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歲暮에 김운기 마른 가로수들은 내 이십대처럼 거리를 헤매고 있다 구세군 방울소리에 삼백 예순 다섯 날 잊고 있던 이름들은 깨어 나오고 먼데 그리움이 바퀴처럼 뒤따라 와서 지친 숫자를 보태고 성큼, 저만치 달아나는 한해의 끝 마른 낙엽처럼 우편함에 꽂힌 엽서 한 장 ‘근하신년謹賀新年’ - 김운기 시집 ‘그대에게’ 중에서
새해 벽두부터 물가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화장품 가구 음식료 등으로 시작되는 가격인상이 자칫 전방위로 확산되면 서민경제가 걱정이다. 이는 올해부터 시간당 7천530원으로 16.4%나 오른 최저임금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물가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화장품에서부터 가구 침대 치킨 햄버거 등의 가격이 들먹거리고 있다. 수입 화장품 브랜드 샤넬은 1일부터 326개 품목의 향수와 스킨케어, 메이크업 제품의 가격을 평균 2.4% 인상했다. 전국에서 400여 개 가맹점을 운영중인 죽 전문점 ‘죽 이야기’도 버섯야채죽과 꽃게죽, 불낙죽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각각 1천원씩 올렸다. 가구 업체인 현대리바트는 오는 15일부터 침대와 식탁류 가격을 3∼4% 올릴 계획이다. 시몬스도 이달부터 대리점에 공급하는 매트리스 10여 종의 가격을 5%가량 인상하기로 하고 최근 대리점주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그러나 국내 1위 가구전문업체인 한샘과 에이스침대 등은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지난달에는 치킨 전문점인 KFC가 치킨, 햄버거 등 24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5.9% 올렸고, 놀부부대찌
2018년 새해가 밝았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제야와 새해맞이 행사가 열렸고 경기도 수원에서도 뜻깊은 송년·신년행사가 이어졌다. 1만여 명이 넘는 시민과 관광객이 몰린 수원 화성행궁에서는 각종 공연과 떡국 나눔 등이 이어져 차가운 영하의 겨울밤을 훈훈하게 덥혔다. 다음날 아침 해 뜨는 시간에도 시내 중심에 있는 팔달산과 광교산에는 수천의 인파가 몰려 새해소망을 빌었다. 이런 들뜬 분위기 속에서 매우 뜻깊은 행사가 조용히 열렸다. 해맞이행사가 끝난 직후인 오전 8시 팔달산 정상 서장대 남쪽에 있는 3.1운동 기념탑에서 ‘3·1운동 100년, 임시정부 수립 100년’ 맞이 기념사업 선포식이 개최된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19일 수원화성박물관 강당에서 기념사업 준비위원회 발족식을 열고, 추진위원회 설립을 위한 첫발을 내디딘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염태영 수원시장과 박환 수원대 교수가 공동추진위원장, 김준혁 한신대 교수가 집행위원장으로, 시민단체 회원, 학자, 수원시의회 의원, 수원시 공무원 등이 위원으로 선임됐다. 이달 중 출범할 추진위는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100여 명으로 구성된다. 추진위는 ▲수원 독립운동 인물·3.1운동 콘텐츠 발굴사업 ▲3.1운
작년 개봉되어 나름 흥행에 성공한 남한산성이라는 영화는 조선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에 갇힌 인조임금과 신하들의 복잡한 심경과 내·외부 상황을 그린 작품이었다. 영화는 특히 최명길과 김상헌이라는 두 인물을 대비하며 스토리를 전개하였다. 역사 소재의 영화는 언제나 그렇듯 사실과 허구를 동반한 면이 있다. 남한산성이라는 영화도 그런 트랜드를 완전히 탈피하지는 못한 듯 하였다. 그러나 여기에서 영화의 작품성은 차치하고라도, 두 인물을 통해 본 명분과 실리는 작금의 정치상황에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궁금하였다. 일단 영화 속 두 인물을 살펴보면, 먼저 최명길은 임금의 의중을 꿰뚫어 보면서 최대한 실리를 추구하는 작전을 구사한다. 반면 김상헌은 성리학적 명분론과 의외의 요행수에 기대하는 모습을 보인다. 적어도 필자는 두 사람을 그렇게 보았다. 전란이 터지자, 최명길은 임금에게 병란 초기 호미로 막을 방책을 조심스럽게 진언한다. 청나라 장수 용골대의 요구대로 왕자를 인질로 보내고 서둘러 큰 전란을 막자는 주장을 하였다. 그러나 임금은 자식을 보내는 일에 주저하고, 어떻게든 요행적인 일을 기대하였다. 임금도 김상헌도 갖고 있던 요행수라는 것은, 명나라가 청나라 뒤퉁수를 쳐주
