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하기만 한 기자와 PD는 취업준비를 하는 학생들에게 항상 인기직종이다. 저널리즘이 강세를 띠던 시절에는 기자가, 2000년대 들어 방송영상이 문화산업의 주류로 등장한 다음부터는 PD가 전공을 불문코 최고인기 직종이 되었다. 광고종사자도 매력적인 직업으로 손꼽힌다. 이 모든걸 가르치고 공부하는 학과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과이다. 신문방송학과, 언론정보학과, 미디어영상학과 등 이름을 달리해도 같은 과를 지칭한다. 주요 신문방송사의 신입 충원현황을 보면 전공하는 학과와 직업이 매칭을 이루는건 수요공급구조상 불가능해 보인다. 더 나아가 PD와 기자 중에 미디어 관련 전공자는 생각보다 적다. 해당업무에 필요한 능력이 전공과목에서 모두 배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장기술을 주로 배우는 3년제 대학과 저널리스트와 PD로의 길을 준비하는 4년제 대학에 차이가 있다. 대학의 학과와 연동하여 가장 급격한 변화를 겪는 산업현장이 미디어 분야다. ICT 기술과 함께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대학에서 다 소화하고 가르쳐 분야별 전문성을 함양시킨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1990년대 이후 대학은 학교와 현장을 연결하여 학생들에게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을 키워주고자 실습
장마가 한반도에 길게 머물렀다. 관측 이래 최장의 장마라는 말을 들었다. 가뜩이나 코로나로 뒤숭숭한 판국에 수해까지 덮쳐 수재민들의 상처는 더 깊어졌을 터였다. 집중호우에 살림살이가 거덜 난 수재민들을 보자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그날은 러시아 최초의 여성 통치자이며 신성함이라는 뜻을 가진 태풍 ‘올가’가 올라와 내륙 전체를 물바다로 만든 날이었다. 신성함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중부지방을 때린 ‘올가’는 많은 걸 휩쓸어 갔다. 1999년 여름의 일이었다. ‘올가’가 내륙을 향해 올라오던 그 시각 우리 형제들은 평택으로 모이고 있었다. 아버지 생신잔치를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일찌감치 출발해서 내려온 터라 부모님이 계시는 일터에 머물러 있었다. 그날 오산역 인근이 폭우로 물에 잠기면서 서울을 오가는 모든 차편과 기차편이 끊어졌다.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내려오던 막내 동생은 오산역에서 발이 묶여 근방의 모텔에서 하루 묵어야 했다. 다른 동생들은 늦게 출발한 덕에 오산을 넘어오지 못하고 서울로 돌아갔다. 결국 그 날 저녁은 우리 세 사람만 둘러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저녁을 먹었다. 부모님이 폐차장 직원들 밥을 해주었던 터라 그곳에서 숙식을 하셨는데 우리도…
지난 14일, 충격적인 뉴스가 보도 되었다. 인천 미추홀구에 사는 초등학생 형제가 평소라면 학교에 있어야 했을 평일 점심, 단둘이 집에서 라면을 끓이던 중 불이 나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자 교육당국은 비대면 수업으로 교육을 진행 해야만 했고, 부모가 자녀들을 돌보지 못하는 이른바 ‘돌봄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에게 이러한 상황은 매끼 식사를 해결하려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으로 코로나 시대가 빚은 사회적 참변이라 할 수 있다. 더욱 필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일은 이미 이웃들이 그동안 3차례나 아이들이 방임 학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신고했고, 담당 구청 및 학교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에 대한 강력한 제제도 없었고, 아이들을 돌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회가 아닌 어머니의 판단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관계 당국이 손을 놓고 있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동학대 사실을 모든 기관에서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제각각 맡은 범위 안에서만 제한적으로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지난 박근혜 정권 시절, 필자는 교육부, 복지부,…
