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저 놈이 어질어 빠져 가지고 어느 짝에 써 먹겠노?” 소싯적에 어머니로부터 가끔씩 듣던 말이다. 매사에 모질지 못하고, 맺고 끊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들을 핀잔하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시간이 흐른 후 유가(儒家)사상의 본질을 접하고 나서 이 말이 칭찬에 가까운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가는 사람이 마땅히 행해야 할 덕목으로서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5가지를 핵심적 가르침으로 전한다. 공자는 인을 중시했다. 주자(朱子)는 ‘논어혹문(論語或問)’에서 “인이라는 것은 오상(五常)의 첫 번째이며 나머지 넷을 포함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곧 인의예지신은 넓은 의미의 인에 모두 포함된다는 것이다. 유가 중심의 동양사상을 한 글자로 표현하면 인이다. 조선은 새 왕조를 새우고 한양으로 도읍을 옮기면서, 해 뜨는 동쪽 대문을 “흥인지문(興仁之門)‘으로 써 붙였다. 인의 진수는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취지에도 나오는데. 조선의 글자가 중국과 달라서 발생하는 백성들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하고 “내 이를 어엿비 너겨” 라고 표현했다. 이렇듯 알게 모르게 우리 마음속에 대대로 전승되어온 핵심가치가 곧 인이다. 최근의 정치계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진로 및 대학교 학과 선택과 관련해 학생들에게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경제학과 경영학의 차이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이 같은 질문을 받을 때면 필자가 고등학생이었을 때가 떠오른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 당시 상경계열 학과를 지망하면서도 나는 경제학과 경영학의 차이를 잘 알지 못했다. 지금이야 경영학 전공자로서 분명한 차이가 보이지만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는 외관상 경영학과 경제학은 큰 차이가 없어 보이고, 같은 상경계열로써 비슷할 것이라 오인하기 쉽다. 우선, 경제학과 경영학을 묶어서 상경계라고 부르고 비슷하게 보는 경향은 왜 생긴 것일까. 이는 두 전공 모두 ‘경제’라는 것에서 파생된 학문이기 때문이다. 경제는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생산·분배·소비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경제학이 경제 주체 전반에 관심을 두는 영역이라면, 그 경제 주체 중 하나인 기업이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경영학의 관심이다. 따라서 경영학의 많은 부분들이 경제학의 학문적 기초를 바탕으로 발전하였다. 때문에 경제학과 경영학을 칼로 무 자르듯이 딱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둘의 정확한 차이는 무엇일까. 경제학과 경영학은 분석 대상과 방법에서 차이점을 나타
온라인 수업으로 한 학기가 끝났다. 대학원 수업이나 실험 실습이나 예술 체육 교과목은 대면수업을 하기도 했지만 수강생이 30명 이상인 대부분의 많은 학부 강의들은 온라인 수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종전에는 휴강으로 한두 번 온라인 강의를 해본적은 있었지만 한 학기전체를 다하는 것은 아무래도 힘이 들었다. 시간이 곱절 이상 들었다. 강의안을 PPT로 준비하고 낯선 컴퓨터 장비들 혼자서 앞에서 떠든다는 것이 어색하기만 했다. 심지어 한 시간 반 정도 열심히 얘기를 해서 강의를 마치고 탑재하려고 하는 순간 다 날아가 버려 허둥지둥 하던 때도 있었다. 모두 일시에 온라인으로 집결되니 끊김 현상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 데이터 트래픽이 최소한 수십%에서 100%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5G의 최강국인 우리나라는 이미 1년 전부터 인프라를 구축해오던 중이여서 그나마 더 나았으리라 생각한다. 각 대학은 이를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여했고 우리대학교도 기민하게 움직여 별다른 큰 사고 없이 한 학기를 마치게 되었다. 벌써 2학기까지도 온라인으로 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번 강의를 통해 다시 한 번 자각하게 된 것은 모든 일은 시작
