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죽음을 향한 끊임없는 접근이다. 따라서 삶은 죽음이 더 이상 어둠으로 생각되지 않을 때 비로소 행복한 것이 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쇠사슬에 묶여 있는 광경을 상상해 보라. 그들은 모두 사형선고를 받고 있고, 날마다 그들 가운데 몇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 가고 있다. 이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운명이 보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 있을 때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과연 서로 때리고 괴롭히고 죽이고 해도 되는 것일까? 아무리 흉악한 강도들도 이런 상태에서는 서로 악을 행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모두 그러한 상태에 놓여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파스칼) 우리는 중요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갑자기 쓰러져 이내 죽어가는 것을 보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이 매일 조금씩 소모되고 쇠약해지는 것을 알고, 언젠가 결국 죽어버리는 것을 보기도 한다. 이러한 충격적인 사건이 어느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하고 어느 누구의 마음도 움직이지 못한 채 끝난다. 사람들은 그런 사람에 대해 꽃이 시들거나 잎이 떨어지는 것을 볼 때만큼의 관심도 기울이지 않는다. 단지 그
1. 커뮤니케이션 학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베스트셀러 ‘설득의 심리학’에서 사람을 설득하는 6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그 중 하나가 ‘사회적 증거의 원칙’이다. 사람들은 자기 행동을 결정하기 위해 주변의 다수가 선택하는 방식을 살핀다는 거다. 당신도 경험이 있으실 거다. 횡단보도에 빨간 불이 켜졌는데도, 사람들이 우르르 길을 건너면 자기도 모르게 차도에 발을 내딛은 적이. 삼인성호(三人成虎)란 어구도 유사한 심리적 기저에서 나온다. 도무지 말이 안 되는데도 여럿이 한 목소리로 우기면 그럴싸하게 들린다는 거다. 일종의 어거지 수법인데, 나는 이걸 가장 열심히 활용하는 정치세력이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실업급여’ 폐지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7월 12일 열린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위장이 “달콤한 보너스란 뜻으로.... 시럽급여“를 운운한 것이다. 그는 공청회 후 브리핑에서 최저임금의 80%인 현재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찾겠다는 폭탄 발언을 던졌다. 실업(失業)은 노동하려는 뜻과 능력이 있음에도 일자리를 얻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실업급여는 이렇게 일시적으로 직장 잃은 노동자
미디어의 확장성이 다소 떨어져서 그렇긴 하지만 글로벌 OTT 중 하나인 애플TV +는 종종 주목할 만한 작품을 내놓는다. ‘파친코’가 대표적인데 요즘은 ‘사일로(SILO)’란 작품이 그렇다. 한국어 제목은 ‘지하창고 사일로의 비밀’이다. 제목을 이렇게 붙인 데는 사일로란 단어가 미국의 대평야 지대를 지나다 중간중간에 볼 수 있는 곡물형 창고의 고유명사이기 때문이다. 곡식과 목초를 쌓아 두는 굴뚝 모양의 창고를 뜻한다. 10부작 드라마인 이 작품에서 사일로는 144층의 수직형 지하 건물로 나온다. 바깥 세상은 차단됐으며 140년간 사람들은 외부로 나간 적이 없다. 외부세계는 극도의 대기오염으로 나가자마자 사망하게 된다는 것이고 사람들은 실제로 그런 사례를 목격한다. 사일로 안 시민들은 역사 이전과 역사 이후 혹은 반란 이전과 반란 이후로 구분하고 살도록 주입됐다. 사람들은 반란 세력이 책과 정보를 모두 불태워 사일로의 역사는 남아 있지 않다고 배우며 살아 간다. 모든 것에 통제 아닌 통제가 이루어지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임신 허가제라는 것이다. 사일로 안의 모든 여성은 피임기구를 시술받고 임신 허가가 나오면 이 기구를 제거할 수 있게 된다. 임신도 허가제이지
