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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평] 멀리 길게 바라보자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이 개막한 이래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시댄스 그리고 과천한마당축제 등 평소 보기 어려운 세계의 명품공연들이 한꺼번에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그리고 안산에서는 일본 최고 연출가 중의 하나인 스즈키 타다시가 한국배우들과 함께 만든 엘렉트라가 10월 초 막을 올릴 예정으로 도야마현 토가에서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두 기대되는 공연들이기에 연극 매니아들은 안방에서 좋은 공연을 골라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스즈키 타다시는 40여년 전 와세다소극장을 창단한 이래 1976년 당시 일본에서 가장 교통이 불편한 시골마을 토가에 둥지를 틀고 소극장을 짓고 1983년 일본 최초로 국제연극페스티벌을 개최하여 현재 인구 600여명의 산촌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을로 만들었다. 그는 스즈키 메소드라는 연기론으로 연극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고 줄리아드에서 강의를 하고 캠브릿지에서 동양인 최초로 그의 연출세계를 조명하는 도서를 출판하고, 유럽 및 러시아 등지의 연극인들과의 합작공연을 꾸준히 계속해오고 있다.

이번 스즈키의 한국 공연은 한국 배우들에게 말로만 듣던 스즈키 메소드를 체험케 하고 싶고 또 지방 공연장이 세계 유명 브랜드와의 합작을 실현하는 의미도 있지만 SCOT라는 극단을 이끌어오면서 토가예술촌을 30여년 이상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온 경영자로서의 탁월한 업적에 대한 신뢰도 작용했다.

그는 극단 단원들에게 거의 폭군처럼 군림한다. 신입 연기지망생이 들어오면 3~4년쯤 스텝 일을 시키면서 연극인으로서의 열정과 연기자로서의 자질을 테스트한다. 그 기간을 거친 후에야 연기자로서 데뷔할 기회가 주어진다.

 

뿐만 아니라 그는 60대의 노배우에게 20분 이상 뜨거운 조명기를 잡게 하고 각도와 조도를 조정하고 배우들로 하여금 무대장치를 세우고 해체하는 일을 맡기기도 한다. 해마다 여러 차례의 해외공연에 따르는 경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공동체의식을 갖게 하는 효과 때문이다.

그런 그가 소액의 개런티를 받고 의상과 소품 제작은 물론 음악 연주자와 특별 출연하는 러시아 타강카극단 여배우의 출연료 및 화물운송 등 한국 여행비 일체를 부담키로하고 엘렉트라에 출연하는 한국배우들을 일본으로 초청해 연습을 시작한 것이 지난 7월 말부터였다.

 

그의 투철한 연극혼이 단연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는 연극의 보편적 가치를 다른 문화와의 대화에서 발견한다. 서로 같음과 다름을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다.

도야마현에서 그의 존재감은 굳건하다. 지난 30여년간 수 백억원의 정부지원을 끌어내며 오늘날의 토가예술촌을 만든 그의 노고는 마을 사람들에게 대단한 자부심을 안겨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예술가가 지방 단체장과의 특별한 인연으로 명분있는 사업을 시작할 수는 있어도 수십 년간 신뢰받으며 창작활동을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중요한 시책이 바뀌는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그의 추진력과 설득력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나 우리도 원주의 원영오나 밀양의 이윤택에게서 그 싻을 발견할 수 있다. 이미 그들의 작업은 국내외에 널리 알려져 지역의 유명 브랜드가 될 만큼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모쪼록 그들이 좋은 성공사례를 만들어 우리 공연 예술 발전에 일정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설사 그들이 실패하는 작업마저도 진득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실패를 성공하기까지의 한 과정으로 이해하고 그들을 신뢰하고 후원하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예술은 결코 일시적 거대자본의 투자나 자동화, 전산화로 결코 효율을 높일 수 없다. 스즈키 타다시 말마따나 오직 동물적 에너지와 상상력의 발현으로만 진전시킬 수 있다.

예술의 생명력이 영원하리라는 낙관론도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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