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정면 /박지웅 명수우물길에 사는 아낙은 소리에 이불을 덮어씌우고, 한다 그 집 창가에 꽃이 움찔거리면 어쩔 수 없이 행인은 아낙이 놓은 소리의 징검다리를 조심스럽게 건너야 한다 생각지도 않은 오후, 악다물고 움켜쥐다 그만 놓쳐버린 신음과 발소리가 딱 마주친다 아, 서로 붉어진다 소리의 정면이란 이렇게 민망한 것 먼저 지나가시라 꽃은 알몸으로 창가에 기대고 나는 발소리를 화분처럼 안고 조용히 우물길을 지나간다 어릴 적 숨바꼭질을 하다 숨어들어간 집에서 흘러나오던 소리가 있었다. 소리를 듣다말고 나와 일부러 술래에게 들켰던 날이었다. 아이는 소리에 발각된 것처럼 죄인이 된 것처럼 한동안 이웃 아주머니의 얼굴을 바라보지 못했던. 시의 행인이 맞닥뜨린 소리가 그러하다. 행인도 소리에 발각되어 버린 것. 죄도 아닌데 죄인 것처럼 행인의 발걸음을 들어 올리고 있다. 그 난처함을 어떻게 하나. 행인은 꽃을 끌어들여 공범을 만든다. 소리를 어떻게든 에돌아가야 한다. 들키지 않게 귀가 붉어지지 않게 말이다. 발걸음을 조율하는 마음의 씀씀이인 것이다. /김유미 시인
문재인 정부의 국정 지지율이 84%에 이른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친문 인사들을 배제하고 해당 분야 전문가로 내각을 구성하는 파격적인 탕평인사로 온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에서 볼 수 없었던 인사였기 때문에 국민들은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다. 특히 이번 내각에 아주대학교 김동언 총장의 부총리 겸 기회재정부 장관 인선은 파격중에서도 파격 인사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 기재부 차관을 하고 박근혜 정부 시절에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을 했던 인물을 발탁한 것은 철저한 실용적 노선을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국무총리 인사 청문회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탕평 인사에 약간의 우려를 느낄 수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내정자가 위장전입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사전 인사검증에서 이낙연 총리 내정자의 위장전입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자신은 전혀 몰랐고 아내가 한 일이지만 참으로 죄송하다는 이낙연 총리 내정자의 말을 그대로 믿을 국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전에 위장전입과 자녀의 국적 문제를 이야기하고 양해를 구한 강경화 외교부장관 내정자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흠결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선택했던 이낙연 지사의 위
지난 4월 중국에서는 격투기 강사와 태극권 ‘고수’가 대결을 벌였는데 20초만에 태극권 고수가 KO패했다. 승리한 격투기 강사는 “중국 무술은 시대에 뒤떨어졌으며 실용성이 없다”고 폄하하면서 자존심 강한 중국 태극권 수련자들을 자극했다. 물론 태극권은 실전무술이 아니라 수련용이라면서 태극권의 패배를 당연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모든 무술은 자기 자신을 지키고 상대방을 이기려는 데서 출발한다. 좀 잔인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최근 MMA(종합격투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엔 아주 옛날부터 전해져 오는 실전무예가 있다. 바로 ‘무예24기’다. 무예24기는 18가지 지상무예에 마상무예 6가지를 포함한 실전무예로서 정조대왕의 명에 의해 출간된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에 수련자를 위한 자세한 설명과 그림들이 수록돼 있다. 무예24기는 전 세계에서 유례(類例)를 찾아보기 힘든 호국 군사무예로써 신라 이전부터 존재한 우리의 고유검법 본국검과 조선세법(예도)부터 중국·일본의 검법까지 망라하고 있다. 정조대왕은 무예24기를 조선최고의 정예부대인 장용영 군사들에게 익히도록 했다. 그 무예24기가 수록된 ‘무예도보통지’는 지난해 5월 북
