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 버클리대학교 조지 레이코프 교수는 정치담론의 프레임 구성에 대한 비판적 지성인이며 진보적 사회운동가다. 2004년 “왜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대변하는 정치인을 선택하는가?”라는 도발적인 문제제기로 미국 보수세력이 핵심 개념을 어떻게 프레임 했는지 밝혀내어 언론계, 학계, 정치계에 큰 주목을 받았고 이 분야 종사자들에게 필독서가 되었다. 정치에 있어 핵심은 프레임이며, 프레임 구축에는 언론의 역할과 영향력이 매우 크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지원을 둘러싼 ‘퍼주기’ 논란, 노무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도입과정에서 ’세금폭탄‘ 논란 등 여야 정치권의 프레임 전쟁이 있었고, 일련의 진보적 정책 제시는 ’반기업 정서‘, ’포퓰리즘‘ 논란을 거쳤고, 또 일부는 진행형이다. 8.15 해방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한국 사회를 지배한 ’빨갱이, 좌파’ 프레임은 시대가 지나면서 탈색되고 있으나, 여전히 거리를 유령처럼 배회하고 수시로 출몰한다. 이웃 중국은 어떤가? 북경, 상해, 무한, 곤명 등 필자가 어느 곳을 가더라도 눈에 띌 만한 곳이면 사회주의 핵심가치가 공익캠페인 형식으로 걸려 있다. 중국정부와 공산당이 추구하는 “부강, 자유, 애국, 민주, 평등, 경애 등 12
A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A조합’이라고 한다)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후 퇴거요구에 불응하는 현금청산대상자인 B를 상대로 건물인도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위 소송에서 B는 “A조합으로부터 이주정착금, 주거이전비, 이사비를 지급받지 못하였으므로 A조합의 건물인도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항변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이라고 한다) 제81조 제1항은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가 있는 때, 토지 등 권리자는 토지 등을 사용·수익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 이에 대한 예외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공익사업법’이라고 한다)에 따른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않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주거이전비 등의 지급청구권도 도정법 제81조 제1항 단서가 정하는 공익사업법에 따른 손실보상에 포함되는지, 주거이전비 등 지급의무와 부동산인도 의무가 선이행 또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는지, 선이행 또는 동시이행항변권을 민사소송인 부동산인도 소송에서 주장할 수 있는지가 실무…
1980년 5월 그 숨 막히던 봄날에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어느 날 자취방 주인아주머니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와 우리에게 울부짖듯이 소리쳤다. “아그들아, 빨리 도망쳐야. 공수부대가 삼학도에 떨어졌당께. 학생들은 다 죽인다드라. 언능 가야.”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지를 벗어나기로 했다. 자취방 친구를 따라 진도로 도망을 갔다. 처음 가본 진도였다. 나라에 난리가 났지만 섬은 평온했다. 시골집 툇마루에 앉아 떨어지는 석양을 즐겼다. 친구 어머니가 밭에 나가셨다가 해 떨어지고 나서야 집에 돌아오셨다. 대처로 유학 보낸 아들 친구가 왔으니 어머니 얼굴에 자랑스러운 미소가 가득하셨다. 어머니는 부랴부랴 밥을 하셨다. 나도 사실 많이 허기져 있었다. 친구와 겸상으로 밥상을 차려주셨다. 먹음직스러운 김장김치가 보시기에 한가득했고 밥이 머슴밥처럼 그득했다. 나는 허겁지겁 밥을 입안에 밀어 넣었다. 그런데 어떤 조화인지 밥이 식도로 넘어가질 않았다. 밥알이 입안에서 겉돌기만 하고 목에 걸려 넘기지를 못했다.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사람 사는 세상의 예의는 알만한 나이였다. 친구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지어준 밥이 아닌가? 몇 번이나 먹어보려 했지만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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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청원 게시판 기능에 대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53만 명 이상의 추천을 받은 ‘25개월 딸이 초등학생 5학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이 조작으로 밝혀지면서 청원의 효용에 대한 기존 논란을 증폭시켰다. 온갖 무분별한 억지 주장들이 범람하고, 정치적 패싸움이 끊이지 않는 등 그 부작용에 대해 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나오는 폐지 주장은 온당치 않다. 억울한 일을 당하는 국민의 숨통창구라는 당초의 운용취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획기적인 개선책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생 성폭행’ 국민청원은 처음부터 충격적이었다. 이 청원에는 순식간에 국민 53만3천883명이 동의했다. 그러나 청원에 등장하는 성폭행(추행) 사실은 애초부터 없었고, 당연히 가해 초등학생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더 큰 경악을 불렀다. 이번 사건의 경우처럼 조작된 사건을 청원으로 올려 민심을 호도하고 행정력을 낭비하게 하는 청와대 청원의 역기능은 한둘이 아니다. 인신공격이나 허위사실은 물론이고, 삼권분립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온갖 억지 주장도 쏟아졌다. 지난 3년여간의 44만여 건 국민청원 중 허위·과장·오인 청원은 최소한 수천 건에 이를…
