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장에서 민생이 사라졌다. 폭로만 난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재부 국감에서도 미르 재단 문제와 K-스포츠 재단 문제만이 보일 뿐, 다른 중요한 문제, 예를 들면 한진 해운 문제나 아니면 급증하는 가계부채 문제 그리고 조선업과 해운업의 구조조정문제 쌀 문제 등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농해수위도 마찬가지다. 여당은 복귀하자마자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를 문제 삼았다. 그래서 결국 여야 간의 치열한 정쟁으로 이어졌다. 물론 미르 재단 문제나 K 스포츠 재단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접근함에 있어서도 최순실과 같은 특정인 중심의 의혹에 집중하기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그러니까 보다 구조적 차원의 접근을 했어야 옳았다. 특정인 중심으로 의혹을 폭로하면 구조 문제는 사라지고 특정인에 대한 문제로 사안이 단순화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키우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일종의 잘못된 ‘눈높이’ 때문이다. 일반 국민들은 특정 사안이 복잡할 경우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 제기를 하는 정치인의 입장에선 복잡한 사안을 있는 그대로 문제 제기를 하기 보다는,
“새우가 주인공이고 가장 많이 나오는 소설은?” ‘대하소설’이란다. 일명 아재개그다. 요즘 서해안 항·포구마다 개그만큼 가을 바다 식객인 대하가 넘쳐나고 축제도 한창이다. 몸집이 큰 새우라는 뜻의 ‘대하(大蝦)’는 일명 닭새우·왕새우·해하(海鰕)라고도 하며, 황해를 중심으로 남해 일부 해역에서 잡힌다. 살이 많고 맛이 좋아 새우 중 새우로 통한다. 하지만 사실 대하는 일본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말로 ‘큰 새우’를 일본말로 부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일본말로 새우는 에비(えび)이며 한자로는 蝦(하), 鰕(하), 海老(해로)라고 쓴다. 우리가 쓰는 것처럼 대하(大蝦)라고 쓰지 않고 ‘하(蝦)’로만 쓸 뿐이다. 대하는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대(大) 자를 좋아하는 우리가 만들어낸 말이다. 새우는 봄바람 따라 얕은 바다로 나와 알을 낳는다. 다 자란 뒤에는 가을바람 따라 깊은 바다로 나간다. 이 시기가 살이 통통하고 맛이 제일 좋을 때다. 그중에서도 굵은 소금을 깔고 싱싱한 새우를 구워 먹는 소금구이는 최고의 계절 특미다. 거기에 쇠한 몸의 양기를 북돋우는 스태미너식이기도 하다. “가을 새우는 굽은 허리도 펴게 한다”거나 “혼자 여행할 땐 대하를 먹지 말라”는 얘기가 있
꽃피는 봄날에 더 참담하게 만나자 /오민석 누구는 절반의 희망과 절반의 절망을 말하지만 지금 할 일은 참혹한 시간 속으로 더 들어가는 것 애인들은 등을 돌리고 꽃들은 마침내 졌다 지금 할 일은 믿음, 희망, 미래, 이런 단어들을 잠시 버리는 것 더 혹독하게 살의 냄새를 맡는 것 유령들과 작별하고 염통의 지도를 다시 읽는 것 아, 또 다시 삶에 속은 자는 지게를 지고 다시 생계를 향해 가네 지금은 더 참혹하게 무너질 때 알몸의 비극과 결혼할 때 손쉬운 작별들과 작별할 때 그러니 벗들, 꽃피는 봄날에 더 참담하게 만나자 - 오민석 시집 ‘그리운 명륜여인숙’ / 2015 / 시인동네 시인의 시대는 늘 암울하다. 지진과 전쟁, 가난과 절망, 배신과 억압의 수레바퀴만이 시인의 시대를 장식한다. 돌이켜 보면 세상은 언제나 봄에서 출발했지만 어느덧 봄을 놓치고 여름을 허비한 후 가을을 지나 겨울의 문턱에서야 다시 그 봄을 그리워한다. 지금의 세상은 9할의 낙심자들이 더욱 혹독하게 썩어가는 자신의 살 냄새를 맡는 시간, 도무지 보이지 않는 믿음, 희망, 미래 이런 것들을 낙엽지듯 다 버리고서야 제 삶의 지게가 비로소 가벼워진다는 것. 아, 그 가엾은…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현역 국회의원들이 떨고 있다. 선거과정에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현역 의원 수 십명의 사법처리 여부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오는 13일로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때문에 전 현직 의원에 대한 검찰의 무더기 기소가 전망되는데 이 가운데 현직 의원이 수 십명으로 금명 간 처벌수위를 막바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13 총선에서 당선된 현역 의원 중 검찰에 입건된 사람은 모두 104명으로 이 가운데 22명(배우자 1명·보좌진 1명 포함)이 현재까지 재판에 넘겨졌다.