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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교육의 큰 그림도 필요하다

日 비해 교육과정·연구 소홀
개혁 지향점 위한 틀 마련 중요

 

어느 날, 교과서가 없어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아, 그거야 아무 상관없습니다. 교육과정을 보고 가르치고 배우면 되니까요.” 교사들이 그렇게 대답한다면 우리는 걱정이 없다. 우리나라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도 격렬한 논쟁을 하면서 ‘교육과정’에 대해서는 별 관심도 없지만, 그것은 교육의 목표, 내용, 방법, 평가의 기준이기 때문에 교육선진국일수록 바로 이 ‘기준’만은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학자로저 샨크(2002)는 50년 안에 현재 우리가 교과서를 사용하고, 수능시험을 치르고, 기억력을 학력의 주요요소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지금은 ‘교육을 받고 지성을 갖추는 것’이 여러 가지 사실을 많이 기억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인용하고, 어떤 관념에 익숙해지는 것을 의미하지만 앞으로 그러한 사실들이 컴퓨터에 의해 벽에 다 쓰이는 날이 오면 그때는 무엇을 가르치고 배워야 할까를 물었다.

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교과서가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취급되는 것을 비판하면서 ‘대표적인 학습자료’ ‘교육과정 실현도구의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또 ‘선택, 창의성, 다양성, 자율의 특성을 지닌 교과서관’을 가져야 하고 ‘지식과 기술을 조직·평가·선택·활용·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과서’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길러주는 교과서’를 만들자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아직은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2008 수능 물리Ⅱ정답시비 문제가 일자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단원자분자 이상기체만을 가정한다며 “수능은 우수학생을 선발하는 본고사가 아니라 60만 가까운 학생이 보는 보편적 시험”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견해까지 내놨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여러 교과서에 다원자 이상기체도 나오는 것이 확인되자 결국 복수정답을 인정한 사실이 명백한 사례이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교과서가 ‘경전(經典)’이므로 교과서를 잘 읽고 외울 수밖에 없는 -우리가 기대하는 ‘학력(學力)’에 대해 명확한 개념설정도 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외우게 하는- 한심한 교육에 매몰돼 있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다.

일본은 그렇지 않다. 2007년 8월에 예고된 새 ‘학습지도요령(교육과정)’은, 학력이 높이지 않으면 21세기의 일본은 위험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확실한 학력(確かな學力)’ 정책이 기본이 됐다. 또 지식·기능과 사고력·판단력·표현력이 ‘살아가는 힘’(지식)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일본의 교육기반이 튼튼한 것은 우리가 서둘러 교육과정을 전면개정하고 전 교과서를 한꺼번에 개편하는데 비해, 혹독한 비판을 기반으로 교육과정을 부분적으로 개정하고 있으며 4년 주기로 교과서 정기검정을 실시하는 전통에서도 엿볼수 있다.

우리는 교과서 내용은 ‘숭상(崇尙)’하면서도 교육과정·과서 행정은 기이할 정도로 후진을 면치 못한 나라이고 국가가 관리하는 ‘교과서박물관’ 하나 없을 정도로 연구도 소홀하다. 일본은 교육과정 개정을 위해 ‘의무교육비분담법’을 개정하고 교원양성 등 광범위한 관련 분야부터 정비하는데 비해 우리는 오히려 교육과정·교과서 행정보다 중시되고 있으며, 걸핏하면 편수행정조직을 흔들고 축소하는 나라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내세우면서도 “교과서 한 권 값은 담배 한 갑보다 싸다”는 것이 자조적(自嘲的) 표현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교과서 발행사를 입찰로 결정하게 됐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개혁방향은 대입 자율화, 영어교육 강화, 초·중등교육 분권화 등으로 밝혀지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은 우리 교육의 ‘고질’을 해결하기 위한 의욕적인 과제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우리는 교육개혁의 지향점, 교육의 큰 그림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그림은 당연히 교육과정·교과서 정책에서 나와야 한다. 또 그 방향은 ‘창의력 있는 인재육성’에 있다. 새 정부에서 초·중등교육 업무를 지방에 이양하되 국가 교육과정의 기본 틀과 교원 업무는 중앙정부가 맡게 된 것을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김만곤<남양주 양지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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