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장승진 끈질긴 욕망과 갈증의 아가리 분풀이하듯 비가 내린다 쿨럭이며 수 천 개의 마른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흙탕물 비로소 강물은 차 오르고 부끄러움으로 벌개진 강의 얼굴 위를 쓰레기와 오물들이 흘러 내린다 목숨처럼 소중하게 여겼던 것들이 젖어 초라하다 속이 쓰리다 하지만 이해한다 난 나의 폭음暴飮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해하는 편이다 - 장승진의 시집 ‘환한 사람’ 중에서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일들을 ‘내가 나에게’ 시킬 때가 있다. 해도 될까, 해야 할까, 후회하지 않을까, 하다가도 어느 틈에, ‘그래 하자’ 쪽으로 기울면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된다. 그런데 그 일들에는 늘 장벽이 있기 마련이고 그것들을 제거하느라 흙탕물 같은 부끄러움들이 끼어들게 된다. 사업도 그렇고 생활도 그렇고 연애까지도 그렇다. 욕망과 갈증이 홍수처럼 지나가고 나면 그 뒤에 쓰레기와 오물을 남긴다. 그것들이 타인에게 해악을 끼친 일이었다면 그 부끄러움은 극에 달할 수도 있다. 반성하고 성찰하고 용
북핵해결, 한반도 통일, 노벨평화상 수상, 통일대박 사업 추진. 며칠 전까지만 해도 꿈에 부풀었던 얘기들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한미훈련을 트집잡아 남북고위급 회담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북미회담까지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북한이 한미훈련을 트집잡아 일방적으로 회담연기를 통보한 것이다. 이에따라 북미정상회담이 임박하면서 우리 정부의 대응방안이 주목되고 있다. 정부도 한국과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돌출행동에 의아해 하고 있다. 난데없이 북한이 맥스선더 훈련, 한미연합훈련을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우고 있으나 맥스선더 훈련은 남북 정상회담 이전인 지난 4월부터 잘 알려진 내용이다. 더욱이 북한이 고위급회담 연기를 통보한 이전부터 이미 훈련은 시작되고 있었다. 그러기에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으로부터 강도 높은 비핵화 요구에 딴지를 걸고, 태영호 전 공사의 기자회견 등을 문제 삼아 복합적인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도 북미정상회담 운명을 심사숙고하라는 경고성 발언마저 있어 일부에서는 협상의 주도권을 자기들이 가져가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이같이 터무니
6·13 지방선거가 24일밖에 남지 않았다. 각 후보자들은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그런데 선거기간 중 지방정부 수장이 출마하느라 자리를 비우거나, 임기 말 누수현상으로 행정공백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한심한 일이다. 공직자들은 시민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인데 누가 당선될지 눈치를 보거나, 윗사람이 없다고 업무를 게을리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하던 일을 묵묵히 계속하는 것이 참 공직자의 자세다. 선거철마다 빚어지는 현상이지만 도내 유흥가 일대에서 무질서한 상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본보 18일자 1면). ‘행정단속 사각지대’를 노리고 노골적인 불법호객행위와 함께 낯 뜨거운 불법음란전단지를 마구잡이로 배포하고 바가지요금을 씌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원시 인계동 일대와 수원역, 안양 일번가, 성남 분당 서현역, 화성 동탄신도시, 병점 중심상가 등에선 호객행위가 반복되고 있다. 수원시 인계동 일대는 일명 ‘박스’라고 불리는 지역으로 음식점, 숙박업소, 유흥업소 등이 집중된 곳이다. 유흥업소 중에는 음란퇴폐업소들도 많다. 매년 경찰의 단속에도 불구, 이른바 ‘삐끼’들의 극성스런 호객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 박스 안에는 수원시청도 있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족애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 많아서 챙겨야 할 것이 많다. 택시를 탔는데 연배가 있으신 기사님이셨다. 자연스럽게 어버이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어버이날에 자식들이 주는 용돈을 어린이날 손주들한테 그대로 주니까 뭐 그렇더라 평상시에나 잘해야지…. 