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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희칼럼]버지니아 참극이 美 사회에 주는 교훈

군사력 앞세워 숱한 과오 총기문화부터 청산해야
백인·종교우월 버리고 청교도 정신 회복을…

 

미국 영주권자인 한국인 유학생 조승희 씨는 지난 17일, 자신이 다니던 버지니아 공대에서 동료학생 32명을 사살하고 자신도 자살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01년 9월 11일 아침, 두 대의 비행기가 뉴욕의 무역센터를 공격했던 사건을 연상시키는 천인공노할 범행이었다.

조씨의 범행 동기 등 여러 의문점은 범죄자가 자살했기 때문에 정확히 밝혀질 수는 없다. 오직, 그가 남긴 문건과 유품, 친지들의 증언 그리고 그의 행적 등을 중심으로 수사기관이 과학적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치정살인처럼 전해졌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각종 증언이나 증거들을 통해 결코 단순한 사건이 아님이 드러나고 있다.

8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가서 15년을 ‘외톨이’로 살았던 한 대학생. 그런 조승희 씨는 끝까지 영주권자로 살다가 사건을 일으켰다. 그의 부모는 자식 하나 잘 키우려고 죽자 사자 일만 하는 평범한 이민자들이다. 아버지는 큰 세탁소 직원이다. 어머니도 우리 식의 파출부처럼 돈 벌이를 하는 모양이다. 이런 환경이라면 머리가 좋은 조씨이지만 가정교육은 제대로 받지는 못했을 것 같다. 돈벌이에 치중하면 자식 교육을 소홀히 하는 것이 서민들의 형편이다.

버지니아 참극이 발생한지도 1주일이 지났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다. 남을 돕기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여의도 어느 교회 당회장은 희생자 돕기 모금운동에 보태라고 큰 돈 1억원을 쾌척했고, 이태식 주미 한국 대사는 조씨를 뺀 채 “희생자 32명을 상징하는 32일 간의 금식기도‘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 대사의 눈에는 일제 치하에서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을 보고 그랬던 것처럼 조씨를 ’불령선인‘으로 보았는지도 모른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국내 유수 언론사들이 자사 홈페이지에 ’추모 게시판‘을 만들어 마음 여린 네티즌을 유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언론 상업주의의 한 단면이다. 이런 현상을 보고 외국인들은 우리의 ’민족주의‘를 입에 올린다. 한국인들은 민족주의가 강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언제부터 그렇게 비굴한 민족주의자였던가. 굶주리는 북한 사람들을 위해 쌀 좀 보내는 일을 ’퍼주기‘라고 비난하는 정서는 ’민족주의의 발로인가, 아니면 반공정신의 발로‘인가? 요즘 언론의 태도는 한 개인의 범죄를 우리 민족이 저지른 범죄인양 ’죄송스럽다‘고 싹싹 비는 사대주의적 발상일 뿐이다.

미국은 6.25 한국 내전에 참가, 공산군을 몰아내서 이 승만 정부를 구했지만 남쪽의 수많은 양민도 학살했다. ‘전쟁 중’이라서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 한 마디뿐이다. 21세기 들어서도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이라크를 침략했다. 한국군까지 끌어드렸다. 서부 개척시대부터 총이 없이는 살 수 없었던 미국인의 총기 문화는 다른 문명권에게는 공포의 사회로 비칠 수 있다. 총이 춤추는 사회, 2억 5천만 정의 총이 가정마다 있는 나라에서 총기 사고는 다반사일 수밖에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격으로 사건이 발생하자 민주당은 총기 소유를 규제하려는 입법을 추진한다고 한다. 미국이 살기 좋은 사회가 되자면 총기 문화부터 청산되어야 한다.

미국은 또한 백인 우월주의를 버려야 한다. 국가 정책으로 이민을 수용하면서 백인우월주의를 버리지 못한다면 다른 인종은 들어오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결과로 미국인들은 다른 문명과의 충돌을 당연시 하고 있다. 종교적으로도 그들의 종교인 기독교를 타 종교보다 우월시하고 있다. 종교에 어찌 우월하고 열등한 것이 따로 있을 수 있는가. 지난 2001년의 9.11테러도 단순히 아랍 과격파의 우연한 보복 범행이었을까. 미국인들이 그 동안 국제 사회에서 저지른 과오 중에는 보복을 수반할만한 끔찍한 행동도 많았다는 사실을 반성해야 한다.

사건 발생 이후 부시 대통령도 “사전 경고를 무시한 잘못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의 조사로 미국사회가 조씨의 ‘위험한 생각’을 알면서도 무시했었다는 증거들이 밝혀지고 있다. 충분히 예방이 가능했을 법한 범죄를 엉성한 미국사회가 방치했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버지니아 공대 희생자 추모석 가운데 조씨를 애도하는 비석도 세워졌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도 일종의 피해자이다.

인간 사회는 각종 사건의 연속 속에서 발전한다. 사건마다 나름의 의미가 있다. 버지니아 공대의 참극도 나름의 의미가 있고, 9.11테러도 나름의 뜻이 있다. 미국 사회가 이를 진정으로 성찰하고, 반성과 참회의 계기로 삼는다면 미국은 청교도 정신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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