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전히 좌우의 대립, 진보와 보수의 해묵은, 지겨운 논쟁이 되풀이 되고 있다. 근자에 들어 부쩍 보수화되어 가는 이 사회분위기는 미술계에서도 동일하게 검출된다. 어렵고 힘든 시기에, 다분히 보수적인 이 시기에 미술인들은 좀 더 불온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나아가 그 불안을 즐기고 우리 사회의 반동성에 제동을 걸어야 할 것이다.
예술이란 한 시대에 가장 불온하고 불경스러운 욕망을 드러내며 보수화되고 경직된 사회와 재도를 유쾌하게 가로질러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여정이 다름 아닌 아티스트들의 삶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티스트와 아티스트적 삶은 부재하고 다만 미술과 미술가와 미술제도와 시장만이 존재한다. 보수화되는 분위기와 함께 이념에 얽매인 집단이 문화계를 독식하고 있어서 문화다양성과 자율성이 줄어들고 수용자들의 선택권이 줄고 있다는 지적과 참여정부의 문화정책을 둘러싼 논의들 역시 시끄럽다. 새삼 민족이란 단어도 떠올랐다. 문화예술에서 이제 민족이란 단어는 사라져야 한다는 입장과 분단체제하에서 민족은 여전히 중요한 담론이라는 논의가 갈등을 일으켰던 것이다.
대부분의 작업들이 미술시장에 너무 온순히 길들여졌고 사회와 현실 등과는 거리를 둔 체 개인적인 영역으로 파고들고 있는데 따라서 작업의 경향이 대부분 자폐적인 분위기를 띤다. 개인주의와 내용중심의 그림이 바로 그것이다.
이처럼 작가와 작품 사이의 경계 지우기, 극사실적 구상작업이나 드로잉이 부쩍 많아졌다. 작가 혼자만의 시간과 공력이 들어간 작업들이 두드러지게 양산되고 있는데 이 극사실주의 구상의 붐과 회화의 복귀에 대한 논의 및 그와 관련된 작품의 등장은 다름아니라 우리 사회의 보수성과 상업주의의 따른 반응이기도 하다.
동일한 맥락에서 드로잉 전시가 붐을 이루고 있다. 사적이며 개인주의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이 드로잉은 미술에 대한 회의와 새로운 전망이 부재할 때 우선적으로 자신의 본능적인 그리기의 욕구에서 다시 출발하고자 하는 의도를 지닌다.
아울러 미술시장이 다소 살아나는 분위기에 따라 경매를 통한 대중화분위기가 살아났다. 미술시장규모가 커졌고 작년에 비해 3배가 커졌다. 국내 젊은 작가들 역시 외국 옥션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해외경매에서 중국현대미술에 비해 낙찰가며 총액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희망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따라서 많은 화랑들이 북경으로 진출하고 그 시장을 공략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최근 비엔날레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작가나 기획자들이 여러 아트페어에 나가서 지극히 ‘아방가르드’한 척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아트페어는 상업적인 시장이다. 시장경제의 원칙이 강력히 작동하는 곳이자 작품의 질보다는 상업적 목적과 이윤이 우선하는 곳임을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컨템포러리 아트의 프로모션 현장으로 보기에는 무리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제 이 아트페어에서의 매매실적과 주목이 곧바로 현대미술의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작품의 질을 규정하는 힘과 권력이 되고 있다. 아트페어나 옥션에서 좀 팔렸다는 작가들이 이내 스타작가가 되고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젊은 작가들 상당수는 밖의 시장과 옥션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결국 그런 시장에서의 판매상황에 비례해서 작가와 작품의 수준을 비교, 측정하고 있는 곳이 이곳 미술계의 현실이다.
현재 우리의 상황에서는 미술관이 미술관다운 기능과 잣대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고 상업화랑 역시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의 아트페어나 옥션이 그 모든 것을 좌우하는 핵심적 공간이 되어가고 있고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 이 아트페어가 점차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앞으로 더욱 증진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동시대 미술인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동할 것이다. 왜냐하면 아트페어의 수준 높은 관객들이 내리는 선택이 하나의 기준을 형성하게 될 것이고 그것이 동시대미술의 중요한 판단으로 작동할 테니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