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같은 학년에서는 비슷한 일주일 시간표를 운영한다. 반은 달라도 하루에 배우는 과목이나 내용은 동일하게 맞춘다. 매년 2월 즈음에 교사들이 모여서 한 주 시간표를 어떻게 운영할지 정하거나, 학년 부장이 반별 시간표를 결정해서 공유하면 다른 교사들이 틀에 맞춰 비슷하게 짠다. 드물지만 매주 회의를 통해 모든 시간표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일 년에 한 번 시간표를 정하든, 매주 한번 시간표를 정하든 암묵적으로 지켜지는 규칙이 있다. 체육은 가급적 1교시를 피하라. 길지 않은 교사 경력이지만 체육을 1교시에 고정해 둔 시간표를 보거나 짠 적이 없다. 아침부터 운동장에서 수업하는 장면을 보는 건 드문 일이다. 체육 전담교사나 스포츠 전문 강사가 아닌 담임교사가 체육 수업을 하는 경우에 특히 그렇다. 체육은 보통 점심 먹고 잠이 쏟아지는 5교시나 햇빛이 너무 강하지 않은 오전 어느 때에 하는게 일반적이다. 처음 교사가 되어서 동학년 회의에 들어갔을 때 50대 초반의 교사 경력 30년 차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귓가에 생생하다. "1교시에 체육하면 애들이 너무 산만해져서 안돼." 다른 선생님들께서도 격렬한 활동 후에 아이들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주일도 남지 않았다. 코로나 한파에도 수험생들이 준비한 만큼 제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아무쪼록 큰 탈 없이 시험이 치러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번 수능은 어느 해보다 우리 자녀들의 아품이 깊게 배어있는 시기에 치러지는 것 같아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우선 올해 수능 응시생이 재수생을 합쳐 49만3천여명(2000년 86만명)이다. 사상 처음으로 50만명 밑으로 떨어졌는데, 우리나라 출산율의 현주소를 다시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정상적인 공교육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수능 포기자가 더해졌고, 더욱 안타까운 것은 교육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으로 고3 재학생에 대한 모의평가가 있었는데 성적 중위권학생들이 줄어드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한다. 아무래도 경제적 여건이 받쳐주는 상당수 상위권들은 코로나로 인한 공교육 공백을 사적 영역으로 메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집안형편이 그렇지 못한 수험생들의 경우는 교육의 사각지대에 내몰리게 돼 학력저하로 이어진다. 경제적 중산층이 붕괴되는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또 이번 수능은 상대적으로 재
서울에서 자유로를 타고 가면 편도 왕복 8차선의 넓은 도로 위에 적힌 생소한 이정표가 보인다. 직진 화살표와 함께 적힌 지명은 ‘개성’이다. 그 화살표를 따라 개성공단으로 매일 아침 출근을 하는 남쪽 사람들을 태우고 달리던 통근버스는 이제 임진강을 건너지 못한다. 개성으로 가는 길이 막힌 자유로의 마지막 마을이 마정리다. 남에서 북으로 가는 끝 마을이고, 북에서 남으로 오는 첫 마을인 마정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것이 육중한 콘크리트로 축조한 대전차 방호벽이다. 성문처럼 버티고 선 대전차 방호벽을 통과하면 지하 주민대피소가 있다. 지난 17일 이 주민대피소 입구에 새로운 간판이 내걸렸다. ‘마정리 마을박물관 평화충전소’다. 남북대치가 첨예해지면서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닫던 2015년 ‘뭔가’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정부가 만든 대피소는 단 한 번도 쓸 일이 없었다. 5년 넘게 비어 있던 주민대피소를 단장해서 문을 연 마을 박물관의 첫 전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과 손’이다. 마을의 제일 연장자인 홍갑이 할머니(97세)와 정정순 할머니(94세)를 비롯한 스물아홉 분의 손 석고상은 마정리 사람들의 고단했던 삶을 보여준다. 더러 지워지고 끊긴 자리
