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은 아이의 삶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결정이다. 그만큼 입양은 철저히 ‘아동의 최선의 이익(Best Interest of the Child)’이라는 원칙 아래 추진되어야 하며 그 과정은 국가와 사회 전체가 책임지는 공적 시스템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입양제도는 민간기관이 주도해 왔으며 입양이 아동 보호의 ‘빠른 출구’로 기능해 온 것이 현실이다.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채 입양되는 사례, 아동의 친생가족에 대한 정보 부재, 입양 전 보호 공백 등은 오랫동안 제기된 구조적 문제점이었다. 특히 입양을 통해 아동의 삶이 완전히 새로운 환경으로 전환되는 만큼 사전 준비와 평가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입양 구조는 아동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높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7월 19일부터 입양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고자 한다. 핵심 방향은 입양을 ‘민간 중심 절차’에서 ‘국가 책임에 기반한 보호 결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특히 출생 직후 곧바로 입양기관으로 아동이 이동하던 기존의 흐름을 차단하고 일정 기간 국가가 보호하는 체계 안에서 아동의 상황을 충분히 평가·조정한 후, 친생가정 복귀 가능성을 우선 검토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러한 변화는 입
표절(剽竊)은 지식인사회, 문인들과 예술가들의 세계에서 타인이 인생을 걸고 몰두하여 이룩한 결실을 가져다가 자신의 것으로 하는 짓이다. 절도(竊盜)다. 이 악행은 시공을 초월한다. 저열한 욕망에 추동되는 그 특이종자들의 비루한 행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하다. 약 2500년 전, 큰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 "노동없이 영예를 얻고자 하는 인간의 타락한 욕망이 표절을 낳는다." 그 시대에도 이미 표절이 만연되어 있었던 것이다. 실은 그 보다 더 오래 전, 수메르 시대(대략 기원전 4500년~1900년)의 대홍수 신화인 ‘길가메시 서사시’와 구약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는 흡사하다. 히브리족이 수메르 신화를 사실상 베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양이라고 해서 뭐가 다르겠는가. 춘추전국 시대의 제자백가들도 사상과 저술의 차용과 모방이 극심하여 표절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적소유권 개념이 없던 당시의 먹물들은 그 지식절도범들을 '흉악한 쌍놈'들로 취급했을 것이다. 그 피해자들의 상심과 분노가 '표절'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그 동의어들 글자 속에도 같은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동서양이 똑같다. 고대 로마 사람들이나 동양 사람들이
전세사기를 일으킨 임대인들이 ‘기획파산’으로 막다른 골목의 임차인들을 거듭 울리는 일이 빚어지고 있다. 파산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면책이 된 사기꾼들이 멀쩡하게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경우조차 있어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피해자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실정이다. ‘기획파산’으로 전세보증금 반환의 길을 아주 막아버리는 악성 임대인의 변칙을 막기 위한 정밀한 대책이 요구된다. 가해자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많은 사회는 온전한 공동체가 아니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개인파산은 ‘개인사업 또는 소비활동 결과 본인의 재산으로 모든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개인채무자를 대상으로 법원이 모든 채권자가 평등하게 채권을 변제받도록 하고 채무자에게는 면책 절차를 통하여 남아있는 채무에 대한 변제 책임을 면제하는 절차’다. 파산 제도는 과도한 빚을 지고 살길이 막힌 서민을 위한 마지막 생명줄 장치다. 문제는 전세사기를 일으킨 일부 임대인들이 이 파산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임차인들이 전세보증금을 편취해 다른 사업에 투자한 후 탕진해 갚지 못하게 되면 파산을 신청해 책임을 회피하는 수법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들의 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책임을 회
“국장 탈출은 지능 순.” 이 문장은 한국 증시에 대한 집단적 냉소와 미국 증시에 대한 매혹을 함께 드러낸다. 주식을 매수하는 일에는 그 기업이 대표하는 가치와 미래에 기꺼이 동참하겠다는 무언의 서약이 담겨 있다. 사람들은 수익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더 큰 이야기의 일부로 위치시킨다. 이야기가 대중의 몰입과 충성을 이끌려면 네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변화와 완결의 약속, 선명한 드라마와 영웅, 참여와 소속의 감각, 그리고 서사의 유통성이다. 이러한 조건들은 문학과 영화, 브랜드, 정치뿐 아니라 금융 시장에서도 똑같이 작동한다. 미국 증시는 이 네 가지를 거의 완벽히 충족하는 서사다. AI, 기후 기술, 우주산업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미래 비전이 투자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언젠가 더 큰 지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집단적 신뢰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테슬라, 엔비디아, AMD 같은 종목은 혁신과 변화를 대표하는 주인공이다. 