어버이날 자식들이 챙겨주는게 별로 반갑지 않다. 그런데 또 지들 바쁘다고 못 온다고하면 섭섭하고 참…’ 그 말을 들으면서 나 역시 내 아이들한테 받아야 한다는 것보다 챙겨야하는 의무감에 5월 가정의 달은 무엇인가 이벤트를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고 죄책감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매년 언론에서 보도된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서 살해된 여성’ 분석을 하고 통계로 내고 있다. 2017년 역시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85명, 살인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103명으로 나타났다. 또한 피해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주변인이 중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은 경우도 최소 55명에 달했다. 혼인이나 데이트관계 등…
창밖으로 연거푸 흘러내리는 비. 나는 하릴없이 핸드폰만 이리저리 굴린다. 공간을 가득 채우며 마주 앉은 숱한 그들의 표정 또한 무료하긴 마찬가지다. 말없이 멀뚱멀뚱 서로의 동태를 살피며 시간 흘러가길 기다릴 뿐. 한 오십분쯤 지났을까. 드디어 마이크로 흘러나오는 내 이름자. ‘이상남 대기자 안으로 들어오세요.’ 우리는 환하게 웃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와글와글 시끄럽게 성업 중인 먹고 마시는 공간. 양산을 여행하던 중에 들른 일명 ‘맛집’이라는 곳이다. 처음 만나는 숱한 남들이 어울려 함께 식사를 하는 공간, 그곳에서도 나름대로의 질서가 있다. 빽빽하게 채워진 테이블마다 철저하게 분리된 다른 세상. 보이지 않는 벽을 치고 각자의 대화에 충실하며 식사에 임하는 모습들. 두서없이 떠들어대거나 일관된 침묵으로 이어지거나 어쨌든 그들은 지금 식사를 하는 중이다. 종종 옆 테이블의 시선을 의식하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맛집을 찾은 그들만의 특권 또는 공통된 묘한 소통방법인지도 모른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집 안이 아닌 집 밖에서 식사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이 되었다. 텔레비전 채널마다 돌아가면서 보여주는 &ls
효자손 /고경숙 구부러진 노모의 등이 밟혀 조막손 막둥이는 제 팔 한 쪽 툇마루에 두고 떠났다 해마다 5월이면 부모에게 찾아가거나 안부 전화를 한다. 자식들 모두 부모를 떠나 도시에 있거나 타지에 있는 것이다. 시골이나 고향에 있는 부모는 늙고 병들었거나 아니면 구부러진 허리로 툇마루에 앉아 멀리 있는 자식들을 그리워한다. 그런 부모와 자식들 모두의 곁에 고경숙 시인의 ‘효자손’을 놓아둔다. 자식들은 부모를 찾아가 구부러진 노모의 등을 긁어드리고, 부모들은 툇마루에 두고 떠난 조막손 막둥이의 팔 한 쪽으로 가려운 등을 살살 긁어보라고. 짧지만 깊은 울림과 여운을 간직하고 있는 시 한 편 암송하면서 아픈 마음 가만히 달래보라고. 실제 효자손 같은 이 시로 가려운 곳을 긁는 사람들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 자식이라면 노모의 툇마루에 두고 온 팔 한 쪽으로 인해 평생 한 쪽 팔로만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래서 저린 통증을 평생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 부모라면 팔 한 쪽을 두고 간 자식이 한 쪽 팔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플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세상에는 두 팔 모두 멀쩡하게…
색은 인간의 인식 체계를 반영한다.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검은색은 어둠, 빨간색은 열정, 녹색은 숲과 연계하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이처럼 머릿속에 고정관념으로 박힌 빛깔을 기억색(memorial color)이라고 한다. 흔히들 노랑 주황 빨강 계열은 따뜻한 색으로, 파랑이라면 차가움을 연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색깔에 대한 관념은 국가별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의복과 예식 등에 쓰이는 색상이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란색이 대표적이다. 중국에서는 고대부터 부의 원천인 땅과 황금을 나타내는 색이라 해서 황제의 색으로 여겼다. 반면 서양에서는 경계와 멸시를 상징하는 색이었다. 중세 화가들은 예수를 배반한 유다의 옷을 노란색으로 칠했을 정도다. 빨강도 마찬가지다. 신성, 경건함, 열정, 빛을 뜻하기도 하지만 악마와 지옥 불, 퇴폐미, 수난, 어둠을 상징하는 색이라 여겨 그렇다. 이 같은 색깔이 정치에 사용된 역사는 매우 깊다. 그 중에서도 빨강은 고대국가 시절부터 왕과 귀족의 상징으로 사용됐다. 그러던 것이 중세 프랑스 혁명이후 ‘자유’로 인식됐고, 러시아 혁명에선 사회주의의 상징이 되었다. 또 파랑 역시 12세기부터 주목받기 시작해 꿈·명예·희망을 전달
