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몇 주 사이 가장 주의를 끌었던 사건은 중학교 남학생들에 의해 저질러진 윤간사건이었다. 남양주에서는 두 주를 멀다하고 같은 지역에서 두 건의 윤간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였으며 가평과 광주에서는 심지어 교내에서까지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하였다. 흉악범도 아닌, 동급생 간에 벌어진 윤간사건에 대해 수많은 학부형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였고 교사들 역시 자괴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아직 철없는 중학생을 이렇게까지 몰고 간 것일까?
경찰청의 요청으로 아이들을 면담하는 과정 중에 발견하였던 특이한 사실은 윤간에 가담했던 중학교 남학생들이 사건 전 성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이었다. 이들에게는 집단 성폭행이 일종의 놀이나 그들만의 의식 정도로만 여겨졌다. 아이들은 함께 모여 술을 마셨고 병마개를 이용한 놀이를 즐겼다. 남자 아이들은 여자 아이 하나를 일부러 골탕 먹여 벌주를 주었고 여학생이 만취할 때까지 놀이는 계속되었다.
결국 여학생이 인사불성이 되면 이들은 돌아가며 윤간을 하고 별 생각 없이 귀가하였다. 면담 중에도 이들은 죄책감으로 고개를 떨구기보다는 면담 순서를 기다리며 여전히 웃고 까불었다. 이들은 윤간사건으로 성에 대해서는 처음 경험하였지만 그전에도 사소한 절도사건과 학교폭력으로 이미 두세 번씩 경찰서에 입건된 적이 있었다. 때마다 이들의 부모님은 피해자 측과 합의를 해주셨기에 이번에도 조만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낙관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같은 사건들이 중학교 이삼학년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번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중학교 남자 아이들은 인터넷 상으로 음란 만화를 나누어 본다. 어떤 사이트에 가면 어떤 파일들이 가장 자극적인지 서로 알려주고 공유한다.
가학적인 장면이 담긴 음란한 만화들은 아이들 사이에 성에 대한 일종의 규준을 형성하고 아이들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든다. 이들 만화 속에는 강간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이나, 진심어린 합의가 있어야만 성관계가 가능하다는 고리타분한 훈계는 담겨있지 않다. 다만 그들에게 성이란 이제껏 누려보지 못한 극도의 자극적인 놀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또래들끼리의 놀이를 위해 피해자를 물색하고 술의 힘을 빌어 도덕적 책임감으로부터 해방된다. 지금껏 몰려다니면서 친구들을 괴롭히고 남의 물건도 슬쩍해 본 경험으로는 굳이 성이라고 해서 별다를 것도 없는 것이다.
아이들의 윤간은 성인의 강간과 달리 음주 후 집단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이 같은 현상을 잘 설명해준다. 이들에게 윤간은 누구나 거쳐 가야 할 법한 일종의 성인식이다.
우리의 무력감은 여기서 출발한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도록 가정은 무엇을 했으며 학교는 무엇을 했단 말인가? 인접 지역에서 연달아 사건이 터지고 이제는 아예 백주대낮에 학교 화장실에서 윤간사건이 발생하였다. 과연 누가 이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인가? 그동안 학교에서의 폭력이 심각하다고 아우성치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고 학교폭력을 아이들의 성장통 정도로만 여겨온 결과, 결국에는 폭력의 연장선상에서 지금의 윤간사건들이 터지고 있는 것이다.
수박 겉핥기식 성교육은 오히려 아이들의 성적 호기심만을 자극하였고, 성에 대한 호기심은 아이들을 인터넷 음란물로 내몰았다. 학과중심으로만 이루어지는 학교생활에서 일탈된 아이들도 나름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였고, 결국 아이들은 독특한 비행폭력문화를 통해 어른이 되고자 시도하였다. 어쩌면 이들을 바로잡기에는 이미 늦어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이들을 그대로 내버려둘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형사처벌만을 피해가도록 하는 현재의 소년사법절차로는 이미 폭력에 찌든 아이들을 구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아이들을 위해서는 그들이 중심이 되는, 보다 귀챦고도 복잡한 선도과정이 꼭 필요하다.
아이들을 붙잡고 앉아 그사이 잘못 형성된 생각을 뜯어고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려면 현행 법절차와 학교제도로는 무리이다.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법기관은 그동안의 직무유기를 솔직히 인정하고 아이들을 구제할 획기적인 방법을 이제라도 진정성 있게 고민해보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