초안 큰스님의 본명은 송만석(1926~1998)이며 승려 생활을 하다가 1950년 6.25전쟁에 육탄용사로 참전한 국군용사다. 전쟁 전에 사병으로 군복무를 마쳤고 전쟁이 발발하자 하사로 재입대하여 ‘육탄용사’가 되면서 상사로 승진했다. 민첩하고 달리기에 능한 실력으로 5사단의 旗手(기수)가 되었다. 태극기를 가슴에 간직하고 적의 탱크를 수류탄으로 무찔렀다. 6.25전쟁을 온몸으로 겪어내는 과정에서 총상을 입었고 육군병원에서 ‘명예제대 제1국’으로 전역했다. 전역후 1954년에 경기도 양주 오봉산 석굴암으로 들어와 승려생활을 이어갔으며, 폐허가 된 석굴암에 움막을 짓고 불사에 일생을 바쳤다. 6.25전쟁 중 전사하여 오봉산에 즐비해 있던 군인들의 시신을 매장하거나 화장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총상으로 인해 자주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보훈신청을 하지 않아 자비로 진료비를 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이었으나, 초안스님은 혼자 묵묵히 해냈다. 이후 불사에 매진하는 동안 군법당을 건립하고 군포교에 전념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초안스님의 유일한 제자이자 현재 석굴암 주지인 도일스님이 보훈처에 보훈등록을 신청하였으나 직계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접수조
노화는 마모가 아니라 마침입니다. 마칠 수 없는 삶처럼 고달픈 게 또 있을까요. 그런 점에서 노화는 생각의 종결이자 살아내는 일의 마침입니다. 다만 예상치 못했던 마침이 불쑥 던져질까 걱정되는 건 사실입니다. 준비되지 못한 노후처럼 마침 또한 그러하다면 당혹스러울 일입니다. 두 해 전에 처음 통풍을 앓았습니다. 요관을 막은 돌(결석)을 체외충격파로 부수며 통풍의 원인이 신장에 있음도 알게 되었지요. 오른쪽 신장에만 십여 개의 돌이 생겼는데 신장 기능이 떨어져 노폐물(요산)을 걸러내지 못한 결과입니다. 작년에는 갑상선에 이상이 생겨 낭종 치료를 받았고, 최근에는 참기 힘든 복통에 시달리다 병원을 찾아야 했습니다. 위 내시경 시술과 함께 간과 췌장을 초음파로 검사하였습니다. 위가 아니라 간이나 담낭에 결석이 생겨도 복통에 시달릴 수 있음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뿐이겠습니까. 돋보기안경을 벗으면 책을 볼 수도 글을 쓸 수도 없습니다. 치아야 뭐 덧붙일 필요도 없겠지요. 허우대만 말짱하지 걸어 다니는 종합병동인 셈입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처음 예방주사를 맞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병’ 혹은 ‘병원’이라는 단어는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두려움의 뿌리에는 병을 앓다 일찍
코로나19가 일상을 바꾸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활동도 침체기다. 정부도 민간도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경제활동 주요지역의 유동인구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경제침체에도 이를 대체하는 활동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체재 기능의 대표적인 곳이 골목상권이다. 송리단길, 용리단길, 연리단길, 행리단길 등이 대표적이다. ○리단길이라고 하는 골목상권은 전국에 30∼40여 개에 달하고 있다. 골목상권은 크게 지역 또는 장소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커뮤니티 기반과 자본의 유입으로 운영되는 특수목적 골목상권으로 구분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골목상권이 심상치 않다. 커뮤니티 기반의 골목상권보다는 특수목적 상권에서 특히 그렇다. 이 현상은 비단 현재가 아니다. 작년 골목상권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경리단길에서 이미 나타났다. 경리단길의 문제는 이미 언론이나 방송에서 여러 차례 다룬 적이 있다. 우리 사회를 이루는 모든 것은 생애주기가 있다. 인간의 생명뿐만 아니라 제품, 관광지도 마찬가지다. 골목상권과 유사한 관광지 생애주기는 버틀러(Butler)의 이론이 일반적이다. 시간에 따른 관광객의 변화 등을 기초로 총 6단계(탐색, 참여, 개발, 강화, 정체, 쇠퇴 및
“안녕하십니까. 저는 방금 전까지 뉴스를 진행한 인간 앵커 OOO가 아닌, 사이버 공간에만 존재하는 AI(인공지능) 앵커 OOO입니다.” 최근 국내 한 방송 종합편성채널이 처음으로 메인뉴스인 ‘저녁 종합뉴스’에 유명 여자 아나운서를 본뜬 AI 앵커를 선보였다. 선입견을 갖지 않고 보면 표정 등에서 약간의 어색한 부분이 있었지만 인간 앵커와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AI앵커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신기하다” “대박 진짜 같다” “소름끼친다”는 반응들을 쏟아냈다. 해당 여자 앵커도 “언젠가는 AI가 내 자리를 위협하겠구나”하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바둑 알파고처럼, AI앵커는 실제 앵커가 진행한 영상을 통해 목소리, 말투, 표정, 입모양, 동작 전부를 익히는, 이른바 딥러닝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실전에 투입돼 뉴스 원고를 10분전쯤 입력해주면 곧바로 인간 앵커와 똑같은 모습으로 뉴스를 진행한다. 