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이하 암파스)는 2020년 신규회원 819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68개국에서 선별된 인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우식·조여정·이정은·장혜진·박소담 등 영화 ‘기생충’의 출연자들이 이름을 걸었다. 미국 아카데미상을 암파스가 주관하고, 작품 선정은 회원들의 투표로 정하는 것이니 회원이 되었다는 것은 아카데미상에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암파스가 회원 숫자를 늘려 다양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는 납득할만 하지만 외국인의 비율을 높이는 부분에서는 갸웃해진다. 아카데미상은 기본적으로 미국영화를 대상으로 한다. 미국영화를 시상하는데 외국인 투표를 높이겠다는 전략은 아무리 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의 표준이 되다시피 한 미국영화를 대놓고 세계 영화화하겠다는 것인지, 외국인이 참여해도 상관없다는 것인지 종을 잡기 어렵다. 지난 2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에 작품상, 감독상, 시나리오 상을 안긴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한국영화가 각 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해도 구색 갖추기 쯤으로 생각했다. 미국영화를 대상으로 시상하는 것이 기본인데, 외국(어)영화를 수상작으로 선정한 것은 앞으로
무더위가 시작 됐는데도 코로나19 기세가 수그러들 줄 모른다. 언제 종식될 것인지 끝이 안 보인다. 이처럼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것은 일부 국민들이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손 세척 등의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특히 여러 사람이 모인 장소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지만 이를 무시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서울과 대전의 방문판매업체와 무더기 확진자가 나온 광주 일곡중앙교회는 상당수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시설을 이용했다고 한다. 대중교통의 경우 이용 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시행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지난 5월 26일부터 지하철, 버스, 택시, KTX를 이용할 때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탑승이 제한된다. SRT와 항공기와 여객선도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들어갔다. 그러나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며 폭력을 휘두른 사건도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다. 얼마 전 서울에서 50대 남성이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요청한 마을버스 기사와 승객 등을 폭행했다. 경찰은 “마스크 착용이 승객의 안전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라며 이 남성을 구속했다. 서울 전철 안에서 마스크를 쓰라는 승객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문제가 정치권 최대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법 규정에 따라 이달 15일까지 출범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식 요청했지만, 제1야당 미래통합당은 한 번도 동의한 적이 없다며 오불관언의 자세를 바꾸지 않고 있다. 공수처는 오랜 국민적 숙원의 결과물이다. 여야가 마음을 비우고 백년대계의 차원에서 정치적 악용 소지를 완전히 배제한 시스템으로 완비하여 서둘러 설치해야 한다. 공수처법은 지난해 지루한 여야 정쟁 끝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추진하는 과정에서 동물국회 물리적 충돌까지 일으킨 뒤에야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했다. 미래통합당은 이 법이 ‘정치적 중립’ 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친위대가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과 함께 끝까지 반대했다. 공수처에 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여전히 엇갈린다. 특히 일부에서는 정부·여당이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공수처에 집착하는 모습을 지적하며 정말 중립성을 보장할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국민이 오랜 기간 소원해온 국가기관인 만큼 처음부터 아예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약점만을 부각하면서 마냥 시간만 끌 일이 아니다. 특히 통합당이 반대
