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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경기도민 마음부터 얻어라

한나라당 떠난 이유 국민 납득할 수 있게 설명을
당분간 고난의 행군 불가피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오길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한나라당을 떠난 지 만 2주가 지났다. 그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율은 전이나 별반 다름이 없다. 그의 탈당 사건으로 손학규라는 이름 석자가 졸지에 주목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대통령 감으로서 적합한지에 대한 평가는 아직 내리지 않았다는 뜻일 게다. 보통 사람들은 탈당이란 행위를 대선 때마다 반복되는 일부 정치인의 ‘경선 불만’ 정도로 낮게 보기 마련이다. 손학규가 누구인가, 한나라당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는 관심 밖이다.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그렇다는 말이다.

14년 간 몸 담아온 한나라당 탈당을 결행한 손학규에게는 세 갈래의 길이 있을 것이다. 하나는 범여권의 신당에 몸을 맡기는 길, 스스로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는 길 그리고 남은 마지막 길은 적당한 시기에 정계를 은퇴하는 길이다. 그는 세 가지 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난 날 민주화운동을 함께 했던 동지나 선배들을 만나고 있다.

정치인의 성패는 선거를 통해 결정 난다. 선거를 치르자면 조직이 절대로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정당이다. 우리의 양대 정당은 지금 모두 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원내 제1당이자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두 명의 유력 후보가 경선 룰 하나를 결정하는 일에도 아옹다옹 하고 있다. 반면, 엊그제까지 집권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앞으로 몇 갈래로 갈릴지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오는 4.25 보궐 선거가 끝나면 반드시 큰 혼란이 올 것이다.

87체제 이후 대선은 늘 2강 후보 구도였다. 14대 대선은 김영삼과 김대중, 15대 대선은 김대중과 이회창, 16대 또한 노무현과 이회창의 2강 구도였다. 국민들은 양당 정치를 선호한다. 이번 대선 역시 한나라당 후보와 범여권 후보의 대립 구도 속에서 유권자는 정당보다는 후보 개인을 더 따져보게 될 것이다.

지금의 정치 상황은 손학규에게는 위기이자 기회이다. 그는 먼저 왜 한나라당을 떠나야 했는가를 국민에게 설득하는 일이 중요하다. ‘반 한나라, 비 노무현’식의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 그가 말하는 ‘새로운 정치’가 무엇이고, 어떻게 가능한지를 아주 명약관화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그 말 속에는 단호함(Decisiveness)이 담겨 있어야 한다. 부시 대통령 참모인 칼 로브가 강조한 말이다.

손 전 지사는 탈당을 결행하기 전, 강원도 산사에 며칠 머물렀다. 탈당이 산사 구상의 결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쩐지 그의 모습은 유약하게 비쳤다. 마치 소설 속의 햄릿 같았다. 햄릿은 왕이 되기에는 부적합한 인물이었다. 손학규는 이 같은 나약한 이미지에서 빨리 벗어나야 살아남는다. 다시는 산사를 찾지 말아야 한다.

손학규는 경기 도지사 출신이다. 4년의 임기 중에 상당한 업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북한 평양시범농장 사업은 북한 포용정책의 일환이며, 파주 LCD산업단지도 야심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 시내의 청계천 복원 사업만큼 대중적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청계천은 눈에 보이는 것이고 시범농장은 보이지 않는 사업이기 때문인지, 홍보가 부족해서인지는 분명치 않다. 손 전 지사는 억울할 것이다.

범여권의 후보 경선(오픈 프라이머리) 적임자로는 호남 출신의 정동영, 충청 출신의 정운찬 그리고 경기 출신의 손학규를 꼽는 의견이 많다. 오픈 프라이머리에 관한 규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19세 이상의 유권자 수백만 명이 참가하는 규모라면 대단한 흥행이 될 것이다. 16대 대선 때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의 노무현 승리는 바로 수만 명이 참가한 우리 선거 사상 초유의 경선 결과였다. 그런데 이 보다 수십 배 큰 규모의 경선이 치러진다면 선거 무관심 풍조가 사라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경기도의 인구는 서울을 앞질렀다. 이제는 수도권 출신 대통령을 바라볼 시대도 되었다. 우리가 민주헌정을 채택한 이래, 정권은 늘 영남의 몫이었다가 불과 10년 전에 호남 출신 김대중이 정권을 잡았고, 이후 현 대통령 노무현은 영남 출신이지만 호남의 지지로 승리했다. 21세기인데 지역주의를 입 밖에 내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만, 대통령 책임제 헌법 아래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아무튼 손학규에게는 당분간 고난의 행군이 불가피하다. 그 사이 한나라당 시절에 묻힌 때를 벗기면서 국민에게 감동을 줄 식단을 차려야 한다. 그런 다음, 범여권의 경선에 참가하든, 치어 리더 노릇을 하든, 불쏘시개 노릇을 하든 결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먼저 경기도민의 마음부터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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