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와 건강은 인간의 가장 큰 염원이다. 수많은 종교에서 불로장생을 최고의 신앙적 가치로 삼는 이유다. 과학과 의학의 역사도 물론 인간 생명연장과 떼려야 뗄 수 없다. 거기엔 동양 의학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나 오래 건강하게 살게 할 수 있을까.’ 인간은 그동안 120년이라는 최장(最長) 수명을 늘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의학을 통해 불멸의 영생 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높아지면서 신화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수없이 많이 나타났다. 일찍이 노벨은 이런 영생 물질을 만드는 데 현상금까지 내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진화론을 부정했던 구소련의 과학자들은 ‘불멸화위원회’라는 것을 만들고 인간의 세포를 죽지 않게 하는 온갖 실험에 뛰어들기도 했다. 현대 의학이 발전하면서 더욱 거세지고 있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라이나스 폴링 박사가 말한 것처럼 “인간은 스스로 신체조직을 수리하는 기계여서 이론적으로 영생 불사해야 함에도 늙어 죽는 이유를 알 길이 없다”며 세계 각국이 연구에 불을 뿜고 있어서다. 하지만 일부에선 부정적 이견을 내놓는 것도 사실이다. 인간의 체세포가 50번 정도 분열하면 분열을 멈추고 사멸한다는 이른바 ‘헤이플릭의 한계’도 그중 하나다
꽃등심 /마경덕 둥근 접시에 선홍색 꽃잎이 활짝 피었다 되새김질로 등에 꽃을 심고 쓰러진 소여, 피처럼 붉은 저 꽃은 죽어야 피는 꽃이었구나 -시집‘사물의 입’ 꽃이라 한다. 꽃으로 피어난 등심이라 한다. 애니미즘의 시각으로 이 시를 들여다본다. 그렇게 보니 이 짧은 시가 고통스럽다. 모든 무생물에게도 정령이 깃들어 있다는데 하물며 생명 있는 축생임에랴! 마블링 잘 된 소일수록 그가 겪는 극도의 스트레스성 환경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행동이 제한된 비좁은 축사, 살찌우기 급급한 과잉 급식, 그로 인한 배설물로 오염된 축사환경 등등. 그들은 등골뼈 위에 그렇게 고통의 꽃을 피우는 것이다. 인간의 탐욕은 어디까지인가. 당장 오늘 저녁 식탁에 지글 지글 꽃등심이 오르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반사적으로 군침이 돌 게 분명하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꽃은 죽기 위해 피어난다. 종족보존의 본능적 발현으로 열매를 맺음으로서 소임을 완성한다. 그러나 저 등심꽃은 인간의 식욕을 위한 헛꽃이다. 인도의 토테미즘이 오히려 인간다워 보이는 하루다. /이정원 시인
바람이 분다. 사나운 바람이다. 나무가 흔들리고 창문 틈으로 소방차 가는 소리가 난다. 잔뜩 웅크린 행인들과 서둘러 문을 닫은 점포가 눈에 띈다. 예년 같으면 성탄절이다 송년회다 하면서 북적였을 거리가 한산하다. 추워진 날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녹록치 않은 주머니 사정도 한몫 했을 것이다. 몸도 마음도 춥기만 한 한해의 끝자락이다. 돌아보면 참으로 팍팍한 한해였다. 침체된 경기로 장사가 안돼서 힘들었고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건강에도 주황색불이 껌뻑인다. 요즘은 뉴스를 보는 것도 겁이 난다. 여기저기서 붉어지는 국정농단 사건들이며 비상사태로 확대된 AI로 인한 피해와 그로인한 서민경제의 어려움에 화가 치민다. 그 흔하던 계란마저도 마음대로 먹을 수 없는 상황까지 왔으니 말이다. 마트에서 손님은 계란을 두 판 사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마트 측에서는 규정상 한 판만 가져갈 수 있다고 실랑이하는 것을 보았다. 닭은 가격이 하락했는데 계란은 많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계란 진열장이 헐렁하다. 손주에게 하루에 두 알씩 계란을 먹였는데 이제 한 알로 줄여야겠다는 언니의 말에 참담함이 느껴진다. 툭하면 터지는 몇 십억, 몇 백억이 뉘 집 강아지 이름처럼 불리는 요즘에 두 알 먹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대통령 탄핵정국과 맞물려 헌법개정의 논란이 불을 지피고 있다. 때마침 12월27일, 오늘은 특히 남과 북에서 ‘헌법개정’과 깊은 인연을 갖고 있는 날이다. 1972년 12월27일, 남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의 7차 헌법개정에 의한 ‘유신헌법’과 북에서는 김일성 주석의 6차 헌법개정에 의한 ‘사회주의헌법’이 동시에 공포됐기 때문이다. 박정희의 ‘유신헌법’은 대통령 임기 6년 연장과 연임제한 철폐,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대통령 간선제, 대통령의 국회해산권, 통일주체국민회의의 국회의원 1/3 추천권, 국회국정감사권 폐지 등을 담고 있다. 이는 대통령에게 초헌법적 권력집중을 이루고,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적 삼권분립원칙을 전면 부정하고, 비판세력과 정적(政敵)들의 탄압근거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제4공화국 박정희 유신독재의 장기집권이 구축되었다. 사실상 박정희는 1961년 ‘5·16 군사쿠테타’로 제2공화국 민주당정부(장면 내각)의 정권을 찬탈한 이후 1979년 ‘10·26사태&