1305년 북이탈리아의 파도바라는 도시에는 ‘스크로베니 예배당’이 헌당되었다. 외관은 다소 단조로워 보이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면 반전 드라마가 펼쳐지는데, 내부의 동서남부 벽면에는 예수와 마리아의 일생, 천당과 지옥의 모습, 7가지 미덕과 7가지 악덕이 그려져 있으며, 이는 당시 교회의 가르침을 총체적으로 시각화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무엇보다 이 공간이 지닌 위대함은 시각적 환영으로 인해 공간이 스스로 무한대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벽화들의 배경과 천장은 영롱한 푸른색으로 통일되게 채색되어 있고, 각 작품의 드라마틱한 상황들은 이 푸른색 배경으로 말미암아 우주로 뻗어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공간 입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벽에도 매우 뛰어난 착시 효과가 연출되었는데, 아치형 벽면을 채운 각각의 벽화가 확장된 공간감을 형성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그 중 양쪽 벽면의 두 칸에는 가상의 궁륭과 창문이 그려져 있어 이를 삼차원 공간처럼 인지되도록 했다. 스크로베니 예배당의 벽화를 그린 이는 르네상스의 거장 조토 디 본도네(Giotto di Bondone)다. 르네상스 예술의 성격과 시작점에 대하여 학자들 간에 의견이 분분하지만 조토로 인해 르
기쁨의 반어가 슬픔이나 분노일 수 있지만 짜증일 수도 있다. 문재인의 대통령 당선에 혹자는 기뻐했고 혹자는 짜증을 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인해 대부분의 국민이 분노를 했으나 그래도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 40% 이상이 기뻐했으니 어느 정도 위로가 된 셈이다. 물론 끝까지 더 짜증을 내고 있는 국민들도 있을 것이다. 언젠가부터 대수롭지 아닌 말과 사건을 대할 때 마다 말끝에 ‘아 짜증나네’라고 말하는 것이 유행인 적이 있다. 정말 짜증이 나서 내뱉는 말도 있겠지만 습관처럼 접미사로 사용하고는 했다. 기뻐하며 살아보았던 기억이 가물한 탓인지 요즘은 아주 사소한 일에도 ‘아 짜증나네’라는 말을 함으로써 주변에 웃음을 주어 주변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경우도 더러 있다. 광화문 촛불은 국민들의 분노를 축제로 승화시켰고 시위 후 맥주 한잔이 이를 더 했다. 큰 축제이든 작은 축제이든 축제는 짜증을 기쁨으로 반전시키고 활력을 주어 살맛나게 하는 특성이 있다. 우리 선조들은 농주 한잔에 간단한 가락과 춤으로 힘들고 괴로운 노동을 기쁨으로 맞이했다. 어쩌면 시청 광장에서 태극기를 흔들던 사람들도 그들의 슬픔을 그런 식으로 극
영화 ‘007 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는 실존인물이다. 물론 영화속 배역처럼 살인 면허를 가진 스파이도, 영국의 비밀공작원도 아니다. ‘서인도제도의 새들’이란 책을 쓴 유명한 조류학자다. 그렇다면 어떻게 ‘제임스본드’가 007영화 주인공의 이름이 되었을까. 잘 알려졌듯이 ‘007 시리즈’는 영국 작가 이언 플레밍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그는 1953년 ‘카지노 로열’을 시작으로 영국 정보기관 MI6 소속 스파이 007 제임스 본드를 주인공으로 하는 12편의 연작소설을 썼고 모두 영화화 됐다. 이런 그가 첫 작품을 쓸 때 줄거리를 구상하며 자메이카별장에 있었다고 한다. 새를 유난히 좋아 했던 그는 새 관련 책을 읽다가 우연히 저자 이름에 눈길이 갔고 저자에게 소설 속 비밀요원 이름으로 써도 되겠냐고 묻자 흔쾌히 수락해 탄생했다는 것이다. 그 후 플레밍과 조류학자 제임스 본드는 친구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24편의 영화가 만들어진 007은 올해 55주년을 맞았다. 시리즈 마다 세계정복을 노리는 악당에 맞선 주인공의 화려한 액션, 기발한 무기, 요염한 본드걸을 등장 시켜 많은 영화팬들에게 진한 기억을 새겨 놓았고 특히 올드팬들에겐 잊지 못할 추
찬물을 줄 수 없는 날 /윤종환 엄마가 화분에 물 좀 주라고 컵에 찬물을 담아주셨어요 여기에 뜨거운 물도 섞어주세요 엄마가 그랬잖아요, 감기 안 걸리려면 따뜻한 물 많이 먹어야 한다고 내 친구들도 아프면 안 돼요 - 시집 ‘별빛학개론’중에서 어른의 눈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어른의 눈은 평생의 경험을 통해 산 지식을 쌓아올린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경험의 산물이 항상 생의 본질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들의 티없는 생각에 무릎을 치는 일도 있지 않은가. 옳고 그름이 문제가 아닌 세상이 열리고 있다. 옳고 그름을 따질 수도 없고 따져보았자 결과도 없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이 시대 어른은 어린아이에게서 배워야 한다. 적어도 자신이 아니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더 소중하지 않은가. 어린아이의 순진한 발상에 미소가 핀다. /장종권 시인
