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편지 /박정대 돌아가고 싶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이삭 줍던 황혼의 들녘 새들이 별빛을 물고 따라오던 그 저녁의 등불 아래로, 젖은 신발을 끌며 돌아가고 싶습니다 - 단편들 / 세계사·1997 우리는 무슨 이유로든 모두 애써 고향을 떠나왔지요 고향에 오래 발묶여 있는걸 부끄러워 했지요 그렇게 서둘러 떠나온 고향을 산전수전을 다 겪고 나서야 그 곳이 생명을 이루던 곳임을 알아내지요. 비로소 마음을 다해 ‘돌아가고 싶습니다’ 고백하지요. 그러나 이미 돌아가기엔 늦었지요. /최기순 시인…
종합소득세 신고와 납부는 개인사업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근로소득이 있어 연말정산을 끝낸 사람이더라도, 별도 사업소득이 있거나 예금 이자·주식 배당·부동산 임대·연금 등 기타 다른 소득이 있는 사람은 역시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 기타소득이 있는 많은 이들이 종합소득세 신고가 복잡하고 어렵다는 이유로 납세에 수동적일 수 있다. 흔히 투잡족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누락하지 않고 정확히 신고를 하고, 종합소득세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근로소득과 사업 및 부동산임대소득이 함께 있는 경우 반드시 소득세 확정신고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고불성실가산세(미납부세액의 20%)와 납부불성실가산세(연 10.95%)를 추징한다. 임대소득이 있는 경우 1년간 주택임대소득의 합계가 2천만 원 이하 라면 종합소득세 신고 대신 15.4%의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다. 3.3%를 원천징수한 후 보수를 받는 인적용역사업소득자의 경우에는 사업소득과 근로소득을 합산한 후 추가 납부해야 할 세금이 있다면 납부해야 하지만, 3.3% 원천징수 한 금액이 더 많다면 세금을 오히려 환급 받게 된다. 기타소득이란 강연료, 대학…
엊그제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장래인구 특별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을 보면 한국의 앞날은 비관적이다. 저출산·고령화가 지나치게 삘리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속도는 유럽 등에 비해 고속으로 진행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 5천200만 명 선이지만 이후 꾸준히 감소해, 50여년 후에는 3천900만 명 수준까지 감소한다는 것이다. 올해 한국 인구는 5천200만 명인데 2067년엔 3천900만 명으로 줄어든다니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중은 절반 가까이로 늘어난다. 이로 인해 생산인구의 부양 부담은 세계 최고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되는 것이다. 현재 14세 이하 유소년인구 구성비는 12.4%이지만 2067년 8.1%로 낮아지는데 반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현재 14.9%에서 46.5%까지 높아진다는 것이다. 당연히 생산연령인구(15~64세)도 올해 72.7%에서 2067년 45.4%로 감소된다. 2067년 세계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61.7%로 예상되는데 우리나라는 무려 16.2%나 생산성이 낮아지는 것
경기도와 경기지역 국회의원이 원활한 도정 추진을 위해 ‘국회결의’를 맺었다. 도가 20대 마지막 정기국회 개원 직후인 3일 마련한 ‘경기도 국회의원 초청 정책협의회’에서다. 이날 당파를 초월해 ‘오직 경기 발전’만을 위한 예산 집행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재명 도지사가 ‘도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예산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 줄 것을 제안했고 국회의원들은 화답했다. 고무적이다. 하긴, 살기좋은 경기도 만들기에 이의(異議)가 있을리 없다. 이날 도가 도정보고를 통해 발표한 주요사업은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 ▲삶의 기본이 보장되는 복지 ▲포용적 성장과 좋은 일자리 ▲남북평화협력의 전진기지 등 네가지다. 공정하고 투명한 경기도는 ▲청정계곡 도민환원 추진 ▲수술실 CCTV 설치 ▲공정거래 감시역량 강화를 위한 감독권한 이양 등이 주된 내용이다. 삶의 기본이 보장되는 복지 경기도는 ▲기초연금 등 불합리한 복지대상자 선정기준 개선 ▲노인장기요양 시설 및 재가급여부담금 국비지원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도입 ▲경비·청소원 휴게공간 개선사업 국가·공공기관 확대 실시 등이 포함됐다. 포용적 성장과 좋은 일자리 넘치는 경기도에는 ▲지역화폐 법제도화를 통