어느새 절기가 동지가 됐다. 동지 팥죽을 나누어 먹기 시작한지도 벌써 다섯 해가 되었다. 내게는 동지가 새롭게 다가왔고 행복한 다짐을 하는 그런 날이다. 동지와 인연이 된 그날이 떠올라 새삼 초심을 다독여 본다. 그러니까 오년 전이다. 뜻을 품어 키우며 기회가 오기를 기다려 한해 한해를 보낸 것이 서너 해는 보냈던 것 같다. 그해도 이런 저런 생각으로 한해를 마무리 하게 생겼는데 문득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에 그래 엉거주춤 또 한해를 넘기지 말고 일단 등록부터 하자. 일은 벌려놓고 봐야해 그러다 보면 길이 생기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군청으로 무조건 갔다. 민원실을 들려 상담 후 해당 부서를 찾아가 출판사 등록을 하러 왔다 말하니 등록에 필요한 양식의 서류를 내어주며 기록을 하란다. 관공서 모든 서류가 그렇듯이 주소 성명 주민번호는 물론이고 사무실 설치 위치등 기타 적을 것이 있는데 그중에 출판사 이름을 써야 하는 칸에서는 잠시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사실 출판사를 설립해야 한다음 어떻게 운영 하겠다는 나름에 생각은 있었지만 막상 출판사 이름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그러니 머뭇거림은 당연했고 조금은 난감한 상황에 직면을 하게 되었다.…
올 한 해에도 많은 아이들과 그 가정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조사와 지원을 받았다. 조사와 지원은 사실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하기 어렵다. 때문에 많은 분들이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조사와 지원을 같이 하는 이유가 뭘까 하고 궁금해 할 것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 의심 건에 대한 신고를 받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이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 정확히 모를 수도 있고, 자신의 경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수 있어 상담원이 가정에 직접 출동하여 아동학대 의심 건에 대한 조사를 하여 그들이 경험한 고통의 진실을 밝혀내는 일을 한다. 이것이 조사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그 가족이 가진 문제와 학대가 연결되지 않도록 해결 방법들을 분석하고 ‘가정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여 재학대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지원한다. 그러다 보니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조사와 지원이라는 큰 맥락을 함께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강력한 처벌과 보호지원 서비스를 함께 운영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인 가정을 만들어줄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두 체계를 동시에 함께 작동한다. 최근 보도된 사건들처럼 아이들에게 너무 큰…
어리석고 사리에 어둔 임금을 혼군(昏君)이라 부른다. 또 평범한 왕을 용군(庸君)이라 한다. 이 같은 군주 곁에서 국정을 농단하는 간신배가 득세 한다면 백성의 삶과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논어(論語)에선 천하무도(天下無道)가 된다 했다. 즉 정상적인 궤도가 붕괴된 야만의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이를 뜻하는 사자성어가 혼용무도(昏庸無道)다. 작년 12월 대학교수들은 2015년 사자성어로 ‘혼용무도(昏庸無道)’를 꼽았다. 한 해 동안 국가 지도자가 무능하고 사회가 어지러운 상태였다고 노골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2016년 ‘희망의 말’로 “곶 됴코 여름 하나니”를 정했다. 새로 맞이하는 병신년(丙申年 )은 꽃이 만발하고 열매가 많은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의미였다. 참고로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그 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2006년부터는 해당 연도의 연초에 희망의 사자성어를 선정하기 시작했다. 새해엔 연말과 달리 기대감이 반영된 긍정적인 의미의 사자성어가 주로 선정됐다. 그러나 올 해 부터는 ‘사자성어’란 용어가, 내포된 의미에 비해 대중의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말’로 바꿨다. 아무튼, 그동안 발표된 사자성어를 보면 연초에 발표한 사자성어와
