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힘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다.
SBS에서 방영한 ‘노예할아버지’ 경우만 봐도 해당 지역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노인복지문제와 실태를 제조명하면서 큰 이슈를 불러일으켜 우리에게 다시금 노인문제에 대한 인식을 심어줬다.
그러나 무분별한 선정성과 폭력성, 검증되지 않은 역사적 사실들이 난무하는 곳도 바로 방송이다.
초등학생들에게 주몽이 누구냐 물을 때 일부 학생들 입에서는 ‘송일국’이라는 대답이 나오는 것도 우스운 이야기 만은 아니다.
유치원에서 생활하다 보면 이런 저런 일들을 많이 겪는다.
애들이 유명 연예인을 따라하기도 하고 개그맨들을 흉내내기도 하는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얼마전 아이들 무리가 “죽어라. 죽어라”하면서 배를 치고 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소리 하면 못쓴다며 아이들을 나무라자 “선생님, 코붕이 놀이 하는 거에요”하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것이다. 알고보니 모 방송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개그프로그램의 한 코너였다.
개그 프로그램을 보며 어른들이야 한번 웃자 할 수 있다. 스트레스도 풀리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들 입에서 죽으라는 말은 왠지 섬뜩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죽어라’는 말은 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그저 놀이일 뿐이라는 얼굴들이었다.
개그맨들이나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 한 프로그램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알지만 일요일 가족들이 함께 있는 시간대에 방영하면 아이들이 함께 보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집에서는 어른들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또래가 없으면 자기가 습득하거나 익힌 모습들을 잘 내보이지 않지만 또래집단이 있을 경우에는 어린이들이 스스럼없이 행동하게 된다.
점점 폭력이 난무하고 사람에 대한 소중함이 경시되고 있는 요즘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어른들이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정 경 희 <성남시 서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