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제4차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회담의 특징은 우선적으로 지난 4월 27일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한 달 만에 긴박하게 이루어진 ‘셔틀 회담’이라는 점에 있다. 또한 이 회담은 철저한 보안 속에서 긴급하게 준비되고 진행되고 종료된 후에야 개최사실이 알려진 바와 같이 파격적 형식의 비공식적 회담이라는 특징도 갖고 있다. 즉 분단사상 최초로 남북의 두 정상은 마치 친구들끼리 이른 바 ‘번개팅’의 깜짝 만남을 연상시킨 비공개 회담을 가졌던 것이다. 이런 특징을 가진 이번 회담의 역사적 의미는 한 마디로 남과 북의 두 정상이 한반도 현안문제에 대해 수시로 논의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4차 남북정상회담이 긴박하게 이루어진 ‘셔틀 회담’, ‘번개팅’의 깜짝 만남을 연상시킨 비공개 회담으로 열리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지난 24일, 남측을 비롯한 해외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내 갱도와 부속시설들을
시장과 마트 그리고 음식점을 다니다 보면 안 오른 게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6% 상승했다지만 실제 서민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보통 20~30%는 오른 듯 하다. 게다가 기름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금리와 원화 강세 등 트리플 악재로 서민들의 삶이 힘겹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달 소비자가 많이 찾는 다소비 가공식품 30개 판매가격을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최고 1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콜라가 11.9% 상승했고, 이어 즉석밥 8.1%, 설탕 6.8%, 우유·어묵이 5.8% 올랐다. 간장(4.3%)과 참기름(2.1%)도 가격이 뛰었다. 그런데도 안팎에서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온통 눈과 귀가 쏠리고, 경제는 아예 안중에도 없는 듯한 인상이다. 6월 선거가 다가온 가운데 일부에서는 신흥국의 6월 위기설까지 터져나온다. 1천조가 넘었다고 큰일났다던 가계부채는 사상 최대치인 1천400조원이 넘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물가마저 하늘을 모르고 요동치고 있으니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소비부진까지 이어져 경제의 부익부빈익빈은 날로 심화된다. 그나마
본보는 지난 21일자 본란 ‘선거철 유흥가 불법 행위 단속 느슨해서야’ 제하의 사설을 통해 선거철에 도내 유흥가 일대에서 무질서한 상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단속 사각지대’를 노리고 노골적인 불법호객행위와 함께 낯 뜨거운 음란전단지를 마구잡이로 배포하고 바가지요금을 씌우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임기 말 누수현상과 선거기간 중 지방정부 수장이 출마하느라 자리를 비움으로써 벌어지는 행정공백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지방선거가 이제 불과 16일 앞으로 다가 온 시점에서 걱정되는 것은 행정공백 뿐이 아니다. 공직자들의 줄서기와 편 가르기다. 주로 지연과 학연을 앞세우는데 이는 시민이 주인인 지방 행정과 지방자치,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작태로서 반드시 청산돼야 할 적폐다. 그러나 이 시간에도 어떤 간부급 공직자들이 유력한 후보에게 줄을 대려고 눈치를 보거나 비밀리에 선거운동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교묘한 행보를 펼치기에 해당 공직자나 그의 이른 바 ‘조직원’들 밖에는 모를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공직자들 세계에서는 이미 누구누구가 어느 후보자와 가깝게 지낸다는 소문이 돌고 있을 것이다. 물론 모든 공직자들이 그런 건 아니다. 시민의 세금으로 급여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연일 화제다. 각 나라 정상들의 뉴스를 접하다보니 청동기시대의 문화유산인 농경문 청동기와 조선시대 국왕의 의례 중 하나였던 친경례가 생각난다. 오늘은 농경문 청동기와 친경례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농경문 청동기는 국립중앙박물관 청동기실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문화유산이다. 