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연속이다. 멈출 것인가 나아갈 것인가. 숙일 것인가 치켜들 것인가. 침묵할 것인가 소리칠 것인가. 마주 잡을 것인가 뿌리칠 것인가. 도대체 어쩔 것인가. 수도 없이 마주하는 갈림길에서 어느 하나를 택하는 것이 세상살이다. 진로도 믿음도 결혼도 선택의 순간을 비껴갈 순 없다. 꿈도 희망도 명예도 마찬가지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은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도 등장한다. 살릴 것인가 죽일 것인가. 살려서 죽을 것인가 죽여서 살아남을 것인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18일, 서울은 중공군에게 함락될 처지였다. 후퇴하라는 명령이 전군에 떨어졌지만, 미 공군 중령 러셀 블레이즈델(Russell L. Blaisdell)은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그는 전쟁물자 대신 1069명의 전쟁고아를 C-54 수송기에 태워 제주도로 피신시켰다. 김포비행장까지는 해병대 트럭 14대를 동원해 실어 날랐다. 트럭을 징발할 때, 러셀은 상부의 명령이라고 운전병들을 속였다. - 죽음에 내몰린 아이들을 죽게 놔두는 것이 군인이라면, 지금 즉시 군복을 벗겠습니다. 군사재판에 회부된 러셀 중령이 왜 명령을 어겼는지 묻는 판사에게 답한 대답이다. 대답을 들은 판사는 군법을 어긴
“김포와 검단은 원래 하나, 생활권과 지역 정서가 다른 지역을 더 이상 억지로 묶어두지 마십시오”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인천 검단신도시 지역을 경기도 김포시로 환원시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자신을 내년 여름 검단신도시 입주예정자라고 소개한 후 “현재 거주 중인 인천 계양구와 검단 신도시는 모두 경인아라뱃길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면서 행정구역상으로는 인천이지만, 주민들의 현실적인 생활권은 경기도 김포와 서울이라고 설명했다. 왜 여기가 인천인지 아무도 이해 못 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현재 광역급행철도(GTX)-D 노선, 이른바 ‘김-부선’ 문제로 각 시민단체와 정치인들이 연일 시위와 걷기 운동 등을 펼치고 있지만 검단은 지역 정치인들마저 외면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오히려 검단신도시 단체들이 김포 단체와 연합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서 검단과 김포의 지역 정체성이 통하는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도로 신설 공사를 하나 하더라도 인천-김포의 애매한 경계 때문에 지루한 행정 싸움만 하다가 시간만 지연되는 게 다반사”라며 “옛 정치인들의 편의에 맞게끔 땅 갈라먹기를 한 것이고 구태의 잔재”라고 질타했다. 청원인은 생활
B형 여자를 까면 먼지 위에 싹을 틔운 콩이 튀어나온다. 콩 구르는 소리마다 구석이 생겼다. 구석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야 보이는 곳 자칫 찾지 못한, 갸웃거리는 고개들이 싹을 틔우는 곳, 그러므로 가만가만 쓰다듬듯 콩을 까라는 구석의 조언助言 흩어진 진심들 식탁으로 모아지고 속상하게 속이 빈 콩깍지들에게선 튀어나간 것들로 움푹했던 비릿한 후회가 나열되어 있다. 얕은 잠속에서 멀리 두었던 실수를 반복하다 아침 햇살에 눈 뜬다. 한결 가벼워진 여자의 나른한 종아리에서 새끼 쥐들이 줄줄이 도망간다. 생육하고 번성하고 충만 하라는, 적절한 밤이 콩꼬투리마다 들어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콩들도 줄줄이 깍지를 떠나 친밀하게 보글보글 끓는다. 콩은 모두 알알의 구석을 키우고 있다. ▶약력 ▶2014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 『가시비』, 『사과처럼 앉아있어』 ▶전자시집 『열일곱 마르코 폴로 양』
양심은 자신의 영적 본원에 대한 의식이다. 양심이 그런 의식일 때, 비로소 사람들의 삶을 올바로 이끌 수 있다. 신은 너에게 전통적인 가르침, 즉 전 인류의 의식과 너 자신의 개인적 의식, 즉 너의 양심이라는 두 개의 날개를 주었다. 그것을 통해 너는 비로소 신에게 접근하고 신의 곁으로 올라갈 수 있다. 그런데 어째서 너는 이 날개의 하나를 잘라내고 싶어하는가? 왜 이 세상에서 숨어버리거나 이 세상에 빠져 버리려고 하는가? 그 둘은 다 신성한 것이다. 그 둘을 통해 너에게 말하고 있다. 그 둘이 일치할 때, 너의 의식 또는 양심의 목소리가 전 인류의 의식에 의해 뒷받침될 때, 너는 언제나 신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것이며, 자신이 진리를 발견한 것을, 또한 최소한 신의 섭리의 일부를 알아냈다는 것을 확신해도 된다. 왜냐하면 한 목소리가 또 하나의 목소리가 지닌 진실성을 보증하기 때문이다. (주세페 마치니) 양심! 너, 신성하고 영원한 하늘의 목소리여! 너, 무지하고 유한한 자, 그러나 이성을 갖추고 자유가 주어진 존재의 유일한 바른 지도자여! 너, 선에 대한 실수 없는 심판자여! 너만이 인간을 신과 닮은 존재로 만들 수 있다. 인간 본성의 탁월함과 그 행위