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국회의원 당선인은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선거사무장·회계책임자나 배우자 등 직계존비속이 징역형 또는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을 경우에도 당선이 취소된다. 기소여부와 재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현재까지 재판에 넘겨진 현직의원은 새누리당 11명, 더불어민주당 6명, 국민의당 3명, 무소속 2명 등 22명에 이른다. 여기에다 최근까지도 새로 들어오는 사건이 있어 이를 검찰이 기소를 하게 된다면 추가로 10여 명은 더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미니총선’마저 예고되고…
본보 10일자(4면)의 ‘한국 고용율 OECD 최하위권’ 제하의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재철 의원(안양동안을)이 관련부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한국의 생산가능인구 비율은 73.1%로 OECD 34개 회원국 중 1위지만 고용률은 65.3%(평균치 66.9%)로 OECD 34개 전체 회원국 가운데 순위 20위라는 것이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여성고용률이 54.9%(27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년층 고용률은 25.8%(26위), 중년층 고용률은 75.7%로 다소 높은 듯 보이지만 OECD 순위는 27위로 최하위권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1인당 연평균 근로시간은 2천124시간으로 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OECD 평균치는 1천732시간이다. 그런데 상황이 절박한 미취업자들은 이런 일자리라도 들어가고 싶어 한다. 정규직은 말할 것도 없고 계약직 등 비정규직이라고 할지라도 근로조건이 괜찮은 직장이면 경쟁이 치열하다. 이는 공직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인 임기제 공무원은 일반임기제, 시간선택제 임기제, 한시임기제 등이 있다. 그리고 일반 행정직 공무원들과 달리 이들은 전문성을 갖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을 갖고 있어 가을 남자로 대표되는 추사 김정희 선생님을 만나러 예산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예산은 추사 김정희 선생의 고향이다. 김정희 선생이 나고 자란 추사고택과 그가 묻힌 무덤, 그리고 증조부 김한신의 묘와 증조모 화순옹주의 열녀문 등 추사 김정희 선생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오늘은 김정희 선생이 나고 자란 추사고택으로 출발해보자. 추사고택은 추사 김정희 선생이 태어나고 자란 곳으로, 뒤로는 높지 않은 산이 자리하고 앞으로는 넓은 평야가 펼쳐진다. 누가 봐도 명당에 앉은 듯 편안하다. 추사 김정희의 명성에 비하면 지금 추사고택의 외모는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추사고택은 원래 53칸의 집으로, 이 집을 지을 때 한양에서 나라의 건축을 맡아 지었던 경공장을 불러다 지어 반가주택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추사 고택은 출사 후 서울에서 머물렀던 김정희 선생이 성묘와 독서를 위해 자주 머물렀던 곳으로, 1968년까지 그의 후손들이 살았다. 그러나 직계손이 끊기면서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던 것을 도에서 다시 사들여 문화재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현재는 대문채와 사랑채, 안채와 사당채가 남아 있
지하철 탈선사고를 상부에 훈련상황으로 허위보고한 인천교통공사의 부도덕한 행위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8월 7일 오후 9시 30분 인천지하철 2호선 운연역 차량기지에서 바퀴가 선로를 벗어난 탈선사고가 발생했다. 이 소식은 인천교통공사 직원들을 통해 소문이 났고, 언론도 즉각 이 사고를 취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고 다음날 브리핑을 가진 인천교통공사는 미리 계획한 모의훈련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두 달 후인 최근 탈선사고 당시 폐쇄회로 영상이 외부로 공개되면서 이는 거짓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시민들을 향해 일종의 사기극을 벌인 것이나 다름 없었다. 사고 당시 전동열차는 운연역 종점에서 승객들이 모두 내린 뒤여서 다행스럽게도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중간에 탈선을 했다면 열차의 전복과 큰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인명피해가 없었다고는 하지만 취재진을 속이고, 인천시와 국토교통부 등 상부 기관에 훈련상황이었다고 허위보고한 것은 시민을 기만하고 우롱한 것이다. 혀를 찰 노릇이다. 실제상황에 대비해 불시에 훈련을 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전동차마저 일정 간격을 두고 틀어지게 놓으면서 고의로 탈선을 시켰다고 그럴듯하게 거짓으로 포장한 인천교통공사의 배
