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보터(swing voter)’ 잘 알려져 있듯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은 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인이 없기 때문에 그때그때의 정치상황과 이슈에 따라 투표 하는 게 특징이다. 과거에는 ‘언디사이디드보터(undecided voter)’ 즉 미결정 투표자라고 했지만 지금은 마음이 흔들리는 투표자라는 의미에서 ‘스윙보터’ 또는 ‘플로팅보터(floating voter)’라 한다. 둥둥 떠다니는 갈대와도 같은 표심, 이른바 부동층(浮動層), 스윙보터들의 증가로 5·9대선은 역대 대선을 좌우했던 이념·세대·지역 등 3대 변수가 줄어들면서 전통적 대결구도에도 일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또 가뜩이나 짧아진 대선판에 불확실성이 커지자 ‘바람’에 따라 표심이 연일 출렁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현재 지지하는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응답이 늘어나는 것으로도 표출되고 있다. 보름 전 모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이 같은 응답자가 25.3%였다. 한국갤럽이 열흘전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에서도 “아직 지지후보가 없거나 유보 중”이라고 답한 사람이 10%, “상황에 따라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36%에 달했다. 일주일전…
성소 /김세영 이별을 할 때는 바닷가에 나간다 절단의 아픔을 숙명으로 사는 바다민달팽이가 있기 때문이다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잠시나마 함께 소유했던 살돌기 한 조각을 증표로 남긴다 부식되고 마모되어, 부표처럼 떠다니는 매 순간의 흔적들을 수평선에 꿰어 그 꼬치가 귀신고래의 흰 등뼈로 남을 때까지 내 심장의 새장이 수중 산호초가 될 때까지 썰물의 모래섬 위에 누워 독배毒杯를 든다. - 김세영 시집 ‘하늘거미집’ 시인의 성소는 두 곳이다. 사랑할 때의 죽림과 이별할 때의 바닷가. 위 시는 그 중 이별 부분이다. 시인은 사랑할 때와 이별할 때의 장소를 성소라 일컫는다. 그만큼 사랑과 이별은 삶의 중요한 과정일 것이다. 사랑할 때엔 어딘들 성소가 아니랴. 하지만 이별은 무거움과 엄숙함의 공존이다.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결심이 서지 않을 때 바다민달팽이를 떠올리자. 3센티미터밖에 되지 않는, 예쁘다 못해 슬픈 청록빛의, 외계에서 온 듯한 비애의, 바다의 표면에 붙어 평생을 거꾸로 뒤집혀 살아간다는, 바다민달팽이의 생애처럼 모든 이별은 힘든 것이다. /이미산 시인
학생 탈출을 돕다 숨진 ‘세월호’ 교사에 대해 ‘순직군경’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순직공무원’보다 더 예우 수준이 높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으로 향후 같은 사고로 숨진 기간제 교사들의 순직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천지법 행정1단독 소병진 판사는 세월호 희생자인 안산 단원고등학교 교사 이모(당시 32세)씨의 아내가 인천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내 국가유공자(순직군경) 유족 등록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인천보훈지청이 2015년 7월 이씨의 아내에게 내린 순직군경유족 등록거부 처분을 취소한다고 명령했다. 이씨는 세월호 침몰할 당시 4층 선실에 있다가 바닷물이 급격하게 밀려들어오자 학생들을 출입구로 대피시키고 갑판 난간에 매달린 제자 10여 명에게 구명조끼를 나눠준 뒤 탈출을 포기하고, 다시 선실 안으로 들어가 학생들을 구조하다가 제자들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의 아내는 2014년 6월 인천보훈지청에 남편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한 뒤 이듬해 2월 자신을 순직군경유족으로 등록해 달라는 건의서도 제출했지만 이씨는 순직군경이 아닌 순직공무원에만 해당한다는
폐공은 식수나 농·공업용수, 온천수나 생활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지하수를 개발했다가 방치시켜놓은 관정이다. 방치된 이유는 물이 잘 나오지 않거나, 수질이 악화된 경우, 또는 상수도가 도입돼 지하수가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후 처리다. 사용하지 않는 관정은 다시 메워야 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많은 폐공들이 무단 방치돼 있다. 폐공이 많이 생긴 것은 개발자의 몰상식한 환경마인드와, 원상 복구할 경우 만만치 않은 복구비가 소요된다는 것도 원인이다. 무분별하게 개발한 뒤 버려진 폐공은 심각한 수질오염과 지반 침하 현상을 일으킨다. 폐공을 통해 카드뮴과 비소, 납, 수은, 6가크롬 등 인체에 치명적인 공해물질이 지하수로 유입된다. 그런데 지하수는 그 지역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돌아다닌다. 그러니까 농촌지역 농경지의 폐공을 통해 유입된 치명적인 발암물질이 땅속 수맥을 따라 돌아다니다 도시인근 약수터를 통해 인체로 흡수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나의 문제인 것이다. 폐공이 전국적으로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신고하지 않고 개발했다가 방치했거나 오래전 폐공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경기도 역시 마찬가지다. 도에 따르면 방치