개에게는 오덕(五德)의 품성이 있다고 한다. 오로지 주인만 따르는 ‘의리’에선 세상에 따를 자가 없고. 주인의 신분이 미천할지라도 그를 최고로 여기고 깔보는 법도 없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개가 주인을 배신했다는 얘기는 어디에도 없다. 개는 ‘겸손’의 상징이기도 하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주인의 관심에 오감을 총동원한다. 그러면서 주인의 눈빛만으로도 무엇을 원하는지 금세 알아챈다. 개는 ‘사랑’의 화신이다. 멀리서 주인의 발소리만 들려도 꼬리를 흔들며 온 몸으로 애정을표한다. ‘희생’의 덕목도 지녔다. 지구상에 다른 종족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존재는 오로지 개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그래서 나왔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던 ‘오수의 개’이야기다. 고려시대 최자가 지은 ‘보한집(補閑集)’에 근거를 둔 실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전북 임실에 사는 김개인은 이웃 동네 잔칫집에서 술을 마시고 돌아오던 길에 풀숲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마침 들불이 번져 주인의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개는 냇물로 내려가 온몸에 물을 묻혀 주위를 축축하게 적시었다. 사력을 다해 물가를 오가던 개는 지쳐 죽었다. 뒤늦게 깨어난 주인은 감동한 나머지, 장사를 지내고 지팡이를
아버지 밭 /장인수 아버지가 건강한 밭이라면 실뿌리 주변마다 꿈틀거리는 지렁이들이 살고 지렁이를 잡아먹는 두더지가 살고 아랫도리로 독사가 스슥스슥 지나가고 성질 사나운 불개미들이 생사를 건 사투를 벌일 게다 아버지가 건강한 감자밭이라면 아버지의 푸른 팔뚝에서 사마귀가 사마귀를 잎사귀처럼 뜯어먹을 것이다 아버지가 건강한 풀밭이라면 아버지를 뜯어먹는 것들과의 야생의 동거는 조용한 날이 없을 게다 - 장인수의 시집 ‘적멸에 앉다’ 中에서 아버지가 건강한 밭이라면 지렁이가 꿈틀거리고 두더지가 굴을 파듯이 나도 나의 새끼들과 함께 울기도 웃기도 하면서 건강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때에는 독을 품은 독사도 성질 사나운 불개미들도 아버지의 푸른 팔뚝에서 사마귀를 뜯어먹는 사마귀도 화사한 생명력으로 빛이 날 것이다. 반대로 내가 아버지를 뜯어 먹지 못하고 내 새끼들도 나를 뜯어 먹지 못하여 죽은 듯 조용하기만 한 병든 시간들이라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조용할 날 없는 야생의 동거를 하고 있다면, 홀랑 벗고 춤이라도 출 일이다, 생명을 즐길 일이다. /김명철 시인
절망을 딛고 일서서는 희망이 되자 /박병두 푸르른 날 마음의 고향과 시골 보리밭 흙의 땅에서 넓은 하늘 속으로 기운을 찾아가네, 역사가 숨을 쉬네, 삶과 정신이 사유를 만날 때 살갗을 에는 바람들은 말을 하네, 슬픔이 슬픔으로 일어나는 일들이 외로움이 외로움들로 일어나는 일들이 뉘 집 연기처럼 기침하다가 봄(春), 여름(夏), 가을(秋), 겨울(冬)을 맞네, 사계(四季) 날들의 울음소리 그치고 사람냄새 나는 푸른 하늘이었으면 좋겠네, 고독을 담고, 자유를 담아서 풀어놓은 일들이 우리가 슬픔을 슬픔으로 외로움을 외로움으로 가슴의 눈물을 희망으로 동행 할 사람을 찾았네, 새해 무술년(戊戌年) 정직한 아침으로 일어나 저녁을 맞으리, 주름 깊은 이웃을 살피고 흔적 없이 빠져가는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절제된 복지와 문화의 힘들을 모아서 땅과 하늘을 보고 정론(正論)의 직필(直筆)사명을 담아서 사색(思索)과 성찰(省察)을 노래하세 희망이어라, 또 희망이어라 무술년(戊戌年) 아침이여 ■ 박병두 1964년 전남 해남출생. 한신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아주대학원 국문학과, 원광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TV방송 드라마 대본을 쓰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으며, 1997년