리사 수는 몰락 직전의 AMD를 재건해 산업의 아이콘이 되었고 젠슨 황은 GPU를 AI의 핵심으로 탈바꿈시켰다. 일론 머스크는 화성 이주를 공언하며 테슬라를 극단적 변동성과 과감함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이들의 주가는 급등과 폭락을 거듭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들은 ‘공정과 중립’ 그리고 ‘투명성과 청렴’, ‘책임성’을 가져야 한다. 일반 시민들보다 ‘모범적 시민 정신’이 필요한 것이 선출직 공직자들인 셈이다. 그런데 일부 선출직 공직자는 ‘편파와 편향’ 그리고 ‘불투명과 부패’, ‘무책임’으로 일관하면서 시민들로부터 빈축을 사는 경우가 왕왕 있다. 최근 특정 단체가 소유권을 행사해 온 ‘평택항 화물자동차 무료 임시주차장’에 뜬금없이 현역 국회의원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2023년까지 화물연대가 평택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해 오던 평택항 화물차 임시주차장을 평택지방해양수산청이 넘겨받아 2024년 4월부터 현재까지 임시주차장으로 운영해 왔다. 이 과정에서 (가칭)평택컨테이너운송협의회라는 등록도 되지 않은 친목 단체가 어느 순간 ‘소유권’이 있는 것처럼 사용해 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본보 7월 2일, 3일 자) 더 큰 문제는 운송협의회가 지난해 10월 임시주차장 포장 문제를 회의 안건으로 삼는 과정에서 평택 지역구 국회의원의 이름까지 버젓이 올려놓았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주차장 포장을 위해선 A 국회의원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며, 협조를 얻기
이제 7월 초인데 벌써 열대야 때문에 잠을 이루기가 힘들다. 지구는 이렇게 계속 뜨거워져 가고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점점 편안함을 잊어가고 있다. 그래서 어디 시원한 거 없을까 하고 찾게 되는 음식이 콩국수이다. 여기에 얼음 몇 개 동동 띄우면 먹는 순간만은 더위를 잊을 수 있다. 콩국수의 유래는 조선시대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콩이 서민들이 일반적으로 먹는 식품이었고, 국수는 주로 밀가루로 만드는데 곡물이 부족했던 시절이라 밀가루에 콩가루를 첨가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지금의 콩국수 형태가 일반화된 것은 조선 후기인데 콩은 맛도 있고 영양가도 높아서 서민들이 즐겨먹는 음식이 되었다. 콩국수는 단백질, 미네랄, 무기질, 섬유질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글루텐이 없고 열량이 낮아서 지금은 건강한 다이어트 식단으로도 잘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콩이 콩국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재미있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주로 “콩알만 한 게….”라고 하면 작다는 것을 무시할 때 주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그러나 콩알은 비록 작지만 단단하여서 웬만한 충격에도 부서지지 않는 강인함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자신만 옳다는 옹고집은 없어서 물에 불리면 연하고 순하게 물러져서
닥터 헬기는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의 환자를 빠른 시간 내에 안전하게 병원으로 이송시켜 치료를 받게 함으로써 많은 생명을 구하고 있다. 인천시는 전국 최초로 2011년부터 닥터헬기 운항을 시작, 의료진과 함께 연평도, 백령도 등 서해 도서지역과 의료취약지에 출동해 위급한 처지에 놓인 생명을 구했다. 닥터헬기 도입 이후 14년간 총 1593회 출동, 1608명의 목숨을 구했다. 그 가운데 400여명은 중증외상 환자였고 280여 명은 뇌졸중 환자였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위급한 상황이었다. 경기도도 당시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현 국군대전병원 원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와 손을 맞잡고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닥터헬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매년 수백 명의 중증외상환자를 신속하게 이송하고 있다. 이처럼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임에도 인천 닥터헬기는 계류장도 마련하지 못해 떠돌아다니는 신세였다. 인천시청 운동장, 문학야구장, 소방서 주차장, 김포공항, 부평구 항공부대 등을 임시 계류장으로 사용해왔다. 격납고도 없어 기상이 악화될 때마다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2023년 12월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가 닥터헬기 전용 계류
오늘도 느낀다. 아침 운동하러 가는 길, 이 숲 터널을 지날 때 행복하다는 것을. 그동안 겨울나무 검은빛에서 죽음보다 강한 기운을 느껴보기도 했다. 그리고 나무들 땅 속 뿌리의 작은 신음 소리가 들리는 듯도 했다. 겨울나무는 세상 모든 생명보다 고요히 자신을 지켜내고 있었다. 그 침묵은 곧 묵수(默言修行)요. 겨울 숲의 신앙이요 기도였다. 그 겨울 숲에 흰 눈이 소복소복 내릴 때, 하늘의 사랑이 우리 곁으로 어떻게 다가오는지 느낄 수 있었다. 눈은 겨울의 선물이다. 대지 위의 흰 눈은 백지 같았다. 그 순간 나는 꿇어앉아 그곳에서 시를 쓰고 편지를 써 수신자 없는 그곳의 누군가에게 보내고 싶었다. J 대학 생활관이 위치하고 있는 숲 속의 길은 가운데에 아름드리의 플라타너스들이 줄지어 서 있고 양 쪽으로는 곧은길이어서 자동차가 서행하도록 되어 있다. 플라타너스 넓은 잎과 주변 나뭇잎들은 7월의 아침 빛 스며드는 녹색기운으로 바다 밑 같은 정밀한 고요 속에 가슴 벅찬 감동의 기운이 일렁이고 있었다. 대학로의 젊은 기운과 함께 상상하기 힘든 거목들의 넓고 푸른 잎잎 하나하나가 제철을 맞아 온 세상을 푸르고 두텁게 감싸면서 생명을 껴안아 주는 듯했다. 녹색이 주는…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