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은 다분히 문학적이다. 문학적인 단어 뒤에 죽음을 붙인다고 해서 그 죽음이 아름다워지진 않는다. 고독은 고독이고 죽음은 죽음일 뿐이다. 전혀 별개인 둘의 관계를 하나로 묶어 표현하는 것은 망자에 대한 결례다. 죽음을 부르는 것은 고립이지 고독이 아니다. 기억하자. ‘고립사(孤立死)’는 있어도 ‘고독사(孤獨死)’는 없다. 그의 주검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집주인이었다. 몇 달 째 월세가 밀리자 주인은 현관문을 따고 들어갔다. 빚 독촉에 시달리던 그는 일자리마저 끊기자 베란다에 목을 매고 죽었다. 시신은 바싹 말라붙어 미라 상태가 되어있었다. 주인은 출동한 경찰에게 “처음 봤을 때는 마네킹인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유서는 없었다. 그는 방바닥에 앉은 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피를 토한 비닐봉지와 포장이 뜯기지 않은 죽 한 그릇이 옆에 놓여있었다. 수저 대신 그가 손에 쥐고 있는 건 어린 남자아이의 사진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십년 전 이혼한 아내를 따라간 아들의 사진으로 밝혀졌다. 아들의 사진은 그의 침대 머리맡에도 붙어있었다. 유서는 없었다. 경찰이 출동했을 때, 그의 주검은 방 한 가운데 쓰러져 있었다. 번개탄으로 추정되는 연탄재가 자살을 입증하
…남자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여 찬성을 표했다. “자자. 첫 잔은 스트레이트. 첫 잔부터 아이스 샤워를 시키는 것은 우리 로얄 살루트 34세 황제 폐하께 대한 불경죄에 해당합니다. … 청담동에서 김미리가 안내해서 간 호화 빌딩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7층에서 내리자 고급스러운 흑경(黑鏡) 타일로 장식된 외양을 갖춘 업소가 나타났다. 크지 않게 붙어 있는 ‘아프로디테’라는 상호의 디자인이 황금빛으로 반짝였다. 김미리를 따라 들어간 내부의 색다른 인테리어가 윤희를 압도했다. 출입문 안쪽 벽면을 가득 채운 보티첼리의 그림 ‘비너스의 탄생’이 주황색 조명을 받아 휘황하게 빛났다. 질감 양감이 다 살아있는 것으로 보아서 제대로 모사한 유화 같았다. “미리 씨 왔어?” 귀부인 태가 나는 양장차림의 중년 여인이 서 있었다. 미인인 데다가 목걸이 귀걸이에서 호화스러운 분위기가 풍기는 여성이었다. “예. 사장님. 안녕하셨어요?” 여사장이라는 부인은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색안경 너머로 윤희를 뜨거운 눈길로 찬찬히 훑었다. 김미리가 얼른 양쪽을 번갈아 보며 소개했다. “소개할게요. 여기는 저의 동료 연극배우 김윤희 씨. 그리고 이쪽 분은 이 아프로디테 대표이신 비너스…
2020년 12월! 마지막 달력한장이 벽에 걸려있다. 1월의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한 해가 며칠 남아있지 않다. 어렸을적 기억을 회상해보면 한 학기가 지나는 것은 왜 그렇게 길었는지, 반면,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은 시작된 듯, 어느 사이 개학이 목전에 와있다. 어느 순간 필자의 시간은 어릴 적 방학처럼 참으로 빨리 지나간다. 빨라진 시간속 올 한해도 다사다난(多事多難)은 어김없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암울한 소식이 연초부터 문화체육관광분야 전분야를 휩쓸며 엄습했다. 각종 공연이 취소 또는 연기되면서 공연예술인의 생계가 위협받고, 신진작가 미술품의 오프라인 전시판매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공연과 전시 등 예술활동이 위축되자 문화예술 생태계는 위협받았으며, 문화예술교육사업의 대면교육은 한계에 봉착했다. 체육활동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가고, 경기는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19로 발목잡힌 경기도 문화체육관광의 위기에서 벗어나기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아직 힘이 부친다.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과 그 산하공공기관과 협업하여 ‘경기도형 문화뉴딜 프로젝트’로 극약처방도 했다. 경기문화재단은 위기 예술인을 대상으로 ‘백만원의 기적’
코로나19 재확산과 방역 강화 조치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살려내기 위해 임대료 부담을 줄이는 과제가 공론화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이 “공정한 임대료 해법을 마련하겠다”고 호응하고 나섰다. ‘집합금지 명령’을 당하는 업소는 말할 것도 없이 한없이 가라앉는 경기에 영세상인들은 고사 직전이다. 비상시국인 만큼 임대인, 임차인은 물론 국가까지 나서서 적절히 고통 분담 방안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영업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자영업자가) 임대료 부담까지 고스란히 짊어지는 것이 공정하냐는 물음이 매우 뼈 아프다”며 시장의 고통을 언급하자 여당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절대다수의 자영업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처지에 내몰려 생사기로에 서 있다. 장사가 되거나 말거나 정해진 시일만 되면 꼼짝없이 부담해야 하는 임대료 부담에 한숨만 쉬고 있는 형편이다. 자유시장경제의 단순한 논리로만 따지면 그저 어쩔 수 없는 사정이다. 