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를 낳고 기르기 위한 남극의 황제펭귄 부부의 노력은 눈물겹다. 암컷이 알을 낳고 몸에 먹이를 비축하기 위해 바다로 떠나면 수컷은 발 위에 있는 주머니에 알을 넣고 품는다. 알을 품고 있는 기간이 무려 64일 안팎이다. 그동안 수컷은 수분 보충을 위해 눈(雪)을 먹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섭취하지 않는다. 워낙 혹독한 날씨여서 잠시만 자리를 벗어나도 알이 얼어 터지고 말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 때문에 수컷 황제펭귄은 부성애의 대명사처럼 일컬어진다. 새끼가 부화하면 수컷 펭귄은 자신의 위 속에 있는 소화된 먹이를 토해서 먹인다. 새끼가 부화한 지 열흘 정도 후에 암컷이 돌아와 같은 방식으로 먹이를 주고, 이후로 수컷과 암컷은 번갈아 가며 하나는 새끼를 품고 다른 하나는 바다로 나가 먹이를 비축해 돌아온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속담이 있다. ‘자식 둔 부모는 알 둔 새 같다’는 말도 있다. 오랫동안 익히 들어온 이런 말들을 우리는 굳건히 믿고 살아왔다. 대개의 부모가 그 이치에 딱 맞는 따사로운 모습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귀한 상식이 가차 없이 무너지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비극들이 연거푸 일어났다. 여행용 캐리어에 의붓아들을 가
지금 세계는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인간은 본래 보이지 않는 존재물에 공포를 느껴왔다. 예를 들어 잡귀 잡신이 그러했다. 귀신은 보이지 않으니 조금만 부정한 일을 저지르면 재앙을 불러온다고 믿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귀신을 몰아내는 온갖 비방술에 애를 썼다. 문명이 발전하고 첨단기술이 만연한 오늘날에도 우리는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앞에 국력을 소모하고 있다. 정체는 알고 있으나 그걸 막을 방도가 없다. 기껏 할 수 있는 게 마스크를 쓰고 바깥출입을 삼가는 것이다. 사람을 만나도 거리를 두고 만나야 한다. 이 고약한 질병 앞엔 강대국도 맥을 못 쓴다. 어떤 강대국의 지도자도 이번 사태를 잠재울 수 없었다. 영웅이 필요한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똑똑하고 영리하며 유능한 사람이 우매한 민중들을 인도하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지금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 가장 안전한 길은 자신이 자기를 지키는 길밖에 없다. 기업도 나라도 나를 지켜주지 못한다. 이럴 때 생각나는 우화가 있다. 어느 왕국에 나이 많은 임금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임금은 한 신하를 거느리고 정원을 걷고
놀이터에 모인 아이들 - 파티 플레이 혈맹원 모집 /김승일 나는 폭력에 질질 끌려가지 않을 거야 나는 소소한 희망과 사랑을 지루해하지 않을 거야 나는 친구를 버리지 않을 거야 나는 끝까지 나를 던질 거야 나는 끝까지 너를 지킬 거야 내가 가진 것들을 기꺼이 포기할 거야 작은 반지를 빼서 해변에 놓을 거야 어른스러워질 거야 시소를 타고 그네를 타듯이 네가 웃을 때까지 네가 다시 안전한 마을로 되돌아갈 때까지 쓰러진 자리에서 촛농 같은 희망을 떨어뜨리지 않을 때까지 지워지지 않는 지도 위에 저장해놓을게 네가 잃어버린 것들을 줍줍줍, 주우며 뒤따라갈게 언젠가는 네가 나를 부활시켜줄 때가 올 거야 내가 크리 맞을 때 내가 죽어가고 있을 때 네가 나를 맨 처음 발견해줄 친구였으면 ■ 김승일 1981년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대학원 석사수료. 2007년 『서정시학』 신인상 시부문으로 등단해 시집 『프로메테우스』, 낭송시집 『어른들은 좋은 말만 하는 선한 악마예요』 등이 있다. 스포큰워드 소셜 클럽 <말하는 오후> 운영진으로 활동 중이며 <광흥창 시학교> 시창작 강사로, 용인시 용신중학교 운영위원회 지역위원과 학교폭력근절운동가로 활동 중이다
“만약 이번 일로 누군가가 체포되어야 한다면, 그것은 바로 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부당한 핍박에 저항하는 시민사회 운동가의 정치적 선언이 아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리브 머스크’(Elon Reeve Musk)가 5월 11일 캘리포니아주(州) 정부의 명령을 어기고 프리몬트 공장을 재가동하면서 남긴 트위트 속 한 구절이다. 보건 당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공장 가동을 강행한 그의 돌출 행동은 이튿날에도 이어졌다. 공장 복귀를 꺼리는 이들을 향해 무급 휴가를 사용할 것을 강권하는 한편, 추후 실업급여 수령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엄포까지 놨다. 테슬라의 공장 재개가 한 달째 되던 지난 6월 11일 미국 주식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2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우지수는 6.9%, 나스닥 지수는 5.3% 급락했다. 애리조나주, 플로리다주, 텍사스주, 캘리포니아주는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이후 주간 단위로 가장 많은 신규 확진자를 기록했다. 늦가을 정도로 예상했던 2차 ‘대유행’(pandemic)이 생각보다 일찍 시작될 수 있다는 긴장감에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한 번 터진 자본의 물꼬를 되돌리긴 어려워…
아침에 자료를 검색하다가 Sign과 Signal의 차이가 눈에 들어왔다. 간판이나 표지판 등의 정적인 표지판인 Sign과 동적인 표시인 신호 Signal에 대한 설명을 읽고 보니 한 마디로 변화가 있고 없고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에 대한 변화의 기대감이 있으면 기다릴 수 있다. 그리고 그 기대감은 확신이 뒷받침한다. 우리 주변의 도로 곳곳에 있는 교통표지판과 교통신호를 한번 살펴 보자. 교통 신호는 조금만 기다리면 바뀐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바뀔 것이라 확신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시간의 문제이긴 하지만 Signal은 바뀌거나 움직인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Sign도 제 역할을 하고 있지만 Signal만큼의 확신과 기대, 그리고 기다림은 없다. 하지만 그 누군가에게는 Sign도 정보를 얻는다는 차원에서 보면 나름의 의미가 있다. 조직에서의 Sign과 Signal을 생각해 보자. 어느 날부터 이런 저런 슬로건이 담긴 Sign board가 여기저기에 늘어나기 시작한다. 회사 정문부터 시작하여 로비, 복도, 엘리베이터, 계단, 심지어는 바닥에까지 붙어 있다. 처음 부착할 때는 이게 뭔가 하면서 그나마 관심을 갖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익숙한 환경의…
