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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정책과 예산에 성평등 가치 담아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개인들은 개인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공공의 문제로 인식하고 이의 해결을 위해서 공공의 재원을 만들어 함께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개인들은 세금을 내는 행위를 통해 공공의 재원을 마련하고 세금은 공공정책이나 예산이라는 이름으로 공공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이런 일들을 주도적으로 행하는 곳은 당연히 행정이다.

그러나 오늘을 살고 있는 많은 개인들이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세금을 대하거나 지불하는 행위를 하고 공공정책과 예산을 바라보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당연한 생활의 일부가 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세금을 내고 때로는 개인들이 부담하기에는 많은 세금에 분노하고 있거나, 풀리지 않는 공공의 문제와 오히려 공공의 문제를 만드는 행정의 역할에 직면하면서 분노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정책을 논하고 예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개인들이 부담한 공공의 재원으로 운영된다는 점 외에도 공공의 문제라는 인식 속에는 무엇을 공공의 문제로 볼 것이며,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하는 가치의 문제가 결합될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며, 이들은 개인의 개별적인 행위나 지출보다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영향력 또한 비교할 수 없이 크기 때문이다.

9월 17일 서울의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는 지역의 공공정책과 예산을 여성단체의 눈으로 바라보면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포럼이 열렸다.

이 포럼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과 예산을 성 평등 실현을 목표로 활동하는 여성단체의 눈, 즉 성 평등이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보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여성단체들이 지방자치단체 정책의 기획, 집행, 평가과정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한국여성민우회를 비롯한 6개 지부에 의해 공동으로 실시된 이번 분석 작업은 분석 대상 정책과 예산의 영역이 다양하고 분석의 방식도 다채로웠다는 점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정책과 예산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정책과 예산은 불특정한 다수의 사람들을 위해 쓰이기 때문에 무성적이거나 중립적일 것이리라 생각한다. 특히 정책과 예산을 직접 다루는 행정공무원들은 더욱 그렇게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 날 포럼에서는 정책의 수행과 예산 집행의 결과가 성별에 따라 다른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헌법에 보장하는 평등권을 침해하거나 의도하지 않았을지라도 차별이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례들이 발표되었다. 한 예로 저소득주민 주거지원 정책의 경우 저소득 주민들 중에서도 특별히 여성들에게 불리한 기준과 방식이 적용됨으로써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정책의 수혜에서 배제되고 있음이 분석을 통해서 밝혀졌다.

저소득 주민은 분명 성을 구별할 수 없는 집단이다. 그 안에는 여성도 있고 남성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소득 주민을 위한 정책은 성별과 상관이 없는 정책이거나 모두에게 유리한 정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말했듯 공공정책과 예산은 성 평등이라는 가치 실현을 위해 기획, 집행, 평가과정에 보다 섬세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데 이것이 종종 중립적이거나 객관적이라는 착시현상 때문에 간과되는 일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심지어 포럼에서 나온 지적처럼 남성 또는 여성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하여 성 평등을 방해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시행되는 일도 있다.

중앙정부가 2010년 시행하기로 한 성인지 예산제도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제도다. 이 제도는 예산이 가장 주요한 정책수단 중 하나라는 점과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성 평등 정책의 집행을 위해서는 예산의 배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에 근거하여 정책과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효과를 분석해 예산의 편성, 심의, 집행, 평가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이것이 중앙정부의 정책이라는 점이다. 중앙정부의 정책은 곧 지방정부의 정책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주민들이 느끼는 거리는 멀다. 이날 포럼이 지방정부의 정책과 예산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현실적 거리를 좁히고자 한 것이다. 시민들의 삶의 공간에서 직접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수행하는 주체는 지방자치단체이다.

따라서 성인지 예산제도가 중앙정부의 선언적 정책이 되지 않으려면 지방정부의 성인지 예산제도의 도입을 뒷받침할 수 있는 노력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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