스튜디오, 각종 방송 장비, 앵커 분장 등이 필요없어 비용 절감은 기본이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2~3년전부터 AI앵커를 실전에 투입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아직은 사람의 감정 등을 똑같이 전달할 수준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알파고를 시작으로 점점 인간의 안방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50년 전 평화시장 피복 공장의 재단사인 22살의 꽃보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경제발전의 어두운 그림자로 온몸에 휘발유를 붓고 죽어가며 남긴 마지막 말이다. 올해는 전태일 열사 50주기이다. 50년 전 자기 한 몸을 바쳐 인간의 존엄을 위해 열사의 분신으로 표현한 노동존중의 울부짖음에 우리는 함께 눈물 흘리고 기억하며 추모한다. 전태일 열사 피의 댓가로 우리사회는 그때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고도성장을 이루었고, 이제는 떳떳이 세계무대에서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룩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에는 아직까지도 숨은, 아니 숨겨진 전태일이 존재한다. 과연 5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노동환경은 변화 하였는가? 전태일 열사는 뜨거운 피를 우리 사회를 위해 바쳤건만 아직도 우리사회 곳곳에는 아직도 피지도 못하고 진 노동자의 꽃이 피어있다. 정부 통계자료를 보면, 작년 한 해 2020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었고, 올 상반기에도 벌써 1101명의 노동자가 죽었다.…
공자는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過猶不及)"고 말했다. 논어 선진편에 나온다. 상다리가 휘지도 않겠지만 진수성찬을 차리고도 드실 것이 없다고 나름 겸양지심으로 말하면서 내심 손님들의 칭찬을 기다린다. 결국 손님들은 상다리가 휘었다고 격찬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반드시 칭찬해야 하는 예의가 있다. 젊은 벤처사업가 2명이 납품계약을 체결하기 전날에 영국 사장님의 초대를 받았다. 스테이크가 나오자마자 사모님께 "A1소스"를 주문하였다. 아내가 남편을 주방으로 불러서 심각한 대화를 한 후에 남편이 식탁으로 돌아왔고 정중한 표정으로 영국 사장님은 이번 계약건은 취소하자 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무거웠다.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에서는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사모님이 내놓은 스테이크 소스에 대한 칭찬을 하는 것이 아주 기본적인 에티켓이다. "사모님!, 이 소스의 맛과 향은 세계 최고봉이군요. 레시피를 알려주시면 아내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이 정도의 멘트를 하는 것이 에테켓이다. 하지만 젊은 사업가는 영국인들이 전통적으로 불편해 하는 미국, 그 미국에서 만든 美製(미제)A1소스를 달라했다. 에티켓에서 많이 벗어난 일이고 계약을 파기할 정도의 실수였던 것이다
연평도 포격도발이 일어난 지 10년째가 되었다. 2010년 11월 23일 14:34분. 북한군이 연평도로 170여발의 포탄을 퍼부어 수많은 가옥이 잿더미로 변하고 해병 2명이 전사, 16명 부상하고 민간인 2명이 사망하였다. 피난민이 대규모로 발생하면서 온 국민이 잊고 살았던 전쟁 공포가 현실로 다가왔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은 한반도가 휴전 상태의 분단국가이며 북한의 무력 도발로 무고한 희생자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피부로 느낀 것이다. 정전협정이후 잊고 살았던 전쟁 공포가 남긴 상처이다. 연평도 해병대 장병들은 적들의 포탄을 뚫고 14:47에 대응 사격을 실시하여 북한 무도의 해안포 진지와 개머리 방사포 진지 부근에 탄착군이 형성되었고 북한군에게도 많은 피해를 준 것으로 분석되었다. 미국의 대북 군사전문가 조지프 버뮤데즈씨는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K9이 재 전개하여 재 장전하고 사격제원을 획득하여 13분 만에 대 포병사격을 했다는 것은 높은 수준의 개인훈련과 프로정신, 그리고 탁월한 현장 지휘관의 리더십을 보여 준 것(demonstrates a high level of individual training and professional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