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우상혁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절제와 균형의 극치 무한공간에 펼쳐지는 천상의 마스게임 자로 잰 듯한 오와 열 그 행렬과 조합 한방향성 선으로만 길게 이어지다 한순간 다방향성 면으로 치환되는 벡터공간 마치 블랙홀에 빠져들 듯 남기지 않는 절정의 궤적 하늘에 바치는 가창오리들의 경건한 군무(群舞) ■ 우상혁 1956년 경북 영주 출생, 문예사조를 통해 문단에 나옴. 영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국제펜, 한국문인협회 회원, 고령지부 회장 역임. 서울신문 수필공모수상, 교원수기특별상, 경북 교원문예 금상, 고령문학상, 경북문학 작품상 등 수상.
그리운 사람아 /김동원 하르르 실버들 채근 동장군 달음질 하고 올콩 같은 꽃망울 혀끝 살짝 감겨올제 콧잔등 새콤하게 꽃송아리 벙글 사연 들려오겠네! 들꽃 향 그윽이 잦아 들 듯 그리운 사람아 ■ 김동원 1950년 충북 제천 출생, 1995년 월간 문학공간을 통해 문단에 나옴, 시집 『오지항아리』, 『추억의 강』, 『빈자의 노래』, 『내 안에 피고 지는 풀꽃의 노래』, 『느티낭구 사랑앓이』, 『청풍명월 사투리 만세』가 있고, 충북문학상, 충청도 사투리대회 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한국문협 제천지부 회장, 제천문학회장, 충북시협 부회장 역임했다. 현재 한국문협 이사, 불교문학 충청지부장, 제천사투리 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
닭섬, 해 낳다 /용창선 부상扶桑에서 노닐 때는 벼슬 제법 높았다지 닭똥 같은 잔별들이 하나 둘 돋아날 때 신음의 난생설화卵生說話가 노을 아래 퍼진다. 새벽 불러 잠 깨우던 닭벼슬 간 데 없고 꽁지머리 다박솔이 산파되어 수발든다 핏물이 들끓는 바다 막 낳은 알 따뜻하다. ※닭섬 : 완도군 노화읍 넙도 내리 부속 섬. ‘웃닭섬’과 ‘아랫닭섬’이 있다. ■ 용창선 1964년 전남 완도 출생이며 문학박사로 201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 율격 동인. 전 중·고등학교 교사, 전 성화대 교수, 목포문화원 강사. 시집 『세한도를 읽다』, 학술서적 『문학과 교양』, 『고산 윤선도 시가와 보길도 시원연구』, 「윤선도의 한시 연구」, 『윤선도 한시의 역주와 해설Ⅰ』, 「보길도 윤선도문학관 스토리텔링」 등이 있다.
그립고 그리운 것들 /신성호 가끔마다 문득 떠오르는 죽마고우들/어려웠던 시절에 태어나/가난과 함께했던 그 때를 떠올리면/괜히 마음이 짖눌러지며/살고지고 했던 옛 친구들이 그리워진다//절대로 떠나지 않을 것 같던 친구들이/하나 둘 순서없이 세상을 떠나고 있으니/나름 오래 살았었다지만/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애썼던 날들이 아닌가//그런 친구가 또 떠났다기에/멀다는 핑계로 직접 조문도 못하고/조화 하나 마음으로 보내놓고 생각하니/못내 마음에 아린 여운이 남아/그러면 안되는데 라고 되뇌여진다//한번 왔다가 필연 간다고는 하지만/어찌살면 어떻고 저찌살면 어떠랴만/악착같이 모질게 살다가 가니/그 뒷모습이 더 슬프고 애닮기만 하다//친구여 남은 친구들이여/세상사는 동안 건강 잘 지키다가/갈 때가 되면 마음 다 비우고 가는게 좋지 이생의 고통 상처 아픔 다 버리고 떠나는 것도/어쩜 축복인지도 모를 일이 아닌가//아린 그리움들을 죄다 챙겼다면/무슨 재미 무슨 의미로 살아가겠는가//때때로 그리워하기도 하고/눈물도 흘려봄도 좋지 않은가 싶은 것은/이제 나이듬의 탓은 아닌지 ■ 신성호 1953년 전북 정읍 출생으로 육국3사관학교 졸업, 한국방송통신대학, 시·시조·수필·동화·소설을
너의 별 /김양수 그리운 것들은 다 별이 되나보다. 아스라한 눈빛들이 가슴으로 내려와 바람이 된다. 바람이 불면 반짝이며 피어나는 꽃들 꿈꾸면 보이는 별 하나 꽃 하나가 벌판을 흔든다. 숨 죽여, 가까이 가면 잎사귀마다 흐느끼는 기억 하나 사랑 하나 나지막하게 들린다. 그리고 강물이 되어 흐른다. 그리워하는 것들은 노래가 되어 자꾸만 자꾸만 아프게 떠간다. 순간, 눈물로 솟구치는 소망 하나 새가 되어 저 멀리 산을 넘는다. 하늘에 숨는다. 그리운 너의 별이고 싶다. ■ 김양수 1954년 강원 횡성 출생으로 1984 강원일보 신춘문예·아동문학평론, 1994 시조문학 천료, 1996 시와 비평, 강원문학상, 시집 『외출』 외 10권 출간, 강원문인협회 회장 역임, 강원문학교육연구회장, 한국문인협회 감사로 활동하고 있다.
