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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칼럼] 通 하였느냐?

행안부 지방공무원 감원 지차체 밀어붙이기 비판
추진사업 물거품 위기 의사소통 부족 아쉬워

 

전도연-배용준 주연의 영화 ‘스캔달’에서 “통하였느냐”라는 대사가 나온다. 통정(通情)이라는 의미로 쓰여 별로 좋은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시대적인 상황으로 보아 유부남과 대갓집 수절해야 하는 과부의 부적절한 관계를 용납할 수 없음에도 숨길 수 없는 사랑을 위해 ‘통’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겐 그리 추하지 않게 비쳐졌다.

 

지난 13일 이명박 대통령이 “식품안전 문제를 놓고 정부와 국민간에 소통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국민건강과 식품안전에 관한 문제는 사전과 사후에 국민과 완벽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을 인정한 것이다. 요즘 행정안전부와 일선 지자체도 ‘소통’이 안돼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의 지방공무원 감원 계획과 지자체 하부 행정기관 정비 계획으로 인해 타격을 입게 된 경기도내 지자체들은 난리다. 지방직 공무원 정원 1만명과 총액인건비 최대 10% 감축을 골자로 한 ‘지방조직 개편안’이 지난 1일 각 지자체에 하달되면서 후폭풍을 우려한 지자체마다 ‘탁상행정식 발상의 밀어부치기 개편안’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밀어부치기 개편안, '후폭풍' 불보듯하다. 당장 예상되는 후폭풍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로, 각종 개발 및 숙원 사업이 물거품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둘째로, 상당수 고참급 공무원들의 명예퇴직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것이다. 셋째로, 구청과 동사무소 기능의 과(課) 및 인원감축, 통폐합에다 신규 공무원 채용 동결로 대민행정 서비스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도내 주요 시·군의 아우성을 들어보자. 110만 수원 시민의 염원인 수원시는 광역시 추진이 사실상 물거품될 위기에 처했다. 행안부가 인구 50만 이상 시(市)에 도입된 일반 구(區) 제도를 장기적으로 폐지하고 대동제(大洞制:현 주민자치센터)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계획 대로라면 사실상 수원광역시 추진은 물 건너가게 된다. 일반시가 광역자치단체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자치권을 갖고 있는 구(區) 단위 자치단체 운용이 불가피 하지만 구 단위 행정기관이 동 단위로 통합되면 승격 자체가 무산될 수 밖에 없다.

 

14일 필자와 만난 수원시의 한 관계자는 “도내 지자체 가운데 정부와 한판 붙을 단체장이 나올 수 있다”며 “이런 말을 하면 안되지만 사실 행안부와 정면충돌하는 일이 벌어지고 일방통행식의 조직개편안이 무산 또는 대폭 수정되길 바라고 있다”고 실토했다.

 

올해 말 판교신도시 입주를 앞두고 분당구를 두개 구로 나누려는 성남시의 계획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분당구 남·북 분구 계획이 행안부 조직 개편안 중 하나인 일반 구(區)의 대동제 전환 방침을 역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동제 전환의 핵심은 구(區) 제를 폐지하면서 정원의 약 75% 수준으로 효율적으로 조직을 운영한다는 게 핵심이다. 따라서 현재 1개 구를 2개로 분구하려는 성남시의 분구 계획 자체가 행안부 지침을 위배하는 시책으로 행안부와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소 규모 지자체도 타격이 크다.

포천시, 연천군 등 중소규모 지자체도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포천시의 경우 당장 대규모 개발 사업 프로젝트인 에코-디자인시티 개발 사업이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이 사업은 지난 3월26일 미군공여지 주변지역 지원특별법 세부시행 개정안이 입법예고됨에 따라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시는 최근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인원 증원을 행안부에 요청했지만 이번 지침으로 인해 신규 인원 확충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천군은 지난 2002년 예산규모가 2천억원에 불과했지만 각종 개발사업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올 예산이 50%, 1천억원이 늘어난 3천억원에 이를 정도로 행정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개편안에 대해 연천군 공무원들은 “지역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로 오히려 인력 감축이 아니라 증원을 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소통의 기술이 필요하다.

과거 임금은 중신들과 중대사에서부터 사소한 일까지 어전회의를 통해 소통하고 또 소통했다. 절대 군주이며 왕족끼리 승계하던 조선시대에도 언로(言路)를 보장하려고 노력했다. 그렇지 못한 임금은 ‘역성(逆姓)혁명’이라는 거센 저항에, 그리고 백성의 심판에 직면하는 댓가를 치렀다.

 

이명박 대통령은 새 정부의 공직자들에게 봉사하는, 시중드는 머슴(SERVANT)과 같은 공직자상(像)을 주문했다. 행안부는 같은 공직자들에게 군림하려는 개편안을 강행해서는 안된다. 국민들에게 머슴과 같은 공직자상은 행안부가 먼저 솔선수범해 보여주길 바란다.

그럴려면 소통하고 또 소통해야 한다.

 

김찬형<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