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한국에 부임한 지 2년째 되는 GM대우의 여성전무인 수 애비(Sue Abbey) 인터뷰한 기사를 읽고, 외부인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아직도 한국여성들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여성만의 세계에 갇혀있지 말라”고 뽑은 인터뷰 기사 제목부터가 눈길을 끌었는데 내용면에서도 공감되는 부분이 참 많았다. 그녀는 한국기업체에 고위직 여성임원이 매우 드문 이유에 대해 여성 역할모델이 없기 때문이며, 가정에서 여성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였다.
또한 한국여성들은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 안에, 또는 여성들만의 세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여성 스스로의 고립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남성들과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사회에서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활발해 졌다. 최초의 여의사, 최초의 여판사 등 최초라는 수식어가 항상 여성들 앞에 붙어 다녔으나 이제는 여성의 비율이 과반수인 전문직종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지난 2월에 임용된 판사와 예비판사 187명중 104명이 여성이었고, 올해 임용된 검사 92명중 42명이 여성이었다고 한다. 또한 1996년까지만 해도 10%를 밑돌던 외무고시 여성 합격자 비율이 지난해에는 52.6%로 절반을 넘어섰고, 행정고시(44.0%)와 사법고시(32.4%)의 여성 합격자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여의사 전성시대’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여풍이 거세다고 하는데, 현재 수련을 받고 있는 전공의들중 여성비율이 40%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외국인 눈에 아직도 한국여성들이 고립된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한국여성의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내린 잘못된 지적일까? 그런데 여성들의 빠른 사회진출 확대와 변화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은 나 자신도 여성의 고립과 네트워킹 부족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사회에서 여성들의 진출이 두드러지는 분야는 대부분 시험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몇몇 분야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 여성이 고립되어 있다는 진단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즉, 시험이나 자격증과 같이 개개인이 자신만의 노력에 의해 성취할 수 있는 분야에서 주로 여성들이 성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다시 뒤집어 생각해 보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성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분야, 예컨대 일반기업의 고위 임원직과 같이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는 분야에서는 여성들의 성공이 아직 어렵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들이 고립되어 있다는 진단, 그리고 남성들과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조언은 바로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여성만의 세계에 갇혀있지 말라는 충고가 가슴에 와 닿는다.
이러한 여성의 고립문제를 생각하면서 머리를 떠나지 않는 걱정은 이제 9개월 후면 도입될 새로운 신분등록제에 관한 것이다. 호주제 폐지로 통칭되는 2005년 3월의 민법 개정은 실질적으로 기존의 ‘호적제도’를 폐지하고 ‘1인1적제’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인데, 법개정 당시 이를 준비하는 기간을 3년으로 잡고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도록 하였다.
물론 민법 개정이 여성들만의 뜻을 담은 것은 아니나 여성계의 주도로 이루어졌으며 수많은 남성과 어르신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루어진 터라 아직도 상당한 저항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지난 2년간 여성계에서는 국민 모두와 직결되어 있는 제도변화에 대해 얼마나 반대자들을 대상으로 설득하고 이해시켜 왔는지, 그동안 ‘여성들만의 세계에 갇혀’ 이제 법이 바뀌었으니 다되었다고 손을 놓았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
물론 아직도 대안이 확정되지 않은 것이나 제도변화에 대한 홍보 등의 모든 책임은 정부의 몫이겠으나 문제를 제기하고 제도변화를 이끌었던 여성계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저항집단과의 네트워킹을 시도하면서 설득해야 했던 것이 아니었는지,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발 벗고 나서야 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봐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