힘든 고난 속에서도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보상받을 것이고, 대개 세상은 공정해야 하며 실제로 그렇다고 믿는 세계관을 사회심리학에서 ‘공정한 세상 가설(just-world hypothesis)’이라고 부른다. 이것을 처음 개념화한 사회심리학자 멜빈 러너(Melvin Lerner)는 1978년 ‘공정한 세상 연구와 귀인과정’ 이라는 논문을 통해 사람들이 세상을 공정하게 보고 싶어 한다는 심리를 증명했다. 복권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친구가 복권에 당첨되었다’고 알려주자, 학생들은 당첨된 친구가 공부를 더 열심히 했을 것이라고 합리화 시키는 경향을 나타냈다. 멜빈 러너는 이처럼 사람들이 불공정한 세상에 상처받지 않으려고 스스로 합리적 가설을 만들어 내며, 합리화를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았다. 공정한 세상 가설에 따르면, 어떤 일이든지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은 없다. 공정한 세상 가설을 믿는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보상받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처벌받는다고 이야기 한다. 성실하게 노력하면 언젠가는 보상받을 거라는 생각. 과연 그럴까. 1999년 일본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발생했다. 본의 아니게 명예퇴직을 권고 받은 58세 과장이 사장실
여기 가을햇살이/예순 두해 전, 일들을 기억하는 그 햇살이/그때 핏덩이 던 할아비의 주름진 앞이마와/죽은 자의 등에 업혀 목숨건진/수수깡 같은 노파의 잔등위로 무진장 쏟아지네/거북이 등짝 같은 눈을 가진 무리들을 바라보네/성산포 “앞바르 터진목”/바다물살 파랗게 질려/아직도 파들파들 떨고 있는데/숨비기 나무줄기 끝에/철지난 꽃잎 몇 조각/핏빛 태양 속으로 목숨 걸듯 숨어드는지/섬의 우수들 뿔처럼 번지는데/성산포 4·3희생자 위령제단 위로/뉘 집 혼백인양 바다갈매기 하얗게 사라지네, 제주도 강중훈 시인의 ‘섬의 우수’다. 공직에 재직하면서 보증을 서 급여압류까지 당했던 시인은 시인의 의지와 무관한 ‘해 뜨는 집’에 정착하는 계기였다. 제주도 성산읍 성산포일출봉 중심으로 우도와 옥녀봉이 있는 4·3영령들과 사는 시인은 진혹곡 같은 아픔, 분노, 증오, 미움, 저주로 4·3영혼들과 살아간다. 섬 소년으로 아픔을 안고 성장한 시인은 4·3에서 아버지를 잃었다. 아버지는 이발을 하러 가신다고 외출을 한 후,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계신다. 사랑하는 아버지를 기다리는 시인은 대문을 열어두고 잠을 잔다. ‘해 뜨는 집’에는 장편소설 ‘황금물고기’저자인 노벨문
살바도르 달리의 ‘창가에 서 있는 소녀’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완성했을 때 그는 스물한 살이었다. 이 작품은 한때 젊은 여성들이 애독하던 한 유명 심리학 서적의 표지에 실린 덕분에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창밖을 바라보며 서있는 뒷모습의 소녀는 그의 여동생 안나 마리아이다. 작품 전체에 감도는 차분한 색조와 단단한 느낌의 선들은 그녀의 모습을 더욱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 그녀가 팔을 기대고 있는 창턱은 드넓은 바다와 잇닿아 있고, 그녀가 입고 있는 굵은 하늘색 줄무늬 원피스는 그녀의 우아한 몸매를 드러내고 있으며,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는 동그랗게 말려 있다.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바다를,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뒷모습의 소녀가 바라보고 있다. 이즈음 살바도르는 아름다운 누이동생의 모습을 작품으로 몇 점 남겼다. 모두 서정적이면서도 단단한 형태를 지닌 그림이었고 주변으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다. 마드리드의 왕립 미술학교에 다니고 있었던 달리는 학교 수업으로부터 얻을 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학교와 숙소를 열심히 오가며 그림 공부와 작업에 파묻혀 지냈다. 특히 파리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었던 같은 스페인 출신…