1990년말까지 공무원들은 발령을 받으면 청사내 모든 사무실로 인사를 다녔다. 요즘에는 결재판 모양의 멋진 발령장을 받지만 당시에는 달랑 종이 한 장 위에 임용사항을 적고 직인을 찍어주었다. 이 종이 한 장을 들고 청내의 모든 사무실을 돌았다. 문서실, 발간실, 자료실, 구내식당까지 찾아다니며 발령인사를 했다. 발령장은 자신이 보이는 방향으로 들고가서 180도 돌려 상대방이 보는 방향으로 보였다. 인사를 받는 간부들은 반드시 발령장을 받아들고 내용을 살펴본 후에 다시 받는 이의 시선에 맞게 되돌려 주었다. 1935년 전후에 태어나시고 1960년대에 공무원을 시작해서 1995년 전후에 퇴직하시고 이제는 85세 전후이신 어르신들은 발령 인사를 가면 반드시 발령장을 두 손으로 정중히 받아들고 내용을 읽고, 왼손으로 잡고 오른손 바닥으로 발령장 위를 두바퀴 정도 쓰다듬었다. 나중에 선배들께 이 정황을 물으니 발령장을 주신 기관장의 기(氣)를 받으시는 의식이라 했다. 자신의 다음번 영진(榮進), 영전(榮轉)을 희원하는 것이었다. 영진은 승진이요, 영전은 좋은 자리, 원하는 부서로 이동한 것이다. 그래서 축전에서는 공통분모인 ‘축 영전’이라 보낸다. 오전 9시에 발령을
지난 6월에 보여준 북한의 위기 고조 행태와 돌연한 중단 등 변칙적 행동과 코로나 사태 장기화는 정보예측의 중요성을 더해주고 있다. 정보를 한마디로 정의하라고 하면 단호히 강조한다. “정보는 예측”이라고. 복잡성과 불확실성으로 상징되는 현대사회는 이제 ‘예측하기 어려운 것을 예측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미래에 대한 예측 훈련과 정확도를 높이는 훈련을 하지 않으면 개인적으론 파산을, 국가적으론 국가위기 상황까지 불러 오게 된다. 대영제국 시절 웰링턴 공작은 “전쟁이나 인생이란 비즈니스는 언덕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예측하는 일”이라고 설파했다. 김정은 정권이 지난달에 벌였던 ‘한반도 위기고조 쇼’에 대해, 국가정보기관은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하고 판단했는지 냉철하게 성찰해봐야 한다. 일각의 지적처럼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실에 대한 징후가 있었음에도 이를 경시하고 문 대통령이 ‘6·15 유화연설’을 강행했다면 심히 우려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보를 정치권력자의 입맛에만 맞추는 행위, 이른바 ‘정보의 정치화’ 행태는 정보기관의 예측 능력을 무력화시킬 뿐 아니라 안보적 판단에 심대한 장애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이 핵능력 고도화를 분명히 한…
경기도의회 이창균 의원(더불어민주당·남양주5)이 경기도의회 본회의에서 밝힌 입장에 공감하는 도민들이 많을 것이다. 이 의원은 13일 5분 자유발언을 통해 ‘훼손지 정비사업’이 실효성이 전혀 없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훼손지 정비사업은 그린벨트에서 동·식물 관련시설로 허가를 얻은 후 창고 등 다른 용도로 사용 중인 토지를 일정한 조건을 충족할 경우 물류창고로 용도변경을 해 주는 사업이다. 이행 강제금 부과를 유예하는 대신 훼손된 토지 중 최소 30% 이상을 공원과 녹지로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 채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올해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유효하다. 하지만 자체부지로 기부채납하는 방식은 토지소유주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이처럼 복잡한 추진절차와 환경여건에 전혀 맞지 않는 규정 등으로 도내에서 훼손지 정비사업 신청을 한 토지소유주는 단 한명도 없다고 한다. 법을 만든 국토부나 준비를 하지 않은 지방정부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따라서 이 제도는 시대적 환경여건에 맞게 재설정 돼야한다. 이의원의 주장처럼 개발제한구역 내 주민들은 대부분 열악한 소규모 토지주들이다. 이들은 오랜 기간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당해 왔다. 이 의원은 “현재 경기도 내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30원(1.5%) 오른 시급 기준 8천720원으로 의결했다. 이번에 결정된 최저임금 인상률 1.5%는 최저임금 제도를 처음 시행한 198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결정된 인상률에 대해서 노동자 측과 사용자 측 모두가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모든 노동자에게 일률 적용하는 방식의 최저임금제도 자체가 모순투성이이고, 결정 구조 또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의 최저임금제도는 업종이나 기업의 규모, 지역에 구분 없이 일괄적용되도록 하고 있다. 말하자면 체급이 다르고 종목이 다른 모든 선수를 한꺼번에 운동장에 집어넣고 경기를 시키는 불공정한 게임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일본·프랑스·영국 등 외국의 경우, 이런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최저임금의 업종별·지역별 차등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일본은 지역경제 사정을 고려해 A·B·C·D등급으로 최저임금을 달리한다. 우리의 최저임금법 제4조(최저임금의 결정기준과 구분)는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 여당과 노동계는 ‘어느 지역과 업종은 저임금’이라는 낙인효과를 거부 이유로 들고 있지만, 외국 사례