‘호호부실 인인화락(戶戶富實 人人和樂)’은 조선시대 정조대왕이 지향했던 목표였다. 집집마다 모두 부자가 되고 모든 백성이 화목하고 즐겁게 지낸다는 뜻이다. 사실 빈부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지역간 세대간의 갈등이 심한 지금 모든 정치인들과 고위 행정가들이 마음 속 깊이 지향해야 할 목표다. 정조대왕은 부모님을 향한 효심도 깊었지만 백성 전체를 아울러 화합하려는 어진 뜻을 품은 성군이었다. 수원화성문화제는 이 같은 정조대왕의 뜻을 이어나가기 위한 축제다. 올해 53회를 맞은 이 축제는 지난 6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9일까지 수원화성행궁과 연무대를 중심으로 열렸다. 특히 수원화성축성 220주년과 2016년 수원화성방문의 해를 맞아 더욱 내실 있고 풍성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시민과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었다. 가을비가 내렸지만 많은 시민들이 몰려 즐거워했던 개막연과 화성행궁에서 열렸던 혜경궁홍씨의 회갑연을 재현한 진찬연, 조선시대 무관을 선발하기 위한 무과 과거시험 재현, 정조대왕이 직접 팔달산 화성장대(서장대)에 올라 지휘했던 야간 성곽전투 훈련을 바탕으로 작품화시킨 무예 총체공연 ‘야조(夜操)’’, 수원천 등불축제 등 많은 행사들이 이어졌다. 특히 올해는 축제 둘째…
최근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저소득 학생을 위한 교육복지사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는 고양교육지원청에서 3년간 운영한 교육복지 사업학교를 갑작스럽게 연계학교(인력배치 없이 프로그램비만 내려주는 사업)로 변경하고, 기존에 근무하고 있던 교육복지사를 재고용하지 않고, 해지하였다. 고양시 관내 7명의 지방자치단체사업 교육복지사들은 학교 현장 안에서 사명감을 갖고 헌신적으로 일해왔지만, 그들은 두 달 넘는 희망고문과 사직서를 강요하여 부당하게 사직이 처리되었다. 이러한 부당한 고용해지로 교육복지사들은 그동안 함께 했던 아이들과 작별인사도 하지 못한 채,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었고 아이들을 방치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렸던 해고 된 교육복지사 중 한명은 ‘아이들이 잠긴 교육복지실에 와 복지사를 찾는다’는 가슴 아픈소식을 듣고, 해고된 학교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2주만에 고양교육지원청에 의해 저지당했다. 기본과 상식이라는 도를 넘어선 교육복지사들에 대한 인권탄압은 비판받아 마땅하며 반드시 책임자를 징계하여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1년 단위로 고용승계하고 있는 불안정한 신분의 교육복지사를 신규채용과 신규사업학교
‘웽웽거리며 달려드는 벌레’를 의미한다는 이탈리아어 ‘파파라치(paparazzi)’. 조개껍데기가 여닫히는 모습이 마치 카메라 렌즈와 비슷하다고 해서 조개를 일컫는 이탈리아 방언에서 따왔다는 어원설이 있다. 또 1960년 나온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진드기 같은 사진기자 이름을 파파라초(paparazzo)라고 붙이면서 지금의 뜻을 갖게 됐다는 설도 있다. 1997년 8월 31일 영국 다이애나비가 서거하면서 우리에게 익숙해진 ‘파파라치(paparazzi) 라는 말은 채 한 달도 안 돼 한글사전에 외래어로 정식 이름을 올렸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사회에 급속도로 퍼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5년 파파라치를 우리말 ‘몰래제보꾼’으로 바꾸고 사용을 권장했다. 각종 불법행위에 대해 누구나 고발을 할 수 있고 포상금도 준다는, 이른 바 ‘신고포상금제’를 시행하면서였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이런 우리말보다는 파파라치 네 글자 가운데 머리의 ‘파’자가 빠진 대신 다른 접두어와 합쳐져 복합명사로 변신한 외래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즉 ‘O파라치’라는 새로운 이름이 뿌리내린 것이다. 자동차, 일회용 비닐봉투, 쓰레기, 탈세, 부정 선거 등을 가리키는 카파라치, 봉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