다시금 전문가들의 글을 자세히 꼼꼼히 읽어보게 된다. 기회를 얻어서 이처럼 글을 올리는 입장이 되고보니 다른 분들의 글에 관심이 가고 신문 사설도 읽어보게 된다. 그리고 하나같이 짧은 문장속에 옥수수알처럼 빼곡하게 담아내는 꼭 필요한 단어의 조합과 융합에 감탄한다.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듯 꼭 필요한 자리에 한자, 사자성어, 숙어를 재료삼아 사우디 부호들의 카펫 엮어가듯 사각과 네모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도대체 한글과 한자를 가지고 만들고 짜낼 수 있는 모자이크는 얼마나 많고 그 바닥은 얼마큼 넓은 것일까. 우선 짧은 2글자 제목이 마음에 든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두 글자 제목에서 반이상 설명한다. 시의적절이다. 제목을 보는 순간 필자의 생각 절반이 마음에 들어온다. 그리고 눈으로 문장을 살피면서 공감을 하게 된다. 현악기의 화음처럼 제목과 내용이 잘 맞아 돌아간다. 그리고 기승전결. 그렇게도 깔끔한 문장의 이어감이 마지막에서 한 잔의 사이다처럼 청량하다.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이구나. 감탄과 탄복을 하게 된다. 그런 글을 쓰시는 분이 즐비한 세상이다. 볼수록 존경심만 가득하게 하는 분들이다. 펜으로 키보드로 오케스트라 80명을 지휘하는 모습이 연상
눈 속에서도 피는 꽃이 있다. 포털에 찾아보니 ‘영원한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진 복수초(福壽草)가 대표적이다. 주목을 받는 이유는 삶에 지친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이 어렵다. 희망이 필요한 시기다. 관광과 관련된 항공사, 여행사의 구조조정이니, 폐업이라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 관광의 기반(관광매체)이 없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기반이 회복된 후 관광은 재개될 수 있다. 관광은 구성요소인 주체(관광객), 객체(관광자원), 매체(여행정보, 여행사, 항공사 등)가 유기적으로 작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그렇다고 모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지자체는 관광업계에 지원했던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코로나 시대에 발맞추어 사업을 변경하여 추진하고 있다. 국내 관광객을 유치했을 경우 여행사에 숙박비와 체험비, 차량임차비를 지원하는 대상을 20인에서 8인 이상으로 완화하고, 입식 관광식당으로 전환을 추진 중인 음식점 시설개선사업도 기존 80석 이상 규모의 식당에서 40석 이상으로 기준을 낮췄다. 축제나 행사 개최, 국내외 관광박람회의 홍보관 운영도 대면을 최소화하고 온라인 등의 비대면 방식으
세상에는 겪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아버지를 여의면 고자(孤子)라고 하고 어머니를 여의면 애자(哀子)라고 한다. 지난달 말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나서야 나는 그 깊은 의미를 어렴풋이 알아가고 있다. 고자(孤子)의 말뜻은 외로운 자식이다. 아버지를 여의고 나서 내가 의지할 곳을 잃었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다. 이제 나의 절대적인 지지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상실감에 휩싸이곤 했다. 애자(哀子)의 말뜻은 슬픈 자식이다. 어머니를 여의고 나서 지금까지 많이 울었고, 때 없이 눈물이 났다. 내가 받은 것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내가 해드린 것은 너무나 없었다. 이제 갚을 길 없는 빚을 진 슬픔을 떠안고 살아야 한다. 우리 세대의 많은 부모가 그랬겠지만, 나의 부모님도 현대사의 격변 속에서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했다. 아버님은 식민지의 백성으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만주를 오가며 목수로 성장했고, 인정받는 대목으로 성공했다.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은 다음에 아버지를 기다린 것은 독재정권의 전횡이었다. 초가집이 기와집으로 바뀌고, 양옥이 들어서는 과정에서 창업한 작은 공장이 성공을 거두는 행운을 누렸지만 의협심이 유달랐던 아버지는 반골의 정체
코로나의 폭풍속에 최근(17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뮬란’이 한국에 상륙했다.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대신해 전쟁에 참여해 나라를 구하는 전설적인 여전사를 그린 액션 영화다. 뮬란 역은 중국계 미국인 배우 류이페이(유역비)가 맡았다. 뮬란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개봉이 여러차례 연기되는 아픔을 거치면서 마침내 한국팬들을 찾게 된 것이다. 필자는 아직 영화를 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뮬란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 개봉되기 전부터 몇가지 외적 요소를 둘러싼 논란으로 국내 영화팬들의 정서를 복잡하게 흔들고 있다. 우선 주연을 맡은 류이페이와 관련해서다. 그녀는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와 관련해 자신의 SNS 계정에서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는 문구가 적힌 사진을 올려, 디즈니 계정에서 전세계 누리꾼들의 '뮬란' 불매운동을 불러일으켰다. 두 번째는 뮬란의 촬영지가 중국 신장 위구르라는 점이다. 신장 위구르는 위구르 티베트 등 중국내 소수민족에 대한 강제 수용소가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영화 제작사인 월트디즈니는 ‘뮬란’의 엔딩 장면에서 ‘촬영에 협조해준 신장 자치구 투루판시 공안당국과 중국 공산당 신장 선전부에 감사한다’
