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 18대1이 넘는 순경 채용 필기시험에서 문제가 사전 유출되는 등 시험 관리부실로 경찰청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일부 수험장에서는 시험이 늦게 시작되거나 추가 시간이 제공됐다는 논란이 일고, 시험 문항 난이도 논쟁까지 불거지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후 수습책마저 누더기처럼 내놓고 있어서 수험생들의 불만이 높다. 실추된 경찰청의 불공정 이미지를 일신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개선책이 필요해 보인다. 최종 2735명 선발을 목표로 경찰청이 19일 전국 94곳 수험장에서 진행한 순경 채용 필기시험 응시자는 5만 1419명으로 경쟁률은 18.8대 1이었다. 일부 문제에 오류가 있어서 시험 시작 전 오류를 바로잡으려고 일부 지문을 현장에서 추가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시험장의 감독관들이 응시자들의 소지품 제출 이전에 이를 공지하는 바람에 문제가 터졌다. 조사 결과 이날 추가 지문을 먼저 알려준 시험장은 2684개 교실 중 25곳에 이르렀다. 문제의 시험장에서는 추가 지문을 미리 칠판에 써놓는 바람에 수험생들이 갖고 있던 참고서 등에서 해당 부분을 찾아보거나 휴대전화로 다른 수험생과 문제를 공유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시험 당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경
다시금 전문가들의 글을 자세히 꼼꼼히 읽어보게 된다. 기회를 얻어서 이처럼 글을 올리는 입장이 되고보니 다른 분들의 글에 관심이 가고 신문 사설도 읽어보게 된다. 그리고 하나같이 짧은 문장속에 옥수수알처럼 빼곡하게 담아내는 꼭 필요한 단어의 조합과 융합에 감탄한다.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듯 꼭 필요한 자리에 한자, 사자성어, 숙어를 재료삼아 사우디 부호들의 카펫 엮어가듯 사각과 네모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도대체 한글과 한자를 가지고 만들고 짜낼 수 있는 모자이크는 얼마나 많고 그 바닥은 얼마큼 넓은 것일까. 우선 짧은 2글자 제목이 마음에 든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두 글자 제목에서 반이상 설명한다. 시의적절이다. 제목을 보는 순간 필자의 생각 절반이 마음에 들어온다. 그리고 눈으로 문장을 살피면서 공감을 하게 된다. 현악기의 화음처럼 제목과 내용이 잘 맞아 돌아간다. 그리고 기승전결. 그렇게도 깔끔한 문장의 이어감이 마지막에서 한 잔의 사이다처럼 청량하다.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이구나. 감탄과 탄복을 하게 된다. 그런 글을 쓰시는 분이 즐비한 세상이다. 볼수록 존경심만 가득하게 하는 분들이다. 펜으로 키보드로 오케스트라 80명을 지휘하는 모습이 연상
‘삼국사기’ 초기기록 불신론 한국 역사학계에는 다른 나라 역사학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몇 가지 교리들이 있다. 국민들에게는 비밀로 삼고, 자신들 내부에서만 통용되는 교리다. 그중 하나가 ‘삼국사기 초기기록 불신론’이라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삼국사기’ 초기기록은 김부식이 만든 가짜라는 논리다. 한국 국민들은 물론 초등학생들도 삼국의 건국시기를 물으면 ‘삼국사기’의 기록대로 신라는 서기전 57년, 고구려는 서기전 37년, 백제는 서기전 18년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이 나라 역사학계를 장악한 강단 사학자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권 때 만들었던 국정 교과서와 현 정권에서 사용하는 검인정 교과서는 큰 차이가 있을까? 99%는 그 내용이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예로 천재교육에서 발행한 검인정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내용을 보자. 이들은 삼국의 건국시기를 부정하기 위해 ‘국가의 기틀’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삼국이 고대국가의 기틀을 마련한 시기는 차이가 있다. 고구려는 2세기, 백제는 3세기, 신라는 4세기로 보고 있다.” 고구려는 6대 태조왕(재위 33~146) 때, 백제는 8대 고이왕(재위 234~286년) 때
