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신기록을 경신하는 폭염 현상으로 온 국민이 지쳐가는 가운데 말이 안 되는 ‘열대야 마라톤’ 무더기 탈진 소동이 벌어졌다. 지난 17일 하남시에서 진행된 한 마라톤대회에서 다수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수십 명이 탈진해 쓰러지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정신이 혼미할 만큼 찜통더위가 혹독한 날에 참으로 한심한 토픽이 아닐 수 없다. 주최 측의 무책임 행태는 말할 것도 없고, 안전사고에 대해 이토록 무딘 관리를 해온 행정기관에 이르기까지 책임 소재를 가려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마라톤협회가 주관하고 매일경제TV가 주최한 ‘2024 썸머 나이트 런’에는 지난해보다 약 2배 많은 약 1만 명이 참가해 안전사고 위험이 컸음에도 이에 대한 관리가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하남시 신장동 미사경정공원에서 열린 이날 야간 달리기 대회 참가자 중 무려 28명이나 탈진해 쓰러졌다. 당시 119에는 30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됐고, 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응급진료소 설치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대회 시작 당시부터 출발선 근처에 서 있지도 못할 만큼 사람이 많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출발 후 앞쪽에 걷는 사람
놀랍게도 한국영화 중 독립운동을 그린 영화는 그리 많은 편수를 차지하고 있지 못하다. 어쩌면 툭하면 벌어지는 역사 논란들이 영향을 줬기 때문일 수 있다. 이상한 논란에 휘말리거나 공격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제작자나 투자자를 지배할 수도 있다. 홍범도 장군의 위대한 쾌거의 독립운동 전투 ‘봉오동 전투’(2019)가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 절묘했다는 생각을 갖게 할 정도이다. 이 영화를 요즘 같은 때에 다시 본다면 어떨까 싶다. 영화 ‘파묘’가 아무리 일부에서 반일 좌파적 영화라며 국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영화라는 식으로 떠들어 댄다 한들 관객 천만을 훌쩍 넘기는(11,913,519명) 대성공을 거둔 것은 어리석은 정치가 역사를 놓고 ‘대중의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개봉하기 전 정부와 국방부는 홍범도 흉상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는데 홍범도 장군이 고려공산당 활동 전력을 문제 삼았다. 대중들은, 그렇다면 장제스와 마오쩌뚱의 1,2차 국공합작(일본 제국주의와 싸우기 위해 일시적으로 국민당과 공산당이 힘을 합한 것) 역시 장제스의 공산당 활동 전력으로 봐야 하느냐는, 기이한 역사 해석을 요구 받는 셈이라 느꼈다. 홍범도 흉상 철거 문제를 놓고 대중들의 정
몇 년 전에 우연히 철학자 데이비드 베나타의 반출생주의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대학생 때부터 철학 수업을 꾸준히 들어왔지만, 베나타만큼 비관적인 철학자는 없다고 생각했다. 반출생주의자인 그는 삶이란 너무 나쁘고 고통스럽기 때문에 인간은 번식을 중단해야 한다고 믿는다. 베나타의 관점에 따르면 삶 자체가 악에 의해 지배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모두 손에 손잡고 멸망의 길로 가는 것이 진보적인 일이라고 믿는다. 반출생주의 사상을 처음 접했을 때 충격은 물론 느꼈지만, 동시에 부분적으로 동의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출산과 가족 형성, 양육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출산의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아이를 위해?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생명체를 위해 출산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욕구 실현? 자연의 질서? 이러한 흐지부지한 설명도 와닿지 않는다. 대개의 인간은 번식 욕구가 있다. 이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번식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출산은 오로지 이미 존재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임신 과정의 즐거움을 경험해 보고 싶어서, 가족을 꾸리고 싶어서.…
