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지난 4월 20일부터 ‘동전없는 사회(Coinless Society)’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시범사업은 씨유(CU), 세븐 일레븐, 위드미, 이마트 및 롯데마트 등 5개 유통업체가 운영하는 편의점, 백화점, 슈퍼 등 2만7천여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사업내용은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현금으로 물건을 산 뒤 거스름돈은 교통카드와 같은 선불지급수단에 적립할 수 있다. 잔돈을 선불카드에 충전해 나중에 물건을 사거나 지하철 요금 결제시 활용하면 된다. 적립가능한 전자지급수단은 매장별로 다르다. 씨유에서는 티-머니, 캐시비, 하나머니 등에 적립할 수 있고, 세븐일레븐은 캐시비, 네이버페이포인트 등이 가능하다. 위드미와 이마트에서는 에스에스지(SSG)머니, 롯데마트(백화점, 슈퍼 포함)에서는 엘포인트에 적립할 수 있다. 신한카드 등 다른 선불사업자들도 전산시스템이 정비되는 대로 참여할 예정이다. 적립금이 늘어나면 편의점이나 은행의 자동입출금기에서 현금으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동전(주화)은 996년 고려시대의 건원중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조선시대의 상평통보와 일제 강점기의 은화 등을 거쳐 현재 1원, 5원, 10원,
명자 2 -폐교에서 /이진욱 폐교 한 귀퉁이 먼지를 뒤집어쓴 명자가 울며 서 있다 눈물보다 가벼운 몸으로 쥐고 있던 봄을 툭, 떨어뜨린다 기다림만 피워 올리다가 툭툭 꽃잎을 각혈처럼 뱉고 있다 찬란한 봄이 사람을 외롭게 했던 것처럼 내 손길에서 잊힌 명자가 뒤란에서 울고 있다 -시집 ‘눈물을 두고 왔다’ 그리움으로 호명되는 것들은 늘 시간 저쪽에 존재한다. 명자가 그렇고 폐교, 뒤란이 그렇다. 이러한 시어들은 서정시의 존재이유면서 늘 쓸쓸하고 적막한 감성의 막을 툭, 건드린다. 명자는 시인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기억의 총체이다. 희미한 기억의 창고에서 꺼낸 도발적인 선홍의 명자꽃은 폐교의 을씨년스러움과 대비를 이루며 한층 붉게 각인되지만 그럼으로써 봄을 더욱 황량하게 했던 추억 새롭다. 명자는 그래서 이제는 잊혀진 첫사랑 그 소녀가 아닐까. 그 소녀가 기억의 뒤란을 떠돌 듯이 폐교 한 귀퉁이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명자꽃이 울고 있다니, 찬란한 봄이 저물 듯 시인의 봄날도 저물어가나 보다. /이정원 시인
사람을 우습게 여길 때 ‘물로 본다’는 속어를 사용한다. 역대 대통령 중의 한 명도 전임 대통령과 비교해 ‘물00’라고 부르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기자들 사이에서는 ‘물 먹었다’는 표현이 있어와 지금도 자주 사용한다. 다른 기자가 터뜨린 특종을 놓쳤을 때 하는 말이다. 이럴 땐 데스크(부장)로부터 핀잔을 듣는다. 그래서 취재원들은 기자들에게 물을 따라주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돈을 물쓰듯 한다’는 속담도 있다. 돈을 아껴쓰지 않고 계획없이 펑펑 쓰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물이 그만큼 흔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같은 물이 요즘 너무 귀하다. 귀하다못해 농촌은 죽을 지경이다. 계속되는 가뭄이 큰 걱정이다. 자연재해 가운데 가장 넓은 지역에 걸쳐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게 한해(旱害)다. 논과 저수지 바닥이 마치 거북이등처럼 균열된 모습을 보면 농부가 아니더라도 가슴이 찢어질 정도다. 양수기로 겨우 물을 퍼올려 모내기를 했다 하더라도 노랗게 말라죽고 있다. 밭농사도 마찬가지다. 최악의 가뭄에다가 이른 더위까지 기승을 부리는 폭염마저 엄습했다. 답답한 마음에 신에게 힘을
예상대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임명 강행에 결국 국회가 파행으로 가고 있다. 협치를 강조해온 이번 정부에서만은 여야가 원만한 합의를 통해 민생현안 해결에 나서줄 것으로 국민들은 기대했다. 여당은 야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야당만 탓할 일은 아니다. 입장을 바꿔 본다면 야당의 행동에도 충분히 이해는 간다. 위장전입 논문표절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등 5대 비리가 하나라도 나타나면 장관에 임명하지 않겠다던 새 정부가 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한 때가 불과 한 달여 전이다. ‘100% 흠결 없는 사람이 없느니, 국민들이 인정한 능력있는 사람이니’ 하면서 반대하는 야당을 설득하기에 바쁘다. 청문회를 대기하고 있는 공직후보자들도 논문표절 음주운전 등의 의혹이 있는 사람들이다.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는 결국 스스로 후보를 사퇴했다. 야당은 이런 인사청문회라면 뭣 하러 하느냐며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할 태세다. 여야의 극한 대립이 반복되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야가 다짐했던 협치의 정신이 불과 한 달여 만에 날아갈 위기에 놓였다. 바른정당은 물론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당 역