2021년 1월 한달간 심의건수는 통신 분야가 1만3619건이다. 1월 29일자로 4기 심의위원회가 임무 종료되었으니 그때부터 지금까지 미결 심의안건이 얼마나 될지 가늠조차 힘들다. 4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 도 7개월 간의 공백기를 두고 뒤늦게 구성됐었다. 자료를 보니 1년간 통신관련 심의의결 내용이 22만6846건, 방송 심의건수가 1025건이다. 방송은 지상파든, 종편이든, PP든 간에 건전한 양식에 바탕을 둔 자율심의가 선행된다. 이에 비해 통신은(인터넷, 유튜브 등) 개인사업자 영역이 많고 상업적 이윤을 위한 정글의 법칙이 지배한다. 요즘 TV 보다 시청량이 많은 유튜브는 구독경제의 속성상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자극적으로 유포하여야 돈이 된다. 유튜브의 빛과 그림자가 너무나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상당수의 사람이 비상식적이다라고 지적하는 가로세로연구소의 지지자 후원금만 2020년, 7억2500만원에 달한다. 전세계 유튜버 후원금(슈퍼챗) 중 5위라고 한다. 광고는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엄청날 것이다. 한강변 대학생 사망사건 때 유튜브의 행태를 보면 알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부 행정기관지만 심의위는 민간기구이다. 다만 “방송통신위원회
1999년 중국령이 된 마카오. 하지만 50년간 중국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특별행정구(Macau Special Administrative Region: SAR)다. 오랫동안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은 유럽풍 도시다. 서구식 건물들과 즐비하게 늘어선 카지노. 세계 제1의 도박 도시가 되기에 충분하다. 카지노로 연간 벌어들이는 돈은 약 200억 달러(약 22조원). 국내총생산액의 40%다. 마카오 정부는 이 돈으로 시민들에게 국가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 Wealth Partaking Scheme(부의 분할계획). WPS는 2008년부터 마카오 특별자치 정부가 마카오 거주증명서를 가지고 있는 시민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주요 목적은 경제발전의 과실을 주민들과 공유하고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는 것이다. 수급 조건은 거주증명서를 가지고 있거나 증명서 갱신이 가능하면 된다. 2008년 프랜시스 탐(Francis Tam) 마카오 재정경제사장( Secretary for Economy and Finance)은 모든 영주권자와 일시거주자에게 각각 5000 파타카(patacas, 약 75만원)와 3000 파타카(450000)를 기본소득으로 지급했다. 이해 11월 8일 마
‘식이위천(食以爲天)’은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긴다는 뜻이다. 먹는 것이 가치보다 중요한가. 북쪽에서 공식 인정한 ‘고난의 행군’으로 불렸던 1994년~1998년은 먹거리가 가치보다 우선했다. 기아(飢餓)가 개인의 일상을 덮치고 존재도 알지 못했던 장마당이 갑자기 늘어났다. 역전 골목과 길거리에 먹거리를 만들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대용식품이 생겨나고 거친 것과 부드러운 먹거리는 수요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렸다. 처음에는 소나무 껍질을 가공한 것과 각종 나물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중국의 밀가루가 들어오면서 빵이며 기름에 튀긴 완자들이 즐비하게 늘어섰다. 빵 하나에 집을 내놓은 사람도 있으니 어려운 시기 음식은 곧 하늘이다. 하늘같은 음식을 얻으려고 사람들은 갖가지 먹거리를 개발했다. 북쪽에서는 콩을 많이 심는다. 논두렁이나 산에 노란 두부콩을 심어 두부를 앗아 부식으로 먹는다. 그래서 ‘고난의 행군’ 이전에도 두부를 만들어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맛 보다는 허기를 채우는 것이 중요했던 시기 두부는 소화가 빠른 가격대비 비싼 고급음식이었다. 두부 한모 보다는 중국에서 들어온 밀가루로 만든 완자나 꽈배기가 보다 저렴했다
‘대선개입·해킹 의혹’ 등으로 최악의 관계를 보여온 미국과 러시아가 지난 16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바이든과 푸틴 대통령은 양국 갈등으로 귀국한 대사들을 다시 모스크바와 워싱턴으로 복귀시키기로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후 “현재의 상황에서 가족같은 신뢰는 있을 수 없지만 신뢰의 섬광은 비쳤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중간 대치 전선의 시계가 현란하게 돌아가고 있다. 앞서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이어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국제질서에 대한 구조적 도전”이라며 처음으로 대중국 공동 대응을 천명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신(新) 대서양헌장’을 발표했다. 2차 세계대전중인 1941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독일 등 파시즘에 맞설 대서양헌장을 선언했다. 전후 유엔과 NATO출범의 기초가 됐다. 최근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은 인도양과 아프리카까지 진주 목걸이 모양으로 연결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와 공격적인 ‘전랑(늑대)외교’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영국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