7월은 사업자들이 부가가치세를 신고 납부하는 달이다. 부가가치세법은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1기와 2기 부가가치세 과세기간을 두고 있는데, 각각의 과세기간에 대해 종료 후 다음 달 25일까지 부가가치세 신고 납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그래서 7월 25일은 1기분 부가가치세 확정신고 납부 기한이 되고 다음해 1월 25일은 2기분 부가가치세 신고납부기한이 되는 것이다. 한편 일부 개인사업자들과 일정규모 이상의 법인사업자들에게는 4월과 10월에도 분기별로 부가가치세 신고 납부의무를 부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왜 부가가치세를 잘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내는 세금이라고 할까? 일반인들에게 부가가치세는 대부분의 소비행위에 일률적으로 부과되어 가격에 포함하여 거래징수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할 수가 있다. 그리고 세금을 부담하는 사람(이를 ‘담세자’라고 한다)과 국가에 직접 납부를 하는 사람(이를 ‘납세자’라고 한다)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제조 또는 도매, 건설 등과 같은 사업자들 간의 거래에서는 거래 과정에서 부가가치세를 수수하고 차액을 정산하여 국가에 납부해야 하므로 부가가치세에 대한 거래 당사자들의 세금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지만, 최
마이클 샌델은 그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The Tyranny of Merit)’에서 “바야흐로 민주주의 위기의 시대다.”라는 말로 화두를 장식했다. 민주주의가 반듯한 모습으로 작동한 적이 있었던가? 반듯한 모습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합의된 게 없다. 처음부터 민주주의는 그리스의 귀족과 상인들, 영국 마그나카르타의 주역인 봉건영주들, 시민혁명 이후 자유와 국가권력을 독차지한 부르주아 계급 등 기득권 집단의 전유물이었다. 유럽에서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부(富)에 비례했고, 미국의 민주주의는 백인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민주주의에서 소외된 노동자, 농민, 도시 빈민, 여성은 민주주의의 확대를 요구하며 투쟁했고, 그 결과 이만큼이나마 구색을 갖추게 된 것이다. 민주화의 길은 아직도 멀다. 대통령은 제왕의 권력을 휘두르고, 대의민주주의를 담당하는 국회의원은 최고의 특혜에 안주하려고 한다. 칼자루를 쥔 그들은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어도 개선의 방향으로 바꾸려 하지 않는다. 선출된 권력임에도 불구하고 권력자의 선의에 기대야 하는 정치, 민주주의의 실상이다. 노동자와 농민, 자영업자들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각박한 현실에 절망하지만, 민주주의 제도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비가 멎으니 먼 산은 비구름 안개 속에 산수화의 묵선인 듯 희미하다. 산도 낯가리고 쉴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어렸을 적 쪼들리는 초가지붕 아래서 비가 오는 날이면 어머니는 동백기름 바른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낭자머리하고 바느질하셨다. 옆에서 바느질하는 어머니를 찬찬히 바라보고 있는 내게 어머니는 혼잣말이듯, ‘잠을 자야 꿈을 꾸고 꿈을 꿔야 임을 보지’라고 하셨다. 그때 그 말씀을 왜 하셨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엉뚱스럽게 지금도 그 말씀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어머니는 나의 언덕이요 뿌리였기에 기대고 싶은 것인가! 나이가 늘어갈수록 기대고 싶고 불러보고 싶은 ‘어머니’라는 이름이다. 작가로서 가장 힘든 일은 나를 드러내는 일이다. ‘인생의 미학, 수필의 미학’을 생각할수록 그렇다. 수필은 문학으로서 체험과 정서를 진솔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데 있어 글을 쓰려고 시도할 때마다 살가죽을 벗겨내고 자존심의 본적지를 건드리는 고통이요 두려움이다. 몸과 마음 그리고 삶을 섬세하게 다뤄야 할 때가 되었다. 생각 깊게 마음의 방향을 점검해 보는 이유이다. 그러면서도 ‘수필은 자기 삶과 철학이 탑재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평론가의 말을 떠올리면서도 바보같이 꿈 이야기
문화재청은 지난 7월 11일 몽양 여운형 선생(1886~1947) 장례식 만장(挽章)의 국가등록문화재 등록을 예고했다. 문화재청이 국가등록문화재 등록을 결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몽양 여운형 장례식 만장’은 근대기 중요 인물인 여운형(1886~1947)의 장례식 (최초 인민장, 1948년 이후 국민장)에 사용된 유물이다. 만장이란 망자의 덕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추모하는 글을 비단이나 종이에 적어 깃발로 만든 것으로 여운형의 죽음에 대해 개인, 노동단체, 상인회, 종교단체, 여성단체 등 각계각층이 애도하였음을 알 수 있다. 독립운동과 좌우대통합을 위해 노력한 여운형 선생의 정신 의지 사상 등을 기리고 해방공간이라는 특수한 시대적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서 역사적 가치가 있다.” 이번에 몽양 선생의 만장이 문화재로 등록되면 문화재로는 두 번째로, 근현대 문화재로는 첫 번째로 등록되는 만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만장 문화재는 16세기 중엽 조선시대 경남 진주 지역에서 살았던 류한(柳漢) 묘소에 부장된 9점의 만장이었다. 이번에 등록 예고된 몽양 선생의 만장은 무려 117점에 달하고 그 시기도 1947년이라는 점에서 규모와 시기 면에