이 더위에 난 꽃이 피었다. 이른 봄에 분갈이를 해서 그럴 것이다. 먼저 올라온 꽃대는 시들해졌다. 난을 선풍기 옆으로 앉히고 차분히 들여다본다. 꽃은 꽃인데 난 꽃이라서인지 코와 눈과 가슴이 나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신석정 선생의 수상집 ‘蘭草 잎에 어둠이 내리면’을 펼쳐본다. 선생님은 한복을 곱게 입고 뿔테안경을 쓴 채,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시는데 책상머리에는 큼직한 난 화분이 놓여 있다. 그 사진 우측 아래는 작은 글자로 ‘그윽한 서실에서의 저자’라고 새겨져 있다. 책장을 넘기니 ‘서시’로써 ‘난초 잎에 어둠이 내릴 때’라는 시가 있다. ‘난초 잎에/ 어둠이 내릴 때// 그때 나는/ 노을이 흔들리는/ 언덕에 앉아 있었다.// …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자신의 미래를 만든다는 것이다’ 에머슨의 글이다. 토머스 제퍼슨은 ‘나는 책 없이는 살 수 없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괴테는 ‘나는 책 읽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80년이라는 세월을 바쳤지만 아직까지도 잘 배웠다고 말할 수 없다’라고 했다. 인류를 창조한 것은 하나님의 영역일지라도 인류를 번영시킨 것은 책이 아니겠냐고 주장한 학자도 있다. 멈추지 않는 독서를 통해 자기 자신을 쌓아온 많은 사람
지난 14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옛 경기도지사 공관인 도담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사람중심경제(휴머노믹스) 실천을 위한 임기 후반기 중점과제인 4개 경제 분야 신규 사업을 설명했다. 김지사가 밝힌 임기 후반기 중점 과제는 기회·돌봄·기후·평화 경제 등 4개 분야다. 기회경제는 반도체 등 신성장 클러스터 조성, 투자유치 100조+, 기회소득 확대 등으로 주 4.5일제, 일자리 0.5&0.75잡 등 신규 저출생 노동시간단축 정책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돌봄경제’는 가족돌봄수당을 도입하고,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하는 한편 경기도 SOS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국가 간병지원체계를 견인하겠다는 내용이다. ‘평화경제’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와 경기북부 대개발을 신속하게 추진한다는 내용으로 8월 31일까지 중앙정부의 주민투표 의사가 없으면 경기도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두 경기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정책들이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여름이 길어지고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는 지금 김 지사가 발표한 ‘기후경제’에 관심이 간다. 기후경제는 경기 RE100으로 재생에너지 이익공유제를 실험하고 기후위성 발사
주권자는 예외상태를 결정하는 자다(„Souverän ist, wer über den Ausnahmezustand entscheidet.“). 나치스의 계관 법학자 칼 슈미트(Carl Schmitt)의 말이다. 바이마르 공화국 헌법에 대한 해석론을 배경으로 나온 말이지만, 지난 한 세기 헌법학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되다 보니, 이제는 아무나 갖다 쓰며 아무 말이나 하는데, 이 글도 그런 글 중 하나다. 주권자가 예외상태를 결정하는 자라면, 주권자가 되고 싶은 주권자 지망생들이나 주권자 호소인들도 예외상태를 결정하는 자가 되고 싶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예외상태라고, 예외상태에 필요한 예외적인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선언하고 싶을 것이다.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안’, 일명 “25만 원 지원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25만 원 지원법”은 법률의 전형과는 거리가 멀다. 헌법에 반하는 처분적 법률이고, 권력분립의 원리를 해한다는 비판이 있다. 처분적 법률이 불가피한 상황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처분적 법률이 예외가 아닌 정상이라고 할 수도 없다. 민주당은, 지금이 민생회복을 위한 예외적인 조치가 필요한 ‘예외상태’인데
AI(인공지능)시대 도래에 발맞춰 조직을 개편해 AI국을 신설한 경기도가 관내 시·군들과 함께 시행 중인 관련 사업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도가 너무 낮다는 지적이다. 지자체 사업의 홍보 부족, 참여율 저조 등 고질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현대인의 일상생활에 깊이 파고들고 있는 AI가 민생의 질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경기도의 AI 사업이 도민 모두의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섬세한 방향 선택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경기도는 지난 6월 조직개편안의 경기도의회 통과로 ‘AI국’을 신설했다. AI프런티어사업과·AI산업육성과·AI미래행정과·AI데이터인프라과 등 4개과 규모의 AI국은 AI시대가 가져올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도민 서비스 발굴, AI클러스터 조성, AI전문인력 양성, 데이터 축적 및 개방,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구축 등 AI 인프라 구축, 산업육성까지 총괄 추진하는 부서다. 전체 예산 약 547억 원 규모로 부서별 AI 사업 연계·발굴, 정보·방송통신 관련 업무 등 기존 사무, AI 사업 관심·활용도 제고 방안 마련 등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는 올해 총 8개의 생성형 AI 관