지난해 11월 열린 ‘2017 아시아미래포럼’에서 노동경제학의 대가인 하버드대학교 리처드 프리먼 석좌교수가 기조강연을 했는데, 그는 로봇이 거의 모든 인간의 분야에 진출할 것이며 가격이 저렴해질 거라고 했다. 그 역시 빌 게이츠처럼 로봇세를 언급했지만 빌 게이츠와는 달랐고, 필자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자문위원일 때 주장했던 방향과는 같았다. 그동안 필자는 여러 권의 책을 통해서 인류의 미래를 예측했는데, 이번 리처드 프리먼의 기조강연은 필자가 2010년부터 8년간 허공에 변화를 외쳤음에도 산이 너무 멀어서 늦게 되돌아온 메아리처럼 반가웠다. 또한 필자가 가끔 뵙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번 포럼에서 “기술변화가 행복한 일상으로 이어질 법적 제도적 변화를 논의해야 한다”고 기조연설을 했는데, 과연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는 어떻게 바뀌어서 국민의 관점을 행동하는 해법인문학으로 변모시킬까? 필자는 2년 전 “한국의 로봇세는 생존에 급급한 한국 기업들에게 이중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로봇 도입으로 생존하려는 기업을 괴롭히지 말고, 로봇산업의 역량을 장애인 고령인구 보조로봇 연구에 온힘을 써야 희망이
일자리 창출 문제는 정부나 지자체나 너도나도 추진하는 최대의 과제다. 각종 선거에서도 이 문제는 후보자들의 공약이며 화두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대통령 직속의 일자리위원회와 집무실에 일자리상황판을 설치했을 정도다.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중에서도 청년실업률은 가장 큰 문제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장을 잡지 못하고 헤매는 청년들을 보면 안쓰럽기 그지 없다. 정부와 지자체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올해부터 대폭 오른 최저임금 여파로 고용시장은 더 얼어붙기만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국의 실업자수는 100만 명을 기준으로 계속 늘고 있는데다 취업자 수 증가폭도 크게 둔화되는 취업지표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15~29세 청년층 실업자 수는 41만7천명에 달해 청년 실업률이 9.4%로 1999년 8월 10.7%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우리의 희망인 청년들이 취업할 곳이 마땅치 않아 실의에 빠져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청년들은 공무원시험에 목표를 둔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족’이 수 십만 명이다. 국가 인재양성의 왜곡현상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새해에는 청
국민들이 갖고 있는 공무원들의 나쁜 인상 중 하나는 복지부동(伏地不動)이다. 땅에 납작 엎드려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요즘 이보다 한걸음 더 나간 우스갯소리로는 ‘복지안동(伏地眼動)’이란 말도 있다. 즉 바닥에 엎드려 눈만 굴린다는 것이다. 예전에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의 하나가 ‘중간만 해라’였다. 앞장서다가 높은 사람들 눈에 띄어봤자 좋은 일이 없다는 것이다. 공직세계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남보다 의욕적으로 일을 해봤자 돌아오는 것은 동료의 눈총과 윗사람들의 미움일 뿐이다. 게다가 세상사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의욕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다보면 과실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책임까지 져야 한다. 징계를 받으면 진급에서 누락되거나 감봉되기도 한다. 심한 경우는 옷을 벗어야 한다. 일반 회사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공무원들의 가장 큰 소망은 진급이다. 9급으로 인용돼 십 수 년이 지나야 6급이 된다. 적체가 심한 지자체에서는 20년이 넘는다. 기초 지자체에서 간부급이라고 할 수 있는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하기까지 30년이 넘는 경우가 흔하다. 6급으로 정년퇴직을 하는 공직자들도 허다하다. 이처럼 승진경쟁이 매우 치열할 수밖에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