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판단한다. 방정환문학상 시상식 예산은 2800만 원이다. 상금이 2500만 원이고 나머지 300만 원은 운영비로 사용된다. 지역이나 대학축제에 초청하는 유명가수 한명의 출연료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라서 시 재정에 큰 타격을 준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구리시가 추경에 다시 올린다고해도 의회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전체 의원수 8명 중 야당의원이 5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방정환문학상 시상식이 구리에서 열리게 된 것은 방정환 선생 묘소가 망우리역사문화공원에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정치테러가 발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 가덕도 방문 중에 지지자를 자처한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흉기피습을 당해 중상을 입었다. 사라졌던 정치테러가 재발했다는 사실에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이런 후진국형 정치테러는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 범행의 배경을 낱낱이 밝혀내는 것은 물론 총선 국면에서 재발할 여지를 강력히 차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작금의 극단적인 ‘정쟁’ 풍토에 대한 정치권의 치열한 반성과 혁신이 절실하다. 사건은 이 대표가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범인이 순식간에 달려들면서 발생했다. 머리에 파란 종이 왕관형 모자를 쓴 한 남성이 접근한 뒤 취재진을 뚫고 이 대표에게 접근해 갑자기 목을 향해 흉기를 찌르는 모습이 촬영됐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머리에 ‘내가 이재명’이라고 쓰인 왕관 종이 모자를 쓴 이 남성은 “사인해주세요”라며 취재진 사이를 뚫고 들어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10여 분 정도 현장에 그대로 쓰러진 채 구급차를 기다렸다가 부산대학병원으로 이송됐고, 다시 헬기 편으로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현장에서 즉각 제
막내딸이 바삐 출근길 차에 오를 때 나는 말했다. ‘오늘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딸에게 새 아침 희망적이고 활기찬 언어적 에너지를 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서재로 돌아와 벽면 해돋이 사진을 본다. 2000년 새 아침은 지리산에서 맞이했다. 아침이라서 새로운 영혼으로 천 년의 새 아침 빛을 가슴으로 맞이하고 싶었다. 아침 기도를 하고 촬영하기 좋은 산봉우리 바위 곁에서 니콘 카메라를 목에 걸고 서서 해 뜨는 순간을 기다렸다. 운해 속에 떠오르는 아침 해를 카메라 앵글 속으로 찰칵찰칵! 끌어들였다. 셔터 동작소리가 아침 산 공기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때의 사진을 보고 있는 것이다. 사진 아래 검은 부분은 산이요. 중심과 위로는 붉은빛이다. 산 능선의 중간 조금 낮은 중심에는 계란 노른자 빛 태양이 똥그랗게 떠 있다. 해는 멀리서 길을 내고 온 듯 연한 빛이 강물의 곡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자신의 삶을 챙겨보고 새로운 구실과 각오를 다짐하는 순간, 맑아 눈부신 세상에 서 있으면 내 가슴도 맑아져 하얘지는 것 같았다. 순백이 주는 순수한 영혼의 피가 도는 것을 느끼는 것 같았다. 새아침 환한 흰 빛으로서의 고요, 맑음, 그 깊이, 무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 성경의 한 구절이다. 새해가 시작되는 첫날, 이 구절을 떠올리며 2024년을 새롭게 다짐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들은 새해 첫날이 무척 설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그러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찬 새해를 함께 꿈꾸어보자는 요청을 드리고 싶다. 1월 1일은 새해의 시작. 이는 어디서 기원한 것일까? 로마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Jules César)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인들은 이날을 야누스 신에게 바쳤다. 양면의 얼굴을 한 야누스. 하나는 과거, 다른 하나는 미래를 상징했다. 그러나 새해의 첫날은 시시각각 바뀌었다. 카페왕조 시절에는 부활절이, 샤를마뉴 시절에는 크리스마스가 새해의 첫날이었다. 그러나 1622년 교황 그레고리오 15세가 1월 1일을 새해의 시작으로 다시 설정했다. 이는 종교 축제 일정을 단순화하기 위해서였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나라가 새해를 똑 같이 시작하는 건 아니다. 세상은 스물 네 개의 시간대로 나뉘어 있다. 따라서 나라별로 자정 시간이 다르다. 새해 일출을 가장 먼저 보는 곳은 뉴질랜드, 마지막으로 보는 곳은 하와이와 프랑스령 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