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矛盾),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에서 한 상인이 “최고의 창(矛)”과 “최고의 방패(盾)”라며 무기를 선전하자 구경꾼들이 그러면 ‘그 창으로 이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냐’고 되물어 말문이 막혔다는 일화에서 나온 말로 ‘서로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요즘 정치권은 추미애 법무장관의 아들 병역관련 특혜의혹 논란으로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다. 야당은 계속 찌르고 추미애 장관은 열심히 방어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장관으로 발탁된 이후 지금까지 현 여권으로 보면 검찰 개혁의 상징이다. 특히 인사 부문에서 추상같이 개혁이라는 칼을 휘둘렀다. 그런데 아들 병역 사건이 불거지면서 이번에는 칼 대신 방패를 잡았다. 반대로 야권에서는 칼을 잡은 모양새다. 한순간에 공수가 바뀐 것이다. 우리 정치권의 대표적인 단골 이슈를 꼽으라면 ‘병역’과 ‘위장전입’을 빼놓을 수 없다. 병역 문제는 1997년 한나라당(신한국당) 이회창 대선 후보 시절 최대 쟁점으로 부각된 이후 20년 이상 정치권의 흥행몰이 상위에 올라있다. 위장전입도 마찬가지다. 추미애 장관의 아들 논란도 경중의 차이나 법적인 잣대를 제외하고 얘기한다면 기존 정치권의 정쟁 프레임에서 한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되었다는 말이다. 뽕나무는 논밭도 아니고 산도 아닌 애매한 산기슭에서도 잘 큰다. 집에서 가까우면 농약이나 담배 냄새가 배어서 누에가 먹지 않을 것이고, 아주 멀면 아낙과 딸들이 뽕잎을 따러 가고 오는데 힘들것이니 상전의 거리 또한 적정해야 했다. 그 뽕밭이 바다가 되려면 아주 큰 비가 오거나 땅속이 요동을 쳐서 내려앉아야 가능한 일이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면 알이 깨진다. 바위는 끄떡없이 그 자리를 지킨다. 되지 않을 일에 무모하게 도전함을 말한다. 하지만 수 백년 한자리로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 한옥에 부연을 달고 기와를 올리면 당년에 추녀끝에 빗방울 자리가 생겨난다. 모두가 눈을 들어 지붕의 석가래를 셀 때에 나 홀로 고개숙여 빗물자리를 발로 밟아가며 정확하게 세었다. 이 규수는 왕비가 되었단다. 창의적 발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 다음 아름다운 꽃을 쓰라는 시험지의 답안에 벼꽃과 목화꽃이라 적은 것은 금상첨화(錦上添花)였다. 벼꽃은 곡식이고 목화는 옷이다. 연목구어(緣木求魚)란 나무에서 고기를 찾는다는 것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거나 되지 않을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역
서울의 점잖은 수필문예지에서 원고 청탁이 왔다. 전에 써 둔 수필을 다듬어 완성해놓고 청탁서를 다시 읽어보았다. 작품 아래 기재하는 약력에는 ‘출생지, 등단, 약력, 수상 경력, 메일’ 등을 쓰라고 했다. 그런데 맨 끝에 ‘근황’을 두 줄 정도 짧게 쓰라는 것이었다. 원고보다 이 청탁이 더 머리 무거웠다. ‘구례에서는 물난리로 소들이 절집(山寺)으로 피난을 떠나기도 했다. 나는 코로나19로 독방에 갇혀 생명의 뿌리를 고민하며 ‘한국인의 웃음문화’를 공부하고 있다’라고 써 보냈다. 산길을 걸었다. 산은 몸살을 앓고 숲은 수척해졌다. 태풍이 지나간 길에는 바람의 흔적으로 어지러웠다. 나뭇가지가 부러져 있고 때아닌 푸른 나뭇잎들이 떨어져 있었다. 세상살이나 자연 생명이나 호시절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어찌하여 한 달 만에 네 번의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하는 것인가. 폭우로 집이 물에 잠기니 소들이 지붕 위로 올라가 있고 절간으로 대피했다. 사람들이 실종되고 길은 끊기고… 그 상처가 가시기도 전에 그 위에 소금 뿌리듯 장마에 태풍이라니. 코로나는 사람들을 수개월 동안 두려움 속에서 몸과 마음을 지치게 했다. 그런데 지금도 ‘거리 두기와 마스크와 손 소독’에 의지하
새벽 인력시장 풍경을 그려본다. 팔 거라고는 몸뚱어리밖에 없는 사람들이 옹송그린 채 모여앉아 있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이들에게 새벽바람은 언제나 살을 에기 마련. 얼른 팔려가기를 고대하며 두리번거리는데, 봉고차 한 대가 다가온다. 시간은 이른 아침 6시, 일당 10만 원 약속받고 한 무리의 일꾼들이 뽑혀간다. 남겨진 사람들의 부러움이 산처럼 쌓일 즈음, 9시가 되니 봉고차가 다시 와 두 번째 일꾼들을 태워간다. 낙오된 이들의 입에서 나직이 새어 나오는 한숨. 오늘도 공치게 생겼다. 한데 희한하게도 그 봉고차가 12시에 또 오고 오후 3시에도 오더니 사람들을 데려가는 게 아닌가! 여기서 끝이 아니다. 5시에 와서는 그때까지도 뽑혀가지 못한 채 빌빌거리고 있던 ‘나머지’를 싹 쓸어간다. 드디어 저녁 6시, 일당을 계산할 시간이다. 사장이 관리인을 불러 이른다. ‘맨 나중에 온 사람들부터’ 챙겨주라고. 오후 5시에 온 사람들이 앞으로 불려 나간다. 쥐꼬리만큼 받겠거니 생각했는데 이게 웬일? 10만 원이다. 오, 대박! 그들보다 먼저 와서 일한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한 시간 일하고 10만 원이면, 세 시간 일한 사람은 30만 원? 오전 6시에 와서 온종일
