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는 대한민국 경제에 있어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며 한 획을 긋는 ‘수출 3천억 달러’를 달성하였다. 최종적으로는 수출 3천 260억 달러, 무역흑자 167억 달러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내수경기 부진과 함께 북한 핵문제, 아파트 가격 폭등, 한미 FTA에 대한 첨예한 대립 등 대내외의 어려운 여건 속에 세계에서 11번째로 이루어낸 쾌거라 더욱 의미가 크다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경기도는 지난해 우리나라 총수출의 19.4%를 차지하는 632억 달러(추정)를 수출하여 ‘한국수출의 조타수’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도내 수출은 반도체,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등 3대 수출품과 세계 LCD 판넬 수요가 급증한 평판디스플레이어가 주도하였다. 하지만 이와 함께 도내 수출기업들이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기술개발로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가지고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오대양육대주를 발로 뛴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결실을 거두게 한 요인으로 보인다.
금년은 IMF 외환위기 10년이 되는 해이다. 1997년 12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39억 달러에 불과했고 , IMF 처방에 따른 구조조정이 사회 전반에 불어 닥쳐 뼈를 깎는 고통을 겪은 바 있다. 그러나 그 후 10년도 채 안된 지난해에는 무려 1천 200만 명이 해외여행을 했으며, 약 50만 명이 해외유학을 나갔다고 한다. 또한 지난 1년간 우리나라는 약 850억 달러의 에너지를 수입했다. 이처럼 빠른 시간 내에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10위권 내외의 경제대국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전적으로 수출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니 우리 무역인의 역할이 얼마나 대단한가 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러나 금년도 수출환경은 지난해에 비해 그렇게 낙관적이지는 않다. 세계경제의 감속성장 전환, 세계적인 FTA 체결확산에 따른 비체결국과의 교역위축 등 전반적인 여건이 우리 수출기업에게 유리하지 않다. 지역별로는 현재 우리나라와 경기도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증가세가 빠르게 둔화되어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2위 수출국인 미국의 경우 주택경기 침체 및 금리인상의 영향으로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보이며, 일본 역시 미국경기 둔화 여파 및 IT 재고조정 등으로 성장률이 지난해 2% 후반대에서 2% 초반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환율하락세의 지속, 원자재가 상승, 자금 및 인력난, 고유가 등도 금년도 수출증가세를 지난해보다 둔화시킬 것으로 전망되며, 수출기업들의 채산성도 호전될 여지가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지난해 필자가 도내 100여개 업체를 현장 방문했을 때 상당수 중소수출기업이 중국 업체들의 맹추격으로 가격 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다는 하소연도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아무리 대내외 환경이 나쁘다 해도 결국 우리나라 경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수출일 수밖에 없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금년에는 수출증대에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리 무역인, 특히 지금까지 ‘한국수출’을 이끌어 온 경기 무역인들이 해외시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동시에 국내의 수출 지원제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해외시장개척을 위해 전력투구한다면 또 다시 좋은 성과를 얻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환율하락은 금년에도 수출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예상되고 있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수출기업들이 환차익 환수문제로 환 리스크관리에 소극적이었지만 금년부터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환 리스크 헷지상품이 운영되는 바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환 리스크 관리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언과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환율하락에도 확실히 견딜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최저가격, 최고품질’의 제품개발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금년은 60년 만에 돌아오는 붉은 돼지해로 불이 활활 타오르듯 기운이 넘쳐 집안과 사업이 번성한다는 해라고 한다. 이렇게 의미있는 정해년(丁亥年)에 다시 한번 경기 무역인이 경기도는 물론, 대한민국 경제의 대들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 학 서 <한국무역협회 경기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