소소한 일상의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골목길 속 카페문화가 도시의 문화코드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의 익선동, 북촌과 서촌 등 ‘큰길에서 들어가 동네 안으로 이리저리 통하는 좁은 길’이 젊은 창업가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화제의 명소로 만들어지고 있다. 전주시의 발표에 따르면 전주한옥마을은 2017년 1천109만 7천33명의 관광객이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해마다 관광객들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렇게 관광객들이 많이 오다보니까 어느 카페나 사람들로 늘 붐비고 있다. 근처에는 ‘남부시장 청년몰’이라고 하는 옥상을 골목길로 재현해낸 공간이 있다. 청년몰 32개 상점은 저마다 개성이 가득한 곳이다. 작가들이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작가공방 그리고 색다른 디자인이 눈길을 끄는 카페들이 모여 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한 곳에서 아기자기한 골목길 카페 등을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서 남녀노소 구분 없이 찾고 있다. 가끔 야외 공연장에서 개최되는 버스킹 콘서트도 볼 만 하다. 이곳은 청년상인협의회가 주관한다. 청년몰은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 사업(문전성시)&rs
장미의 독백 /이윤훈 나를 사로잡으려면 불안한 눈빛 떨리는 손 가뿐 숨결로 짙붉은 나를 탱고처럼 네 안에 들여야 해 자유로운 내 춤이 얼마나 위험한지 아름다운 순간은 왜 그토록 위태한지 바이올린처럼 울어야 해 아니면 내 향기를 빼앗아갈 수 없어 아름다움은 치명적이다. 아니 치명적이어야 한다. 짧지만 날카로운 삶의 가시들을 온몸에 밀어 넣어야 한다. 시인은 ‘아름다움’에 내포된, 미학적 이중성을 정확히 알고 있다. ‘불안한 눈빛’과 ‘떨리는 손’, ‘가뿐 숨결’은 나에게는 치명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장미’는 더욱 붉다. 장미는 절대 구속되지 않는다. ‘탱고’와 같은 위험하고 위태한 춤을 추며 ‘나’의 내륙을 휘감아 돈다. 그것은 비발디를 연주하는 바이올린처럼 거대한 매혹의 물결들이며, 소리의 울음들이자 꿈과 같다. ‘사로잡힘’이란 절대적 자유의 치명적인 망각이다. ‘아니면, 내 향기를 빼앗아갈 수 없다’고 일갈하는 장미 앞에서 시는 비로소 탄생한다. 5월이다. 장미…
우리나라에서 병역은 매우 민감한 문제다. 군대를 갈 수 있는 조건임에도 기피하는 인물들은 사회적 지탄을 받는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고는 하지만 누구라서 황금 같은 20대 청춘의 전성기를 폐쇄된 공간에서 고되고 위험한 군사훈련과 엄격한 통제를 받으며 보내고 싶을 것인가. 지도층과 재벌가 아들이나, 유명 연예인의 병역기피 사실이 알려질 때마다 군복무를 마쳤거나 입대를 앞두고 있는 국민들이 격하게 분노하는 것은 그만큼 군 생활이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힘없고 돈 없는 사람, 요즘말로 ‘흙수저’들만 군대에 간다고 생각하면 병역 기피자에 대한 시선이 고울 수 없다.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이회창 후보는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으로 1997년(15대), 2002년(16대) 대선에서 연이어 김대중·노무현 후보에게 패했다. 이 후보의 장남 정연씨, 차남 수연씨는 병무청 징병검사에서 처음엔 현역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추후 정밀 신체검사 과정에서 입대 면제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것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특히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역 거부를 절대로 용납 못하는 국민 정서가 있다. 이는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꾸준히 병역을 기피해온 사람들이 있다. 이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