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국내외 정세는 '전환점'에 놓여 있으며,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다. 남북한 관계는 과거의 교류·협력 시대를 넘어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의 전환이 공고화되고 있으며, 이는 한반도 정책 전반의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받고 있다. 남북을 현실적으로 두 개의 국가로 보는 시각이 국내외 현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여론 역시 이 흐름에 괘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 정책 기조의 근본적 변화: 북한은 2024년 초부터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공식화하며, 남한을 더 이상 통일의 파트너가 아닌 '제1의 적대국'이자 '교전국'으로 규정했다. 이는 헌법에서 '조국통일 3대 원칙'을 삭제하고 남북 간 모든 교류협력의 상징을 철거하는 등 실질적인 조치로 이어지고 있다. ▶ 군사적 위협의 지속: 북한은 핵 및 미사일 개발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며, 미국 본토뿐만 아니라 역내 동맹국에 대한 위협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는 한반도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 대러시아 및 대중국 밀착 강화: 최근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과의 군사·경제적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군사적 역량 강화에 기여할…
추석 연휴, 계속해서 비가 내렸다. 가을 풍경을 만끽하러 해외로 떠난 사람들이야 별 문제가 없었겠지만 국내에 머문 사람들은 황금 휴가를 지리 하게 보내야 했다. 몇 년 전 의왕으로 이사 온 이래 학의천의 징검다리가 물속에 잠긴 걸 본 적이 별로 없다. 그런데 올해는 넘실거리는 물로 돌다리를 한 번도 건너지 못했다. 콸콸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청계천 길을 걷노라면 베네치아가 자연스레 연상되며 들뜬 기분도 든다. 그러다 문득 ‘이 비로 올 가을 농사는 무사할까? 배추밭이 누렇게 주저앉을 텐데’라는 걱정이 앞선다. 어린시절 장마로 배추밭이 누렇게 주저앉으면 이웃집 농부들이 탄식하던 걸 자주 봤다. ‘하느님 그만 비를 멈추시고 쨍쨍한 햇살을 비추소서. 가을 곡식을 잘 야물게 하소서.’ 근엄해지던 찰나 지구촌 저편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 알바(Alba) 지역에서 진귀한 하이트 트러플을 수확했다는 뉴스다. 은은한 향이 특징인 이 희귀한 버섯은 마늘 향과 단맛이 깃들어 있다. 식품 중 가장 비싼 이 버섯의 가격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지난 경매에서 낙찰된 가격은 850g에 7만 5천유로(1억 2500만 원)였다. 피에몬테(알바 랑게,…
저 남미의 콜롬비아 메데진 사람이다. 1949년생이 1993년에 죽었으니 명이 짧았다. 지구상 최악의 범죄자였다. 정치권력과 사법부, 경찰 등 공권력도 모두 그에게 무릎을 꿇었다.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3~4년이 특히 절정의 전성기였다. 미국에 들어가는 코카인의 80%가 그가 보낸 것이었다. 마약사업자였다. 당시 환율 기준으로, 그는 하루에 7천만 달러, 1년에 28조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포브스지는 당시 그가 세계 7위의 부자라고 발표했다. 어느날, 어린 아들이 춥다고 하자, 100달러 돈뭉치를 밤세워 난로에 집어넣어 실내의 온도를 높였다. 그렇게 하루 저녁에 태운 돈은 20억원이 넘었다. 그는 돈을 내놓으면 살려주고, 아니면 죽이는 '강도들의 원칙'을 응용했다. 경찰이든 정치인이든, 판사든 그 누구든, 자신의 돈(뇌물)을 받아먹으면 살려주어 노예 삼고, 받지 않으면 죽였다. 그 숫자는 5000명에 이른다. 당시 콜롬비아 경찰의 월급은 20달러였다. 뇌물은 기본이 2만불이었으니 월급의 1000배였다. 파블로는 항공기, 선박, 잠수함 등을 이용하여 미국으로 마약을 운송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King-pin Act’라는 ‘대마약왕 단속조