언론 보도의 많은 부분이 현재를 설명하는 데 할애되지만, 근미래를 전망하는 보도도 적지 않다. 언론의 근미래 전망은 대부분 현실에 근거하기에 높은 확률로 실현된다. 최근 화두는 단연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이 변화시킬 근미래를 제시하기 바쁘다. 인공지능 도입으로 인해 개인 삶은 어떻게 바뀔 것인지, 조직 운영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산업 구조는 어떤 변화를 맞이할 것인지 등이 매일 지면과 화면을 덮고 있다. 인공지능 이전에도 유사한 언론 보도 패턴은 늘 존재했다. 제4차 산업혁명을 얘기한 때가 엊그제다. 그전에는 인터넷, 이보다 전에는 컴퓨터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이들 보도 당시에도 개인 삶, 조직 운영, 산업 구조 변화를 전망했다. 근미래에 대한 사회 전반의 대응을 강조해 온 언론은 자신의 변화와 대응에 뒤처져 오늘날까지 이른다. 아이러니다. 다가올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결국 도태될 것이라고 말해온 언론이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각종 데이터와 전문가 의견을 빌려 제시한 언론이다. 하지만 정작 언론인, 언론사, 언론산업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변화에 둔감했으며 대응에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가 오늘날 전면적으로 나타나
전국의 전기차 보급률이 2%를 넘기고 있는 가운데, 한번 붙었다 하면 좀처럼 끄기 힘든 전기차 화재에 기인하는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 중이다. 지난 1일 인천 청라 지역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계기로 전기차 주차 기피 풍조가 퍼지고, 경기교육청은 전기차 충전소 교내 설치 중단을 선언했다. 전기차 화재 안전대책을 종합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2024년 2월 기준 우리나라 전기차 등록 현황은 총 54만 7455대다. 이 중 경기도는 11만 5414대로서 전체의 21.1%를 차지하고 있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 센터 통계에 따르면 2021년 24건이던 전기차 화재 건수는 2022년 43건, 지난해 72건으로 3년 새 3배가량 늘었다. 전기차를 타는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전기차 화재도 큰 폭으로 증가한 상황이다. 문제는 전기차 화재가 잦은 데다가 일단 불이 나면 배터리의 특성 때문에 좀처럼 진압이 어렵다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지하 주차장에 주차한 전기차의 화재 사건이 늘자, 주차장에 전기차 출입을 금지하는 건물도 증가하고 있다. 전기차의 화재 진압이 특히 어려운 이유는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의 ‘열폭주’ 때문이다. 23명의 생명을 앗아간
“인사가 이런 식으로 가는 건 용산 어느 곳에 일제 때 밀정과 같은 존재의 그림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 우당 이회영의 손자이자 광복회장인 이종찬회장이 일갈했다.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에 뛰어든 모든 이들은 본인의 생명은 물론이고 패가망신을 각오해야 했다. 어떤 국가든 이런 희생의 흔적 위에 세워지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다름없다. 스스로 가시밭길을 걸었던 사람들을 기리고 대한민국의 밑바탕으로 삼고자 독립기념관을 세웠다. 그런데 독립운동을 폄훼하던 사람을 독립기념관장에 임명한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1948년 건국이전에는 나라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의 국적은 일본이었다”라는 생각은 곧바로 일제에 협력하며 호의호식한 친일세력들에게 면죄부를 발부한다. 만주에서 독립군을 때려잡던 간도특설대 출신의 백선엽은 자신의 행적을 두고 “우리가 전력을 다해(독립군을) 토벌했기 때문에 독립이 늦어졌던 것도 아닐 것이고 우리가 게릴라로 싸웠다고 해서 독립이 빨라졌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라며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했다. 이런 백선엽을 “과도하게 친일로 매도된 측면이 있다”며 감싼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독립기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