지난 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논란을 빚고 있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에 대해 사업 자체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양평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고속도로 종점(양평군 양서면)이 김건희 여사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땅 인근(양평군 강상면)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 널리 유포돼 있었다. 엄청난 뉴스거리였지만 전통언론은 원 장관의 기자회견 전까지 철저하게 외면했다. 이 기자회견에서 원 장관은 ‘장관직을 걸겠다’ ‘(더 나은) 최종 노선이 있다면 다음 정부에서 하시라‘는 등 장관으로서 격에 맞지 않은 격앙된 태도를 보였다. 폭발성 있는 사안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언론 보도가 엉뚱한 경로를 밟고 있다. 계획이 바뀐 과정이 투명했는지, 국토부를 비롯한 관련 기관들의 과잉 충성이 빚은 참극이 아닌지가 관심사인데 검증은 없고 독자들을 정치싸움에 몰아 넣고 있다. 한국 저널리즘의 문제를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종이 신문을 발행하는 대부분의 대형 신문들이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이 사안이 지면을 통해 보도된 건 원 장관의 기자회견 다음날인 7일자였다. 원 장관의 발언인 ‘야당 선동에 양평고속도로 백지화’와 야당
요컨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나치의 아만성이 우리 안에서 똑같은 야만성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우리 안의 그런 야만성을 물리쳐야 하고, 우리 안의 증오를 부채질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안의 야만과 증오를 다스리지 않으면 수렁에 빠진 세계가 조금도 헤어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최악의 범죄까지 포함해서 대상을 똑바로 바라보려 한다. 그래서 무분별한 행위가 초래한 무시무시한 파멸 한가운데 있는 벌거벗은 작은 인간을 발견하고자 한다. (유대인 명부를 기록하면서 소리를 지르는 게슈타포 장교를 두고 한 말) 모든 사회의 정치가 악해질 수 있으며 체계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거대해지고, 악마 같은 손아귀로 사람들을 움켜쥐고, 사람들은 자신이 만든 체계의 제물에 불과하게 된다. 인간의 손으로 만든 거대한 건축물과 뽀족탑들이 우리 위로 올라가고 우리를 지배하지만, 그것들이 우리 위로 무너져 우리를 매장시킬지도 모른다. “남들의 타락한 면은 우리 안에도 있어.” 나는 그에게 계속 설교했다. “나는 다른 해결책은 알지 못해.” 나는 시선을 자기 내면으로 돌려 자기 안에 있는 타락한 면을 뿌리 뽑는 것 말고는 정말 다른 해결책은 몰라. 정말 몰라. 먼저 우리…
‘불가능은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eon Bonaparte). 그가 죽은 지 어언 200년이 넘었다. 그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지만 살아있는 전설임은 분명하다. 매년 프랑스 일요신문이 공개하는 ‘프랑스인들이 좋아하는 역사인물 Top 10’의 선두주자는 어김없이 나폴레옹이다. 왜 그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를까. 프랑스에 최고의 영광을 가져다줬기 때문일까? 물론 그 이유도 클 것이다. 요즘처럼 가세가 기울어가는 프랑스에서는 그가 더욱 그리울 테니 말이다. 이 남자의 군사적 수훈도 중요하지만 그가 프랑스인들의 일상에 남긴 업적은 지대하다. 프랑스에서는 주소 하나만 들고 택시를 타면 못 찾아갈 곳이 없다. 주소를 손에 들고도 전화를 하고 또 해야 겨우 목적지를 찾는 우리와 사뭇 다르다. 이 편리함은 나폴레옹이 ‘거리에 번호 매기기’를 창안한 결과다. 쓰레기 수거 역시 프랑스는 18세기부터 실시했다. 이 또한 그의 아이디어였다. 어디 그뿐인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설립하여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학사학위를 만들고, 최고의 훈장 레지옹 도뇌르(Légion d'honneur)를 고안한 것도 그였다. 사방팔방의 파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제1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