첫 단추를 잘 못 끼워서일까. 한국 민주주의는 좀처럼 진일보하지 않는다. 21대 국회는 20대 국회와 별반 다름없이 불협화음의 연속이다. 야당은 원하는 상임위원회 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고 국회를 보이콧하고 여당은 추경 예산안을 단독으로, 그리고 속사포로 처리한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알력도 마찬가지다.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희화화하고 사퇴를 압박하지만 윤 총장은 두문불출이다. 설득과 타협이라는 민주주의의 대전제는 그 어디에서도 작동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사사건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청원을 하고 클릭 수가 30만이 되었느니, 40만이 되었느니 야단들이다. 언론은 이를 이슈화해 갈등을 유발하고 여론전쟁으로 몰아간다. 사건의 본질을 둘러싼 사회적 토론은 온 데 간 데 없고 숫자놀음으로 속전속결 재판해 버리는 한국민주주의는 과연 이대로 괜찮은가.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불기소 사건은 그런 의미에서 할 말이 많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불공정 합병, 자본시장법 위반, 분식회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얽히고설킨 이 문제를 수사하기 위해 검찰은 그간 무수한 시간을 투자해 왔다. 그러나 수사심의원회
꿈이 우리 삶에서 얼마나 많이 쓰이는 말인가를 네이버 카페를 검색하며 새삼 실감했다. 영화 ‘꿈’은 개인적으로 내게 큰 영향을 끼친 영화이다. 신상옥 감독의 1967년 작인 ‘꿈’은 이광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1967년 신필름이 제작하고 김혜정, 신영균, 양훈, 방수일이 출연했다. 글래머 스타인 김혜정은 태수의 딸 역을 맡아 승려 조신(신영균)을 파계시키는 역이었다. 조신은 결국 그녀를 꼬드겨 깊은 산속으로 도망쳐 아들 딸 낳고 잘 살았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그들을 추격해온 태수의 부하들에게 붙잡혀 조신은 생사의 기로에 서는데 그는 결국 인간으로서 최고의 행복을 누리다가 결국 죽음을 맞게 된다. 목에 칼이 떨어지는 순간 조신은 ‘우당탕!’ 꿈에서 깨어난다. 인간으로서 환희의 순간과 죽음의 순간 모두 일장춘몽이었던 것이다. 이 영화를 본 때가 초등학교 6학년 때인데 “죽을 때 죽더라도 저런 미인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을 해보았다. 또 꿈에서 깨어나는 조신의 부감 숏을 보고 “영화란 저런 것이로구나!”를 느끼며 감탄과 더불어 잠시 상념에 빠졌다. 이 영화는 내게 영화란 감독의 예술임을 개안시킨 영화가 되었고 신상옥 감독이 세운 안양예고
부모는 먹을 것을 혼자 독차지하는 형제보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형제를 사랑한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가도 변치 않는 진리다.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동생이 칭얼대도, 떼를 써도 끝까지 부모나 형은 진정시키려고 안간힘을 쓴다. 약자인 동생은 그럴 수도 있다. 그게 유일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부모는 언제나 형제간에 서로 나누고 우애 있게 지내길 바란다. 형제가 먹을 것을 갖고 다투는 건 흔하다. 다툰다고 그들이 영원한 남이 아니다. 남이 될 수도 없다. 요즘 국회를 보면 권력이라는 먹을 것을 갖고 싸우는 것 같다. 내가 형이니깐 더 많이 차지해서 먹어야 한다. 아니다. 동생은 몸이 약하니 하나라도 더 먹어야 산다. 그것도 영양가가 높은 걸 먹으려고 한다. 너나없이 부모 입장에서는 공평하게 먹길 바란다. 또 그렇게 나눠 주려고 애쓴다. 집안이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그렇다.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이고 바람이다. 지금은 나라 안팎이 어렵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전쟁 상황이다. 국민정서도 날이 갈수록 피폐해져 간다. 무엇보다 실업 등 경제 현안을 속히 풀어야 한다. 경제가 바닥이다.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다. 힘을 합쳐도 돌파하기가 어렵다. 이럴 때 삼권(三權)의 한
아이들의 말을 상세하게 들어보면 부정적 표현이 많다. 엄마~ 나 목욕하면 안돼? 식당에서 이모, 김치 더 주시면 안돼요? 돈을 내는 밥을 달라면서도 사정을 한다. 밥 한 공기 더 주시면 안돼요? 왜 안되는가 되돌아보아야 한다. 엄마의 결정력이 강세인 모계(母系) 중심사회라서 그럴까? 모든 식당의 여사들은 이모(姨母)이고 고모(姑母)는 없다. 아직도 이모는 편하고 고모는 어려운 분일까.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되는 것보다 안되는 것을 가르치기 때문일까. 식당에서 공기밥을 더 주고 돈을 받으니 안될 일이 아니다. 당연히 된다. 이제 더 이상 안 되느냐고 말로 주문하지 않아도 된다. 이모님, 공기밥 하나 더 주세요. 깍뚜기가 맛있는데 조금 더 주세요. 마트에서는 안 팔아요, 없어요로 질문한다. 여기 라면 없어요? 아니다, 라면은 어디에 있나요? 없을 수 없는 물건을 없느냐 물으니 답답하다. 거기에다 전자제품을 설치하는 기사님들은 전자기기를 할아버지처럼 대한다. 여기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세요. 바람이 할아버지 아니고, 전자기기가 할머니일 수 없는데 존칭을 쓴다. 조금 수준급의 가게에서는 계산을 도와드린단다. 물건값을 내고 받는 것이니 계산을 하는 것인데 왜 도와드린다
밤 하늘에는 별강이 흐르고 /김유제 날마다 별밤은 달빛을 안고 까치집 개울가에서 그네를 탄다 앞산 숲은 반딧불 축제 물고기 잡이 쪽대를 털면 별들이 한바탕 춤을 추었고 전설품은 바위 이야기 천길바위, 부엉새바위, 천장바위, 용바위가 비를 부르면 동네마다 풍년이 온다 산신령 무대의 메아리 산은 보물산이라 청석광의 화석을 찾고 폐광 탐방길을 더듬다가 돌담 숯가마 터에서는 가난을 구워냈고 고려청자 요지 계곡이 쉼을 부른다 미산 막걸리 몇사발 마시고 자랑 폭탄을 터트렸다 파편은 새숲으로 튀었고 새떼들이 일어나 확성기로 조잘대며 아침을 끓이기 시작했다. ■ 김유제 1961년 보령 미산출생, 문예사조를 통해 문단에 나옴. 시집 ‘서울역의 봄’, ‘아침을 여는 여자’ 마을공동체시집 ‘봉성리 사람들’. 현재 한국문협 보령지부회장, 문학기념물조성위원장, 국제PEN한국본부이사, 한국문협 충남지회이사, 충남시인협회이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