그러나 그동안 ‘착한 임대인’ 정신에만 기대왔던 임대료 문제는 불황의 강도가 최상으로 치달으면서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19가 진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전 세계 관광산업의 직접 일자리는 1억~1억 2000만 개가 사라질 것”이며, “피해액은 9000억~1조2000억달러(약 977조~13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세계관광기구(UNWTO) 전문위원인 하비에르 루스카스의 전언이다. 국경봉쇄에 가까운 여행제한으로 해외 입국자의 급격한 감소를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11월 1일 기준으로 전세계 75% 국가가 여행제한령을 완화했지만, 25% 정도는 여전하다. 유럽보다는 아시아·태평양 국가에서 그 기조가 더 뚜렷하다고 전했다. 코로나19는 해외관광뿐만 아니라 국내여행에 대한 심리도 악화시켰다. 제약받은 여가활동은 국내여행 49.6%, 친구/동호회 모임 45.6%, 영화관람 44.6%의 순이었다. 최근에 이 같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관광산업의 몸부림이 있다. 먼저 무착륙 해외관광이다. 국내 항공사들은 이달부터 잇달아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A380부터 LCC(저비용 항공사) 기종까지 다양하다. 하늘 위에서 한반도와 인근 해역을 관람하고 면세품까지 구매할 수 있다. 면세품은 1인당 600달러 한도로 오프라인과 온라인 면세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그동안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와 항
미국의 라이브러리 저널이 2020년 세계최고의 책을 발표했다. 라이브러리 저널은 매년 12월에 분야별 세계 최고의 책을 선정해왔다. 라이브러리 저널은 올해 문학분야 세계최고의 책으로 한국어 소설 ‘벗’을 선정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한국어 소설로는 최초로 세계최고의 문학으로 선정된 것이다. 이 소식이 국제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은 미국의 저널이 한국어 소설을 최고의 문학으로 선정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벗’을 쓴 주인공이 남한이 아닌 북한의 작가 백남룡이었기 때문이다. 백남룡은 1949년 함흥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0년간 기계공장에서 일한 뒤 김일성종합대학에 들어가 문학을 공부하고 작가의 길에 들어선 예사롭지 않은 이력의 소유자다. 1979년 《조선문학》에 단편 ‘복무자들’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백남룡은 장편소설 ‘벗’과 ‘60년 후’를 발표하며 북한의 대표작가로 발돋움했다. 한때 북한을 악의 축으로까지 규정했던 미국에서 세계최고의 문학으로 선정된 ‘벗’에 대한 궁금증이 국제적인 관심을 더욱 키웠다. 라이브러리 저널은 ‘벗’이 ‘북한 정부의 승인을 받은 작품으로 자주 미묘한 프로파간다를 보여주기도 한다’면서도 ‘집단주의 체제의 일상
삼일절, 광복절, 제헌절 등 국경일 아침 일찍 자랑스럽게 태극기를 게양한다. 아파트에 살면 베란다에 태극기를 내건다. 한옥에 살 때에는 대문에 태극기를 걸었다. 태극기를 걸면서 왜 아래로 늘어지게 다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외국의 경우에는 가로막대에 국기를 달아서 바람이 불지 않아도 잘 보이도록 하고 있다. 깃발은 전장에서 앞으로 내달리면서 군인들에게 힘을 북돋우는 도구였을 것이다. 프랑스군의 맨 앞에서 전투를 지휘하는 잔다르크는 희고 긴 깃발을 들고 있다. 아마도 군대의 깃발은 지휘부가 앞으로 내달리니 병사들이여 따르라는 의미다. 평시에 깃발은 아래로 내려져 있다가 전투가 시작되면 용감하게 앞으로 내달리는 힘에 의해 펄럭인다. 우리는 늘 태극기가 잘 보이도록 게양하는 방법으로 규정을 바꿨으면 한다. 경기도는 국경일 전후 수일간 건물 벽면에 대형 태극기를 게양하므로 그 앞에서 애국심을 느낀다. 이처럼 바람이 불지 않아도 태극기 전체가 보이도록 게양방법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태극기에 철심을 넣어 옆으로 달면 게양대위에서 4각의 전체면이 보이게 된다. 솔바람이 불어오면 그 태극기가 방패연처럼 움직이면서 우리의 가슴속에 더 큰 애국심을 심어줄 것이다. 초등학교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3차 대유행 국면에 접어들면서 전국적으로 ‘병상 부족 사태’가 임계점에 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종합병원을 통째로 코로나19 중환자 전담 거점병원으로 내놓은 경기도 평택시 박애의료재단 박애병원 김병근 원장이 화제다. 병상 부족 현상을 타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시설전환이 용이한 민간병원의 참여다. 또 다른 ‘박애병원’이 줄을 이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 등 대책이 필요하다. 지난 13일 확진자 수가 1천 명을 넘어서는 등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이 계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중증 환자 치료 병상은 거의 고갈상태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14일 기준으로 가용한 전국의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 병상은 전날의 48개에서 43개로 줄었다. 대전, 충북, 충남, 전북 등은 중환자 병상이 모조리 동났다. 특히 최근 확진자의 70% 이상이 몰려 있는 수도권의 상황은 최악에 가깝다. 수도권에서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중증 환자 치료 병상은 15일 오후 기준 서울 2개뿐이다. 인천과 경기는 아예 사용 가능한 병상이 없다. 일부에서 컨테이너를 이용해 임시로 부족한 병상을 만들고 있지만, 중증 호흡기 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