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왕실의 외척인 왕망은 서기 8년에 한나라를 멸망시키고 신(新)나라를 세운 뒤 15년 동안 황제로 군림했다. 그러나 농지개혁과 화폐제도에 실패해 각지에서 농민반란이 일어났다. 반란군 가운데 가장 세력을 떨친 무리가 형주 녹림산(綠林山)을 근거로 삼은 녹림지병, 즉 녹림의 군대였다. 그들은 왕광의 지휘 아래 부자와 관리의 집을 습격하고 관청의 창고까지 털었다. 굶주림에 허덕이던 농민들이 몰려들어 녹림의 군대는 5만명이나 되었다. 유수가 신나라 타도의 깃발을 들었다. 왕광은 녹림의 군대를 유수의 군대에 합류시켰다. 군대를 내주지 않으면 안될만큼 대세가 기운 것이다. 유수는 신나라를 멸망시키고 후한(後漢)을 건국하여 광무제가 되었다. 왕광은 부자와 관리의 재산을 약탈해 굶주린 농민을 도왔지만 행위 자체는 도둑이었다. 옛날 도둑들은 깊숙한 산 속에 숨어 살았다. 낮에는 산막에 있다가 밤에 도둑질을 했다. 그러나 현대의 도둑들은 수억 짜리 아파트나 으리으리한 고급주택에서 산다. 지난날에는 도둑들이 칼, 창, 도끼 등을 휘둘었지만 현대의 도둑들은 그같은 흉기보다 권력, 음모, 비방, 중상모략, 뇌물 등을 무기로 사용한다. 그래서 예전에는 누가 도둑인지 금방 알아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자신이 도둑이라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대의 도둑들은 자신이 국가와 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고 믿는다.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 언니 김옥희씨가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도와주겠다며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 김종원 이사장으로부터 30억 3천만원을 받은 것이 들통나 검찰에 구속됐다. 청와대는 친인척의 비리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엄벌하라는 입장이다. 김옥희, 김종원 두 사람은 국민의 권리(공천권)를 암거래 했으니 현대판 도둑이나 다름없다. 야당은 맹공하고, 여당은 확산 방지에 힘쓰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사회는 현대판 녹림산 도둑이 득실거리고 있다. 성아우구스티누스는 말했다. “정의가 없는 나라는 도둑의 소굴이다”/이창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