사람이 지닌 고유한 향기는 사람의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말하는 건 자유다. 요즘 정치인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들이 막말을 쏟아내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막말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9개월째 접어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모두가 힘들 때가 아닌가. 위로하고 배려하는 말로도 부족할 텐 데 그렇다. 타인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를 가리지 않고 내뱉는 막말은 모든 이에게 공해다. 막말을 하는 이들을 보면 짜증이 난다. 세상은 혼자 사는 곳이 아니다. 상대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배려가 오가는 사회는 따뜻하다. 배려는 상황을 이해하고 타인을 생각하고 나 자신까지 살피고 나서야 적재적소에 맞게 주고받을 수 있다. 한 번 뱉은 막말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다. 인터넷에 돌고 돈다. 일찍이 다산도 “한마디 말로 하늘과 땅의 화평을 상하게 하는 경우도 있고, 한 가지 일로 평생의 복을 끊어버리는 수가 있으니, 모름지기 절실하게 점검하라”고 경계했다. 막말은 듣는 쪽보다 하는 쪽의 품위가 떨어진다. 막말은 다른 막말로 맞대응하는 것도 옳지 않다. 어떤 명분으로든 사용되어선 안 되는 게 막말이다. 막말을 못 들을 척, 남의 일이라고 상관하지 않는 것도 공범이
라디오에서 귀에 익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대 매력을 하아~ 잊을 수가 어~없네’. 나도 모르게 따라 불렀던 이 곡은 김성희라는 가수가 부른 ‘매력’이라는 노래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1982년에 발표했으니 39년이나 지난 노래다. 매력(魅力)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묘한 힘’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수많은 매력 덩어리들이 존재하고 있다. 사람, 종교, 자연, 일반 사물에까지 그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 매력이 항상 좋은 방향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음모론’이다. 음모론은 일견 그럴듯한 서사와 매력을 가지고 있다. 혹세무민하기에 좋은 콘텍스트(context)는 여기에 심취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역사 속에서 반복되고 재생산 되어 왔다. 대표적인 예가 세계의 경제와 사회, 정치를 통제하고 있다는 ‘일루미나티’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음모론은 빌 게이츠가 코로나19를 살포하였다는 주장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황당해 보이지만, 인간의 뇌가 가진 ‘확증 편향성’은 이와 관련한 정보를 취사선택하면서 자기만의 생각을 더 공고화시키는 측면이 있다. 최근 우리사회에도 이와 같은 음모론이 매력(?)을 뽐내고
“올해 안에 백신이 나오더라도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내년 말이나 돼야 가능하다.” 미국의 전염병 최고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NIH) 산하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이 최근 언론사(MSNBC)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백신이 연말을 전후해서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는 파우치 소장이 이처럼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백신이 올해안에 나온다고 해도 세계 인구(약78억명)의 상당수가 백신을 접종해야 전염을 막고 보호받을 수 있는데, 그러려면 물리적으로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1957년 10월4일 구소련은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리면서 우주전쟁에 불을 댕겼다. 지금 세계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거의 모든 나라들이 백신전쟁에 뛰어들었다. 전 인류의 문제지만 각 나라들은 WHO(세계보건기구) 등을 통한 국제공조를 외면한 채 우주전쟁을 하듯 각자도생의 길을 택하고 있다. 이른바 ‘백신 민족주의’다. 미국의 경우는 이미 모더나, 화이자 등 제약회사에 자금 지원을 하고 앞으로 나올 백신을 입도선매하려 하고 있다. 얼마 전 프랑스 기반의 글로벌 제약사인 사노피가 “백신이 개발되면 가장 먼저…
