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 그저 남의 나라 얘기로만 여겼던 우리나라에 지난 20일 강원도 인근에서 창문이 파손되고 책상위에 있는 떨어지는 등 최근 보기드물게 큰 지진이 발생했다.
그리고 그날 ‘소방방재청’에서는 통신사와 연계해 국민들에게 재난문자를 일괄적으로 보냈는지 오후 9시 17분쯤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20일 강릉 서쪽 23킬로미터 4.8규모 지진후 여진 우려, 당황하지 말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바람”
직장이 수원이기 때문에 혼자 생활하는 나로서는 여간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강원도에서 발생했다하니 설마 경기도까지 무슨 피해가 있겠냐 애써 위로했지만 여진을 느꼈던 터라 약간의 두려움이 생겼다.
그리고 17, 27분에 두 통의 문자를 더 받았다.
TV도 없는 자취생활을 하고 있어 문자가 아니었더라면 여진을 느꼈을 때 도대체 무슨일인가 싶었을 지도 모른다. 안전문자를 보내준 것은 감사할 일이지만 문자에서 말하는 그 안전한 곳이 도대체 어디일까.
자취생이기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가라는 것인지, 아니면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라는 것인지,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할지 난감했다.
소방방재청으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문자를 보낸 의도는 좋았지만 그 문자를 보고 오히려 더 당황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간과했던 것 같다. 차라리 “강원도 지진발생, 지진에도 움직이지 않을 튼튼한 가구 주변으로 옮길 것” 등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알려주었으면 문자를 받는 순간 그리 당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 했으니 아마도 그 문자를 받고 대부분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오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상청 등이 알려준 지진발생시 안전대피요령에서는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 당황하지 말고 즉시 엎드려 머리와 몸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하며, 건물내 있다면 밖으로 나오지 말고 책상이나 테이블 등 튼튼한 가구 밑으로 들어가 재난방송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보를 알려줄 바에는 형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금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할 것 같다.
이 연 희 <권선구 금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