경기도가 유흥주점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집합금지 명령을 2주 더 연장키로 했다. 뿐만 아니라 집합금지 명령 대상에 단란주점과 코인노래연습장을 추가시켰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기존의 클럽, 룸살롱, 스탠드바, 카바레, 노래클럽, 노래 바 등 유흥업소 5천536개소와 감성주점 133개소, 콜라텍 65개소에 더해 단란주점 1천964개소와 코인노래연습장 665개소가 추가, 집합금지 대상은 총 8천363개소로 늘었다. 위반 시엔 영업장 사업주와 이용자 모두에게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도는 특히 이로 인해 확진자가 발생하면 영업주나 시설 이용자에게 조사, 검사, 치료 등 관련 방역비 전액에 대한 구상권·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으로 허용 가능한 모든 제재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유흥주점 운영자와 이용자 모두 불편함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국가적 위기상황인 현 사태를 엄중히 여겨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드린다”는 말로 업주들의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업주들의 반발은 크다. 집합금지 명령 2주 연장 발표 전인 21일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경기도지회 17개 지부 관계자 70
산책을 했다.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찼다. 붓꽃 싹이 귀를 쫑긋거리며 물가에 모여 있었다. 새는 봄을 물고 가지를 날아 다녔다. 웅덩이에 하늘이 담겨 있었다. 바람이 불자 하늘이 흔들렸다. 바람의 방향으로 쓸려갔다가 쓸려왔다. 윤슬이 반사되었다. 눈을 가늘게 떴다. 화려한 날이었다. 고양이가 물가에 죽어있었다. 봄빛을 닮은 털. 목에는 분홍 리본이 매어 있었다. 목걸이가 있으면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누군가가 아끼는 고양이였겠지 싶어 가슴이 내려앉았다. 고양이는 옆으로 누워있었다. 모로 누워 잠을 자는 듯 고요했다. 하얀 네발 가지런히 한 쪽으로 모았다. 머리도 그쪽으로. 한때 내 발도 한쪽으로만 향했던 날이 있었다. 버석한 뒤꿈치 들키고 싶지 않은 날들이었다. 갈라지고 파인 날들. 자고 일어나면 똑같은 일과가 기다리고 있었고 바꿀 수 없는 현실은 틈을 내주지 않았다. 뒤꿈치는 아무도 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웅덩이에서 따라 왔을까. 하루 종일 죽은 고양이가 발끝에 따라붙었다. 쌀을 씻어 안칠 때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책을 펼치면 책 속에 누워있었다. 분홍 리본을 두르고 네 발 가지런히 모으고. 강아지처럼 며칠 따라 다닌 말이…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상상의 내용이 현실이 되고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꼼짝달싹 못 하게 옥죄고 있다. 그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하늘길, 바닷길도 멈추게 했다. 사실상 관광을 포함한 전 세계의 인적교류를 전면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여행·관광산업에서 1억 80만 개의 일자리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세계여행관광협회(WTTC:World Travel & Tourism Council)는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 이후 전 세계의 관광시스템이 단 순간에 무너지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의 그리스, 이탈리아, 터키 등에서는 내달부터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해 제한했던 외국인 관광객 입국을 솅겐협정(Schengen Agreement, 유럽국가 간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국경통행 자유화 협약) 가입국을 대상으로 우선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우려가 있지만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유럽연합의 평균 국내총생산(GDP) 중 관광업의 비중은 10%이며, 고용인구는 12%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코로나19가 종식되는 시점까지 기다릴 수 없다. 지금 이 시각에도 관광의 시스템은 무너지
별건 뉴스로 /황경식 입속에서 머리칼이 뭉텅뭉텅 튀어나왔다 금단의 봉인을 뜯어버린 걸까 정색하고 본색을 드러내며 어떤 조치나 치료도 밀어내고 꾸역꾸역 목구멍을 열고 나왔다 오래된 불만을 노래하듯 리드미컬하게 춤추며, 검은 털뭉치가 유유장장한 흐름으로 쏟아졌다 끝에서 끝까지 긴 행렬을 이루었고 아주 세상을 휘감아버릴 기세였다 공전의 막장 대하드라마를 꿈꾸며 오래된 금지곡처럼 압도적인 거짓 뉴스처럼 시종 거침없고 막힘이 없었다 쉴 새 없이 머리칼이 몰려나왔고 처음부터 제대로 준비된 각본 같았다 ■ 황경식 1946년 경북 의성 출생. 1994년 1월 『현대시학』으로 등단해 시집 『실은, 누드가 된 유리컵』이 있다.
도농복합시인 인구 46만 명의 파주시는 북한과 마주하는 접적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운정신도시와 산업단지 유치 등으로 나날이 유입인구가 증가하면서 교육, 문화를 비롯한 사회 제 분야에서 시민들의 민원이 폭증하고 있는 지역이다. 민선7기 파주시장에 당선된 최종환 시장은 시정목표를 ‘평화, 상생, 분권’으로 정한 후, 9개 분야 170개 세부실천계획을 수립하고 ‘공정한 사회, 따뜻한 경제, 도약하는 파주’라는 시정철학 하에 강단 있게 공약사항 실천을 추진해 왔다. 이러한 가운데 최 시장이 취임한 2018년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평가에서 2등급을 받아 청렴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던 파주시가 최 시장 체제로 시정이 본격 추진된 2019년에 4등급으로 추락하는 불명예 사태가 야기됐다. 비교적 파주의 지정학적 위치와 경제현실에 적합한 시정으로 미래의 희망을 보여주던 최 시장으로서는 시의회의 질타와 시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 고개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모든 가치는 정의를 담보하는 ‘청렴’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생각 하에 특단의 조치를 강구했다. 종합청렴도 평가에 영향을 준 공사 관리감독 분야의 부패행위 예방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