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코패스들은 유년 시절 학대를 받으며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폭력과 억압, 결핍이 뇌의 일부를 손상시켜 도덕과 양심을 습득하지 못하게 하고, 잠자리 날개를 찢으며 웃거나 어린 동물을 학대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아이들이 커서 사이코패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초자아적 능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인격장애는 성인기로 이어진다.
가면을 쓴 사이코패스는 1920년대 독일의 정신분석학자인 슈나이더가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 개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소설이 로버트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아이드 씨’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칸트적 논변은 ‘타인의 도덕적 가치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완전히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이며, 흄적 논변은 “정신병 항변은 합리성에 중대한 장애를 지닌 자를 제외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감정을 느끼는 능력이 생물학적으로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인지적 구조도 결여되어 있다고 말한다.
지난 2000년 5월 한 대학생이 흉기로 부모를 살해한 뒤 사체를 토막내 쓰레기봉투에 담아 인근 하천에 버린 사건, 2004년 20명의 부녀자를 납치 살해한 유영철 연쇄살인사건, 2006년 부녀자 13명을 살해하고 20명을 중태에 빠트린 정남규 연쇄살인사건 등 우리나라에서도 ‘사이코패스(Psychopath·반사회적 인격장애)’에 의한 잔혹범죄가 반복되고 있다.
사이코패스는 연쇄 살인이나 강도·강간 등 사회를 공포에 떨게 하는 잔혹행위를 벌이면서도 죄책감과 상식적인 도덕심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범행 후엔 자신이 오히려 사회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선진 외국의 경우 이미 사이코패스는 잘 알려져 있어 기업 내에서의 사이코패스 범죄 예방·대처법이라든지 사이코패스 성범죄자 처벌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리 대책을 세워놓고 있다. 미국은 연쇄살인범의 90%, 폭력사범의 50%가 사이코패스이며, 이들의 출소 후 재범률은 8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이코패스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도, 대처법이나 관리법도 알려져 있지 않다. 사이코패스 진단 방식도 서구 실정에 맞게 만들어진 것이어서 우리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 다만 범죄심리학자들이 한 구금(拘禁)시설의 재소자 400여명을 대상으로 ‘반사회성 인격장애검사’를 한 결과, 15% 가량이 사이코패스로 진단돼 적지 않은 사이코패스가 우리 사회에 잠복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이코패스는 겉은 정상인과 전혀 다르지 않으면서도, 태연히 엽기적인 범죄를 그것도 계획적으로 교활하게 저지르는 성향을 보이고, 자기통제력을 상실한 고도의 재범 위험군에 속해 극히 위험하다.
지난 3일 막이 오른 서울충무로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영화 ‘매드 디텍티브’에서 7개의 인격을 달고 다니며 범죄를 저지르는 치와이 형사처럼 사이코패스가 직장이나 조직 속에 자리잡으면 잔악한 범죄행위도 우리의 시야를 벗어나기 쉽기 때문에 더 더욱 위험하다. ‘양복 입은 뱀’이라고 불리는 이들 화이트칼라 사이코패스는 우리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마주쳐 피해를 당할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들이다.
사이코패스는 비교적 근래까지 치료가 불가능하고 단지 관리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지역치료센터 성범죄자 치료프로그램(RTCSOTP)에 따른 실험 결과, 집단요법 및 개인요법을 병행한 치료를 통해 사이코패스 성범죄자의 재범율을 50% 이상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밝혀져 치료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파편화될 수록 사이코패스가 활개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된다. 사이코패스의 위험으로부터 우리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RTCSOTP 같은 치료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고, 조기 발견 시스템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제 우리 사회와 정부는 양극화 해소와 국민대통합이라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을 해야 할 때이다. 공공의 안녕을 위해서는 범죄현장에 범죄심리분석가·심리상담사를 신속히 투입해 사이코패스를 비롯한 범죄 정보의 축적과 전문성을 배양하고, 보호관찰 제도와 연계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