1950년 9월 15일 06시30분에 실시한 인천상륙작전 계획과 결과 및 의미를 상기해본다. 이 해 6·25일 북한군의 남친 이후 낙동강 전선에서 위기를 넘긴 유엔군은 적을 일거에 포위 격멸할 목표하에 인천상륙작전을 진행하면서 대반격작전을 전개함으로써 전쟁의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상륙작전계획은 1950년 7월 초 맥아더 장군이 그의 참모장 알몬드에게 “서울의 적 병참선 중심부를 타격하기 위한 상륙작전 계획을 고려하고 상륙지점을 연구하라”는 지시와 더불어 시작됐다. 맥아더 장군의 구상은 북한군의 전진이 계속되어 병참선이 신장될 것을 예견하고 아군을 적의 후방 깊숙이 침공시켜 병참선을 차단하고 낙동강 방어선에서 반격부대와 연결작전을 전개하여 적을 일격에 섬멸한다는 것이었다. 이 계획은 맥아더의 작전참모부장 라이트 준장이 이끄는 합동 전략기획단에 의해 연구되었으며 ‘크로마이트’라는 작전 명칭 아래 인천이 상륙지로 결정됐다. 미 합참은 상륙계획 자체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였으나, 상륙지역을 인천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완강히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주로 미 육군참모총장 콜린스 대장, 해군참모총장 셔먼 대장, 그리고 미 해병대의 대표는 초기단계에서부터 반대
같아서 좋은 것이 있고 비슷해서 싫은 것이 있다. 같은 옷을 입은 친구를 만나면 유니폼 같아서 기분이 좋은 경우가 있고 교복 같아서 싫은 상황도 있다. 모처럼 옷 한 벌 마련했는데 백화점 현관에서 같거나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나면 덜컥 화가 날 수 있다. 왜 저 사람이 거기에서 나와! 옷가게에서 방금 구매한 디자인, 색상, 분위기가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난 것은 참으로 딱한 일이다. 갑자기 새 옷이 싫어지고 “택도 떼지 않고” 면허증처럼 장롱에 들어가 긴 세월을 기다리거나 새로운 입양자를 만나야하는 처지가 된다. 옷으로서의 기능과 함께 멋을 창출하기는 하겠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는 자신이 느끼는 만큼의 가치나 멋스러움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도 부부 단체여행을 가보면 옷의 중요성이 커진다. 첫날에는 평범하고 검소한 옷차림이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서 과감해지고 공격적인 옷의 향연을 볼 수 있다. 여행일정 후반부에 가면 부인들은 마치 인생의 마지막 여행인 양 화려한 옷으로 경합을 벌인다. 같은 옷을 연이어 입는 것은 단체여행에서 금해야 하는 에티켓인가 싶다. 여행 가방은 빵빵하고 아침 출발시간은 지연된다. 아침까지 입고나갈 옷을 결정하는 고심
“제가 청와대 밖에서 고위 정무직 임명장을 수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질본 상황을 감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장(차관급)에게 임명장을 건네기 위해 질병관리본부 사무실이 있는 충북 오송을 찾았다. 코로나 영웅으로 불릴 정도로 방역에 모든 것을 바쳐온 정은경 청장이지만 문 대통령의 청와대 밖 임명장 수여는, 더구나 차관급 인사로는 파격적인 행차였다.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해석을 낳을 수 있다. 그런데 뜻은 좀 다르지만 필자에게는 삼고초려(三顧草廬)가 머리를 스쳤다. 유비가 제갈량의 초옥을 세차례나 찾아가듯 지도자가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인물의 경우 겸손하게 정성을 다해 중용한다는 뜻이다. 비록 이미 내정하고 임명장을 주는 자리지만 문 대통령으로서는 삼고초려의 마음으로 피임명자인 집무실을 찾지 않았을까. 아니 정은경 청장이나 질병관리청에 자리잡고 있는 코로나 민심을 향한 삼고초려였을지 모른다. 문 대통령은 임기 5년중 3년4개월을 넘어 1년 반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갈 길 바쁜 정부지만 안타깝게도 임기 중반 천재지변의 코로나를 만났다. 경제나 일상이 멈춰선지 오래다. 국민의 피로감이 겹겹이 쌓여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