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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얼리 버드 신드롬

정행산<객원논설위원>

“공무원은 국민의 머슴이므로 국민보다 먼저 일어나 일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 말 한 마디에 가뜩이나 민간부문에 비해 체질개선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던 공무원 사회의 근무 태도와 근무 시간이 달라졌다. 새벽 네 다섯 시에 일어나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고 휴일도 반납한 채 일하는 이른바 ‘얼리 버드(Early Bird) 현상’이 확산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잘 보이기 식’의 비효율적인 얼리 버드 신드롬은 벌써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매일 새벽 여섯 시쯤에 업무를 시작하려면 늦어도 새벽 네 시쯤에는 일어나야 한다. 여기에 밤 늦도록 일하고 토요일 일요일도 반납해야 하는 생활이 계속 이어지면 공무원들은 코피 쏟고 쓰러질 각오를 해두어야 한다. 코피는 아닐지라도 피로가 쌓여 집중력이 떨어지고 판단력도 흐려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멀쩡하게 일 잘 하던 공무원들은 만성피로감과 지친 심신으로 인해 의욕이 떨어져 슬슬 ‘시간 때우기’로 흐르면서 업무효율은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또 하나의 국력 낭비일 뿐이다. 자고로 “야근과 휴일근무 잦은 회사일수록 월급 짜고, 그런 회사 잘된 경우 절대로 없다”고 했다. 직원을 기계 다루듯 마구 혹사시키면서 대우는 형편없는 회사에 애사심이 생길 턱이 없고, 직원들 마음이 떠난 회사가 잘될 리 없다는 얘기다. ‘얼리 버드’는 새벽형인 이명박 대통령의 개인 스타일일지는 모르지만, 대통령 개인의 스타일과 생활태도를 이 나라 모든 공무원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불법이요 횡포다. 이 나라엔 엄연한 근로기준법이 있고 공무원 복무규정이 있다. 대통령이 비록 나라의 최고 권력자이긴 할지라도, 하루 여덟 시간 근무에 휴일은 쉬도록 규정한 법 위에 대통령의 스타일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 늘어난 공무원 수가 줄어든 것도 아니고, 갑자기 없던 업무가 새로 생긴 것도 아닌데 초과근무가 늘어난 것은 이상하다. 이에 따른 수당지급액만 30%나 늘어나 올해 예산으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는데, ‘얼리 버드’가 국정운영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는가? 행정서비스의 품질이 높아졌는가? 공무원들의 초과근무로 국민은 무슨 덕을 봤는가?

공무원들이 초과근무나 휴일근무를 전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우리 실정이 한가한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그렇게 하는 것을 좋아하니까 일찍 출근은 하지만 할 일도 없어서 시간만 보낸다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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