덫 /전형철 오늘 묵혀 둔 병이 당당히 생의 한 켠을 결딴낸다 비문을 파다 돌쩌귀가 떨어져 내리고 발바닥에 핏줄이 서고 딱 그만큼 내가 선 자리가 서서히 중심으로 깊어지는 딱 그만큼만 풀을 보며 생장점의 위치를 짚듯 천칭 저울의 정지를 점 찍어 두듯 명징한 공리(公理) 있다면 그것은 내가 걸어온 발자국 불개미처럼 당신의 입가를 맴돌다 붉은 물집으로 남았거나 지렁이처럼 축축한 바짓단을 끌며 비 내린 골목을 걸었거나 문장과 마음 사이를 사포질하던 모래 폭풍이 썩은 이빨이었거나 - 전형철 시집 ‘고요가 아니다’ 공리(公理)의 사전적 풀이는 일반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진리나 도리이다. 우리가 걷는 발자국에는 흔적이 남는다. 내가 살아온 모습과 태도와 모든 생각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며 그에 따른 여파로 또 다른 길이 나기도 하는 것이다. 딱 그만큼 내가 선 자리가, 서서히 중심으로 깊어지는 딱 그만큼만, 그렇게, 그리고 풀을 보며 생장점의 위치를 짚듯, 천칭 저울의 정지를 점찍어 두듯이, 그리하여 우리는 오늘 묵혀 두는 병이 생의 한 켠을 결딴내는 일이며 비문을 파다 돌쩌귀가 떨어져 내리고 발바닥에 핏줄이 서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당신
경기도가 ‘수술실 CCTV’를 민간의료기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도내에서는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에서 ‘수술실 CCTV’가 운영되고 있다. 도는 오는 2020년부터 ‘민간의료기관 수술실 CCTV지원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먼저 공모를 통해 민간의료기관 10~12곳을 선정, 1개 병원당 3천 만 원의 설치비를 지원한 뒤 효과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확대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 관계자의 말처럼 수술실 CCTV는 도민들이 열렬히 지지하는 사업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도정 여론조사 결과 경기도민 93%가 ‘수술실 CCTV 설치 운영이 의료사고 분쟁 해소에 도움이 될 것’, 91%가 ‘도립병원 수술실 설치 운영에 찬성 한다’고 응답했다. 뿐만 아니라 올해 2월 안성병원의 총 834건 수술 중 523명(63%)의 환자가 촬영에 동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전국 최초로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에 수술실 CCTV를 설치했으며 올해 5월 수원, 의정부, 파주, 이천, 포천 등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병원에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지난 전국 1천818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수술실에 CCTV를
수원지역 민주화운동 역사가 기록으로 남는다. 1980~2000년대 초반까지 운동사가 ‘온/오프’ 형태로 묶여진다. 과거는 흘러가는 범주지만 역사는 기록으로 남을때 그 의미가 찾아지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치를 만드는 일에 ‘수원민주화운동 계승사업회 편찬위원회’가 자처하고 나섰다. 수원 2049 시민연구소 유문종 소장을 비롯해 이종근, 구본주, 이상명, 오양섭, 강석우, 김영균, 홍현정 등이 일을 나눴다. 수원지역 종교·청년·대학·통일·여성 운동사를 총망라한다. 빠르면 2023년 말 완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편찬대장정의 뿌리는 박우석 전 민주주의 민족통일 경기 남부의장이 소장하고 있던 큰 종이 상자 10여 박스 분량의 방대한 자료다. 자료집과 전단지 등 20년 세월 동안의 지역 운동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를 바탕으로 파일 분류부터 D/B 작업, 박물관 소장까지 긴 여정을 떠난다. 지역 단체와 활동가 등과 협력하는 것은 물론이다. 올해 말까지 1차로 수원 EYC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와 불교청년운동에 대한 자료를 정리할 예정이다. 당시 지역 운동의 구심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