눈 속에서도 피는 꽃이 있다. 포털에 찾아보니 ‘영원한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진 복수초(福壽草)가 대표적이다. 주목을 받는 이유는 삶에 지친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이 어렵다. 희망이 필요한 시기다. 관광과 관련된 항공사, 여행사의 구조조정이니, 폐업이라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 관광의 기반(관광매체)이 없어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기반이 회복된 후 관광은 재개될 수 있다. 관광은 구성요소인 주체(관광객), 객체(관광자원), 매체(여행정보, 여행사, 항공사 등)가 유기적으로 작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그렇다고 모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지자체는 관광업계에 지원했던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코로나 시대에 발맞추어 사업을 변경하여 추진하고 있다. 국내 관광객을 유치했을 경우 여행사에 숙박비와 체험비, 차량임차비를 지원하는 대상을 20인에서 8인 이상으로 완화하고, 입식 관광식당으로 전환을 추진 중인 음식점 시설개선사업도 기존 80석 이상 규모의 식당에서 40석 이상으로 기준을 낮췄다. 축제나 행사 개최, 국내외 관광박람회의 홍보관 운영도 대면을 최소화하고 온라인 등의 비대면 방식으
세상에는 겪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아버지를 여의면 고자(孤子)라고 하고 어머니를 여의면 애자(哀子)라고 한다. 지난달 말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나서야 나는 그 깊은 의미를 어렴풋이 알아가고 있다. 고자(孤子)의 말뜻은 외로운 자식이다. 아버지를 여의고 나서 내가 의지할 곳을 잃었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다. 이제 나의 절대적인 지지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상실감에 휩싸이곤 했다. 애자(哀子)의 말뜻은 슬픈 자식이다. 어머니를 여의고 나서 지금까지 많이 울었고, 때 없이 눈물이 났다. 내가 받은 것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내가 해드린 것은 너무나 없었다. 이제 갚을 길 없는 빚을 진 슬픔을 떠안고 살아야 한다. 우리 세대의 많은 부모가 그랬겠지만, 나의 부모님도 현대사의 격변 속에서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했다. 아버님은 식민지의 백성으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만주를 오가며 목수로 성장했고, 인정받는 대목으로 성공했다.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은 다음에 아버지를 기다린 것은 독재정권의 전횡이었다. 초가집이 기와집으로 바뀌고, 양옥이 들어서는 과정에서 창업한 작은 공장이 성공을 거두는 행운을 누렸지만 의협심이 유달랐던 아버지는 반골의 정체
국회의원을 둘러싼 이해충돌(利害衝突) 논란이 폭발하고 있다. 박덕흠, 윤창현, 윤영찬, 추혜선 등등 여야를 불문하고 논란의 중심에 선 의원의 이름들이 연일 입줄에 오르내리고, 추미애 장관에 관한 국민권익위원회의 엇갈린 결정도 논란을 보태고 있다. 지난 2015년 ‘김영란법’에서 관련 규정을 두려고 했지만 결국 반쪽인 부패방지 내용만 통과한 것이 원천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입법기관의 이해충돌 여지를 완벽히 차단할 수 있는 제도마련이 시급하다. 건설업자 출신으로서 지난 2015년부터 국토교통위원이었던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은 피감기관인 국토교통부, 서울시 산하기관으로부터 가족회사가 400억 원의 공사를 수주한 의혹으로 직권남용,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됐다. 삼성 경영권 승계 논란이 있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사외이사로 이에 찬성했고 그 뒤로도 옹호했던 같은 당 윤창현 의원도 문제가 됐다. 윤 의원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정무위 소속이어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이해충돌은 보수 야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의당 비례대표를 지낸 추혜선 전 의원은 국회를 떠난 직후 LG유플러스 비상임 자문을 맡아 비판대상이 됐다. 국회에서 관련 상임위 활동까지…
코로나의 폭풍속에 최근(17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뮬란’이 한국에 상륙했다.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대신해 전쟁에 참여해 나라를 구하는 전설적인 여전사를 그린 액션 영화다. 뮬란 역은 중국계 미국인 배우 류이페이(유역비)가 맡았다. 뮬란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개봉이 여러차례 연기되는 아픔을 거치면서 마침내 한국팬들을 찾게 된 것이다. 필자는 아직 영화를 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뮬란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 개봉되기 전부터 몇가지 외적 요소를 둘러싼 논란으로 국내 영화팬들의 정서를 복잡하게 흔들고 있다. 우선 주연을 맡은 류이페이와 관련해서다. 그녀는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와 관련해 자신의 SNS 계정에서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는 문구가 적힌 사진을 올려, 디즈니 계정에서 전세계 누리꾼들의 '뮬란' 불매운동을 불러일으켰다. 두 번째는 뮬란의 촬영지가 중국 신장 위구르라는 점이다. 신장 위구르는 위구르 티베트 등 중국내 소수민족에 대한 강제 수용소가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영화 제작사인 월트디즈니는 ‘뮬란’의 엔딩 장면에서 ‘촬영에 협조해준 신장 자치구 투루판시 공안당국과 중국 공산당 신장 선전부에 감사한다’