“베사메 무초 몰라요? 백만송이 장미는요?” ‘월드 뮤직’을 낯설어하고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몇 년 전, KBS 라디오 방송에서 ‘한국인이 사랑하는 월드뮤직’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 1위부터 5위까지를 보면, 베사메 무초, 포르 우나 카베자, 엘 콘도르 파사, 백만송이 장미, 크레네스(백학). 동영상을 튼다면 모두 흑백일 듯한 오래된 노래들이다. 그렇다고 월드뮤직이 나이든 이들만의 음악은 아니다. 에일리가 베사메 무초를 부르고 국카스텐 하현우가 백만송이 장미를 불러 히트시킨 예처럼 젊은 가수들이 끊임없이 그 먼 나라들의 옛노래를 다시 불러 히트시킨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다는 ‘베사메 무초’는 멕시코 노래로 2차세계대전 당시, 전쟁터로 가기 위해 헤어지는 연인들 사이에서 퍼지며 인기를 얻었다. 영어로 번역하면 ‘Kiss me much’ 즉 ‘키스를 많이 해주세요’라는 뜻이니 행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이생에서 마지막일지 모를 연인들의 애타는 심사에 불을 붙였다. 가사를 살짝 들여다볼까. ‘나에게 키스해줘요. 아주 많이 키스해줘요/ 마치 오늘 밤이 마지막 밤인 것처럼/ 나에게 키스해 줘요 아주 많이 키스해줘요/ 이 잠이 지나고 나서/ 당신을 잃게…
‘인간은 두 종류밖에 없다. 하나는 자기를 죄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의인(義人)이며, 다른 하나는 자기를 의인이라고 생각하는 죄인이다.’ 철학자 파스칼의 말이다. 그는 ‘인간은 신과 악마 사이에서 부유(浮遊)한다’는 말도 했다. 우리는 한 인간의 삶을 놓고 아는 만큼만 평가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나라에서는 선악의 개념도 아적(我敵)의 가름에 종속된 지 오래다. 지독한 진영논리에 중독된 가치관들이 세상인심을 곧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남기고 간 숙제가 무겁고 또 무겁다. 13일 공개된 생전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은 충격적이다. 그 기간이 무려 4년 동안이었다는 점도 그렇거니와 언어로, 문자로, 때로는 물리적으로 지속해온 추행의 양태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가 이 나라 최고의 명성을 지닌 인권변호사요 시민운동가가 아니었다면, ‘서울대 우 조교 사건’이라고 불리는, 지도교수의 성추행 사건을 만천하에 드러낸 선각자가 아니었다면 충격이 좀 덜했을까. 일방적 주장이긴 하지만, 박 시장은 피해자를 수시로 집무실 또는 휴게실 침대로 불러 “셀카 찍자”, “안아달라”고 하며 신체 접촉을 꾀했고, 다리에 든 멍 자국을 보며 “호-해 주겠다”며
100세 백선엽 장군아 타계했다. 장군의 장남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서울이나 대전이나 다 대한민국 땅이고 둘 다 현충원”이라며 “아버지가 지난해 건강했을 때 이미 대전에 안장되는 것으로 마음 먹었다”고 전했다. 백선엽 장군과 함께 낙동강 전선을 지켜낸 워커 중장은 1950년 8월 1일 ‘워커라인’이라는 낙동강방어선을 설치했다. 더 이상의 후퇴는 없다고 못 박았다. ‘Stand or Die!’ 비장한 명령을 내렸다. 낙동강전선을 죽음으로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인 것이다.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쏴라! 백선엽 장군은 6·25전쟁시 낙동강방어선에서 다부동을 사수하여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6·25전쟁 영웅이다. 백선엽 장군을 대전현충원에 모셨다. 다부동 참전용사 4명과 육군 장병 4명이 칠곡 다부동 등 백 장군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 8곳에서 가져온 흙을 뿌렸다고 한다. 의미있는 일이다. 백 장군은 생전 “전사한 전우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유지와 함께 다부동, 문산 파평산, 파주 봉일천 등 이른바 8대 격전지의 지도를 그려 전쟁기념관 관계자 등에게 알려주었다고 한다. 모든 이에게 운명적으로 주어지는 사명이 있다고 본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강제구 소령은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