사도세자 원찰인 용주사에는 일반사찰과 달리 특이한 부분이 많은데 특히 출입문 부분에서 발견된다. 일주문 대신 홍살문이 있고 금강문 대신 삼문(三門)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번에는 삼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용주사의 홍살문을 지나면 웅장한 한옥이 나타난다. 거대한 삼문과 양쪽에 기다란 행랑이 길게 뻗어있는 것이 관아나 왕릉의 재실 같고 안동의 커다란 양반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보통 사찰 출입문은 문짝이 없어 자유롭게 출입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용주사는 문짝이 달린 거대한 솟을삼문 있어 출입이 편하지 않다. 이렇게 크게 만든 이유는 능행차시 임금이 용주사에 머물 수 있어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였다. 일성록(정조 14년 8월20일)에 의하면 채제공이 ‘공사가 거의 끝나가고 모두 훌륭하지만, 누대(樓臺, 천보루) 앞이 터져 광활하니 삼문과 행랑을 두어 가마와 말 및 수행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조윤식의 의견이 있었다’라고 아뢴다. 삼문과 행랑은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 아니라 공사가 끝날 무렵 공사 책임자인 조윤식의 의견을 받아 추가로 설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용주사 창건시기 준공 전에는 천보루가 대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인천에서 8세 여아를 살해해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17세 소녀의 이야기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이 소녀가 조현병이라는 정신질환으로 치료 받아온 사실을 재빠르게 보도하면서, 사람들은 비로소 안도하게 된다.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고 불편할 때, 그것을 자신과 분리시킴으로써 안전함을 느끼게 된다. 나자신과 다른 사람, 정상이 아닌 사람이라고 분리시키고 나면, 그를 향한 비난에 자유로워질 수 있고, 그들을 어떻게 사회로부터 배제할 것인가가 주요한 이슈가 된다. 이들 소수의 위험한 사람들만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처벌하면 해결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 사건이 최근 정신보건법 개정과 맞물리면서 언론에서는 모든 정신질환자를 예비 범죄자인 것처럼 호도하며, 병원에 입원시켜야 한다는 기사들이 함께 쏟아졌다. 정신보건법은 제정된 지 20년 만에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로 전면 개정되어, 올해 5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 법률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정신질환자의 입퇴원에 대한 조항이다. 우리나라의 정신질환자 강제입원과 장기수용의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정신과…
1987년 대선부터 여론조사가 도입된 이래 선거마다 여론조사 홍수다. 이번 대선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양적 팽창만큼 질적 개선이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조사기관마다 엎치락뒤치락 하고, 후보 간 지지율이 10% 포인트나 차이가 나서 그렇다. 그러니 못 믿을 여론조사란 소리를 듣는 것도 무리가 아닌 듯싶다. 예측이 이러다 보니 여론조사 결과 또한 걸핏하면 틀린다. 누가 어떤 질문을 하는지, 설문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조사 기법 때문에 기관마다 과학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오차를 줄이기는 고사하고 정 반대의 결과도 자주 나온다. 요즘엔 컴퓨터에서 무작위로 전화번호를 생성한 뒤 전화를 걸어 전화번호부 미등록 가구까지 조사하는 ‘RDD 방식’이 개발됐지만 역시 오답은 다반사다. 전문가들은 표심을 정확히 반영하는 표본 설정이 어려운 데다 설상가상으로 본심을 감추는 유권자들, 즉 ‘숨은 표’가 점점 늘고 있어서라고 한다. 또 자신의 의견이 주류에 속한다고 여기면 주저 없이 밝히지만 소수라고 판단되면 침묵하는 이른바 ‘침묵의 나선 이론’도 오류를 범하게 하는 또 하나의 원인이다. 이들은 마지막에 한 방향으로 몰려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 ‘침묵