우리나라엔 시급히 해결해야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무능했던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저질렀던 반민주적 행위와 부정부패를 청산해야 한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툭하면 경제를 외쳤던 이명박 박근혜 정권시기를 거치면서 나라 경제는 비상상태다. 노무현 정부에서 10조9천억원에 불과했던 누적 재정적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98조8천억원으로, 박근혜 정부에서는 무려 167조원으로 증가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60조3천억원에 불과하던 국가 부채는 박근혜 정부에서 921조원으로 급상승했다. 가계부채 규모도 2013년 963조천억원에서 2015년 1천207조원으로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지난 4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치에 달했고, 전체 실업률도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영업자의 84%가 몰락했다. ‘헬조선’이란 신조어도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잘한 것이 무엇인가 떠올리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전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는 동시에 이런 일들을 해결해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러시아 체르노빌, 일본 후쿠시마 등에서 발생한 핵발전소 사고와 같은 참사를 예방하는 일도 시급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엔 노후 핵발전 시설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주시 양남면에 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40여 일이 지났을 뿐인데도 무척 길게만 느껴진다. 내각 구성이 아직도 진행 중이고, 개혁의 목록은 제시되고 있지만 구체적 모습은 말만 무성하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가 제기되었다.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스스로 사퇴했지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임명하면서 ‘국민검증’ ‘정면돌파’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다. 청와대는 ‘인사청문회는 참고사항일 뿐’이라고도 했다.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장관 인사청문회는 절차는 필수지만 결과가 대통령의 인사권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단 ‘법치’라는 관점에서만 그렇다. 헌법재판소 소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참고사항일 수 있지만 이후 ‘국회의 동의’라는 법적 필수 절차가 남아있다. 국회의 동의절차에서 통과되어도, 부결이 되어도 누구도 법적으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야당이 더 이상 협치는 없다고 하거나 국회 보이콧과 장외투쟁까지 말하며 압박하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고 유감이라는 대통령의 언급도 법적 관점에서는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야당과의 협치를 위해…
세균 중 여름철 우리의 건강을 가장 위협했던 것이 콜레라균이다. 조선시대부터 설사·구토를 동반한 괴질이란 이름으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주범이기 때문이다. 조선 순조 21년(1821년)엔 열흘 만에 1000명이 숨졌다는 기록도 있다. 당시 사람들은 이 괴질을 호열자(虎列刺)라고 불렀다. 호랑이가 살점을 찢어내는 것만큼 고통스럽다는 뜻이다. 고종 32년(1895년)에도 전국적으로 수천 명의 환자가 발생, 평양에서만 500여 명이 사망했다. 1919년에 1만6915명이 감염돼 1만1084명이 죽었고, 해방 다음해인 1946년에는 1만5600여 명이 콜레라에 감염돼 62%인 1만181명이 사망했다. 19세기말 세계적으로도 콜레라는 공포 그 자체였다. 1817년 인도에서 시작해 아시아와 아프리카 전체로 퍼져나가는등 대유행을 해서다. 1854년 영국 런던에서 조차 열흘 만에 반경 200m 이내의 주민 500여명이 몰살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콜레라는 공기로 전염된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희생자들이 오염된 공용 우물물을 함께마셨던 것으로 드러나 주범이 물로 바뀌었다. 