비껴가는 역에서 /한관식 등받이 없는 의자에 서성이는 아침과 앉아 거울에 비친 시간을 쥐어든다 낯선 사람들의 표정으로 얼굴을 덧칠한 게으른 새벽 내가 선 자리에서 소유할 수 없는 눈높이를 툴툴 털어내고 출구를 향한다 몇 사람은 빠져나가고 몇 사람은 기다림으로 서성이고 낡은 출구는 저리 삐꺽거리는데 이미 모습을 드러낸 기차는 선로에 둥지를 틀고 엎드렸다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어둠은 짐칸 속에서 버둥거리며 대합실 문을 여닫기도 전에 스스로의 이름으로 불려지고 나이보다 무거운 어깨를 기차 안에 부려놓는다 아직도 삶은 고단하게 덜컹거리고 여기였던가 흘러가는 기차를 붙잡고 비껴가는 역에서 때늦은 후회를 감싸쥔다 ■ 한관식 1960년 경북 영천 출생으로 시사문단을 통해 문단에 나옴. 경북문학 공로상, 경북문학 작가상, 영천예술대상, 경북예술상, 청향 문학상 대상, 시집 ‘비껴가는 역에서’, ‘밖은 솔깃한 오후더라’, 경북 동부신문 소설을 연재하고 있다.
소풍 /홍성란 여기서 저만치가 인생이다 저만치, 비탈 아래 가는 버스 멀리 환한 복사꽃 꽃 두고 아무렇지 않게 곁에 자는 봉분 하나 ■ 홍성란 1958년 충남 부여 출생으로 1989년 중앙시조백일장(경복궁 근정전) 장원으로 등단. 시조집 《춤》, 《소풍》, 《바람의 머리카락》, 《명자꽃》, 《애인 있어요》, 현대시조감상에세이《백팔번뇌-하늘의 소리, 땅의 소리》 등이 있음. 유심작품상, 중앙시조대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이영도시조문학상, 한국시조대상, 조운문학상 등 수상. 현재 유심시조아카데미 원장.
발바닥 지도 /김은수 부지런히 걷고 달려왔다. 앉을 때는 무릎을 꿇었고 누웠을 땐 저 멀리 외면했고 열 번 씻을 때 한 번 씻기면서 다칠까 아플까 굳은살 박힐까 걱정해 본 적 없다 우연히 마주친 얼굴 두꺼운 낯가죽엔 지문도 없이 반질거리는 몸뚱이 굵고 짧게 패인 구덩이 밤낮으로 삽질한 길 고지마다 말라붙은 지도 한 장 선명하다. ■ 김은수 1960년 경북 의성 출생, 1993년 시와 반시, 시사문단 등단, 한국문협, 현대시협, 대구펜, 대구문협, 경북문협 회원, 달성문협, 도동문학 부회장역임, 현재 의성문인협회장, 후백 황금찬추모문학상 수상, 시집 『모래꽃의 꿈』, 『하늘 연못』, 『염화 미소』, 『발바닥 지도』 등 출간했다.
지구를 찾다 /문순자 한라산도 수평선도 한눈에 와 쏙 박히는 제주시 외도동은 그야말로 별천지다 아파트 옥상에 서면 대낮에도 별이 뜬다 수성빌라 금성빌라 화성빌라 목성빌라 그것도 모자라서 1차, 2차 토성빌라 퇴출된 명왕성만은 여기서도 안 보인다 스스로 빛을 내야 별이라고 하느니 얼결에 궤도를 놓친 막막한 행성처럼 내안에 실직의 사내 그 이름을 찾는다 ■ 문순자 1957년 제주 애월 출생으로, 1999년 농민신문신춘문예 시조 당선됐다. 시집 『아슬아슬』 ,『파랑주의보』, 시선집『왼손도 손이다』 등 한국시조작품상 등 수상했다.
당신의 그림자 /정정임 힘들겠거니 아프겠거니 조금만 쉬었다 하지? 그저 바라 볼 때만 해도 사랑인줄 알았습니다 돈 봉투의 두께만큼 파스를 붙여주고 자고나면 괜찮다는 당신의 말한마디 철썩같이 믿었을뿐 내 발등에 불이 떨어지지 않아 뜨거운 줄 몰랐습니다 아픕니다 당신이 아프니 내맘이 아픕니다 슬픕니다 당신이 슬프니 나 역시 슬픕니다 힘듭니다 당신이 힘드니 나 또한 힘듭니다 내가 당신이듯 당신이 나 이니까요 ■ 정정임 1967년 충남 아산 출생으로 계간 ‘문파’로 문단에 나옴. 동남문학회 회장, 시낭송 지도사, 출장 요리사, 문파문인협회, 수원문인협회, 동남문학회 회원, 동남문학상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