절기는 농경사회에서 삶의 리듬이자 지혜의 근간이었다. 자연의 변화에 따라 생업을 조절하고,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다. 음력 9월 9일, 숫자 9가 두 번 겹치는 이날은 '중양절(重陽節)'이라 불리며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동양 철학에서 홀수는 양(陽)을 뜻하고, 그중 가장 큰 수 9가 겹치는 날은 양기가 극에 달하는 날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나친 양은 재앙을 부른다’는 믿음에서, 이를 제어하고 장수를 기원하는 풍속이 생겨났다. 대표적인 풍속이 바로 ‘등고(登高)’, 즉 높은 곳에 오르는 행위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이 날 산을 오르며 잡귀를 물리치고 몸과 마음의 맑음을 되찾고자 했다. 가을 경치를 감상하며 시를 짓기도 하고, 수유(茱萸) 나뭇잎을 담은 주머니를 지니는 풍습도 있었다. 수유는 독을 풀고 재앙을 막는 약초로 알려졌으며, 전해지는 전설에 따르면 한 도인이 제자에게 “9월 9일 가족과 함께 산에 올라 국화주를 마시고 수유 주머니를 지니라”고 권했고, 이를 따른 가족은 재난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가 민간 신앙과 결합해 풍속으로 자리 잡았다. 중양절은 절기상 ‘한로(寒露)’와 겹친다. 찬 이슬이 내리고, 국화가 절정에 이르며, 단
인간은 오래전부터 자연의 리듬에 맞추어 살아왔다. 비가 오면 씨를 뿌리고 해가 길어지면 수확했다. 그리고 그 결실의 순간마다 축제를 열어 노래하고 음식을 나누었다. 추석이나 추수감사절, 또는 이름조차 전해지지 않는 고대의 제사들까지 모두 같은 본능에서 비롯되었다. 먹을 것을 얻는 일은 생존의 문제였지만 그것을 함께 기뻐하는 일은 인간이 자신을 ‘사회적 존재’로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문화인류학자 마르셀 모스는 인간이 계절의 순환을 단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의례를 통해 시간의 구조를 만든다’라고 말했다. 수확제는 자연의 리듬을 사회의 리듬으로 바꾸는 장치였다. 이 장치 덕분에 사람들은 불확실한 자연 속에서도 예측할 수 있는 질서를 느꼈고, 한 해의 끝을 ‘기다릴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었다. 수확의 축제는 곧 사회가 스스로에게 “우리는 아직 살아 있다”라고 말하는 언어였다. 축제의 의미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깊다. 평소에는 분리되어 있던 가족, 계급, 혹은 씨족이 이 시기에 모여 음식을 나누고 재화를 돌렸다. 위로와 모스가 말했듯, 제사는 경제적 순환을 사회적 관계로 바꾸는 제도였다. 곡식이나 고기를 나누는 행위는 단순한 나눔이 아니라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한 ‘재
‘그래! 저 모습이야. 아니 저렇듯 편안한 얼굴이어야 하는데-’ 한마디로 화안(和顔)이었다. 강의가 있어 가는 아침 길이다. 서서히 차를 몰고 가는데 국화꽃 위로 국화 빛 낙엽이 하나 둘 내려앉고 있다. 차창 밖 오른쪽의 인도였다. 30대 중반쯤 되었을까. 한 젊은 여인이 작업할 때 열고 쓰는 큼직한 가방을 멘 채, 오른손에는 작은 가방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이다. 그런데 얼굴을 보니 둥근달을 생각나게 한다. 복스럽게 생긴 모습이랄까! 균형 잡힌 몸에 결 고운 얼굴은 더없이 편안해 보였다. 오늘 하루의 피곤이나 삶에 대한 무게감도 엿보이지 않았다. 담담한 표정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왜 그렇게 보였는지 모를 일이다. 편안한 모습과 근심 없는 마음을 신경 써온 탓이리라. 진정 저렇듯 편안한 얼굴이 그리워서였을 것이다. 문득 내 어머니의 편안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어머니는 아들 하나뿐인 게 죄인 양,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거나 조마조마하시면서 나를 기르셨다. 그런데 아들이 편안하게 산다기보다 척박한 땅에 개척정신으로 뿌리내리는데 힘들어하는 모양새가 안타까우셨을 것이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이었다. 내가 『문학의 이해와 수필의 길』
지난 칼럼에서 하자 소송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미시공이나 오시공 하자의 경우가 전체 하자에서 70% 정도에 달한다고 설명드렸습니다. 소위 이러한 ‘사용검사 전 하자’의 경우에는, 설계도면과 달리 '미시공' 또는 '변경시공' 한 부실시공으로 인한 하자에 해당하는 것인데, 실제 아파트 건설과정에서는 다양한 설계도면들이 작성되므로 어떤 도면을 기준으로 하여 하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사업승인도면은 사업주체가 주택건설사업계획의 승인을 받기 위해 제출하는 기본설계도서로, 대외적으로 공시되는 것이 아니므로 분양계약의 기준이 되지는 않고, 실제 건축 과정에서는 현장 여건 등을 감안하여 공사 항목 간 대체시공이나 가감시공 등 설계변경이 빈번하게 이루지고 있습니다. 설계변경이 이루어지면 변경된 내용이 모두 반영된 최종설계도서(준공도면)에 의해 사용검사를 받게 됩니다. 