브레이크 포인트(Break Point, BP). 볼링공이 스트라이크를 공략하기 위한 최적의 입사각으로 접어들기 전 지나야만 하는 지역을 일컫는 볼링용어다. 볼을 스트레이트로 굴리는 경우를 빼고는 대부분의 볼러들은 실투가 아니라면 파울라인으로부터 37~42피트 떨어진 지점에서 볼이 꺾여 1, 3번 핀 사이로 파고 들어가 10개 핀이 한꺼번에 쓰러지는 스트라이크를 경험했을 것이다. 그 꺾여 들어가기 시작하는 지점이 BP다. 지난 1월 대구·경북지역 대규모 확산 사태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3월 1일 1062명을 정점으로 주춤하면서 4월 29일 4명까지 줄이면서 종식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5월 초 어린이날 연휴 동안 ‘이태원 클럽’에서 번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도 8월 초까지 연일 두 자릿수를 유지했지만, 광복절 이후 광화문 집회를 통해 세 번째 확산은 그 규모부터 달랐다. 지난달 103명 이후 현재까지도 세 자릿수에서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 감염된 집회 참가자들로부터 전염된 코로나19는 물류센터는 물론 학원, 노래방, 음식점 등 일상 생활에까지 파고 들었기 때문이다 시행된 거리두기 2.5단계로 음식점들은 저녁 9시 이후 배달·포장
할머니가 법정에 섰다. 죄명은 절도였다. 범행 장소는 동네 상점이었고 훔친 물건은 몇 봉지의 빵이었다. 잡혀간 경찰서에서 할머니는 며칠 째 굶고 있는 손자들 때문에 빵을 훔쳤다고 진술했다. 딸은 병들어 누웠는데 집 나간 사위는 연락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딱한 사정이었음에도 상점 주인은 처벌을 원했다. 본보기를 위해서라는 게 이유였다. 범죄 사실과 함께 범죄 동기 또한 법정에서 다시 진술되었다. 방청석이 술렁였다. 출입기자는 ‘현대판 장발장 사건’이라며 기사를 작성했고 방청객들은 판사의 선처를 기대했다. 하지만 판결문을 읽는 판사의 말투는 단호했다. 법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어서 처벌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유였다. 판사는 할머니에게 1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판결문을 다 읽기도 전에 방청석이 요동쳤다. 돈이 없어 빵을 훔친 할머니에게 10만원의 벌금형은 가혹한 처벌이었다. 벌금을 내지 못한다면 교도소에 들어가 노역을 해야 할 형편이었다. 성토의 목소리가 판사를 향해 쏟아졌다. 손가락질을 하며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를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판사는 망치를 두드려 소란을 잠재우고 나머지 판결문을 읽었다. “배고픈 이웃이 거리를 헤매는데, 나는 기름
아이들 교육용으로 나온 코딩 프로그램이 있다. 프로그램을 시작하면 겨울왕국의 엘사가 모니터 어딘가에 서 있고, 화면의 오른쪽에는 코드를 입력하는 란이 있다. 사용자가 입력한 코드에 맞게 엘사가 선을 따라 움직인다. 캐릭터를 선의 처음 지점에서 끝 지점으로 이동시켜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간다. 코딩의 초반부는 간단한 직선 이동과 정사각형 이동이라 대부분의 아이들이 쉽게 코딩 수식을 찾아낸다. 게임처럼 느껴져서 그런지 콧노래를 부르는 친구들도 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우리반 친구들이 좌절을 겪는 건 코딩의 6단계부터다. 엘사가 움직이는 각도, 회전하는 횟수, 움직이는 거리 등이 늘어나면서 코딩 수식이 길어지고 복잡해진다. 5단계까지는 틀렸을 때 한 두번 정도 수식을 수정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코딩의 6단계는 11살 아이들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노래를 부르던 아이들 사이에서 탄식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엘사가 이동하다가 어딘가에서 멈추면 코드 처음부터 전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잘못된 부분을 찾기 위해 수식을 전체적으로 다시 짜거나, 코드의 일부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반복된 코드 확인과 수정, 끝없는 실패로 지쳐가는 아이들이 생긴다. 특히 빠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