본보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에 사설을 통해 장안구 상·하광교동 광교저수지 일대 상수원보호구역 주민들이 46년간 규제로 겪어온 불편과 재산상의 피해가 엄청남을 언급했다. 그리고 상수원보호도 중요하지만 지역공동체의 일원인 주민들의 생존권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주민들은 상수원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주택 신·증축과 생계를 위한 음식점 영업에 제한을 받아왔기에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광교 정수장 폐쇄와 상수원보호구역해제를 수원시에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번엔 상광교동 주민들이 무리수를 둔 것 같다. 주민들은 이곳에 거주하는 고은 시인에게 광교산을 떠나라고 요구하면서 시인의 집 주변에 현수막을 걸고 집회를 하고 있다. 주민들의 주장은 이렇다. 지난 47년간 개발제한구역과 상수원보호법 등 규제 때문에 주택 개·보수조차 마음대로 못하는데, 시인에게 조례까지 만들어 가며 시민의 혈세를 쏟아 붓는 수원시의 의도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특혜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고은 시인은 2013년 8월 19일 지금의 상광교동으로 이사했다. 고시인은 안성에 20년 넘게 살아왔는데 수원시의 꾸준한 설득으로 거주지를 옮
나는 중장년 경력설계관련 많은 분들을 상담한다.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정말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다. 회사의 갑작스러운 부도로 준비 안된 상황에서 퇴직을 하신 분, 자녀 양육, 부모 봉양으로 쉽지 않은 인생을 보내고 계신 분 등 재취업을 빨리 해야 하는 사연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대부분이다. 상담자 분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우리 속담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서두른다고 취업이 빨리 되는 것은 아니다. 나도 취업을 빨리 시켜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취업 시장이 얼어붙어 있는 상황이라 취업컨설턴트로서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중장년 재취업은 신입사원 취업보다 어렵다. 실제로 최근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중인 학생들은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자랑하지만 취업은 가장 안 되는 불행한 세대이다. 100개가 넘는 회사에 입사지원을 하지만 서류합격을 한번도 못한 학생들도 많다. 이에 중장년 분들의 성공적인 재취업을 위해 2가지를 당부한다. 쉽지 않은 도전인 만큼 마음가짐이 달라져야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첫째, 신입사원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다시 사회생활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
문재인 대통령이 엊그제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를 지시했다. 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 등 이른바 ‘사자방’ 비리로 일컫는 가운데 첫 번째다. 정부 정책 결정과 집행에 얻어야 할 교훈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청와대는 밝히고 있지만 명백한 불법행위나 비리가 나타날 경우 후속처리하겠다는 방침도 밝혀 감사결과에 따라 처벌도 가능함을 내비쳤다. 환경단체와 일부 학계에서 예산 낭비와 부실공사의 우려를 제기하며 적극 반대운동에 나섰던 사안이다.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감사도 실시했다. 이명박 정부에서의 감사는 별다른 지적이 없었으나 3차 감사에서는 총체적 부실사업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네 번째 감사를 실시하게 됐다. 감사를 제대로 하다보면 지난 2013년 3차 감사에서 나온 건설사들의 담합의혹을 밝히는데 초점이 맞춰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동안 오락가락했던 감사결과의 종지부를 찍어 국민들의 의혹을 말끔하게 씻어주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측은 “감사와 재판, 평가가 끝난 전전(前前) 정부의 정책사업을 또다시 들춰 정치적 시빗거리를 만들기보다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후속사업을 완결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