청동기시대의 유물로 꽤 알려진 문화유산이라 사실 실물을 접하면 생각보다 작은 사이즈에 꽤나 당황스러운 문화유산이다. 손바닥 만한 크기의 농경문 청동기는 양면에 당시의 생활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문양이 새겨져 있다. 한 면에는 나뭇가지 위에 새가 앉아 있는 모습, 즉 솟대가 그려져 있다. 솟대가 그려진 반대편에는 3명의 사람이 새겨져 있는데, 한 명은 항아리에 두 손을 뻗고 있는 모습이며, 또 다른 한 명은 괭이를 높이 들어 땅을 내리치려는 듯한 모습이다. 마지막 모습의 사람은 따비로 밭을 가는 모습이다.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농기구인 따비와 괭이가 눈에 띈다. 놀라운 것은 괭이의 모습이다. 청동기시대의 괭이의 모습이 현재 구입 가능한 괭이의 모습과 똑같다는 것이다. 그 오래된 시기에 사용하던 농기구가 현재의 농기구와 같은 모습이라니 참 놀라운 디자인이다. 이…
벌써 아카시아가 피는가 싶더니 지고 있다. 상가를 벗어나 조금만 외곽지대로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아카시아가 향기로 유혹한다. 개구쟁이 친구들은 가시가 날카로운 나무에서 꽃을 따 꿀을 빨아먹기도 했고 여자애들은 하나만 달라고 졸라서 먹었다. 모두들 맛있게 먹는데 나만 곧바로 뱉고 말았다. 다른 친구들은 달고 향기롭다고 하는 꽃에서 비린내가 났다. 날콩을 씹었을 때처럼 비린 맛이 역해서 한참이나 퉤퉤 소리 나게 침을 뱉고 물로 입을 헹궜다. 줄을 맞추어 나란히 달린 잎으로 행운점을 치는 것도 재미있었다. 뭐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된다, 안 된다 하면서 잎을 한 장씩 떼는 데 마지막 남은 잎이 된다면 이루어지는 확률 50%의 점이었다. 엄마가 시장에서 맛있는 걸 사온다, 안 사온다. 오늘 선생님이 숙제검사를 한다, 안 한다 같은 아주 미약하기 짝이 없는 바람이었지만 아카시아 잎이 몇 장 남지 않을 때부터 마음은 조마조마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된다는 차례에 잎을 남기기 위해 끝 부분을 손톱으로 꼬집어 조금 떼어내면서 안 떨어진다고 다시 한 번 떼면서 행운을 조작하는 것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재미있었다. 동네 젊은 엄마들이나 서울서 오는 언니
온갖 험한 말들이 넘쳐난다. 누가 무엇을 했네부터 무슨 의혹이 있네, 누구한테 특혜를 줬네 등등. 일단 뱉어놓고 보자는 의도가 뻔히 눈에 보이는 ‘아니면 말고식’의 변함없는 레퍼토리가 또 시중을 떠돈다. 오랜 시간 공들인 날카로운 말의 비수가 허공을 찌른다. 아, 또 선거철이 됐구나가 새삼 느껴진다는 주변의 수군거림이 낯설지 않다. 그나마 이 정도는 늘상 봐왔던 것이니까 그런가 보다 할 수도 있지만, 가족에 사돈에 팔촌까지 허락도 없이 가져다 걸고 넘어지는 건, 최소한의 지켜야 할 마지노선을 비껴나도 이미 한참 비껴난 지 오래된, 말 그대로 도를 넘은 무책임의 극치다. 안쓰럽다 못해 딱할 정도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순진함의 의문은 오로지 당하는 이는 물론 원하든 원치 않든 지켜보아야 하는 관전자의 숙명이 됐다는 것도 참 어이없는 일이다. 선거는 승자독식이라는 게임의 룰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수십년의 준비를 거친 인내를 시작으로,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과 시대적 상황, 또 다양한 조건과 요청까지 더해져야 비로소 자기 이름 석자를 내걸고 세상에 나선 것이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승리하겠다&rs
초록의 무늬 /이선유 누가 다녀갔을까 연둣빛 나뭇잎에 새겨진 상형문자 쓰다 지운 흔적의 필체가 둥글다 은밀한 식탐에 숲은 얼마나 진저리를 쳤을까 잎맥이 끊어진 자리마다 어느 미물의 한 끼 식사가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 오월의 빗방울이 찢어진 페이지를 읽고 또 읽는다 구멍으로 모음 하나가 또르르 구른다 이가 빠진 잎사귀들의 안간힘, 상처가 힘이다 잎사귀를 닮은 노모의 낡은 팬티 빨랫줄 집게가 늘어진 허리를 물고 있다 햇빛에 드러난 구멍들 본래의 문양인 듯 태연하다 내 옆구리 어디쯤 접혀있는 얼룩들 그때 온몸으로 진물을 흘렸다 가만히 꺼내보면 상처 위에 밀어 올린 꽃이 더 향기로웠다 상처도 아물면 초록의 무늬가 되었다 연둣빛 새싹이 넓어지면서 초록 잎사귀로 자라간다. 그 잎사귀에는 ‘쓰다 지운 흔적의 필체가 둥글’게 남아 있다. ‘은밀한 식탐’을 가진 ‘어느 미물의 한 끼 식사가 그대로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연두와 초록은 신선하고 좋은 것이지만 그런 연