해국 /김경성 부리가 둥글어서 한 호흡만으로도 바람을 다 들이킨다 날개가 없어 날지 못하는 그는 수평선의 소실점에 가닿을 수 있는 것은 향기뿐이라고 부리 속에 향 주머니를 넣어 두었다 후 우우 내쉴 때마다 곡예사처럼 바람의 줄을 잡고 절벽을 오르는 향긋한 숨 둥근 부리를 열어 보이는 일이 하늘 높이 나는 것보다 더 농밀하다 날지 못하는 바닷새, 상강 무렵 바다를 향해 연보라빛 부리를 활짝 열었다 향기가 하늘까지 해조음으로 번졌다 바다가 새보다 먼저 젖었다 눈부신 어둠 속에서 침착하게 들여다보는 시선이 깊다. 침묵 속으로 깊은 어둠속으로 들어가 사물의 실체를 찾는 일에 시의 맛이 들어난다. 김경성 시인의 사물의 눈은 어떤 것일까? 사물을 바라보는 눈〔眼〕중에 영안(靈眼)이 있다고 한다. 일반인의 눈으로 잡아낼 수 없는 것까지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시인의 눈일까. 해국을 한 마리 새일 거라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바람이 불 때마다 해국 꽃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새가 작은 날개를 퍼덕거리는 것으로 본 시인. 퍼덕거릴 때마다 새의 날개에서는 향긋한 냄새가 바다를 향해 퍼져 나갔으리라. 먼 바다에 눈을 둔 시인의 마음과 함께, 자기애 뿌리를 돌보는…
이번 대선의 공식선거운동이 7일째로 접어들면서 역시나 막말과 지역감정 조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어느 선거에서나 마찬가지로 당선에만 염두에 둔 이전투구 양상이 판을 치고 있지만 이번 대선에서도 지역감정을 선동하고 상대방 헐뜯기를 위한 막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위중한 한반도 안보상황에서 색깔론마저 튀어나오는 등 구태 선거운동이 재연되고 있음은 실망스런 일이다. 특히 이번 대선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새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후보들이어서 국민들의 실망감을 더해주고 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나, 대통령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의 행동치고는 수준 이하다. 아무리 뒤처진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 차원이라고는 하지만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이같은 폐습은 유권자를 우롱하는 처사다. 검증되지 않은 마구잡이식 가짜뉴스에도 국민들은 이미 식상한 지 오래다. 새정치를 주장하는 후보들이나 캠프 관계자들이 이번 만큼은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아직도 3류정치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런 식으로 누가 대통령이 된들 나라의 미래가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선거가 끝나면 해남 토굴로 가서 또 정치 쇼 하지 마시라. 좌파…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초 식중독 사고를 예방한다는 취지로 ‘저녁 급식을 제공하면 위생관리 취약 학교로 분류하겠다’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사실상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같은 방침으로 인해 저녁 급식을 하는 공립고등학교가 대폭 줄었다. 지난해 경기 지역 고등학교 중 406개교(86%)에서 실시하던 저녁 급식은 현재 174개교(36%)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사실은 식중독 예방문제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야간자율학습 전면 폐지를 추진한바 있다. 하지만 경기도의회의 반발에 부딪쳐 시행이 어렵게 되자 ‘저녁 급식 중단’이라는 방법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민생경제론 저서를 낸바 있다. 우리 모두는 학교나 직장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하거나 취미를 즐기는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한다. 누구라도 밤늦게까지 직장이나 학교에 남아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생들은 정규 학과 시간이 끝나도 밤 10시까지 학교에 남아 강제적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물론 이게 옳은 것은 아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교육부의 대학입시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고교생들은 강제적 자율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