브레이크 포인트(Break Point, BP). 볼링공이 스트라이크를 공략하기 위한 최적의 입사각으로 접어들기 전 지나야만 하는 지역을 일컫는 볼링용어다. 볼을 스트레이트로 굴리는 경우를 빼고는 대부분의 볼러들은 실투가 아니라면 파울라인으로부터 37~42피트 떨어진 지점에서 볼이 꺾여 1, 3번 핀 사이로 파고 들어가 10개 핀이 한꺼번에 쓰러지는 스트라이크를 경험했을 것이다. 그 꺾여 들어가기 시작하는 지점이 BP다. 지난 1월 대구·경북지역 대규모 확산 사태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3월 1일 1062명을 정점으로 주춤하면서 4월 29일 4명까지 줄이면서 종식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5월 초 어린이날 연휴 동안 ‘이태원 클럽’에서 번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도 8월 초까지 연일 두 자릿수를 유지했지만, 광복절 이후 광화문 집회를 통해 세 번째 확산은 그 규모부터 달랐다. 지난달 103명 이후 현재까지도 세 자릿수에서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 감염된 집회 참가자들로부터 전염된 코로나19는 물류센터는 물론 학원, 노래방, 음식점 등 일상 생활에까지 파고 들었기 때문이다 시행된 거리두기 2.5단계로 음식점들은 저녁 9시 이후 배달·포장
할머니가 법정에 섰다. 죄명은 절도였다. 범행 장소는 동네 상점이었고 훔친 물건은 몇 봉지의 빵이었다. 잡혀간 경찰서에서 할머니는 며칠 째 굶고 있는 손자들 때문에 빵을 훔쳤다고 진술했다. 딸은 병들어 누웠는데 집 나간 사위는 연락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딱한 사정이었음에도 상점 주인은 처벌을 원했다. 본보기를 위해서라는 게 이유였다. 범죄 사실과 함께 범죄 동기 또한 법정에서 다시 진술되었다. 방청석이 술렁였다. 출입기자는 ‘현대판 장발장 사건’이라며 기사를 작성했고 방청객들은 판사의 선처를 기대했다. 하지만 판결문을 읽는 판사의 말투는 단호했다. 법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어서 처벌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유였다. 판사는 할머니에게 1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판결문을 다 읽기도 전에 방청석이 요동쳤다. 돈이 없어 빵을 훔친 할머니에게 10만원의 벌금형은 가혹한 처벌이었다. 벌금을 내지 못한다면 교도소에 들어가 노역을 해야 할 형편이었다. 성토의 목소리가 판사를 향해 쏟아졌다. 손가락질을 하며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를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판사는 망치를 두드려 소란을 잠재우고 나머지 판결문을 읽었다. “배고픈 이웃이 거리를 헤매는데, 나는 기름
아이들 교육용으로 나온 코딩 프로그램이 있다. 프로그램을 시작하면 겨울왕국의 엘사가 모니터 어딘가에 서 있고, 화면의 오른쪽에는 코드를 입력하는 란이 있다. 사용자가 입력한 코드에 맞게 엘사가 선을 따라 움직인다. 캐릭터를 선의 처음 지점에서 끝 지점으로 이동시켜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간다. 코딩의 초반부는 간단한 직선 이동과 정사각형 이동이라 대부분의 아이들이 쉽게 코딩 수식을 찾아낸다. 게임처럼 느껴져서 그런지 콧노래를 부르는 친구들도 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우리반 친구들이 좌절을 겪는 건 코딩의 6단계부터다. 엘사가 움직이는 각도, 회전하는 횟수, 움직이는 거리 등이 늘어나면서 코딩 수식이 길어지고 복잡해진다. 5단계까지는 틀렸을 때 한 두번 정도 수식을 수정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코딩의 6단계는 11살 아이들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노래를 부르던 아이들 사이에서 탄식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엘사가 이동하다가 어딘가에서 멈추면 코드 처음부터 전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잘못된 부분을 찾기 위해 수식을 전체적으로 다시 짜거나, 코드의 일부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반복된 코드 확인과 수정, 끝없는 실패로 지쳐가는 아이들이 생긴다. 특히 빠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