서로에게 도움이 안 되는 걸 알면서 자존심 때문에, 또는 완전한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쓰는 전략이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쿠바 미사일 위기다. 1962년 당시 소련이 미국을 겨냥해 쿠바에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하려 들자 미국이 이에 반발, 한때 양국이 일촉즉발의 위기까지 내달았다. 두 나라는 세계 최강대국이라는 자존심을 걸고 기(氣)싸움을 벌이다 자칫 공멸의 길을 택할 뻔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벼랑 끝 전술이란 냉전 당시, 마치 전쟁을 하자는 것처럼 보여 적국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외교적 협상 전술을 말한다. 미국과 소련이 자주 하던 외교 전술이다. 철학자인 영국 버트런드 러셀은 이를 ‘치킨 게임’에 비유하기도 했다.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56년 미국 정치판에서다. 당시 대통령 선거에서 아이젠하워 공화당 정부의 ‘냉전 전사’ 덜레스 국무장관이 1956년 1월호 라이프지의 인터뷰에서, “전쟁에 이르지 않고 벼랑(verge)에 이르는 능력은 필요한 예술이다. 이 예술을 정복하지 못하면 불가피하게 전쟁에 이르고 말 것이다. 전쟁을 피하려고 하거나 벼랑에 가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전쟁에 지게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
남북 정상이 전격적으로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의로 26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2차 정상회담을 갖고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한 방안을 논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오전 회담결과를 직접 발표한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어제 다시 한 번 분명하게 피력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에게는 비핵화 의지가 아니라 자신들이 비핵화를 할 경우 미국에서 적대 관계를 종식하고 체제안전을 보장하겠다는 것에 대한 신뢰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전격적인 만남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북 정상회담을 취소통보는 김계관·최선희 두 북측 외무성 부상이 드러낸 ‘엄청난 분노와 적대감’을 이유로 들었지만 북한이 이에 대해 언제든지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음으로써 남북 정상의 만남까지 이어진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중재역할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미국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통보했던 이면에는 아예 대화의 판을 깨려 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당초부터 대두되기는 했다. 트럼프의 협상기술이었다는 예상은 북한의 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제22회 수원연극축제는 대성공이었다.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경기상상캠퍼스(옛 서울대 농대)에서 ‘숲 속의 파티’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수원연극축제를 비롯, 지역 축제가 지향해야 할 바를 명백하게 보여줬다. 행사장인 도심 속의 숲 경기상상캠퍼스에는 연일 엄청난 인파가 몰려 밤늦게까지 공연을 즐겼다. 나이든 부모와 어린아이를 동반해 편안하게 돗자리에 앉은 가족과 손을 꼭 잡고 다정하게 나무에 기댄 연인, 삼삼오오 모여든 생기발랄한 청소년들… 초여름의 숲속 행사와 잘 어울렸다. 숲 속에는 별다른 무대를 설치하지 않은 자연 상태의 공연장을 비롯, ‘쌀의 독백’ 등 전시 작품을 곳곳에 마련해 다양한 즐길 거리를 마련했다. 또 푸드 트레일러와 푸드 트럭, 행사장 인근 서둔동 지역주민들이 마련한 먹거리 공간도 들어섰다. 교통이 불편한 서수원 호매실지구에서 온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 셔틀버스도 준비했다. 주최 측의 배려가 돋보였다. ‘인간모빌’ 등 해외공식참가작 6개 작품, ‘불의 노래’ 등 국내 공식참가작 14개 작품, 수원연극한마당 등 시민프린지, 시민체험 프로그램 숲 속의 작은 무대 ‘나도 예술가’ 등 총 37개 작품, 89회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