모래지치 /진란 네게로 흐르는 것을 멎기 위하여 말을 닫고, 바람과 바람 사이로 섬과 섬 사이로 사람과 사람 사이로 멀리 떠돌았던 것이다 모래도 지쳐서 쌓이는 곳 바닷내음 다 날려버리고 그리움의 알갱이끼리 쌓이고 뭉친 곳 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했을 때 익숙한 네 눈동자가 설핏 보였던가 뜨거운 입술만 타투처럼 남아 신두리 사구에 뿌리 깊게 묻혔던가 심장 속에 싸그락거리는 모래꽃 같은 태안반도 신두리에 가면 거대한 사구가 있다. 시인은 뿌리 내리기도 힘들어 보이는 모래 틈에 자리를 잡고 피어있는 작은 모래지치꽃을 보며 그리운 무엇을 생각하며 마음이 뭉클했나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떠돌다 바다에 가면 그리워지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했지만, 누군가를 간절하게 사랑한 기억 같은 것도 만나게 되는…. /박병두 문학평론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 도전이 사실상 가시화됐다. 이달 말 퇴임을 앞둔 그는 엊그제 한국 특파원단과 가진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 불살라서라도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대권도전 의지를 밝혔다. 대권도전에 대해 그동안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모호한 입장을 취해왔으나 국내에서 대권 예비주자들 가운데 줄곧 지지율이 선두를 달려왔기에 출마의지를 자극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퇴임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대권도전 의사를 어느 정도 밝혀야 하겠다는 생각에서 작심을 하고 한 말이라 생각한다. 반 총장의 이같은 선언은 국내 정치권에도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권에서 떠오르는 강력한 주자가 마땅치 않은데다 야권에서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국민들로부터 식상한 인물들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그렇다.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그나마 참신한 인물을 기대하는 국민들의 여망에 따라 지지율이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가파른 지지율 상승도 새로운 사람,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어떻든 그의 당선 가능성은 제쳐놓더라도 일단 대권 출마의사를 피력하면서 현실정치에 참여하
‘시민안전보험’이란 것이 있다. 경제적인 사정 등으로 개인 보험을 들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하거나 범죄 상해를 입었을 때, 그리고 사망했을 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보험비는 해당 지방정부가 내고 있으므로 시민은 보험금만 받으면 된다. 복지시스템이 완벽하다시피 잘 갖춰진 유럽 등 선진국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논산시가 대표적인 경우다. 논산시는 2015년부터 전 시민을 시민안전보험에 가입시켰다. 그 결과 지난해 사고로 피해를 입은 시민 72명에게 보험금 7천300여만원을 지급해 커다란 도움을 줬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대교동 휴먼시아 아파트 화재사고 질식 사망자의 법정상속인에게 사망보상금 1천만원을 지급했다. 시민 안전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수원시도 시민안전보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시민안전보험은 지방정부가 보험사와 계약 한다. 시민안전보험의 가장 큰 장점은 개인 보험 여부와 상관없이 중복보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민이 별도의 가입절차 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모든 시민이 보험금을 받을 수 있으며 시민이 재난이나 사고를 당하면 계약에 따라 보험사는 보장된 보험금을 지급한다. 이 보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