지구촌을 휩쓴 이 괴질은 70여년이 지난 1884년 독일 세균학자 로베르트 코흐가 콜레라균을 규명한 뒤에야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이면우 깊은 밤 남자 우는 소리를 들었다 현관, 복도, 계단에 서서 에이 울음소리 아니잖아 그렇게 가다 서다 놀이터까지 갔다 거기, 한 사내 모래바닥에 머리 처박고 엄니, 엄니, 가로등 없는 데서 제 속에 성냥불 켜대듯 깜박깜박 운다 한참 묵묵히 섰다 돌아와 뒤척대다 잠들었다. 아침 상머리 아이도 엄마도 웬 울음소리냐는 거다 말 꺼낸 나마저 문득 그게 그럼 꿈이었나 했다 그러나 손 내밀까 말까 망설이며 끝내 깍지 못 푼 팔뚝에 오소소 돋던 소름 안 지워져 아침길에 슬쩍 보니 바로 거기, 한 사내 머리로 땅을 뚫고 나가려던 흔적, 동그마니 패었다. - 이면우 시집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 창비시선 사내의 슬픔이, 그 외로움이, 가로등 불빛 깜박거리듯 성냥불 켜대듯 어둠 속에서 비어져 나오고 있다. 엄니, 엄니, 엄니 가슴에 머리를 부딪듯 깜박깜박 우는 남자. 울음으로라도 내 몸에 불을 켜보듯 울 수 있는 캄캄한 밤이어서, 외롭고 서러운 울음을 고스란히 안아주는 밤이 있어서, 또 그 울음에 같이 잠 못 이루는 마음이 있어서 이 세상이 각박하지만은 않다. /김은옥 시인
문재인 대통령이 결국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임명을 강행하는 강수를 뒀다. 야 3당은 일제히 반발하면서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일자리 추경은 물론 김상곤 교육부총리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벼르고 있다. 강경 투쟁을 예고하는 것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은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임명 강행이 자칫 야당의 국회일정 보이콧 등 실력행사로 번지지나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 정부나 새 정부나 마찬가지로 인사청문회 정국은 피할 수 없는 것이 됐다. 가뜩이나 추경이나 정부조직법 등 문재인 정부 핵심 정책이 표류할 위기에 처한 마당에 강 장관의 임명으로 여야는 당분간 강력한 대치가 불가피해졌다. 앞으로의 청문회조차 열릴 수 있을지 걱정이다. 야당은 이런 상태로라면 청문회가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로 이미 넘어온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논의조차 어려운 국면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강 장관 임명 강행으로 추경이나 정부조직법 등 현안에 협조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국회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우택 한국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협치를 하지 않겠다는 협치 포기선언이
저출산 고령화문제가 심각하다. 청년들은 혼인 적령기가 지났는데도 가정을 꾸릴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러니 저출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청년들이 혼인을 미루는 가장 큰 원인은 집과 직장 때문이다.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정책은 성과홍보에만 급급한 미봉책이나 탁상행정일 뿐이다. 새 정부가 탄생했고 국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문대통령은 주거공약 6가지를 내건 바 있다. 먼저 공적임대주택을 매년 17만호씩 공급해 집 걱정을 덜겠다는 것과, 신혼부부 주거 사다리를 튼튼하게 해 집 문제로 결혼을 미루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공약이 눈에 들어온다. 또 청년임대주택 30만실을 공급해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의 주거비 부담을 없애고 저소득 서민들에게도 따뜻한 주거복지의 손길이 닿도록 하겠다는 부분도 관심을 끈다. 집 없는 서러움을 겪어본 사람들에게 나와 가족들이 이사 스트레스 없이 편히 쉴 수 있는 내 집 마련은 그야말로 ‘지상과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 15일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전세 값 인상요구 때문에 여섯 번을 이사하는 등 결혼 11년만에야 겨우 경기도에 작은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집 없는 이의 서러움을 토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