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행사장에서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서명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서명하려는 순간, 장애인 두 명이 피켓을 들고 나와 대통령 앞에서 시위를 벌인 것이다. “장애인은 교육조차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 그들이 굶고 있습니다. … 대통령께서 직접 챙기셔야 합니다. … ”
이 날 행사는 장애를 이유로 차별하면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을 기념하는 서명식이었다. 즉, 축하할 자리에서까지 이들은 대통령에게 기습시위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현 정부와 정치권의 장애인복지정책에 대해 장애인들이 느끼고 체감하는 현실을 말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지난 해 4월 20일을 계기로 경기도에서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장애인 차별을 없애고, 골방과 시설에 처박혀 사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살게 해달라고 요구하며 목소리를 모았다. 그리고 9월부터는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를 요구하며 경기도청 앞에서 78일 간의 천막농성, 노숙농성, 단식농성, 삭발농성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농성을 진행하였다. 그 과정 중에는 한 분의 장애인이 목숨을 잃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그리고, 올해 4월 5일, 이들은 또다시 수원역과 경기도청 앞으로 몰려들었다. 정부가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이라 하여 현 장애인복지의 현실을 기만적으로 왜곡하는 것에 저항하고, 단 하루만 베푸는 시혜와 동정을 거부하며 당당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이다.
또한, 인간으로서의 단순한 ‘차이’를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없도록 ‘차별’을 만들어내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폭로하고 바꾸어 가기 위해서이다. 즉, 이들은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끝나지 않았으며, 동정의 시선으로 장애인을 바라보는 이 사회에서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이라고 하는 것은 기만행위이므로,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차별에 저항하라’ 라는 슬로건을 외치며 모여들었다.
그리고, 4월 말까지를 장애인차별철폐 주간으로 설정하고,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지난 해 농성을 통해 합의한 사항을 즉각 실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작년 78일 간의 농성에서, 이들이 요구했던 것은 다름 아닌 장애인활동보조인서비스의 제도화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처음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장애인당사자와의 충분한 사전협의일 것이다. 그것의 하나로,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협의기구 구성을 요구했었고, 경기도는 결국 이를 받아 들였다.
그러나, 작년 11월에 합의된 사항이 지금까지도 단 한차례의 회의 외에는 이미 5개월에 접어들고 있는 현 시점에서 그 어떠한 논의도 진척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는 반복된 말을 할 뿐이다. ‘중앙정부의 방침이 정해지면 그 때 하겠다는 것.’
말할 것도 없이 경기도는 지방자치단체이다. 게다가, 1천만이 넘는 인구와 10조가 넘는 경기도의 예산과 행정규모는 장애인복지정책을 펼치면서까지 중앙정부의 눈치를 볼 정도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의 장애인들이 요구하는 사항을 경기도가 외면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지방자치제도 시행이 10년이 넘는 현 시점에서 언제까지 중앙정부의 지침을 기다린다는 말로, 지방자치단체의 존재 이유를 거부해서는 안된다. 그것도 주민의 단순 이해관계에 따른 요구가 아닌 생존권적 요구를 말이다. 더 이상 경기도가 중앙정부의 지침을 운운한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경기도 36만 장애인을 우롱하는 것이요, 차별을 조장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경기도는 장애인들이 요구하고 말하고자 하는 것을 진심으로 귀 기울이기 바란다. 더 큰 저항에 직면하기 전에 말이다. 이들은, 한국사회의 장애인복지 확대는 곧 투쟁의 역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이들이 인간으로서의 삶을 억압하는 야만의 폭력 앞에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음을 경기도는 알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