벌써 6개월이라는 기간이 흘렀음에도 코로나19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창궐했던 코로나19는 이제 수도권에서 확산되고 있다. ‘올가을 2차 대유행’이라는 예고까지 나온다. 이에 정세균 국무총리는 14일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전체 인구 절반이 밀집된 수도권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될 경우, 그 피해는 대구·경북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클 수 있다”고 걱정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려되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방역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 역학조사관, 보건소 공무원 등 현장 대응 인력들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코로나19와의 싸움 최전선에 투입돼 무겁고 답답한 방호복을 입은 채 가족과 격리돼 생활해야 하는 의료진들의 탈진한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세계 여러 나라는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와 국민들의 위기 대응력도 칭찬을 받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위험한 의료현장에 목숨 걸고 달려간 의료 자원봉사자와 공중보건의 등 헌신적인 의료진의 활동은 감동적이었다. 의료진은 확진자와 직접 접촉하므로 항상 바이러스에 노출돼 있다
15일 공개된 일본 도쿄 신주쿠구에 위치한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전시물들이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조선인 강제노동으로 악명 높은 하시마(군함도) 강제징용을 정당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일본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관련 전시시설인 이곳에 조선인 강제징용에 대한 전시는 ‘(한국인이) 하시마에서 좋은 환경에서 생활했다’는 식의 왜곡 전시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일본의 야비함이 또 한 번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지난 2015년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할 즈음 일본의 약속은 이게 아니었다. 당시 사토 구니 주(駐) 유네스코 일본대사는 “(하시마 등 일부 산업시설에서) 과거 1940년대 한국인 등이 ‘자기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환경’하에서 ‘강제노역’했던 일이 있었다…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정보센터 설치 등과 같은 조처를 하겠다”고 확약했었다. 그런데 막상 정보센터 문을 열고 보니 전혀 다른 일을 벌이고 있음이 드러났다. ‘징용 관계문서 읽기’라는 안내판에 ‘일본이 태평양전쟁 시기 국민징용령을 내렸다’는 내용과 연혁 맨 아래에 사토 대사의 유네스코 회의 발언을 적어놓은 게 전부이고 조선인에 대한 전
오산시청 2층에서 주차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경계석과 함께 아름다운 곡선을 자랑하는 나뭇가지에 흰 나비가 잡혀있는 형상이 보였다. 민원인인듯 젊은 여성이 주차를 하고 지름길로 걸어오다가 나뭇가지에 흰색 원피스가 걸린 것이다. 왼쪽을 빼내면 오른쪽 옷의 올이 나뭇가지에 걸리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주변의 다른 여성들이 달려가서 동시에 나뭇가지에 걸린 옷을 풀어내어 어렵게 탈출하여 부리나케 사무실 계단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주차장에도 지름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계과장님과 의논하여 주차장에서 청사 양쪽 문으로 들어오는 지름길을 냈다. 주차면 2개씩 4개에 흰색 횡단보도선을 칠하고 경계석과 함께 문제의 그 조경수를 부분 이식했다. 정 급하면 잠시잠깐은 그 통행로에 주차를 해도 된다. 3차로 길에서 중앙차로는 아침저녁으로 교통량에 맞춰서 가변차로로 정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아마도 청사 주차장을 설계한 분들은 종이위에서 멋지고 아름다운 조경과 폼나는 주차선 배치를 하였을 것이지만 실제 크기의 시물레이션은 하지 못했나보다. 드넓은 모래밭에가서 실물크기의 주차장을 만들고 가장 먼 자리에서 걸어 청사로 들어가 보는 테스트를 하였다면
필자는 어느 한 연극 웹진에 일 년에 세 네 번 공연 관람 후 리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지난봄부터는 리뷰를 쓰지 못하고 있었다. 여전히 안전 수칙을 지키며 조심스레 공연을 올리고 있는 극장이 있긴 하지만, 막 학교를 입학한 딸과 이웃을 생각하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연장을 방문하기가 망설여졌다. 바이러스가 문화행사와 공연, 전시를 멈추게 했다는 소식이 속속 들려왔고 적막감을 느꼈다. 어렵다, 어렵다 했어도 굴러가기는 했던 전시장과 공연장이었는데 그나마도 멈추고 나니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그대로만 멈추고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최신 공연 영상이라도 보고 리뷰를 쓰자고 마음먹었다. 그랬더니 ‘극장 용’에서 하는 어린이 작품이 가정의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친김에 온라인 인터넷으로 온라인 공연과 전시 소스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이름 모를 가수의 한 유행가 가사가 머릿속을 강타했다. 온라인에서 꽤 많은 콘텐츠들이 나돌아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롯데콘서트홀, 국립현대미술관,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생중계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공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