아파트 분양계약은 통상 설계변경 가능성을 예정하고 있으며, 수분양자 역시 법령상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설계변경이 이루어진 최종설계도서에 따라 아파트가 하자 없이 시공될 것을 신뢰하고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기에, 아파트가 사업승인도면이나 착공도면과 다르게 시공되었더라도, 준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 후 강제 종결 표결 정족수를 맞추기 위해 민주당 의원들만 자리를 지키는 상황이 반복되자, 필리버스터 신청 정당의 출석을 일정 수준 의무화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민주당 의원은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 표결 방식을 현행 무기명 투표에서 전자투표로 바꾸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전자투표를 도입하면 표결 소요 시간이 단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민주당의 움직임은 민주주의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게 한다.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효율적인 시스템이 아니다. 민주주의가 비효율적인 이유는, 의견이 다른 상대를 설득하고 양보를 이끌어 내며, 동시에 자신도 일정 부분 양보하는 협상의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은 필연적으로 시간을 요구한다. 따라서 민주주의를 단순한 효율성의 기준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추진 중인 필리버스터 관련 개정안은 결국 절차의 시간을 단축하려는 시도로 보이는데, 이는 민주주의가 본래 비효율적인 제도라는 점을 간과한 접근이라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정당에 일정 수준의 '불편함'을 부과하려는 의도를 드러내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에서 시민단체의 존재감이 뚜렷하지 않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낸 시민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임을 떠올리면 역설적이다. 정부 출범 100일이 넘었지만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보이지 않는 것은 정부의 혁신과 운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시민사회 내부의 요인이다. 4월 4일 윤석열 퇴진을 주도한 ‘윤석열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4월 17일 국회에서 사회대개혁을 위한 정책대안을 발표한 뒤, 6월 10일 자진 해산을 결의했다. 사회대개혁의 후속 노력이 이어지지 못한 채 해산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9월 23일, 각계 시민단체들이 다시 모여 ‘국민주권사회대개혁전국시국회의(전국시국회의)’로 통합을 결의하며 새로운 도약의 뜻을 밝혔다. “다시는 물러서지 않는 사회대개혁”을 다짐한 이 결의는 늦기는 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음으로는 국회 중심의 개혁 드라이브가 한 요인이다. 국회는 내란·김건희·채상병 등 이른바 3대 특검을 중심으로 적폐 청산과 개혁 작업을 주도해 왔다. 지난 9월 26일 국회는 정부조직개편안을 확정하였다. 이제 정부는 시민사회와 협력하여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출구
'두 번째 커리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다. 정년이 사라지고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무너진 지금,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40대 중반 이후의 중장년층에게는 이 변화가 더욱 절박하게 다가온다. 구조조정, 조기퇴직, 산업 재편 등으로 인해 예기치 않게 '퇴장'하게 되는 순간, 이들은 다시 한 번 노동시장 문턱에 서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일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중장년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청년 일자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청년 세대를 위한 고용 확대는 중요하다. 그러나 중장년층 역시 대한민국의 경제를 떠받쳐온 주역이다. 지금의 4050 세대는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 숱한 위기를 온몸으로 버텨냈다. 하지만 정작 본인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돌아볼 수 있는 제도나 정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일자리 박람회나 일시적 재취업 프로그램이 전부라고 봐도 무방하다. 중장년층을 위한 고용정책 확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